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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표징, 자전의 예술

2019.02.12 10:48

분단의 표징, 자전의 예술

원로화가 이동표(李東杓) 화백이 개인전 <달에 비친>(2018. 10. 19~12. 2)을 열었다. 김종영미술관이 2010년 개관 이래 매년 가을에 개최해 온 원로작가 초대전의 일환이었다. 이번 개인전에는 1990년대부터 근자에 이르기까지 제작한 총 33점의 작품을 소개했다. 실향민 화가가 실현해 낸 자전(自傳)의 그림, 그 아픔과 희망…. / 김복기 대표
 


<어머니> 목판에 아크릴릭 유채 170.2×90cm 1997

이동표 화백은 1932년 황해도 벽성에서 태어나 6.25때 월남한 실향민. 그는 1948년 해주예술전문학교에 입학해 회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이 학교는 1946년 해주시예술동맹이 설립해, 박성환 곽흥모 박항섭 민병제 등이 교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이 화백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이어졌다. 1.4후퇴 때 남으로 내려와 미군부대에서 초상화가, 삽화 담당 요원으로 근무하는가 하면, 군 제대 이후에는 호남비료 기획실에서 미술요원으로 근무했다. 1971년에 퇴직한 이후에는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전업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 왔다. 1970년 서울가톨릭미술가협회 창립전에 가담하면서 화단의 중심으로 진입했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그는 일생 동안 잃어버린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았다. 1982년 제1회 개인전에는 가톨릭교회나 성상, 봉산탈춤 같은 민속적 소재를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그려 냈다. 당시 미술평론가 이경성은 “강한 선으로 대상의 윤곽을 설정하고, 중후한 마티에르로 형성된 화면의 조형효과는 엄숙한 정신미가 감돈다”고 평가했다. 이동표 예술은 일찍부터 여인좌상으로 대표되는 국전 양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거나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을 모티프로 삼으면서도, 그 배경에는 고향 땅에서 불러낸 기억의 편린들을 화면에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설사 작은 화면에서조차도 개인사와 민족사가 중첩되는 서사적 내용의 큰 구도를 구사했다.
 


<통일이다. 고향가자.> 캔버스에 아크릴릭 268.5×194cm 2015

이 화백은 일생 동안 어머니의 모습을 줄기차게 그려 왔다. 어머니는 그를 낳자마자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의 젖동냥으로 자랐다. 지난 1994년에는 <어머니 초혼 고양리전>을 열었다. “평생을 어머니 모습을 찾아 그려 온 내가 이순이 다 되어 그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찾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영혼이 지금도 고향 하늘 아래 어딘가에 계실 것이다. 그 혼을 어떤 방법으로든 모셔와, 못다 한 효를 예술로나마 대신하려고 했다.” 이때 이 화백의 존재가 마침내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평면과 입체 작품 30여 점. 마을 뒷산에서 주운 북한 삐라 300여 장을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그림이 있는가 하면, 5m에 이르는 사다리 같은 구조물에 하늘로 승천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여러 장면으로 그려 넣은 설치작품도 제작했으며, 300호 대형 화면에 10분간의 행위미술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 이 화백의 작품은 변화하고 있다. 그의 시선은 개인사의 아픔과 더불어 사회, 국가, 민족, 인류 공동체의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연민과 회한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통일이라는 희망의 천사로, 절망을 구원하는 여신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그림에 문자 구호를 덧붙임으로써 시각적 형상에 문학적 서술성을 가미하고 있다. 그 구호는 화가의 지난한 삶을 지탱해 온 절박한 일상의 언어들이다.
“고향에 가야한다. 어두운 절벽 속이라도…” “통일이다. 고향가자”. 그 구호는 분단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환경 문제로까지 뻗어나간다.
이 화백은 올해 미수를 맞았다. 굴곡의 삶을 헤쳐 온 노화가의 꿈은 참 소박하다. “평생을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려 왔다. 혼자의 바람을 한풀이하듯이 그림으로 쏟아 냈다. 여한이 없다. 미수를 맞았으니, 제대로 된 화집 한 권 만들어 냈으면 좋겠는데….”
 

이동표 / 1932년 황해도 벽성 출생. 해주예술학교 미술과에서 회화 전공. 파리국립미술학교 연수. 한국과 독일에서 개인전 22회 개최. 서울가톨릭미술가협회, 한국신구상회, 이형회 회원으로 활동. <평화의 꽃이 피다> <인천세계평화미술제> <경기도의 힘> 등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 출품. 조선일보사 제정 제1회 조일광고상 회화상 수상. 경기도예술상 미술부문 대상, 한국가톨릭미술상 본상 수상. 현재 경기도 양평에 거주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