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PEOPLE

HomeOnlinePEOPLE

한국 동시대미술가 34 인터뷰 ③

2018.04.06 17:41

Art는 3월호 특집 <Right Now, Wrong Then>에서 한국의 젊은작가 34명(팀)에게 창작 활동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작가는 언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과정과 노력을 거쳐 자신만의 미술언어를 완성해나갈까? 인터넷 세대인 그들은 어떤 사이트를 주로 방문하며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할까? 작가들이 직접 보내온 답변을 Art 웹사이트를 통해 3회에 걸쳐 공개한다.

① 내 작업은 □□다.
② 주력하는 매체는 무엇이며, 그것의 매력은?
③ 주로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가?
④ 작업의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⑤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우한나(b. 1988)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및 동대학원 전문사 졸업. 촉촉투명각 (2016)에서 개인전 개최. <2×2_part1 The Revenge, It’s ma power, huh!> (시청각 2017), <로터스 랜드>(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케첩
② 설치는 다양한 미디엄으로 구성할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 적당하고 합당한 의미와 무게를 지닌 입체, 영상, 사운드, 심지어 그 공간의 공기, 그리고 공간을 부수지 않는 한 함께 가야 하는 설계 상태까지 모두 언어로 만들 수 있다.
③ 산책하거나, 샤워할 때. 무의식적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머리에 담고 있다가 그중 하나가 두드러지는 순간인 것 같다. 실제 제작과정도 비슷한데, 절묘하게 하나로 겹쳐지는 요소들을 발견할 때 무척 즐겁다.
④ 평소에 재료가 될 만한 물건들을 모으고, 틈날 때마다 조금씩 변형, 접합, 채색해둔다. 이 재료들을 작업실 이곳저곳, 눈에 보이는 곳에 둔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나오는 미적 판단들을 모아 두었다가, 추후 선택하여 발전시키는 편이다.
⑤ 유튜브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편이다. 주로 재밌는 뮤직비디오를 찾아다니고, 그러다 좋아하는 음악가가 생기기도 하고. 한동안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에 빠져 지내다가 점점 국내 뷰티 유튜버들의 상투적인 영상형식에 질리던 차에 제나 튜(Janna Tew)를 알게 되었다. 필름메이킹을 전공하는 학생인 그녀의 영상 속 미적 요소들은 어떤 영상작업들보다 찬미할 만하다.

우한나 <Grabbing Objet> 패브릭, 솜, 인조가죽, 스틸 137×14×183cm 2017

 

윤향로(b. 1986)
홍익대 회화과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두산갤러리 뉴욕(2017), 원앤제이플러스원(2017), 인사미술공간(2014) 등에서 개인전 개최. 이태원동 P21에서 개인전 예정.

① 예술품
② 한동안 영상과 인쇄 매체를 주로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회화로 점차 확장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회화의 매력은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방법론이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탐구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③ 사회가 변하는 방향과 그 동력원을 늘 주목하고 있다. 평소 흥미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면 스크린샷해서 모아두는데, 그곳에서도 아이디어를 자주 얻는다. 또한 같은 세대 또는 그보다 조금 앞선 세대의 문화 비평과 예술 작품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작업 과정에서는, 나는 과거의 예술 작품이나 이론을 통해 동시대의 어떤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늘 흥미롭다.
④ 나는 “유사 회화(Pseudo-painting)”라는 이름으로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미술의 언어로 변주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7년 발표한 <스크린샷 (Screenshot)> 연작은 애니메이션에서 미소녀가 변신하며 에너지를 방출되는 장면을 캡쳐하고, 어도비 포토샵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미지를 변형, 확장한 뒤, 에어브러쉬로 프린트하듯 그리거나, 다른 포스트 프로덕션을 거쳐 카펫, 영상, 인쇄물 등으로 제작한다.
www.are.na 인터넷 URL, 텍스트, 이미지 등을 미리보기 이미지와 함께 수집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덕분에 요즘 인터넷 브라우저의 즐겨찾기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윤향로 <Screenshot 5.02.00-1> 캔버스에 아크릴릭 80×116.8cm 2017


이미래(b. 1988)
서울대 조소과 졸업. 인사미술공간 (2014)에서 개인전 개최. <무빙이미지>(아르코미술관 2017), <복행술>(케이크갤러리 2016), 미디어시티서울 (2016) 등 단체전 참여. 라익스아카데미 (2018) 입주작가.

