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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대미술가 34 인터뷰 ②

2018.04.05 13:42

Art는 3월호 특집 <Right Now, Wrong Then>에서 한국의 젊은작가 34명(팀)에게 창작 활동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작가는 언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과정과 노력을 거쳐 자신만의 미술언어를 완성해나갈까? 인터넷 세대인 그들은 어떤 사이트를 주로 방문하며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할까? 작가들이 직접 보내온 답변을 Art 웹사이트를 통해 3회에 걸쳐 공개한다.

① 내 작업은 □□다.
② 주력하는 매체는 무엇이며, 그것의 매력은?
③ 주로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가?
④ 작업의 제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⑤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돈선필(b. 1984)
홍익대 판화과 및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 졸업. 취미가(2018), 시청각(2016)에서 개인전 개최. 런던 코로넷인터내셔널 페스티벌(2017), <헤드론저장소>(교역소 2016) 등 단체전 참여.

① 집안일
② 피규어. 고도의 기술과 자본을 굉장히 투입해 탄생하는 사물인데 영 쓸모가 없다.
③ 웹서핑, 트위터, 만화책,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창작보다 소비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④ 눈이 계속 가는 것들을 지켜보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것들을 이야기하거나 소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www.ruliweb.com
gall.dcinside.com/board/lists/?id=sfse
gall.dcinside.com/board/lists/?id=toy
www.amiami.com
auctions.yahoo.co.jp/list4/jp/25888-category.html
www.mandarake.co.jp


돈선필 <BOX gHOST 피규어> 레진, 목재, 스프레이, 페인트 30×13.5×10cm 2014

 

문이삭(b. 1986)
국민대 입체미술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아카이브봄(2017), 공간사일삼 (2016)에서 개인전 개최. <사물들: 조각적 시도>(두산갤러리 2017), <더 스크랩> (2017), <PACK F/W 2017>(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동시대의 여러 시각 체계와 관계된 사물 / 흔적이 중첩된 더미
② 작업을 제작하는 과정이나 만들어진 작업이 전시장에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할 때 필연적으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는 선택, 혹은 포기, 타협 등의 조율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아름답거나 결과물이 조화롭거나 흥미로울 때 기쁘다. 공간을 점유하는 입체물을 전시장에서 직접 경험할 때 스마트폰의 사진만으로 인식, 예측할 수 없는 감각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③ 가능한 주 5일, 10~18시의 작업시간에만 작업을 생각하는 것이 목표다.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아이디어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하다. 대부분 갑자기 반짝했던 아이디어는 폐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거나 일정 부분이 되살아난다면 손을 움직인다. 큰 가설만 남긴 채, 완전히 규정되지 않은 채로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은 신체를 이용해 물질을 다루고,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만으로 즐겁다.
④ 웹을 떠도는 수많은 이미지를 선택, 편집하고 물질화시키기 / 모니터, 3D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시각 체계를 사물에 투영하기 / 작업과정에서 작업에 발생한 물리적 흔적들을 감추지 않는다.
hypebeast.com
www.shoespark7.net
www.cgtrader.com
www.3dtotal.com


문이삭 <B102> 혼합재료 28×21×29cm 2017

 

박광수(b. 1984)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두산갤러리 뉴욕(2018), 두산갤러리 서울(2017), 금호미술관 (2016) 등에서 개인전 개최. 두산연강예술상(2016), 종근당예술지상(2016) 수상.

① 내 작업은 종이에 펜으로 끄적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② 드로잉. 단출하고 형태 변주의 폭이 넓다.
③ 이전에 만들었던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마치 긴 말다툼을 하는 것 같고, 또 물이 가득 담긴 대접을 이리저리로 옮기는 것 같다. 찰랑거리고 일렁거리고 지루하고 고되지만 아주 가끔 번쩍 찾아오는 희락의 광선 하나.
④ 직접 그림의 도구를 제작해서 대상을 기록한다. 그 도구는 펜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굵기가 자유롭게 변형된다. 살면서 멈칫하는 순간들이 각자 있을 것이다. 익숙한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이상하게 다가올 때 나는 그 시간을 기록해놓고 한참 생각하다가 작업한다. 주로 물리적 표면의 현상들과 심리적인 관계가 충돌하는 순간을 볼 때 기록한다. 최근에는 어떤 존재가 사라지거나 소멸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것을 그림의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www.youtube.com


