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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할렘 이웃들에게

2020.04.23 22:16

미국 작가 조던 카스틸이 뉴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흑인 초상화’로 그가 살아가는 할렘의 일상을 담아냈다. / 이현 기자
 


<Jiréh> 캔버스에 유채 182.9×132.1cm 2013 Collection Jody Robbins. Courtesy the artist and Casey Kaplan, New York

‘흑인 초상’ 연작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조명하는 화가 조던 카스틸. 그가 뉴뮤지엄에서 개인전 <Within Reach>(2. 19~5. 24)를 열고 대표 시리즈 40점을 선보였다. 1989년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난 작가는 아그네스스콧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페인팅 수업을 들으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초기 그림의 소재로 주목한 대상은 학교의 관리인들. “나는 항상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에 입학할 때 어머니는 나를 교내 식당으로 데려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란다. 우리는 총장, 학과장, 교수들을 만났고 그들은 곧 네 세계의 구성원이 될 테지만, 정말로 너를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단다.’” 이후 카스틸은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해 앨리스 닐을 롤 모델로 삼았다.
 


<Joe and Mozel (Pompette Wines)> 캔버스에 유채 228.6×198.1cm 2017 Private collection. Courtesy the artist and Casey Kaplan, New York

예일대를 졸업할 즈음 진행한 연작 <Visible Man>(2013~14)은 2014년 첫 번째 개인전에 출품돼 미술계에 그의 존재를 알렸다. 랠프 엘리슨의 소설 『Invisible Man』(1952)에서 제목을 따온 남성 누드화. 소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고발했다면, 카스틸은 이 ‘보이지 않음’의 의미를 고찰했다. 연극대학 친구들을 모델로 섭외해 스튜디오에 초대하고, 그들의 누드 사진을 촬영한 다음 이를 캔버스에 옮겼다. 이때 사진은 타인과 함께 보낸 순간과 당시의 분위기를 기록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누드화를 그리면서 모델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싶었다. 역사가 이들을 존중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말이다. 작품 사이즈를 실물 이상으로 키우고, 모델의 발끝을 캔버스 하단 모서리 가까이 배치하면서 이들이 캔버스를 밀어내며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에게 누드는 성적인 코드가 아니라 미디어가 거의 비추지 않는 흑인 남성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형식이다. 높이 2m에 달하는 대규모 인물 형상과 붉은색, 녹색, 푸른색으로 표현한 신체 피부는 우리가 흑인 남성에게서 무엇을 보는지, 그 시각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질문한다. 2015년, 학교의 제한된 틀을 벗어나 할렘으로 이사한 후로는 피사체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거리에서 마주하는 이웃들은 그에게 풍부한 작업 아이디어를 제공해줬고, 이는 <Night in Harlem>(2017) 시리즈로 이어졌다. 특히 <Joe and Mozel (Pompette Wines)>(2017)는 작가의 형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폭력적인 눈빛을 깨닫고 그들의 일상을 재현한 장면이다. 휴식을 취하는 남성들의 부드러운 신체와 무방비한 자세를 스냅 샷처럼 포착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초상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Noelle> 캔버스에 유채 198.1×152.4cm 2019 Rennie Collection, Vancouver. Courtesy the artist and Casey Kaplan, New York

최근 작가는 럿거스대학교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인물화를 신작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과 공공 공간을 지나, 이제는 모델의 사적 장소로 들어간다. 대상의 숨결이 녹아든 자리에서 그들 본연의 모습을 솔직하게 반영하려는 목적. 그의 그림은 머릿속 관념이나 먼 곳의 주제가 아니라 ‘손길이 닿는 곳(Within Reach)’의 사람들을 향하지만, 미시사에 그치지 않고 인종, 젠더, 계급, 이주 등의 거대한 문제로 쉬이 확장된다. “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Posted by 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