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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요괴 릴레이 인터뷰 #6 김경진

2012.03.21 15:36
종이 접기를 하듯, 기억을 매만지다  


김경진의 조각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종이 접기’를 모티프로 한다. ‘접기’의 형태는 덧붙이거나 깎아서 볼륨을 만드는 기존의 조각 형식을 넘어선다. 그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의 공백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거치는 종이 접기의 행위가 마치 기억이 새겨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이전 릴레이 인터뷰 주자였던 김희영이 그를 만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김희영 동방의 요괴들 2012 
 
김경진 동방의 요괴들 2012

김경진 동방의 요괴들 2012

김희영 경진씨, 만나서 반가워요. 요즘 근황이 궁금하네요.
김경진 이번에 대학원 3학기에 접어 들었어요. 논문학기이기도 해서 자료 수집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작업도 병행하고 있고요. 제 생각이나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일들이 제 작품 세계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김희영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김경진 ‘종이 접기’라는 형식을 기본으로, 그곳에서부터 응용을 해나가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사물이나 동물을 위주로 제작한 <Numbering 시리즈>도 있고요. 최근 들어서는 종이 접기를 응용하여 장소나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는 <Memorigami>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탐구하는 기억이라는 주제가 워낙 방대하고 또 그것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만드는 대상이나 설치하는 방법들은 앞으로도 계속 바꿔 보면서 다양하게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김희영 어떻게 기억이라는 주제를 작업의 모티브로 활용하게 되었는지?
김경진 기억이라는 테마를 잡게 된 데에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직장 문제로 5살 때부터 영국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한국에 돌아왔는데 물론 한글은 다 잊어버린 상태였죠. 이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을 나가기 전부터 한국어를 완전히 습득해서 쓸 수 있을 때까지의 기억이 없습니다. 약 10년 동안의 기억의 공백으로 인해 저는 기억이라는 주제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만큼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사건이 있고 그것을 10명이 모두 경험했다면,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의 관점은 그 차이가 미묘할지라도 10명 모두가 제각각일 것입니다. 이것은 각자가 기억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고, 개인이 기억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이러한 기억의 성질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통해 보는 시각’ 을 부각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No. 10 90> 철, 렌티큘러 100×90×90cm 2011

<No. 10 90> 철, 렌티큘러 100×90×90cm 2011

<Class> 알루미늄, 라이트박스 140×120×110cm 2011

<Class> 알루미늄, 라이트박스 140×120×110cm 2011

김희영 궁극적으로 작품을 통해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기억의 재구성’이라는 과정인가요? 아니면 완성된 기억의 결과물인가요?
김경진 기억은 현재의 통제 하에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꿉니다. 망각되거나 부각되면서 마치 종이 접기의 완성 단계와 같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 형태의 변화를 거칩니다. 그렇게 저는 손의 손금처럼 완성체의 도면을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완성되기 이전의 형태를 보여주고, 완성되었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부분을 끄집어내 보여 줍니다. 그리고 관람자가 그 후의 모습을 상상케 합니다. 제 작품은 기본적으로 기억의 재구성이지만 보는 이마다 각자 고유의 형태를 통해 기억을 완성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영 ‘종이접기’ 형식이 매우 독특하게 다가오는데요. 작업 과정에서의 특징이 있다면? 
김경진 저는 작업할 때 에스키스를 실제로 접어 보는 편입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기본적인 형태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접어서 완성된 형태에서 제 임의대로 다시 펼쳐 운동감이나 공간감이 가장 좋은 형태로 변화시킵니다. 무엇보다도 마저 접혔을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만 펼칩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형태들을 작품의 모델로 정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뒤집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변형시키는 행위들은 마치 기억이 새겨지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결국 작업의 형태에도 반영된다고 보고요.

 
<No. 24> 철, 우레탄 페인트 130×120×120cm 2011

<No. 24> 철, 우레탄 페인트 130×120×120cm 2011

김희영 철이나 알루미늄과 같이 딱딱한 재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경진 앞서 말했듯, 저는 기억에 관한 작업을 종이 접기의 형식을 빌려 만들고 있습니다. 종이 접기는 공예의 한 분야로 보통 완성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는 그 과정에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종이 접기에선 한 장의 종이가 외부의 힘에 의해 접히면서 선이 생기고, 그 선은 다른 접힘의 기준점이 됩니다. 접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뒤집히기도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숨겨지기도 하는 과정들이 모여 전체 형태를 구성해 나가죠. 바로 이런 과정이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종이 접기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곧고 견고한 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종이를 접었을 때의 날카로움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김희영 단단한 재료를 ‘접기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 한데요?
김경진 이제는 어느 정도 손에 익어서 그다지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표현을 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가다 보면, 항상 재료 사용과 관련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조각을 하고 있다 보니 이러한 일들은 워낙 비일비재한데, 그때마다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김희영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김경진 현재는 렌티큘러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렌티큘러는 광고에도 자주 사용되는 재료인데요. 무안경 3D라고 해서 어렸을 때 책받침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변환되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재료입니다. 기억이라는 테마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근 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람자가 움직일 때마다 조형물의 표면이 변하면서 붕괴되고 재구축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나타낼 예정입니다.

김경진 1986년 출생.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현재 동대학원 재학 중. <야외조각>전(서산시 2010) 입선. <스위치>전 등 단체전 참여. 

 

Posted by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