박광수 <숲에서 사라진 남자> 종이에 잉크 42×29.7cm 2015

 

박다함(b. 1986)
노이즈 뮤지션, 공연 기획자, 인디 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 대표, 노뮤직 및 우주만물 운영, DJ ㅇㅇ 등으로 활동 중.


Photo by 이강혁

① 다소 즉흥적이며, 대부분 엉망이다.
② 음악.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매력인 것 같다.
③ 보기는 주로 인터넷에서 많이 보는데, 정리되는 시간과 실행되는 아이디어는 집안일을 하면서 정리된다. 아니면 직접 현장에 가서 체크하는 걸 좋아한다.
④ 아이디어들을 계속 생각해놓다가 시간과 조건이 맞으면 협업자들과 함께 작업을 해서 공연을 만들거나 파티를 만든다. 끝나고 집으로 온다.
www.discogs.com


박다함 <헬리콥터 레코즈 5주년 기념 티셔츠> 디자인: 신동혁, 기획: BEM 2017

 

박아람(b. 1986)
가천대 시각디자인과 및 홍익대 회화과 석사 졸업. 위켄드(2017), 갤러리엠(2016), 케이크갤러리(2014)에서 개인전 개최. 통의동보안여관(2017),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2016), 오페라코스트(2015)에서 공연.

① 광자 한 알에 관한, 혹은 아주 먼 항성에 관한 탐구
② 회화. 회화에 여러 매체들을 관통하는 본질이 있다고 느낀다.
③ 미래의 미술이 어떤 형태가 될지 상상할 때.
④ 매일 작업 일지를 쓰고, 스스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려고 한다.
www.technologyreview.com


박아람 <적녹청RYB> 리넨에 연필, 아크릴릭 97×162cm 2016

 

박정혜(b. 1989)
홍익대 회화과 졸업. 온그라운드2(2017), 아카이브봄 (2015)에서 개인전 개최. <A Snowflake> (국제갤러리 2017), <서울포스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No Longer Objects>(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6) 등 단체전 참여.

① 조각들(Fragments)
② 드로잉과 페인팅작업을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도구만 있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③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스튜디오’는 내겐 유동적이다. (유동적이라 함은 실내에 국한된 스튜디오는 아닐 것이다.) 특정한 시간을 두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직접 발견한 형상, 날씨들에 감흥을 얻어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그러한 드로잉들이 화면 안에서 나름의 규칙들을 이룬다. 그러한 규칙들은 내가 속해 있는 실제의 환경에서 얻어진 ‘공간감’에서 비롯된다. 궁극적으로 작품이 드로잉 상태로 머물러 있든, 페인팅으로 진전되든 연속된 상태의 그러한 ‘공간감’은 일종의 리듬이 되고 새로운 입체와 형상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된다.
④ 작업 안에서 다루는 요소들은 대개 뚜렷한 형상과 색채를 띠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빛에 의해서 혹은 시각적 착각에 의해서 변형되어 보이는 형상과 색채에 집중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 영역으로의 운동감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평면 입체에서 비롯된 하나의 드로잉을 연속적으로 여러 크기의 종이, 캔버스에 옮겨 나가는데 의도와 상관없이 처음의 시작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 되기도 한다.
구글 스트리트뷰
www.happyfolding.com
www.killrockstars.com


박정혜 <Comma> 리넨에 아크릴릭 90.9×72.7cm 2016


백경호(b. 1984)
홍익대 회화과 졸업 및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 수료.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5), 공간1(2012)에서 개인전 개최.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아뜰리에에르메스 2017), <트윈 픽스> (하이트컬렉션 2016) 등 단체전 참여.

