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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만다라'로 가는 길

2019.08.21 14:41

화가 권훈칠 15주기 추모전 <만다라로 오기까지>(8. 30~9. 8 갤러리도올, 한벽원갤러리)가 열린다. / 선산 기자



<흑색만다라> 카드보드에 아크릴릭 85×170cm 2002

권훈칠 추모전에는 초기의 추상작품에서부터 <민화> 시리즈, 말년의 <만다라> 시리즈, 그리고 수채화 파스텔 드로잉 등 70여 점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권훈칠은 청년시절 국전 국무총리상과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화가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세상살이와 거리들 두고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보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본격적인 개인전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 아쉬움이 사후의 유작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선화랑에서 첫 유작전이 열려 권훈칠 예술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마당이 마련되었다. 2008년 고향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유작전 <탈접점의 미학>이, 2009년에는 갤러리도올에서 작고 5주기 추모 출판기념전을 열었다.



<심문(心紋)> 카드보드에 아크릴릭 40×40cm 2000

권훈칠의 작품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1970~90년대의 추상작품이다. 1970년대에는 긴장감 도는 삼각형의 견고한 구축적 형태와 다양한 균열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회화적인 것과 선적(linear)인 것, 인위와 우연이 공존하는 화면이다. 이러한 대립적 조형 요소의 병치는 말년에까지 그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테레핀 오일을 묽게 탄 물감을 캔버스에 흘리는 기법으로 전환했다. 화면 가득 물감을 흘려 몽환적인 앵플라맹스의 풍경을 연출한다. 1990년대에는 물감을 흘린 후 그 위에 다시 채색을 가미하거나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부분적으로 번짐 효과를 달리하는 등 화면 안에 다양한 뉘앙스로 서로 다른 구성의 층위를 만들어 나갔다. 둘째, <민화> 시리즈다. 1980년대부터 불로초 고사리 연꽃 등을 소재로 한 구상작품을 병행했다. 그는 고가구나 보자기 등에 담긴 우리 전통의 미감에 눈길을 돌렸다. <민화> 시리즈를 통해 정신세계로서의 빛과 색채에 대한 탐구를 지속했다. 셋째, <만다라> 연작이다. 권훈칠의 <만다라>는 전통 형식을 여지없이 깨고 크고 작은 기하적 형태로 단순화한 것이다. 한지를 붙이고 채색을 입힌 후 한지의 결 흔적을 얹힌 카드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후 다시 조합하여 화면을 조성한다. ‘그리는’ 작업이라기보다 화면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만드는’ 창작 행위이다. 넷째, 빼어난 묘사력이 돋보이는 구상작품이다. 유채 수채 파스텔 등으로 풍경 정물 인물을 남겼다. 풍경화는 햇빛을 듬뿍 머금은 듯 화사한 색채와 군더더기 없는 시원한 구도가 매력이다.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연속적인 색채를 하나하나 ‘채집’하는 꼼꼼한 세필 묘사가 특징이다.



<꽃> 카드보드에 아크릴릭 72×50cm 1993

권훈칠은 구상과 추상, 형상과 비형상을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자유로운 창작을 이어갔다. 그는 말한다. “내가 그리는 그 무엇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고 알기 시작한 세상 또는 자연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나타낸 것이다.” “그린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의 즐거움이다.”



권훈칠 / 1948년 경남 울주 태생. 미술특기생으로 경남고에 입학.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 졸업. 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 국전 국무총리상, 문교부장관상 수상, 국전 추천작가 역임.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국회사무처 등에 작품 소장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