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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뜻밖의 궤도

2019.08.13 13:19

젊은 작가 1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Summer Love>(7. 7~9. 28)는 끊임없이 매체를 확장하는 동시대 예술의 특징을 흥미롭게 포착한다. 참여작가는 2017~2019년 사이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던 주인공이다. 전시의 출품작은 ‘설치’로 압축 요약되는 제작 및 전시 방식을 공유한다. 작품의 다채로운 양상을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며 살핀다. / 조현대 기자
 


박희자 <탄생·스튜디오> 잉크젯 월페이퍼 프린트, 스탠드 조명, VR(박동균) 가변크기 2019

동시대미술은 모든 매체의 예술을 먹어 삼킨다. ‘시각에 의한 예술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Summer Love : 송은아트큐브 그룹전>(7. 7~9. 28)은 이러한 동시대미술의 경향을 잘 드러낸다. 출품작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미술의 범주에서 다뤄지는 매체를 총망라한다. 심지어 게임과 같은 낯선 포맷을 미술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많은 작업이 ‘설치’의 개념과 형식을 적절히 뒤섞어 활용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Summer Love>는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되었던 젊은 작가를 위한 그룹전이다. 2015년과 2017년 여름에 같은 제목으로 두 차례 전시가 열렸다. 올해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가졌거나 예정 중인 작가 16명이 참여한다. 전시는 송은아트스페이스의 2층부터 4층까지 전관을 활용한다. 2층 첫 전시장은 김준명의 도시 속 사물을 세라믹으로 제작한 도예 조각 <투쟁의 증거들(영역 표시)>와 구은정의 오브제 설치 <뜻밖의 궤도>가 관객을 맞는다. 김준명은 배치의 질서와 맥락을 흐트러뜨리며 도예의 전통적 전시 방식을 거부하고, 구은정은 퍼포먼스 개입을 통해 유동적인 설치 과정을 드러낸다.



김지선 <Blue Sky> 캔버스에 유채 145.5×112.2cm

일반적인 전시공간과 전시의 구성과는 다른 경계에 놓인 작품도 눈에 띈다. 이병찬의 키네틱 비닐 조각 <CREATURE, LED, LED RGB>와 기민정의 건물 안팎의 분리를 해체하는 장소특정적 드로잉 <조용해서, 유리를 문지르고>는 각각 3층 브릿지와 계단 통로에 설치되었다. 이를 통해 특정한 ‘장소’로서 전시에서 설치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두 명의 회화작가 김지선과 이채은은 또 다른 장소를 이곳으로 소환하며 전시의 공간적 특성을 부각한다. 모두 송은아트큐브에서 선보인 작품과 연속선에 있는 작품이다. 송은아트큐브와 스페이스, 전시와 전시 사이의 관계와 공백을 드러내며, 회화의 화면뿐 아니라, 회화가 ‘벽에 걸려 있는’ 상태를 주목한다.



이정우 <못된소, 독한별> 싱크로나이즈드 2채널 영상 13분 41초 2019

4층에는 주로 사진과 영상을 살펴볼 수 있다. 도시 속 인공 자연을 포착한 양승원의 <Uncommon Spot>, 거주 공간 곳곳에서 폴리우레탄 폼이 증식해나가는 장면을 촬영한 유영진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속 순간들을 뒤돌아본다. 박희자는 전시장 내에 작은 스튜디오를 조성하고, 동료 박동균과 협업했다. 작품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공간과 인물을 데려다 놓으며 매개자로서 작가의 태도와 방식을 강조한다. 3명의 영상 작가는 현대의 사회 구조가 서로 맞물려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 준다. 신이피의 <눈먼 시계공 제이>는 인물 동물 사물 등 도시 속 ‘생물체’들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고찰한다. 갈등과 대립을 소싸움 장면으로 치환한 이정우의 <못된소 독한별>은 비디오와 사운드의 채널을 분리시켜 버리는 복잡한 설치를 통해 관람의 방식에서도 갈등을 유발시킨다. 오제성의 <Summer Love>는 집주인 세입자 청소용역 성주신 등 네 명의 등장인물이 각기 다른 ‘집’에 대한 욕망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승원 <Uncommon Spot #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40×260cm 2019

이주원 한상아 황문정은 작품에 작가 자신이나 상상적 인물을 등장시킨다. 이주원의 <연해주에서 온 편지>는 ‘이두현’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꾸며낸 다큐멘터리 자료와 작품을 전시했다.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서사를 통해 기록된 역사의 맹점을 드러낸다. 한상아의 <낯선 무늬>는 결혼과 출산 이후 변화한 자신의 신체와 주변 환경에 반응한 자화상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그려낸다. 황문정의 <그레이트 아티스트 메이커>는 해외 단기 레지던시에 참여한 소회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태를 빌어 유쾌하게 풀어낸다. 작가 자신을 직접 게임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관객에게 작가로서 생존하기 위한 과정을 경험케 한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송기철의 <최악의 방향을 향하여>는 스포트라이트 4개가 어두운 공간 속을 유영한다.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삼지만 끝내 동일한 궤적을 그리지 못하며, 충족되지 않는 충동을 은유한다.



황문정 <그레이트 아티스트 메이커> 컴퓨터게임(데모 버전) 2019

Posted by 조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