① 책에 꽂혀 있는 책갈피. 언젠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감정을 환기할 수 있는 사물이며,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생각과 감정, 활력을 지녔는지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② 내가 주력하는 매체는 회화다.
회화의 매력은 계획 없는 작업과정에서 나온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기대하곤 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화면이 작업과정에서 나올 때, 이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즐긴다. 모든 몸짓이 그림 도구와 방법을 통해 화면에 쌓인다. 당시에는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전개 과정이 결과적으로 의미 있던 시간임을 말해주는 모순이 흥미로운 매체이다.
③ 무심결에 책상에 앉아 진행하는 드로잉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가볍게 발산하고자 진행한 드로잉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취해 회화에서 다룰 때 즐거운 일이 생긴다. 보통 아이디어는 구현하는 초기의 과정에서 감흥을 잃거나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초기의 아이디어와 변형된,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을 얻게 된다.
④ 나는 사각형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프레임을 지닌 회화작업도 진행한다. 작업 초반에 프레임을 이루는 부분들의 적절한 사이즈와 비율을 정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그림의 내용이나 계획은 초반에 설정하지 않은 채, 하면서 알아가고자 탐험하듯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 중간 산개한 표현들을 엮어서 좀더 유기적인 화면을 구성해야 될 때도 생긴다. 성실히 진행한 기존의 화면을 단시간에 크게 변화시키며 완성시킬 때도 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내적욕구와 힘이 이런 변화를 이끈다. 화면이 답답한 경우, 작업실을 두리번거리며 나를 도와줄 오브제를 찾기도 한다. 화면에 가져다 대보고 괜찮다 싶으면 부착한 뒤, 작업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www.youtube.com


백경호 <꼬마> 리넨에 아이소핑크, 접착제, 못, 셔츠 외 혼합재료 87×87cm, 205×260cm 2017

 

송민정(b. 1985)
건국대 예술학부 현대미술전공 졸업. <취미관>(취미가 2017), <(NOT) FOR SALE>(KT&G 상상마당갤러리 2017), <로터스 랜드>(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조금의 우울을 더해 간단하게 종합한 믹스
② 영상과 디저트. 빠르게 이입하고 가볍게 빠져나올 수 있다.
③ 쇼핑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는 종합적 무드가 광고로 링크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④ ‘현재 상태(current mood)’라는 일시적 스킨을 재료 삼아 그것을 새롭게 조합해나가는 방식으로 현재를 유추한다. 장소, 인물, 음식 등의 소재를 매개로 브랜드, 디렉터, 외국에 사는 누군가 혹은 가상의 캐릭터를 은유하고 이를 소비자 혹은 관객에게 링크시킨다.
⑤ 사이판의 슈퍼마켓에서 쓸쓸해 보이는 크래커를 찾아보세요.
www.google.co.kr/intl/ko/streetview/#global-shopping-malls-areas/joeten-hafa-adai-shopping-center


송민정 <CREAM, CREAM ORANGE> HD 비디오 3분 48초 2017

 

안성석(b. 1985)
수원 인계동 1013-2번지(2016), 워크온워크 오피스(2013), 브레인팩토리(2012)에서 개인전 개최. <오더/디스오더>(탈영역우정국 2017), <해석된 풍경>(성곡미술관 2017) 등 단체전 참여.

① “sungseokahn.com에 있”
② 미디어(렌즈, CPU, 쿨러).
③ 관심이 있는 것들을 수시로 북마크하고, 경제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 생길 때 북마크를 파헤치고 선별해서 유의미한 것들을 찾아나간다. 주로 찾는 내용들은, 크고 작은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사건들이며, 이것이 현재를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일으켰는지 확인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이 하나둘씩 어그러지며 생기는 불안감으로 주변을 살피고, 사소하게 여겼던 주위 것들을 무심히 여기지 않는다.
④ 특정한 제작과정은 없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책(인터페이스)이나, 인터넷(특정 기술)을 통해 배우고,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클랜원 혹은 게임계 유소년, 풋살모임 회원 등)에게 지혜를 얻는다.
sungseokahn.com/index.php/favorite-link/2 알거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모은다. 관객이 되어 관람하는 것처럼 홈페이지를 통해 업데이트를 유심히 구경한다.
www.kpi.or.kr/www 한국물가정보, 잘 모르는 물건에 대해 물가를 살펴보며 ‘아 이것은 이 정도 하는 구나’라고 감을 세운다.
creators.vice.com
forums.unrealengine.com