① 노코멘트
② 주로 입체 매체를 많이 다룬다. 재료를 만지거나 구조를 짓는 일은 때론 많은 노동력과 헌신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물과의 거리가 극도로 좁아진다는 점이 입체 매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키네틱 조각을 만들기도 하는데,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 원래 목소리를 낼 줄 모르는 것들이 외계어를 말하는 듯한 모습 등에 매력을 느낀다.
③ 어색하거나 아름다운 문장에서, 바보같이 생긴 덩어리들에서,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들에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너무 깊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나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더듬거리는 손길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은, 아무리 반복해도 어느 순간에는 다시 처음부터 궁금해하고 혼란스러워한다는 지점에서 나오는 것 같다.
④ 처음엔 작업물의 몸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파편(재료의 질감, 형태,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한다. 혹은 세계에 대한 아날로지를 제공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상황들에 천착하기도 한다. 급한 마음에 덩어리부터 우선 만들 때가 더 많고, 차후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드로잉을 하거나 세부 계획을 짜는 단계로 나아가는 편이다.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에 타협하면서 작업물의 몸뚱이에 여러 가지 변화를 주는 것도 좋아한다.
blog.naver.com/hotleve 일기를 읽기 위해 친구의 블로그에 자주 방문한다.


이미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 시멘트에 아크릴릭, 우레탄, 알루미늄,
실리콘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7

 

이상훈(b. 1980)
국민대 회화과 중퇴. 313아트프로젝트 (2017)에서 개인전 개최. <룰즈>(원앤제이갤러리 2016), <청춘과 잉여> (커먼센터 2014) 등 단체전 참여.

① 노코멘트
② 드로잉과 페인팅 본위의 작업을 하고 있다만, 둘에서 어떤 매력을 느낀 적은 없다.
③ 학교를 자퇴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작성하고 있는 작업일지가 30권 정도 된다.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기록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하기보다는 틈틈이 적어둔 기록 – 기억부터 망상까지 – 들 중 어떤 것을 실제 구현할지 결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 공정을 결정한다. 물론 이 와중에도 무언가 재미난 생각이 나거나,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것의 실마리가 풀릴 경우 지체하지 않고 기록한다. 이런 과정 자체에 즐거움이 깃들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④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페인팅에는 사전 드로잉이 존재한다.
post.malltail.com
www.amazon.com


이상훈 <Y TEST> 캔버스에 아크릴릭 78×52cm 2016~17

 

이우성(b. 1983)
홍익대 회화과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사 전문사 졸업. 학고재갤러리 (2017), 아마도예술공간(2017), 아트스페이스풀(2015), OCI미술관 (2013), 서교예술실험센터(2012)에서 개인전 개최.

