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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의 미술 플랫폼

2020.06.11 17:37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전 세계 미술계가 일거에 멈춰섰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을 걸어 잠갔고, 각국의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는 연달아 취소 혹은 연기를 발표했다. 작품과 관객이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매개하는 온라인 매체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화되어 웹 플랫폼으로 옮겨 간 미술은 어떤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 한계를 가질까? / 조현대 기자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 룸

코로나19(COVID-19) 글로벌 팬데믹 시대. 우리는 이미 그 파장을 여실히 체감했고, 급격한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변화 또한 예상된다.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월 이후 거의 모든 국내 미술 기관은 잠정 휴관을 결정했고 아트페어, 비엔날레 또한 대부분 취소 혹은 연기되었다. 연이어 타격을 입은 해외 각국의 미술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 세계의 미술 관객이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대안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untact)’를 권장하는 시류에서,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작품과 관객을 매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 한계는 무엇일까?
2월 이후 일제히 문을 걸어 잠갔던 일련의 국내 미술 기관은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 체계로 전환되면서 전시를 재개하고 관객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의 공백기 동안 국공립 미술관은 SNS와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해 관객과 소통을 이어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주 콘텐츠는 ‘큐레이터의 전시 투어 영상’. 개관 이래 최초로 개최한 온라인 전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 투어 영상은 69,000회의 조회 수(유튜브, 5월 25일 기준)를 기록했고, 국제 미술 중심의 소장품전 <수평의 축> 라이브 영상은 50분간 총 3,300명이 접속하며 관심을 끌었다.



아트선재센터가 개설한 웹사이트 HOMEWORK (www.homework-artsonje.org)

서울시립미술관은 인스타그램을 주된 플랫폼 삼아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영상은 ‘여럿이 만드는 미래, 모두가 연결된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반영해 ‘SeMA_Link’를 제목으로 달고, 미술사 및 소장품 해설, 전시 투어, 전시 과정 소개 등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로 꾸몄다. 주목할 점은 양방향 소통이 용이한 SNS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온라인으로 ‘연결’된 관객의 질문과 의견에 적극 응답해왔다는 점이다. 일례로 휴관 기간 중에 막을 내려야했던 전시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가 많은 사람의 연장 요청에 부응해 6월까지 기간을 늘리기도 했다.
아트선재센터는 오프라인 활동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미술을 통한 공유와 공감의 온라인 공간”을 표방하는 웹 사이트 ‘홈워크(Homework)’를 개설했다. 웹 사이트의 이름은 재택 근무(work from home)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래에 대비하는 과제를 행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트선재센터의 주요 전시와 활동을 연구해 소개하는 ‘Stories’, 약 80권의 발간 도록과 단행본의 주요 원고를 재게재하는 ‘Books’, 국내외 작가와 저자가 이전 작업을 통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이켜보거나, 달라진 일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2020’ 등 총 3개의 챕터로 나뉜다. 특히 ‘2020’은 글, 음악, 사진, 드로잉 등으로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재 우리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공유할 예정이다.
대규모 국제 미술 행사인 비엔날레의 대응은 어떨까? 행사 특성상 공공미술 작품 설치, 사전 리서치 및 프로젝트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작가가 개최 지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준비 과정부터 개최 시기 및 방법 결정까지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올해 5월에 개최 예정이던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 정확히 1년 뒤로 개최를 연기하면서 짝수 해에 건축전을, 홀수 해에 미술전을 개최하던 전통이 무너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온라인 커미션 아나 프라브츠키 <Multumask> 2020

제13회 광주비엔날레도 올 9월 예정이던 개최 시기를 내년 2월 26일로 연기했다.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를 비롯해, 참여 작가 대부분의 출입국이 제한되어 전시를 준비하는 데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대신 공식 웹 사이트를 임시 거점으로 삼아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Minds Rising)』을 발행하고,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을 환기하는 글을 순차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또한 어느새 일상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의 다양한 용도를 흥미롭게 제안하는 아나 프라바츠키의 온라인 커미션 영상작품 <Multimask>(2020)를 사전 공개해 예비 관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한편, 지난 3월 14일 개막한 제22회 시드니비엔날레는 호주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열흘 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대신 구글과 손을 잡고 도심 곳곳에 펼쳐진 생생한 비엔날레 현장을 통째로 웹에 옮기면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한 최초의 비엔날레로 기록됐다.
올해 아트바젤홍콩은 홍콩 내 정치적 갈등과 코로나 사태를 의식해 ‘온라인 뷰잉 룸(Online Viewing Room)’으로 모든 출품작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프리즈뉴욕 또한 흡사한 방법으로 올해 행사를 치렀다. 그렇다면 온라인 전시 방식은 작품 판매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쳤을까? 아트바젤홍콩에 참여한 국제갤러리는 “장단점이 명확했다.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 더 많은 고객에게 작품을 노출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서 미술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답했다. 국제갤러리는 새로운 구매층을 겨냥해 웹 사이트에 온라인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국제 온(Kukje ON)’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올해 처음 프리즈뉴욕에 참여한 갤러리바톤 역시 “프리즈뉴욕에 참여한 목적 중 하나가 뉴욕의 다양한 미술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는데 불발되어 아쉽다.”는 소회를 밝혔다.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젊은 연령대의 잠재적 구매층이 갤러리에 접근해왔다. 온라인 페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갤러리바톤 온라인 뷰잉 룸

온라인 미술 저널 『Artsy』에 4월 15일 게재된 기사 「온라인 뷰잉 룸은 갤러리의 작품가 투명성을 증대시킬 것인가?(Will Online Viewing Rooms Increase Price Transparency at Galleries?)」는 이번 코로나 사태와 온라인 미술 플랫폼의 활성화가 미술작품 판매가의 투명성을 재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아트바젤홍콩과 프리즈뉴욕 주최 측은 참여 갤러리의 웹 사이트에 판매가 명시를 요청했고, 대다수 갤러리가 동의했다. 덕분에 다소 폐쇄적으로 운용되었던 갤러리의 가격 정책에 부담을 느끼던 구매층이 좀 더 편안하게 구입 의사를 밝히거나, 작품가를 문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구매층이 특정 작가 작품의 가격 변동 추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건전한 미술시장의 환경도 구축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국면을 맞아 전시장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했던 일반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지속되었다. 미술 기관 관계자 상당수가 “어쨌든 전시는 다시 열렸고,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의 두 매체가 상보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비엔날레 관계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며 직접 마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참여자 간 연대 의식이 더욱 고양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대미술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코로나19.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예술은 고난을 겪고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는 인류에게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osted by 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