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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2 13:25

반려견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이 열렸다. / 권 도 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 전경 202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근교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한다. 개와 인간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다 죽는 괴병으로 서로를 감염시킨다. 전염병에 겁먹은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던 개를 몰래 내다 버린다. 갈 곳 잃은 개들은 밤거리를 점령하고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한다. 산으로 도망간 늑대 개 링고는 도시를 바라보며 개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정유정의 장편 소설 『28』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처음 기획자에게 전시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소설이 떠올랐다. 바이러스가 인간 중심적 사회 체제와 생태계를 빠르게 무너뜨리는 시기에, 바로 이 개가 극도로 인간 중심의 공간인 미술관에 침입한다. 가느다란 줄로 반려견과 반려인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낯선 동선을 만든다. 개에게 미술관은 무엇이고, 미술관에게 개는 어떤 존재일까?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광장’의 연장선에서 ‘인류세-광장’을 상상하는 시도이다. 물론 광장을 생각하는 것, 또 다른 광장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광장’은 늘 거대했고 인간만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광장인 미술관에 인간 외 다른 존재인 개를 초청하는 다소 황당한 기획을 제안한다. 일종의 우회나 유머를 통해 거대 서사나 그럴싸한 대안에서 살짝 벗어나는 현대미술의 실천을 시도한다.”
전시의 기획 의도를 적은 서문이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9. 4~10. 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광장을 지향한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미술관을 함께 누비도록 비인간적(non-human)인 관람 동선과 작품 배치에 신경 썼다. 전시, 퍼포먼스, 스크리닝 세 프로그램이 전체 주제를 포괄한다.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8명(팀)이 사진, 설치,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출품했다. 퍼포먼스 25점과 영화 3편의 상영도 계획돼 있었다. 전시는 5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된 후, 현재까지 관객은 물론 참여 작가도 아직 전시를 보지 못한 채 미술관은 임시 휴관 중이다. 



권도연 <잿빛 눈, 2018_08> 피그먼트 프린트 90×135cm 2019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편 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 첫머리에서 ‘기억한다’를 “성스러운 동사”라 한다. 그는 푸네스의 ‘기억’에 견주면 보통 사람의 기억은 엄밀히 말해 기억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한다. 열아홉 살의 푸네스는 짙은 쪽빛 얼룩무늬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사고 이후 그는 모든 것을 선명히 기억하게 된다. 그는 3시 14분 옆에서 본 개와 3시 15분 앞에서 본 개의 이름이 같다는 것에 몹시 놀란다. 그는 황혼에서 여명까지 그 개를 바라보았지만,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듯이 그 개를 계속 바라본다. 그는 사고 이전의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자기도 장님이며, 귀머거리이고 얼간이었으며 건망증이 있었다”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에는 단일한 공간과 시간만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주체에 따라 수많은 공간과 시간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주체는 자기 나름의 시공간만을 확인하는 고유한 환경에 속해 있다. 우리는 개들이 미술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혹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경험했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의 의식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공장소를 개방하고, 개를 매개로 자연과 문화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의문시하는 시도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복수 종의 공동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Posted by Art In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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