① 내가 사는 시간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주변 사람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담은 풍경이나 그 순간을 상징할 수 있는 사물로 그리기도 한다. 대부분 생활 속에서 포착한 장면을 재구성해서 그린다. 일부를 지우거나 혹은 겹쳐서 또 다른 상황을 화면 안에서 만든다.
② 표현 매체는 천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느 곳에서든 작업을 할 수 있고 완성 이후에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시 가능하다. 나는 그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다가갈지에 대해 관심 있다. 그림을 접고, 말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외도 개인전 <Quizás, Quizás, Quizás>(아마도예술공간)에서 선보인 11cm 사이즈의 정사각형 종이 드로잉을 하고 있다. 만화의 형식으로 그리는 이 작업은 보다 내밀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인쇄물과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서 진행하고 있다.
③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서 다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그것에 살을 붙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긴다. 그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가끔씩 떠오르는 문구나 장면이 있으면 적어 둔다. 이외에도 새로운 곳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낯선 동네에 가면 주변을 탐색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 완성한 작업을 설치한 후 멀리서 봤을 때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생긴다. 때에 따라서는 그림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것보다 완성된 작업이 더 좋을 때, 계획대로 잘 마무리되었을 때 성취감과 즐거움이 같이 온다. 그 과정은 몸도 정신도 정말 힘들다.
④ 평소에 찍어둔 사진과 기사에 실린 사진 등 스크랩한 사진 자료들을 모아둔 폴더가 있다.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은 바탕화면에 꺼내두어 최대한 자주 볼 수 있게 해둔다. 모아둔 메모와 스케치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눈에 잘 보일 수 있도록 벽에 붙여 놓는다. 아니면 컴퓨터 근처에 놔둔다. 계속 생각하고 되뇌면서 이미지를 구성한다. 가끔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데,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지인들을 모델로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대략적인 스케치나 포즈를 구상하고 찾아간다. 화면 구성에 확신이 생기는 시점이 되면 그림에 맞게 크기를 결정한다. 이 크기에 맞춰서 천을 사고 박음질을 한 다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종이에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고 그 스케치를 천에 옮겨 그린다. 색감은 주로 컴퓨터로 미리 테스트를 해본다. 테스트로 결정된 색감이 거의 끝까지 간다. 색감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즉흥적인 선택은 많지 않다. 중간에 계획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역시 컴퓨터로 이미지를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그것에 맞춰서 수정 보완한다. 제목은 처음에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완성 이후에 결정한다. 평소에 적어둔 메모에서 거의 결정된다. 제목을 정할 때는 그림을 그렸던 과정과 태도를 생각하고 절대 작품의 내용보다 큰 의미의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밖에서 그림을 설치할 경우 미리 공간을 물색하고 허가가 필요한 장소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치한다. 하지만 허가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바로 진행한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8시간 정도 전시를 한다. 밖에서 전시를 열면 내가 지킴이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지 못한다. 전시를 하는 시간 동안 가끔씩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설명을 해주고, 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gawi_bawi_bo)에 주기적으로 드로잉 작업을 업로드하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홈페이지 (lgbtpride.or.kr/xe)에서 글을 읽기도 한다.


이우성 <여진 작가님 핸드폰 빛으로 불을 밝혀주세요> 천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210cm 2017

 

이윤성(b. 1985)
중앙대 서양화과 졸업. 두산갤러리 뉴욕(2016), 두산갤러리 서울(2015), 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2014)에서 개인전 개최. <h/er>(리각미술관 2018) 등 단체전 참여. 두산연강예술상(2014) 수상.

① 폭발하는 에너지
② 주로 페인팅을 한다. 작업은 언제나 드로잉부터 시작하여 간단한 채색과 다듬는 과정을 거치고, 캔버스에 유화나 아크릴릭으로 작업하여 완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초기엔 컴퓨터에서 포토샵과 타블렛을 활용하여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시도했지만, 그 작업들이 가상의 공간에서만 존재하게 되고, 실제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들이 손실되는 점이 아쉬웠다. 완벽하고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창작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나는 그것이 점점 더 상승하는 가치로 남겨지길 바랐다. 그래서 최초의 아이디어와 함께 드로잉들을 거치고 다듬어지며, 현실에 존재하는 색들과 기타 재료들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질 전시를 상상하며 단순한 드로잉으로부터 선명하고 화려한 페인팅으로 밀도 있게 완성되는 과정은 그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리지만, 진행하는 내내, 그리고 완성이 되었을 때, 잊고 있었던 감각들을 다시 깨우치는 경험들을 선사한다.
③ 어릴 적부터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미대를 진학하며 자연스레 서양의 그리스 고전이나 종교미술 등을 배우게 되었고, 이러한 요소들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이러한 두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도 여러 면으로 흥미롭다고 느꼈다. 시기적으로도 거리적으로도 아주 먼 곳에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공통된 모든 요소들이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것을 계속 즐기고 공유하되, 언제나 과거에 시선을 두고 있다고 느낀다. 새로운 것도, 오래된 것도 나에겐 언제나 새롭게 느껴진다. 작업은 그것을 재인식하는 과정 같다.
④ 평소 수집하거나 흥미롭게 보는 이미지들을 활용해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내가 그려내고자 하는 어떤 화면을 만들어내기에 알맞은 고전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반짝이는 금빛의 군상을 만들고 싶어서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열두 별자리를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그려보았다. 각각의 밑그림들을 스캔하고 컴퓨터 내에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며 색을 입혀본 뒤,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도안을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다시 캔버스에 그려 완성한다.
www.ruliweb.com


