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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오픈 플랫폼

2019.02.12 17:04

번역, 오픈 플랫폼

‘호랑이의 도약’은 번역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젊은 이론가에게 번역의 기회를 제공하고 텍스트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예술 담론의 열린 공유지를 상상한다. / 이현 기자
 


‘호랑이의 도약’ 홈페이지. 디자이너 배민기가 웹사이트, 호랑이 캐릭터, 로고 등을 제작했다.

동시대 예술 담론 번역 웹사이트 ‘호랑이의 도약(www.tigersprung.org)’이 1월 1일 오픈했다.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연구자 등 다양한 주체와 협업해 해외에서 생산되는 아티클, 평론, 학술논문 등을 번역,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출판사에서 종이 매체로 발행하는 번역서와 다르게 온라인에만 텍스트가 공개되며, 특정한 자격 조건 없이 누구나 번역에 참여할 수 있다. ‘호랑이의 도약’이라는 이름은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에서 인용했다. “역사는 구원의 대상이며, 이때 구성의 장소는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지금 시간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 유행은 과거 속으로 뛰어드는 호랑이의 도약이다.” 과거 특정한 사건의 현재화를 의미하는 이 개념을 따라, 이곳에 번역된 텍스트가 동시대와 공명하기를 기대한다.
운영자 이양헌은 번역서에 비해 짧은 아티클과 비평, 대담 등의 번역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다고 판단해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시던시에 입주하던 당시 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같은 해 6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윤원화, 안대웅와 함께 번역에 대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의 지원을 받아 30여 명의 이론가와 함께 다양한 텍스트 번역을 진행 중이다. 이론가에게는  소정의 번역료와 크레딧을 제공하고 텍스트를 무료로 개방하면서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젊은 이론가의 적극적인 협업을 이끌면서 이들에게 다양한 번역의 기회를 제공하고, 연구자로서 정체성을 가시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텍스트의 원저자를 강조하는 대신 번역자의 정보만 기재하는 구성으로 젊은 이론가를 향한 주목도를 높인다.
 


제레미 델러 <오그리브 전투> 퍼포먼스 2001_정강산이 번역한 클레어 비숍의 <사회적 전환: 협업과 그 불만들>에 삽입된 도판

‘호랑이의 도약’은 1980년대 후반 평론가 이영철이 엮은 《현대미술비평 30선》과 같은 앤솔로지, 미술비평연구회 멤버들이 간헐적으로 소개한 예술/문화이론들, 2000년대 윤난지 교수를 중심으로 현대미술포럼이 간행한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연작 등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았다. 과거에는 단행본 출판이라는 방식으로 번역서를 유통한 것과 달리, 급속도로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대응해 웹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e-flux》처럼 자유로운 시공간을 바탕으로 더욱더 많은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유지를 상상한다.
이양헌은 “이전 세대 번역이 일종의 ‘시차’를 줄이기 위한 열망이었다면, 현재는 구미의 담론을 하나의 캐논으로 설정하는 대신 각각의 지역성에 얽힌 분화된 시간과 그에 기반한 담론의 순환, 생성에 가깝다고 본다. 오늘날 젊은 이론가들도 서구의 이론을 단순히 권위적으로 수용,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좀 더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호랑이의 도약’은 필립 로젠, 장 뤽 낭시, 더글라스 크림프, 도나 해러웨이의 텍스트를 포함한 번역물 20여 개를 공개한다. 이외에도 번역과 예술 이론에 대한 심포지엄을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Posted by 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