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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혁명, 예술과의 융합

2020.03.12 11:24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에 주목하며 등장한 '융복합예술'. 색다른 길을 모색하는 융복합예술의 시도를 한자리에 모아 살피고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행사 <#Platform@Digital Revolution>(2. 7~16)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컨퍼런스,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2019년 한 해의 성과를 펼쳐 보였다. / 김예림 기자



텔레마틱 공연 <체인징 타이즈: 지구를 위한 진혼곡>(2. 14 남산드라마센터)이 진행됐다. 텔레마틱 기술은 전화와 컴퓨터를 결합한 정보통신 기술로, 이번 공연에서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의 연주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협주하는 데 사용됐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2020년 한국을 사는 당신이 아직 초시대(超時代)를 낯설게 느낀다 해도, 당신의 귓가엔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이라는 단어가 종종 들려온다. 곰곰 따져보니, 운전자 없이 차가 주행하거나, AI 기기의 이름을 불러 날씨를 묻는 정도는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구글의 딥러닝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사건도 벌써 4년이나 흘렀고, 원하는 형상을 금세 만들어내 놀라움을 자아냈던 3D 프린터로는 이제 주택까지 짓는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은 다양한 분야와 결합되어,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술 또한 기술적 환경을 주시하며, 이를 적극 차용하려는 동향을 보인다. 4차 산업의 기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융복합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에 주목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융복합예술을 다루는 대규모 행사 <#Platform@Digital Revolution>(2. 7~16)을 열었다. 국내 융복합예술의 창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해 추진해온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2월 7일 블루스퀘어에서 <글로벌 컨퍼런스>가 진행되며 행사의 막이 올랐다. <글로벌 컨퍼런스>에는 뉴욕의 다니엘 로진(Daniel Rozin), LA의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서울의 팀보이드 등 서로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더레이터를 맡은 최두은 큐레이터와 다원생중계로 모여 ‘알고리즘, 창조성 그리고 추상’을 주제로 발표, 토론하고, 관객은 홀로스크린 기술로 한 무대에 구현된 컨퍼런스를 관람할 수 있었다. 각각 미디어아트 1세대와 차세대 작가를 대표하는 다니엘 로진과 레픽 아나돌은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다니엘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거울 시리즈를, 레픽은 화려하게 펼쳐진 미디어 파사드 시리즈를 두고 그 기술적 작동 방식을 밝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기계공학도였던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이 2016년 결성한 팀보이드는 그간의 활동을 키워드로 나눠 소개했다. ‘시스템’을 크게 모듈, 프로세스, 툴로 이해하며 각 요소를 작업의 핵심 개념으로 삼아왔음을 밝혔다.



2월 7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다원생중계로 진행된 글로벌 컨퍼런스. 컨퍼런스 참여자들은 반투과형 스크린에 홀로그램 영상을 투과하는 홀로스크린을 활용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무대에 모여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같은 날 우스터그룹 출신의 영상 디렉터 크리스 콘덱과 작가 크리스티안 퀼의 강연도 이뤄졌다. 크리스와 크리스티안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시대 속 인류의 모습을 되짚는 연극을 제작해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죽은 고양이 반등>, <트루 유> 등 지난 작업을 살피고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나갔다. 강연은 독일에서 생중계해 블루스퀘어의 관객과 실시간으로 ‘디지털 시대 예술의 역할’, ‘연극 연출에서 디지털 기술/관객의 개인 정보를 사용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행사는 서울 곳곳에서 전시와 공연, 토크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블루스퀘어에서 7일부터 3일간 열린 쇼케이스에서 감정 API, AI를 이용한 ‘바래+Studio 42’의 <Bloom in (e)Motion>, 3D 스캐너로 작품을 완성한 ‘테크캡슐’의 <21세기 학자의 돌>, AI, AR, VR 등을 활용한 ‘바이 스테레오 그룹’의 <Panoramic Garden>이 발표됐다. 14일 남산 드라마센터에서는 텔레마틱  연 <체인징 타이즈: 지구를 위한 진혼곡>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예술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연주자들이 텔레마틱 기술, 5G, VR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함께 연주했다. 가야금, 장구, 판소리, 피아노, 베이스, 플룻 등 11명의 연주자가 서로 음을 맞추며 지구 온난화의 이상 기온, 해수면 상승과 같이 기후 위기에 놓인 환경의 넋을 기리고, 생명의 순환과 탄생을 기원하는 일종의 굿을 치렀다. 키네틱 로봇과 현미경, 웹캠 등을 활용한 서울예술대 교수 김보슬의 실시간 비주얼 퍼포먼스 장면이 무대 뒤 화면에 띄워져 공연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2019년 아트앤디지털테크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VR 작품 apparat/Us의 <더 존(the zone)>

같은 날 남산융합센터에서는 고이즈미 메이로와 김희천이 초청 작품을 공개했다.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는 VR 작품 <프로메테우스 연구>를 선보이고, 관객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희천은 렉쳐 퍼포먼스 <점점 커지는 상자>를 진행해 천체투영, AR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역사를 되짚었다. 완전히 암전된 공간에서 목소리만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진화의 감각을 관객과 공유했다. 그 밖에도 성수아트홀, 방배사이길, 서울혁신파크 등에서 AI, 프로젝터 맵핑, 광물질 BIO 기술, DApp 플랫폼 기술 등 다양한 과학 기술을 적용한 작품이 폭넓게 소개됐다.
오늘날 과학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부터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여느 분야처럼 예술은 기술과 결합해 색다른 길을 모색한다. 컨퍼런스와 강연, 토크 프로그램 등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눴던 작가들은 대체로 예술과 기술 간의 발전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대체로 비슷한 맥락의 답변을 내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도 전문가가 아니므로 기술의 미래는 짐작할 수 없다. 생각할 틈조차 없이 또 다른 기술이 개발되면서 불안이 가중되지만, 기술 발전이 초래할 결과는 긍정적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기술의 힘으로 예술이 더 효과적인 말을 건네듯, 예술은 기술 환경을 비평하는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분야 간 경계를 허물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여한 세 작가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이를 이해하기조차 매우 어렵고 도전적인 일”이라 입을 모아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예술과 기술을 가로질러 활동하는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스스로도 벽히 이해할 순 없지만, 그저 기술에 크게 영감을 받았고, 운명처럼 기술로 작업하고 있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기술을 다뤄 나갈 것이다." 융복합예술을 둘러싼 시도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살피며 발전을 도모하는 <#Platform@Digital Revolution>. 앞으로도 함께 비전을 주고받으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자리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리얼타임 인터랙티브 퍼포먼스 <From Science to Silence>_서울예대 영상학부 방송영상전공 고주원 교수가 연출을, 공연학부 무용전공 안애순 교수가 안무를 맡았다.

<#Platform@Digital Revolution>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융복합예술을 발굴하고 그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성과 공유회를 개최해왔다. AI, AR, VR, 5G 등 4차 산업의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을 다루되 단순히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혁신과 개발에 도전하는 예술가를 찾는다. 올해 행사는 성과 발표의 상투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Posted by 김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