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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오늘의 ‘장인정신’을 찾아서

2019.02.13 10:18

오늘의 ‘장인정신’을 찾아서

우란문화재단 개관 축제의 두 번째 기획전 <전환상상>이 열렸다. 미술과 공예, 디자인 가구를 함께 놓고 ‘장인 정신’의 동시대적 의미를 탐색한다. / 김재석 편집장
 


우란1경 전시실에서 열린 <전환상상> 전경. 전시는 근대화 및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화문석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긴 시간 전통을 지켜 온 장인에 주목한다.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전은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것인가’라는 익숙한, 그래서 조금은 뻔한 질문이 아니라, 전통과 동시대의 삶 나아가 동시대미술이 전통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지난해 10월, 성수동에 문을 연 재단 건물 1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장 ‘우란1경 전시실’은 전통 공예품이 동시대 창작물과 함께 위계 없이 놓인 장면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 재단은 지난해 첫 전시 <몸소>에서 조선시대 궁중무용 중 독무인 ‘춘앵전’을 개인과 움직임이라는 주제로 살폈다. 강서경(설치), 김상돈(설치, 사진) 김영일(사진), 박미나(회화), 박정은(현대음악), 신제현(영상퍼포먼스), 뮌(영상), 제로랩(아카이브) 총 8명(팀)은 춘앵전의 특징적 요소에 조응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두 번째 기획전 <전환상상>(1. 9~2. 9 우란1경 전시실)에서는 전통 공예품인 화문석과 왕골 공예를 호출한다. 화문석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현대화 서구화되고, 다른 소재로 만든 제품이 대체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전시는 그러한 화문석의 옛 ‘영광’을 억지스럽게 회상하거나 현재의 위치를 애처로워 하지 않는다. 그보다 지금까지 장인의 손과 손으로 명맥을 이어 온 아름다운 공예품의 조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살아남은 것’의 가치와 의미를 질문한다. “전통이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 생활과 함께 이어져 온 가치임을 깨닫고, 전통을 상징하는 공예를 생활 속 도구뿐만 아니라 예술적 기능으로서의 공예성으로 바라보는 확장된 시각을 견지한다”는 의도다. 전시에는 권용주(설치), 김민수(공예), 서정화(공예/가구디자인), 이희인(영상), 전보경(영상), 조혜진(설치)이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과 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이수자인 박순덕 장인이  만든 공예품이 관객을 맞는다.
 


조혜진 <바닥풍경> 디지털이미지 2018_전시는 권용주, 김민수, 서정화, 이희인, 전보경, 조혜진, 박순덕(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이수자)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전환상상>전은 크게 세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머리와 손의 합치’에서는 공예를 통해 예술과 노동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둘째 ‘삶의 예술화’는 장인들의 일대기를 통해 예술과 삶의 결합을 지속해 온 장인 정신을 살펴본다. 셋째 ‘계승의 방법’은 현대 공예가들이 재해석한 공예 작품을 통해 전통을 오늘의 시간으로 이어갈 방법을 모색한다. 전시는 참여작가를 전통 장인, 시각 예술가, 현대 공예가라는 직종으로 구분 짓지 않고, 이들을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그들을 부드럽게 묶어주는 개념인 ‘장인 정신’은 곧, 만드는 일의 즐거움이다. 기획자는 장인을 “별다른 보상이 없어도 일 자체에서 깊은 보람을 느끼고 별다른 이유 없이도 세심하고 까다롭게 일하는 인간”이라 설명하는데, 전시 출품작에서 ‘장인 정신’이라는 추상적 주제는 개별 작품에 담긴 주인공의 서사와 그 작업을 만들어 낸 작가(장인)의 서사와 묘하게 중첩된다.
 


전보경 <신사의 품격> 비디오 2018

예를 들어, 전통적 방식으로 수공하는 사람을 주목해 온 전보경의 영상작품 <신사의 품격>은 인천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최 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 속 최 씨의 노동 과정과 장인의 철학을 따라가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편집해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작가의 ‘노동’을 함께 상상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Posted by 김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