이윤성 <Helios> 캔버스에 유채 193×130cm 2017

 

이은새(b. 1987)
홍익대 회화과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갤러리2(2016), 서교예술실험센터(2015), 갤러리조선 (2015)에서 개인전 개최. <Read My Lips>(합정지구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콜로니. 이전 개인전 <길티-이미지-콜로니>에서도 썼던 단어로, 정확히 말하자면 ‘스페이스 콜로니’다. 현실의 이미지를 가져와서 2차원의 화면으로 옮기는 것, 이미지뿐 아니라 경험이나 생각을 시각 세계로 옮기는 작업과정과 그 결과물들을 사이언스 픽션에서 자주 나오는 스페이스 콜로니와 연계하여 생각했다. 이 세계로부터 가져온, 이 세계를 흉내 낸 이미지들로 재구성한 이미지로만 이뤄진 세계. 이 또한 일종의 콜로니가 아닐까.
② 회화작업을 한다. 나는 매끄러운 문장보다는 비문이나 새로운 단어, 비언어적인 표현을 즐기는데, 회화는 그러한 모호하고 모순적인 표현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를 직접 그려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
③ 분노와 무력감이 작업의 원동력이다.
④ 미리 주제를 설정하고 계획에 맞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작업을 진행해가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경험이나 상상에 의해 떠올린 이미지들을 시퀀스로 나눠보며 드로잉이나 작은 그림들을 반복해서 그려본 후 본 작업에 들어간다. 원래는 캔버스들을 한꺼번에 펼쳐두고 동시다발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공간상의 문제로 한두 개씩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⑤ 수영복을 사고 싶어서 수영복 사이트를 자주 보고 있다. 아직 마음에 드는 건 못 찾았다.


이은새 <ㅗㅗ> 캔버스에 유채 145.5×112.2cm 2016

 

전나환(b. 1984)
동경조형대학교 회화과 중퇴. 갤러리메이 (2016), 커먼센터(2015)에서 개인전 개최. <오늘의 살롱>(커먼센터 2014) 단체전 참여. 갤러리팩토리에서 개인전 예정.

① 적당한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② 현재까지 크게 두 가지 매체에 주력해왔다. 하나는 아크릴릭 페인팅과 드로잉이다. 이 두 매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종이나 캔버스 위에 재료가 쌓이며 만들어지는 미묘한 색의 겹침과 특유의 부드러운 물성, 그리고 내 손과 눈의 속도를 따라가 주는 간편성과 신속성이다. 이 특징들이 화면을 마주하는 동안 ‘그리기’의 긴장감을 계속 이어가도록 해준다. 종이와 캔버스 등의 평면 위에서 ‘그리기’라고 하는 물리적인 신체 행위의 한계에 갇히는 것을 인식하는 동시에 시간과 정신(감정과 상상)의 차원으로 ‘경험’을 확장하고 현실을 속이는 것이 그리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디지털 기반의 일러스트와 2차 가공된 페인팅과 인쇄물 그리고 굿즈 성격의 작업들로, 주로 LGBTQ 인권 활동 진영으로부터 의뢰받거나 성소수자 존재 가시화에 동참하고자 기획한 작업이다. 게이 캐릭터로 정착시켜 작업물에 자주 등장해온 싸이클롭스(외눈박이 괴물)를 작업의 성격에 맞게 변형시키는 재미가 있고 그림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상상, 실험해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③+④ 페인팅 작업만 두고 이야기하자면, 대체로 빈 캔버스의 ‘공간’ 안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길 기대하며 화면과 대면한다. 평소에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글쓰기나 드로잉 작업들이 이때 힌트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현재 나와 캔버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캔버스와 마주할 때는 대체로 찰나에 일어나는 감정과 이미지가 이끄는 방향을 믿고 손을 움직인다.화면이 말해주는 대로 색을 선택하고 형상을 짓고 또 지우고 쌓기를 며칠이고 반복하는 동안 화면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상태로 변해가고 나의 반응 역시 무뎌진다. 아마도 그 상태가 완성 또는 한계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데에 즐거움은 아마도 그림이 완성됐다고 인지하는 아주 잠시 동안의 시간인데, 이때 그림 스스로가 발산하는 존재감 같은 것을 느낀다.
정은영 작가(sirenjung.com),
카를로스 모타(carlosmotta.com)
아키라 더 허슬러(akirathehustler.tumblr.com)의 웹사이트. 
미술·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의 블로그(chungwoo.egloos.com)
해외 성소수자 뉴스를 번역해서 올리는 미트르의 블로그(mitr.tistory.com)도 자주 체크한다.


