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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건축가

2019.09.17 13:43

심소미, 이종우 기획의 <리얼-리얼시티>전은 건축가 故 이종호의 유산을 동시대 미술작품과 아카이빙으로 살핀다. / 홍 이 지
 


METAA(우의정, 이상진) <마로니에 파빌리온> 강관과 아크릴 구조물 450×900×450cm 2019

<리얼-리얼시티>(7. 12~8. 25 아르코미술관)전은 1990년대 이후 도시와 사회, 그리고 일상과 현실을 매개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행동하는 건축가’ 故 이종호(1957~2014)가 남긴 질문과 그의 유산을 다양한 형식으로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전시는 이종호의 건축 아카이브와 도큐멘테이션뿐만 아니라 총 18명(팀)의 예술가 건축가 영화감독 문화기획자 등이 제작한 디자인 리서치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의 실천으로 연결 지어 살펴본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으로, 이종호 건축가의 유작인 마로니에 공원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 전관에서 진행되었으며, 건축과 미술의 접점에서 전시를 매개로 도시 공간을 연구해 온 심소미 큐레이터와 건축 연구자 이종우가 기획을 맡았다.
 


리얼시티 프로젝트 <그린벨트> 리서치 프로젝트 가변크기 2019_5명의 건축가와 20여 명의 건축학도가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조사한 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물을 공개했다.

이 전시는 이종호의 발자취를 따라가지만, 회고전이나 추모전의 형식을 지양한다. 두 기획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간 전국을 돌며 건축가 연구자 예술가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건축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실천적 면모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는 최고은 일상의실천 김무영 정재호 등 ‘건축과 도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이어받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함께, 이종호의 유작이 되어 버린 ‘마로니에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기억하며 그와 건축사무소 메타(METAA)에서 함께한 건축가 우의정과 이상진이 <마로니에 파빌리온>(2019)을, 그리고 리슨투더시티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와 함께 청계천 도시 재생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청계천 아틀라스: 메이커시티>(2019)를 통해 그가 남긴 물리적인 발자취를 추적한다. 또한 후배 건축가 황지은의 <세운캠퍼스 프로젝트>(2019)와 리얼시티 프로젝트의 <그린벨트>(2019)는 故 이종호가 살아생전 몰두했던 리서치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이들의 현재의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건축과 개인을 매개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보여 준다.



김재경 <Facade 신월6동> <잠실시영아파트> <동생들이 사라졌어>
3채널 비디오, 무한루프 가변크기 1999~2012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은 1층에 위치한 이종호의 <아카이브룸>으로, 과거 그가 진행했던 건축 프로젝트의 기록을 담은 원본 자료와 사진, 메모 등의 2차 자료들로 구성되었다. <리얼-리얼시티>는 이종호가 없는 이종호의 전시였지만, 이종호가 남긴 아카이브 작품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이종호의 글 <확실하지 않은 언어들-근대와 현대>에서 그는 근대와 현대의 구분과 차이, 그리고 근·현대를 구분 짓는 시도들에 대해 언급하며, 미세한 차이에 의해 미끄러지는 의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차이에 의해 점점 우리가 사는 현재의 실재가 규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두 기획자는 ‘이종호가 드러나지 않고도 잘 드러나는 전시’로 구현되길 바랐다. 이종호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이번 전시가 건축과 미술을 종횡하는 실천적 면모에 주목한 기획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종호가 부재하지만 드러난다는 것은 그와 그의 유산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그와 그가 남긴 연대에 공감하고, 끝나지 않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서로 다른 현재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