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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안과 밖의 풍경

2019.12.23 17:39

해외 미디어아티스트 2명이 참여한 <리,제너레이션>은 인간의 보다 능동적인 기술 사용을 촉구한다. / 조현대 기자



야스퍼 판 루넌 <Esper> VR 설치, VR 헤드셋, 60개의 카메라 2019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기술은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 영향이란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것이며, 또 인간은 이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가? SK 서린동 사옥 4층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린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2019: 리,제너레이션(Nabi Artist Residency 2019: Re,generation)>(11. 7~12. 13)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미디어아티스트 2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야스퍼 판 루넌(Jasper van Loenen)과 에스토니아 출신의 티모 토츠(Timo Toots)가 그 주인공. 판 루넌은 네덜란드 미디어아트 전문기관 ‘V2_’와의 작가 교류 프로그램, 토츠는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이들은 올해로 4번째 진행되는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2019>에 참여하며 한국에서 약 2개월가량 체류, 작품을 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가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야스퍼 판 루넌 <Esper> VR 설치, VR 헤드셋, 60개의 카메라 2019
_작가는 작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온라인으로 구매해야 하는 네덜란드와 달리 작품 제작 당시 을지로 청계천 등지에서 직접 장비를 살펴보고 구매하며 한국 미디어아트 제작 환경을 부러워했다.

스마트폰은 최소화된 하드웨어 속에 개인이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다시 말해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로 가득한 디바이스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를 차지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가권력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디지털 범죄 예방 등 긍정적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민간을 검열하는 장치로 오용될 가능성 또한 상존한다. 티모 토츠는 이러한 ‘디지털 감시’에 대한 리서치를 오랜 기간 지속해 왔다. 작가는 에스토니아의 신분 증명 정책이 개인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수집하고 유용하는지 비판적으로 접근한 <MEMOPOL-1>(2010), 국제적으로 신원을 보장하는 여권과 관련해 ‘빅 브라더’의 권력적 시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MEMOPOL-2>(2012)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MEMOPOL-3>는 연작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 수집 기술을 연구하고 업데이트한 결과물이다. 작품은 정보 수집 장치를 통해 관객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임시로 추출한다. 이어 추출된 정보를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석해 영상의 형태로 제시한다. 이번 버전에서 작가는 “특히 한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에 저장된 데이터를 주로 활용해 지역적 특수성을 드러냈다.



티모 토츠 <MEMOPOL-3> 인터렉티브 설치 2018~19

야스퍼 판 루넌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짚어낸다. VR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무심코 지나친 주변과 타인을 다시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 작가는 전시장 옆 카페에 설치한 총 60개의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가상현실의 공간으로 불러온다. 관객은 전시장으로 걸어 들어오며 지나온 카페가 어떤 구조를 취하고 있는지,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볼 수 있다. 한편 작가는 “기존의 VR 작품들이 관객을 디지털 그래픽으로 창안한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을 통해 VR 기술을 우리의 진짜 물질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매개체로 활용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티모 토츠 <MEMOPOL-3> 인터렉티브 설치 2018~19

두 작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전시의 주요 전략으로 인터랙티브적 요소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정유진 큐레이터는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데에 있어 자신의 활동이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것처럼 기술을 그저 수용하지 않고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전시는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편의의 이면에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며, 이미 도래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간이 단순한 기술 사용자가 아닌 보다 능동적인 역할의 주체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Posted by 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