전나환 <Gabriel> 종이에 색연필 29.7×21cm 2017

 

전현선(b. 1989)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수료. 대안공간루프(2018), 위켄드(2017), 이화익갤러리(2016), 플레이스막(2015)에서 개인전 개최. 종근당예술지상(2017) 선정.

① ‘몇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사전’. 이 표현은 진은영 시인의 시집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에서 빌려왔다. 사전에 쓰인 낱말들은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온전히 고정된 자기만의 의미를 지닌다기보다, 다른 낱말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고 어떤 부분에서는 예민하게 의미를 나눠 갖는다. 나의 그림도 이런 사전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대상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구분선 혹은 외곽선 없이 화면 안의 장면/풍경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촘촘한 질서를 이룬다.
② 그림, 페인팅, 회화, 평면을 매체로 작업한다. 회화는 말없이도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솔직하면서도 많은 것을 숨길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솔직하게 드러나 버린다.) 그림을 보면 그리는 사람이 서 있는 위치와 보는 방향, 그리고 쓰고 있는 안경의 색깔을 알 수 있게 된다.
③ 책을 띄엄띄엄 읽을 때, 책을 읽으면서 단어 또는 구절에만 집중하면서 읽을 때 상상의 여지가 많아지면서 이미지가 마구 떠오른다. 우연히 마주한 테이블 위를 바라볼 때, 작은 요소들이 맞물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때,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이나 믿을 수 없이 벌어진 일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유를 찾으려 할 때 마음이 동요하면서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어진다.
④ 어떤 구체적인 상황 혹은 장면이 떠오를 때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에스키스를 하고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하면 굉장히 설명적이었던 첫 계획은 우발적인 이미지들의 등장과 모호한 대상들의 배치로 인해 무산된다. 분명했던 내용을 일부러 방해하고 무너뜨리려는 듯이 이미지들이 화면 안에 축적된다. 그리고 나는 그 요소들을 차분한 어투와 목소리로 편평하게 두드린다. 그러면서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www.shutterstock.com
pixabay.com


전현선 <잊기 위한 기록들> 캔버스에 수채 100×100cm 2017

 

최윤(b. 1989)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 및 전문사 졸업. 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스페이스(2017) 등에서 개인전 개최. <A Snowflake>(국제갤러리 2017), <Shame on You>(두산갤러리 뉴욕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자연스러움으로 가장한 이미지가 사용되는 기존의 방식과 이에 투영된 사용자 개인 혹은 집단의 믿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② 디지털 이미지를 수집하고 조작하며, 비디오와 스크린을 만들고, 몸을 움직여 특정한 동작을 실천한다. 생활과 분리하기 힘든 점이 매력이다.
③ 어딘가 이동하면서 마주치는 기이한 사물, 사람들 사이에 감도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2011년경부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통속적인 이미지에 주목해왔다.
④ 일단 온갖 방법으로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구현해본다. 평소에 써 본 적 없는 목소리 내기 방식이나 상식에 어긋난다고 여겼던 행동들, 말도 안 되는 요소들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maps.google.com


최윤 <창문그림액자 B타입-따사로운 햇빛 아래 해바라기와 마우스> 인테리어 스티커, 선반, 휴대폰, 휴대폰 거치대 80×96×26cm 2017

 

