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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그래픽디자인

2020.10.12 13:20
일본 그래픽디자이너 카즈나리 핫토리의 개인전이 열렸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간결함’이다. / 조현대 기자


<카즈나리 핫토리 포스터>전 전경 2020 대안공간루프
일본의 식료품 제조 및 유통 회사 ‘큐피(Kewpie)’.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마요네즈다. 큐피는 건강과 미용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저칼로리 제품 ‘큐피 하프’의 지면 광고를 그래픽디자이너 카즈나리 핫토리(Kazunari Hattori)에게 의뢰한다. 카즈나리는 붉은색 격자무늬, 직접 촬영한 스냅 사진, 손 글씨를 활용해 해당 제품의 시그니처 디자인 광고를 제작했고, 이것으로 1999년 도쿄 아트디렉터스 어워드(ADC Awards)를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대안공간루프에서 열린 한국 첫 개인전 <카즈나리 핫토리 포스터>(9. 9~27)는 그가 디자인한 약 50점의 잡지 커버와 포스터 등을 소개한다. 
1964년생의 카즈나리는 1988년 도쿄예술대 졸업과 동시에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 2001년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월간지 『히어앤데어(Here and There)』, 『유행통신(流行通信)』의 아트디렉터를 역임하면서 독자적인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이후 광고, 전시 포스터, 로고타이프 등으로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케이크 서울> 종이에 실크스크린 153×109cm
『히어앤데어』는 편집장 하야시 나카코(Hayashi Nakako)가 동료 작가, 디자이너와 함께 출판하고 있는 소규모 잡지다. 그는 카즈나리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했던 시기의 디자인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잡지 커버에 직선과 곡선만으로 그래픽 요소를 강조하거나 적재적소에 사진 이미지를 활용해 디자인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카즈나리는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어는 일본식 한자 칸지와 이에 기초해 만든 히라가나, 가타카나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다른 문자에 비해 전통 서예 중심의 제한적 타이포그래피만이 가능했다. 카즈나리는 패션 잡지 『유행통신』의 로고, 즉 ‘流行通信’이라는 한자를 그래픽의 기본 단위인 픽셀로 단순화하는 혁신적 디자인을 꾀했다. 이를 통해 전후 일본 그래픽디자인의 대부 가메쿠라 유사쿠(Kamekura Yusaku)를 기념하는 디자인상을 거머쥐었다.
카즈나리는 2007년 자신의 첫 개인전을 자축하는 <케이크> 포스터를 제작했다. 다중 레이어에 다채로운 색과 다양한 간격의 사선을 교차시켜 크림과 딸기가 올라간 조각 케이크를 표현했다. 총 4종류의 주요 색은 CMYK 기반의 인쇄 방식을, 사선은 확대된 인쇄물의 미세한 망점을 그래픽 요소로 치환한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그래픽디자인이 물질화되는 과정에 메타적으로 접근한 작품, 즉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그래픽디자인이다. 대안공간루프에는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케이크 서울> 포스터도 공개했다.
카즈나리의 디자인은 유연하면서도 확고하다. 테니스, 야구, 골프 등의 스포츠나 구름, 비, 눈 등의 날씨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포스터는 특수한 체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집약한다. 간결함을 원동력 삼아 만든 독창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래픽 기호에는 그만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대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디자인 결과물의 용도와 그 물질적 지지체를 사유하여 독보적 디자이너로서의 위상을 얻었다.
Posted by 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