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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언패킹 에고展

2018.10.08 17:54

세상을 보는 두 시선

언패킹 에고展 9. 10~10. 26 스페이스K

 

로버트 프라이 <Lost Men Study 1> 캔버스에 혼합재료 190×160cm 2018

스페이스K에서 열린 <언패킹 에고(Unpacking Ego)>전은 두 화가의 낯선 만남을 시도한다. 영국작가 로버트 프라이(Robert Fry, 1980년생)와 미국 태생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케이시맥키(Casey Mckee, 1976년생)가 그 주인공.
로버트 프라이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남성 형상은 원시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들은 화면 좌우에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으로 마주 보며 서 있거나, 상형문자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다. 주황과 보라, 핑크와 갈색 등이 주를 이루는 색감은 내면 깊숙이 침전된 멜랑콜리한 감정을 전한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작가의 개인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의 작품은 종종 자화상으로 해석된다. 수많은 드로잉으로 완성된 남성 형상을 통해 심리적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이번 전시에 첫선을 보이는 신작에서도 작가 특유의 ‘남성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는데, 제작방식에 변화를 꾀했다. <로스트 맨(Lost Men)> 연작에서 콜라주 기법을 가미하고, 아크릴과 유채 외에 펠트팁 펜이나 오일 파스텔, 가정용 페인트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것.

 

케이시 맥키 <So the World Won’t Find You> 캔버스에 사진, 유채 130×180cm 2018

로버트 프라이가 불명확한 형상과 거친 표면으로 인간 내면을 시각화한다면, 케이시 맥키는 사실적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동시에 꿈처럼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러한 대비효과는 그 기법에서 출발한다. 캔버스에 흑백 사진을 출력하고 그 위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 맥키는 그동안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외부 환경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리는 현대인의 초상을 포착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해골 얼굴에 양복 입은 신사의 모습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넌지시 비판한 작품과 기계 문명과 SNS 소통을 다룬 신작을 출품했다. 애리조나의 어느 광활한 사막 사진을 배경으로 우주복을 입은 인물이 홀로 등장하는 신작을 보면 SF영화의 익숙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가는 지하에 사는 인류가 거대한 기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E.M. 포스터의 소설 <기계가 멈추다(The Machine Stops)>(1909)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금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경험에 어떤 균열을 가하고자 이 연작을 구상했다고 한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과 표현방식에 있다. 전시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을 둘러싼 내외부의 환경을 함께 성찰해보기를 권한다. 전시를 기획한 황인성 큐레이터는 “견고한 구조체 블록을 서서히 무너뜨림으로써 현대인을 초상하는 두 작가의 시선과 수법은 서로의 ‘결’과 ‘향’을 달리하며 안에서 밖으로 혹은 밖에서 안으로 확장”한다고 설명하면서, “인간 존재의 여러 얼굴 그 면면을 거듭 선회하다 비로소 자신과의 조우로 안착하는 두 작가의 작업 여정이 바로 이번 전시 ‘언패킹 에고’이다”라며 그 주제를 강조한다.

Posted by 김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