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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공연을 비틀다

2019.03.11 12:09

공연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극중극 구조로 오늘날 공연, 극장, 관객 개념을 고찰한다. / 이현 기자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무대 전경 

디오라마비방씨어터(Diorama Vivant Theatre)와 미술평론가 겸 독립큐레이터 김정현이 공동 제작한 공연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1. 25~27 플랫폼-엘컨템포러리아트센터)(이하 스케이트)은 오픈 전 하나의 시놉시스를 배포했다. “어느 날 마을 산책을 하던 ‘유승’은 얼어붙은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신나는 기분에 덩달아 얼음판에 올라선 유승은 누군가와 충돌하여 스케이트 날에 긁힌 상처를 입게 된다. 한편, 대도시의 시민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구토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 외부와의 물리적 접촉 없이 감수성만으로 감염되는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알레고르기(Allegorgy)’라고 명명된다.”
 


시놉시스와 함께 배포된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포스터

하지만 유승의 부상과 알레고르기라는 재난의 이중 구조를 숙지한 관객의 눈앞에 90여 분간 펼쳐진 공연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본 공연의 줄거리는 <스케이트>라는 제목의 연극이 열리는 가상의 극장 디오라마비방씨어터를 배경으로,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의 움직임을 따라 펼쳐졌다. 연극 <스케이트>를 보려는 (배우)관객을, (실제)관객이 지켜보는 동명의 공연이라는 복잡한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제작자는 이를 위해 플랫폼-엘컨템포러리의 공연장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 백스테이지가 없는 공연장은 배우와 관객이 동일한 문을 사용하면서 모든 이들의 동선이 무대에 그대로 노출된다. 관객의 시점에서 왼쪽에 출입구가 있고 오른쪽 문밖에 출연진 대기실이 배치된다. 작품은 극장 로비를 주무대로 삼아 출입구를 관객과 배우가 입장하는 곳, 대기실을 연극이 상연되는 공연장으로 설정했다. 사전 공개된 시놉시스를 따라 진행되는 연극 <스케이트>는 오른쪽 문 너머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로만 인지할 수 있다.  

공연은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장으로 사라지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관람을 견디지 못하고 로비에 돌아온 관객 4명이 폭설로 극장에 갇히면서 분위기는 점차 고조된다. 극중 바이러스 알레고르기의 증상인 구토에 시달리던 이들은, 극장의 조명기를 떼어 냉기를 녹이거나 티켓 박스를 중심으로 각종 사운드, 연기, 조명 효과를 사용해 기이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로비에서 또 다른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공연 모습

알레고리(Allegory)와 알레르기(Allergy)를 합성한 조어 알레고르기는 공연을 매개로 퍼지는 전염병을 의미한다. 외부 세계를 차단한 채 블랙박스 공연장에 한시적으로 구축된 무대는 얼어붙은 강처럼 단단하지만, 언제 녹을지 모르기에 불안정한 안정감을 지닌다. 지나친 감수성, 환영, 수사 등으로 버무려진 공연은 한 편의 재난과 같다. <스케이트>는 이러한 상황에 슬랩스틱 코미디로 대응한다. 서로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두 무대를 스케이트 날처럼 날카롭게 가로지르며, 무빙이미지 시대 공연과 무대, 관객의 개념을 다시 묻는다.
 


배우들은 티켓박스를 중심으로 기이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Posted by Art In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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