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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전나환展

2018.08.31 13:51

저 무지개를 너머
전나환展 7. 6~21 팩토리2
 


<The Q 1>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145.5×102cm 2018

2015년 겨울, 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 진영과 처음 관계를 맺었다. 한국의 게이 인권단체인 ‘친구사이’ 내의 소모임인 지보이스의 합창 연습에 참석하면서였다. 게이클럽과 술집에서는 만날 수 없던 단단한 게이 커뮤니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경험이 되었다. 2016년 가을, 지보이스 정기공연을 처음으로 관람했는데, 몇몇 노래에는 격한 반응을 하기도 했다. 자기 긍정과 위로의 노랫말들이 게이로서 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낸 당사자들의 떨리는 목소리에 실려왔다. 지보이스와의 만남 이후 게이로서의 자긍심이 강화되었고 작품 안에서 나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데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작업 안에서 성소수자성을 추구하는 일이 나에게 제한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성소수자성이 제한적이라는 그 한계를 조금 더 확장시키는 역할을 내가 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상상도 해봤다. 먼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감각과 닿아있는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한국사회 안에서 여전히 가시화가 쉽지 않은 성소수자들의 오랜 과제인 ‘존재 드러내기’와 자긍심(Pride)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상상해봤다. 산보다 더 큰 몸집을 과시하는 사이클로프스(Cyclop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괴물)를 게이 남성에 비유해 그 동세를 팬시하게 그린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작업에 등장시켰다. 사이클로프스의 이미지는 정체성 커밍아웃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다수의 게이 남성들을 겨냥하기 위해 ‘Sexy gay men’을 키워드로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수집한 이미지를 주로 차용했다. 그 작품들을 모은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인 <Bigger than the Mountains!>(2016)였다. 한편으로 몇몇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후원을 목표로 한 전시와 굿즈 제작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단체와의 관계 맺기가 커뮤니티 내부에서 내 작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The Q 2> 캔버스에 색연필, 아크릴릭 145.5×102cm 2018
 

2016년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하 띵동)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에 <Think about LGBTQ Kids>라는 제목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고 띵동을 후원하기 위한 전시를 열었다. 그 전시가 계기가 되어 2017년 초 띵동으로부터 전시 제의를 받았다. 올해 여름, 팩토리2에서 개최된 <Sun, sun, sun here it comes>는 띵동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한 전시로, 첫 협업 전시라는 점과 청소년 성소수자를 구체적인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는 과정의 전시였다. 전시기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선 미술전시를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만들 수 있는지 나부터 확실한 모티베이션이 필요했다. 또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실제 삶을 작업 안으로 가져오기 위해 당사자들과 만나야만 했지만, 스스로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분명하지 않았다.
올해 초 띵동이 모집한 10명의 청소년들과 만나며 2회에 걸쳐 ‘나만의 퀴퍼백 만들기’와 ‘포트레이트 촬영’ 워크숍을 진행했다. 자신들의 언어로 만든 퀴퍼백을 맨 모습을 기념하고 현재의 청소년 성소수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워크숍의 처음 의도는 만족했지만, 촬영된 사진들은 기약 없는 유예 상태로 컴퓨터 드라이브 안에 잠들게 됐다. 기획 애초부터 강조된 청소년 성소수자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띵동의 내규는 그 엄격함만큼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우려하는 아웃팅의 위험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비록 전시에는 초고사양의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을 기반으로 그렸다는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로 10명의 당사자만이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화한 형태의 초상화 작품이 걸렸지만, 제대로 드러내지도 감추지도 못한 그 타협지점을 기점으로 삼아 이후 어떤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할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 전나환


전나환 / 2017년부터 디자이너 이경민, 에디터 김철민과 함께 게이 커뮤니티 내의 HIV/AIDS와 약물 이슈를 다룬 《FLAG paper》를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