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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말하는 작가 ③ 장두건 * 정지현

2018.10.22 10:41

Art는 10월호 특집에서 작가의 시점으로 한국미술계의 지평을 넓혀 온 주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시 조명했다. 이름하여, <작가는 작가의 작가>. 작가는 전시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가? 한 작가의 조형 방법과 예술정신은 다른 작가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또 다른 관객이자 그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동지가 아닌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작가 매칭’이라는 방법론을 끌어들였다. 총 11명의 작가들이 직접 보내 온 원고를 공개한다.
 

장두건 * 정지현

장두건 <꽃이 있는 정물> 캔버스에 유채 116.6×73cm 2003~07_<삶은 아름다워라!>(6. 12~9. 9 포항시립미술관)전 출품작.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서정적 사실주의 화가로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초헌(草軒) 장두건(1918~2015). 수도승처럼 늘 자연광에서 작업한 그는 자연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빼어난 색채와 엄격한 형태로 화폭 안에 담았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회고전 <삶은 아름다워라!>가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미술관은 장 화백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초헌관’을 마련해 작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있다. 전시에는 회화, 드로잉 90여 점과 아카이브 50여 점을 함께 선보였다.


삶을 위로하는 미술

1년 전, 나는 제13회 ‘장두건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6월, 장두건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과 내 개인전 <그 사람들>이 포항시립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수상작가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막상 미술관의 파란 유리벽을 나란히 덮은 두 전시의 현수막을 발견했을 때는 기쁨과 부담감이 교차했다. 분홍색의 장미로 채워진 장두건 전시의 현수막과 목탄으로 그린 흑백의 작품이 사용된 내 전시의 현수막이 유난히 대조돼 보였다. 이미지도 그렇지만, 전시제목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장두건 화백의 탄생 100주년 전시제목은 <삶은 아름다워라!>였다. 삶이 아름답다니, 제목만 보았을 때는 ‘반어법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 제목은 그가 구순(九旬)을 기념하여 발간한 동명의 전기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초헌 장두건 선생이 작가로 활동하던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이 이어진 엄혹한 시절 아니던가? 일상에서 절망과 좌절이 앞서 있던 나에게 비추어 보자니 ‘삶이 아름답다!’는 그 감탄사는 무척 낯선 것이었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장두건의 작품은 완성 이후에도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거친 것처럼 보였다. 나는 특히 <장미군집> 연작 3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내 작품의 미감과는 다른 작업이지만,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필치에 홀린 듯 바라보았다. 분홍색 영롱한 빛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그저 말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동시대의 수다스러운 회화작품을 보고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 되는 것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작품에는 서정적 사실주의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의 작가적 일면이 잘 드러나 있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림을 감싼 오래된 액자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화려한 문양의 액자와 벗겨진 금박, 소박한 나무액자 등은 전시를 즐기는 묘미를 더해 주었다. 전시장을 나왔을 때, 문득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어졌다. 세상에는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다. 장두건의 작품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하는 작품도 있다. ‘내가 은연중에 우울하고 부정적인 시선만이 진리라고 믿어왔던 건 아닐까?’ 힘든 시절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낸 장두건의 작품을 보면서, 나의 삶과 작업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움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정지현 / 1984년생.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종이와 목탄을 사용해 사회적 정치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구상 작업을 이어 왔다. 2017년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로 개인전 <그 사람들>을 개최했고, 2018년 단원미술제 대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