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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

2018.07.02 10:06

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
은병수 한강예술공원 총감독
 


은병수 / 한강예술공원 조성사업 총감독, 은카운슬 앤 비움 대표.
제3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09) 총감독, 서울시 신청사 시민청 마스터플래닝 및 시행 총감독, 서울시 전시 예술 공공디자인 총감독 등 역임. 사진: 황정욱

지난 6월, 한강예술공원 조성사업의 총감독 은병수를 만났다. 오는 8월 25일 일반 첫 공개를 앞둔 한강예술공원은 ‘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를 주제로 삼고, 37 작품을 이촌과 여의도 한강공원 등지에서 선보인다. 권오상 김민애 나현 한경우 박기원, 이반 나바로 등 낯익은 미술가부터, 디자인과 공공미술 분야의 유명 작가들이 포진해 있다. 한강예술공원은 한강이 지닌 예술적 잠재성을 극대화하고, 누구나 와서 편히 놀고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목표로 서울시와 중앙 정부가 협력한 사업. 작품의 기능을 강화해 기존 공공미술과 차별화도 시도했다. 과연 한강의 새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작품 설치 준비로 분주한 그를 만나 한강예술공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Art 한강예술공원 조성사업의 배경이 궁금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총감독을 맡게 됐나?
E 2015년 중앙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한강 일대를 예술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내가 이 사업을 처음 접한 시기는 2016년 2월 경이다. 서울시 전시예술 총감독(명예직)을 4년 동안 역임한 인연으로, 서울시 관계자가 해당 사업에 관해 자문해왔다.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2~3개월 정기적으로 자문을 했다. 사업의 기초 개념을 잡았고, 마스터플랜을 짰으며, 이후 시범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프레임을 제시했다. 그러한 과정 중 총감독을 제안받았고, 본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수락하게 됐다.
Art 조금 삐뚤게 보자면, ‘왜 한강에 예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E 사실 한강에 예술을 접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기존의 조형물은 시민들의 호응이 적었고, 몇 가지 시설물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한강은 기본 자원이 좋고 잠재성도 풍성한데, 이러한 예술적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는 자연조건을 활용한 훌륭한 사례가 많지 않은가.
 


심희준, 박수정<한강어선이야기 하나_바다바람> 혼합재료 1,000×1,000cm 2017

Art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공미술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E 용어 사용을 두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 ‘Public Art’는 공공미술, 혹은 공공예술과 비슷한 의미로 번역된다. 다만 나는 공공예술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공공미술’이라고 했을 때, 순수미술에 준해서 조각이나 설치로 한정 짓는 경우가 많다. 나는 공공예술은 작품을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예술공원의 작품 70~80%는 시민들이 작품을 직접 만지고 올라타고 드러누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공공예술은 관람자가 즐기고 교감할 수 있는 대상물이 되어야 한다.
Art 평소 한강을 어떤 곳이라 생각했는가? 
E 한강을 자주 방문했지만, 집중해서 관찰한 적은 드물었다. 서울시의 자문  활동을 하면서 한강 주변 곳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조건은 좋은데 활용이 안 되는 아까운 곳이 많았다. 한강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아름다운 숨은 장소가 훨씬 많다.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한강은 너무 바쁘다. 붐비고, 정신없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도  주변 풍경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기부터 저기까지 열심히 달려서 몇 분 안에 도달하려고 한다. 버스킹을 해도 사람이 많이 모여야 화제가 된다. 치킨도 맥주도 치열하게 먹는다.(웃음) 그런 풍경을  지켜보면서 ‘쉼’이라는 단어를 도출했다. ‘나도 쉬고, 강도 쉰다!’ 이 문장을 염두에 두면서 1년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도 한강예술공원의 핵심은 ‘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쉬고, 강도 쉬어야 한다. 그동안 강을 너무 못살게 굴지 않았나.
 


작년 3, 4월 열린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행사 모습

Art 한강예술공원의 설치작품과  여타 공공예술 작품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E 우선 한강이라는 장소가 특별하다. 이곳의 기후, 강, 주변 풍경, 사람들의 활동 등이 다른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큰 차이점이다. 설치작품이 지닌 기능도 중요한 요소다. 나는 이것을 ‘봄새’와 ‘쓰임새’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도시의 공공조형물은 각각의 봄새가 있지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쓰임새는 부족하다. 강과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편히 쉬며 잠도 잘 수 있는 작품, 그래도 누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공공예술이다.
Art 그러한 ‘쓰임새’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친절한 안내가 필수적이겠다. 
E 공원을 홍보하기 위해 SNS, 서울시의 각종 연계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작품에 관해 잘 알 수 있도록 사이니지(Signage) 디자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Art 그간 디자인계에서 펼친 활동과  한강예술공원 조성사업과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E 나는 산업디자이너로 10년간 활동했다. 전통공예 분야에 집중하다가, 이후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한 전시기획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런 과정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미술 패션 음식 국악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했다. 그래서인지 내게 융합적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의 의뢰가 잦았다.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특정 장르나 분야보다, 얼마나 개념적이고 창의력이 있는가, 실행력이 있는가를 강조해왔다. 이번 공원의 작품도 이런 측면에서 안배가 잘 됐다고 본다.
 

함영훈 <무제(두사람)> 스테인리스 1,000×400cm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2017 전경

Art 공공예술은 작품 설치 전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E 맞다. 공공예술은 관리 소재가 불분명해서 실패한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한강예술공원 조성사업 기간이 종료되면, 보수를 포함한 운영 유지 매뉴얼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들어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인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은 한 달에 몇 번 청소해야 한다, 작품이 손상되면 어떤 부품이 필요하다 등. 작품 관리 문제는 차차 해결해나갈 것이다. 덧붙여, 사업 초반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품을 이촌 반포 난지 뚝섬 등 한강 곳곳으로 옮기려고 했었다. 일종의 움직이는 미술관처럼 작품을 설계해 더 많은 사람이 공공예술을 즐기게 하고 싶었다. 예산 문제로 작품의 ‘순환성’ 개념이 희석됐지만, 향후 서울시에 다시 제안하고 싶다.
Art 8월 25일 일반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다.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E 본 사업의 작품 완성 단계에 있다. 작품 설치를 위한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다. 
Art 감독으로서의 한강예술공원의 성공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궁금하다.
E 잔잔하게 회자됐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시간이 흘러도 공원을 계속 방문해서 작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한국에 이런 규모의 예술공원이 많지 않다. 좋은 사례를 만들었으면 한다.

Posted by 김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