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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도록, 다시 보기

2020.06.11 17:52

<WESS 전시후도록>은 도록 배포의 한계와 어려움에 주목한 전시와 출판기념회다. / WESS



<WESS 전시후도록> 포스터

기획자 공동 운영 플랫폼 WESS는 주체적이고 지속적인 큐레토리얼 실천 가능성에서 시작한 실험적 공간이자 프로젝트다. 기금의 당락으로 가름하는 전시의 실현 가능성, 기금 확보 후에도 이어지는 공간 찾기의 어려움, 불확정인 상황에서 써야하는 구체적인 기획서, 제한적인 인력과 자금으로 기획의 지속성이 흔들리는 공간 운영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에 공감하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이 함께 했다. 이렇게 구성된 WESS는 미술 현장을 향한 민첩하고 비평적인 태도를 가지며 더 나은 예술 생태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많은 창작자들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태도와 지향점이 WESS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로 더욱 명확히 전달되기를 바라며 이번 <WESS 전시후도록>을 기획했다. 



<WESS 전시후도록>전 전경 2020

<WESS 전시후도록>은 기획자나 작가가 독립적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경우 전시와 관련된 출판물, 특히 전시 후에 만들어지는 도록을 배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종종 우연히 마주치는 작가나 기획자들 중 가방에서 도록을 꺼내며 “하루에 몇 권씩 들고나와 만나는 사람마다 전해준다.”는 식의 말을 하거나, 일일이 연락을 취해 우편으로 도록을 배포하는 수고를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편, 동시에 ‘도록’의 가치와 의미를 질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도록은 아카이브의 역할을 하지만, 과연 전시의 시간을 연장할 수 있을까? 이미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작품이나 기획의 일부가 되며 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매개체가 되는 전시 출판물 ‘도록’은 그 자체로 얼마큼의 독립성을 가질 수 있을까? <WESS 전시후도록>에서는 전시를 다양한 각도와 깊이로 이해/기록하는 모든 출간물로 ‘도록’을 정의했으며 특정 형태나 내용, 출판 연도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었다. 단, 전시의 기본 정보만을 다룬 인쇄물은 WESS 공동운영자 사이의 논의를 통해 지양하였다. 온라인 사전 신청으로 참여한 최종 36팀의 출판물은 전시를 상세히 담은 익숙한 형태는 물론, 특정 기간의 작품과 전시를 엮은 포트폴리오, 혹은 개별 프로젝트의 기록이나 실제 작품을 일부이기도 한 도록 등의 형태를 지닌다. 이를 통해 도록에 대한 여러 성격과 제작/디자인의 방식 그리고 전시와 작업의 특성을 다시 한번 출판물로 전달하고 강조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질문과 고민을 바탕으로 WESS 공간은 직접 도록을 배포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꾸려졌으며, 같은 건물의 1층을 한시적으로 빌려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후도록출판기념회’에서는 <WESS 전시후도록>에 참여한 예술가(강은희, 한솔), 기획자(박수지)가 도록을 둘러싼 다양한 고민과 관점을 나누었으며, 전시 구성의 주요한 협업자인 그래픽 디자이너(일상의 실천, 신신)와 ‘그래픽 디자인과 전시 출판’ 사이의 메타적인 해석을 이야기했다. 또한 ‘아트퍼블리싱과 소규모출판(사)’를 통해 창작자 스스로 작품과 관련된 출판물의 기획과 유통을 모두 책임지는 사례(돛과 닻: 김영글)를 살펴보며 전시 도록에 대한 여러 가능성과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책이 놓인 모든 집기는 각기 다른 전시(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9, 리얼-리얼시티 등) 종료 이후 버려진 ‘전시후가구’를 재사용하며 전시가 남기는 것을 되짚어보려 꾀했다. 물질적인 책을 손에 쥐는 경험도 매우 중요하지만, 코로나 상황과 3일이라는 짧은 행사 기간, 한정된 도록 수량 등을 고려하며 Adocs와 협력하며 오프라인 행사 기간을 포함한 15일 동안 온라인 배포도 함께 진행했다. 



후도록출판기념회

<WESS 전시후도록>은 실물 도록 배포와 더불어, 전시 도록이라는 출판물을 매개체로 지나간 전시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휘발하는 전시와 대신 남겨지는 출판물의 관계를 고민하며 임시적이지만 WESS를 대안적 상태로 공유하는 프로젝트였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은 늘 많지만,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였고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말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시의 성과를 평가해보고 싶다. 앞으로 이어지는 WESS의 프로그램들에서도 우리 미술계 현장의 필요와 빈틈을 포착하고 더 많은 창작자와 관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고민하고 제공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려 한다. 

Posted by 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