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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의 새 얼굴

2019.01.29 04:25

사진예술의 새 얼굴

사진작가 신혜지의 개인전 <Heji Shin>(2018. 12. 8~2. 3 쿤스트할레 취리히)이 열렸다. 그는 패션사진과 ‘덜 상업적인’ 미술사진의 중간에 있는 작품을 제작해 왔다. 작업을 관통하는 테마는 섹스, 생명, 현대적 삶과 타인과의 친밀성이다. / 김재석 편집장
 


<Kanye II> 2018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사진작가 신혜지. 그의 이름 석 자를 선명히 각인한 이미지는 미국 패션 브랜드 에카우스 라타의 SS17의 캠페인이었다. 브랜드의 중성적인 의상을 걸친 남녀, 남남, 여여 커플이 실제로 섹스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으로, 얄궂게도 성기에만 모자이크 처리를 해 놨다. 패션계가 성표현 수위를 조절하며 마케팅 효과를 누려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신혜지의 사진에는 패션사진의 호들갑은 적당히 억압되어 있었다. 프레임에는 멜랑콜리한 정서가 강하게 아른거렸다. 두 연인 사이의 성관계를 염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들과 함께 물리적 정신적 친밀성의 행위에 누군가를 적극 동참시키는 듯한 권유의 느낌도 강했다. 이 작업으로 한바탕 소동처럼 세계적 유명세를 치르긴 했지만, 다른 작업에서도 작가 특유의 사진적 ‘시선’이 잘 드러난다.
 


<XRay> 2018

신혜지의 작업은 기존 사진의 장르적 문법을 ‘클리셰’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가 발생한다. 익숙해서 눈이 한 번 더 가는 것이랄까. 2015년에 발표한 연작 <#lonelygirl>은 원숭이가 페티시 물건들을 ‘인간처럼’ 손에 쥐고 있는 장면을 패션사진의 관습을 적용해 촬영했다. 이 원숭이 사진은 미술과 패션사진을 특집으로 다룬 2016년 5월호 《아트포럼》의 표지를 차지하기도. 에카우스 라타의 캠페인 사진이 포르노그래피와 다름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작 <Men Photographing Men>에서도 포르노그래피의 시각적 특징과 내러티브를 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발기한 남성의 신체에 (남성기를 상징하는) 노란 뱀이 돌돌 말려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섹스라는 주제 혹은 코드가 ‘탄생’이란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Babies> 연작도 쉬이 예상 가능한 작업인 셈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하지만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내민, 태반과 피가 범벅된 아기의 일그러진 얼굴은 괴생명체에 가깝다. 그 장면에 모성이나 출생의 신비 같은 수사가 통할 리 없다. 
작가의 첫 기관 개인전이 쿤스트할레 취리히에서 열렸다. 전시에는 카니예 웨스트의 초상과 자신과 개를 X-레이로 촬영한 자화상을 출품했다. 빌보드 포맷으로 출력한 카니예 웨스트의 초상사진은 국제적 스타 래퍼이자 프로듀서, 자칭 천재 혹은 과대망상증 환자로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문제적 인간, 그의 내면으로 우리를 안내하려는, 혹은 그래 보이는, 한 사진가의 도전이 느껴진다.

신혜지 / 1976년 서울 출생. 함부르크 베를린과 뉴욕에서 활동 중. 쿤스트할레 취리히, 갤러리부홀츠, MEGA재단, 릴파인아츠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032c》 《The Wire》 《Die Welt》 《Interview Magazine》 《Dazed & Confused》 등의 매체와 협업했다.

Posted by 김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