최하늘(b. 1991)
서울대 조소과 졸업. 합정지구(2017)에서 개인전 개최. <취미관>(취미가 2017), <2×2>(시청각 2017), <로터스 랜드>(광주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창조원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혼자 두는 바둑. 이것은 다수의 계정을 이동하며 매순간 집중하여 수를 계산하고 –실제로는 제 자신으로 환원되는–상대를 이기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정신분열적 행위이자 동시에 ‘대국’이라는 대결의 형식을 빌려 일종의 일인극을 연출하는 이중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다른 보드게임과 다르게 차분하며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바둑은 보는 이에게도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② 내 앞에 있는 조각을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은 꽤 큰 축복이다. 물론 감상의 문제 이전에 제작의 차원에서 조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 조각을 제작하는 것은 작가 본인이지만 결국 통제권은 움직이지 않는 조각이 갖는다. 제작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시점을 이동하고 언제 부서질지, 모양이 변할지 모르는 엄격한 물성의 세계를 가늠하는 것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피로한 일이다. 동시에, 간혹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역한 냄새로 구토를 유발하기도 하는 조각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는 선생이고, 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긴장감을 형성하는 좋은 라이벌, 동료이기도 하다.
③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한다. 단순한 어휘의 명쾌함은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같은 경우의 이미지는 꽤 경계하는 편이라 이미지보다는 텍스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잦다. (물론 ‘아이디어’, ‘영감’, ‘즉흥’과 같은 개념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미술사의 유산을 공부하거나 동시대의 미술 문학 만화 게임 등에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단서를 얻는다. 그 뒤 전혀 다른 차원의 단서를 함께 버무리다보면 그 안에서 온전히 섞이지 않는 것들이 발생하는데, 이 불순물을 기록으로 남겨 쌓아둔다. 거대해지는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나는 여러 곳을 동시적으로 오가면서 내 두뇌를 고문하는데, 이것이 나의 창작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메커니즘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소할 방식을 찾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④ 작업을 하나의 스테이지, 즉 단계가 있는 체계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일단 현실에 부딪혀 진행하기 어려운 더 높은 스테이지의 작업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밟아야 할 어떤 (구색을 갖춘) 로드맵을 구상한다. 이 과정은 대략 3년 정도의 작업 계획을 세우는 행위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업은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특정 공간을 정해 전시된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 뒤 컴퓨터 툴을 이용해 크기를 가늠해보고 드로잉을 한다. 이후 모든 준비사항이 완벽하다고 판단할 때 작업에 돌입한다. (즉 완성된 조각은 늘 드로잉과 거의 일치한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2D의 드로잉을 3D 조각으로 옮길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고민하며 3D 드로잉에 관심을 품고 있다.
유튜브의 몇몇 채널을 구독하고 주기적으로 시청한다. 형식주의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다. (단일한 매체에서 각기 다른 방향성, 편집 방식을 보여주는 크리에이터들을 대차 대조하는 일이 재밌다.) 간혹 잠들기 전 심심풀이로 나무위키에 들어가 마이너한 것들에 대한 이상한 정보를 파도타기 할 때도 있다. 이외에 내가 은밀하게 방문하는 사이트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 (지면에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곳도 많다.) 추가로 동시대 로컬 미학과 관련된 사이트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하나의 통합 플랫폼을 구상하기도 하고(‘이-플럭스’보다 세련된), 간혹 동년배 젊은 작가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유튜브 채널(‘말하는 미술’보다 재밌는)을 만들고 싶다는 망상을 한다.


최하늘 <Saber-Cut_피 흘리는 조각> 습격을 받은 조각체 60×60×185cm 2017

 

한진(b. 1985)
공간사일삼(2017), 오픈베타공간반지하 B½F(2014)에서 개인전 개최. <던전>(CC101, 공간사일삼, 개방회로 2015), <오토세이브: 끝난 것처럼 보일 때>(커먼센터 2015), <오늘의 살롱> (커먼센터 2015) 등 단체전 참여.

①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과정
② 종이, 연필과 아크릴릭. 즉각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③ 모든 활동이 작업에 영향을 준다. 조용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이 구체화 될 때 자극받는다. 그림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④ 큰 종이를 벽에 붙여두고 뭔가 떠오를 때마다 드로잉을 한다. 특히 잠들기 전에 드로잉을 많이 하는 편이다. 드로잉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캔버스에 옮기고 아크릴릭, 오일, 미디엄 등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려 나간다. 물감이 마를 동안에 관찰한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한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작업을 진행하다 무언가 잘못 됐다고 느낄 때는 멈추고 시간을 갖는다. 그림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mikekelley.com


한진 <Orgazmic Scrap 1> 종이, 캔버스에 아크릴릭 117×97cm 2015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