안성석 <지금 기억> 비계, 피그먼트 프린트, 바퀴 300×210×420cm 2016

 

압축과 팽창(김주원 b. 1981 / 안초롱 b. 1987)
서울예대 사진과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김주원), 홍익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안초롱). 아카이브봄(2017), 지금여기(2016)에서 듀오전 개최.

① 압축과 팽창은 사진 이미지 데이터를 생산(구매/수집)하고 가공한다.
② 사진.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이미지를 생산(구매/수집)할 수 있다. 사진 이미지는 많은 정보 값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유효한 정보 값과 무관하게 생산(구매/수집)한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편집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③ 듀오로 작업하는 경우 주로 저녁에 술자리에서 수다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각자의 관심사가 너무 달라 협업 관계인 듀오로 작업을 할 때 미술/예술 작업의 과정보다는 좀 더 업무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작업을 생산한다. 그런 업무와 유사한 과정이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을 준다. (마치 직장이 있고 월급이 나올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직장인이다.)
④ 작업노트 대신 협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이행한다. 압축과 팽창은 작성된  계약서를 토대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취합해 가공한다. 각자의 폴더를 합친 뒤 우리가 ‘자재’라고 부르는 사진 이미지 데이터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가공할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보통은 반복적인 회의와 실측, 도면화, 발주, 시공의 과정을 거치고 대부분의 작업은 전시 후 폐기처분한다.
⑤ 김주원 / www.op.gg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적 검색 사이트. 랭크 게임 후 MMR을 체크하기도 하지만 주로 킬 맵에서 죽은 자리와 죽인 자리를 확인한다.
www.spacelita.com 업무 중 하나가 회사 홈페이지 자료 업로드이기 때문에 자주 방문한다.
안초롱 / www.pakutaso.com 일본 최대의 PNG 사진 공유사이트.
twitter.com/cursedimages_2 All of these images are cursed…


압축과 팽창 <“김”과 “안”이 키워드 검색을 통해 스톡사진을 구매하고 그것을 자재로 연출한 공간의 일부> 디지털 프린트, 접착 시트, PVC 시트, 패브릭 외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7

 

양유연(b. 1985)
성신여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갤러리룩스(2016), OCI미술관(2014), 갤러리분도(2013), 갤러리소소(2012) 등에서 개인전 개최.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산갤러리 서울 2018) 등 단체전 참여.

① 불확실
② 장지와 순지. 가장 큰 매력은 빛과 물감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물성.
③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장, 사건들, 인터넷과 보도 매체. 순간 몰입해서 붓질을 하는 순간이 종종 즐겁다.
④ 구상한 이미지는 작게 에스키스를 해본다. 후에 장지나 순지에 밑그림을 그린 뒤 화면 전체에 깔릴 색상을 옅은 채도로 칠한다. 이후 같은 농도의 물감을 칠하고 말리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또 어떠한 색이나 선이 선명하게 보일 때 그것을 다시 지워내기를 반복한다.
db.kdemocracy.or.kr


양유연 <허수아비1> 장지에 아크릴릭 148.5×105cm 2015

 

오민(b. 1975)
서울대 피아노과 및 동대학원 시각디자인전공 학사, 예일대학교 그래픽디자인 석사 졸업. 두산갤러리 뉴욕(2017) 등에서 개인전 개최. 에르메스재단미술상(2017),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17), 두산연강예술상(2015) 수상.

① 독립된 작업들이 서로 협력하며 진화하는 생물이다.
② 인간이 불안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내 작업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작동한다. 불안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태도와 행동 또한 시간을 수반한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연주자로 훈련되며 성장한 나에게, 음악이 사용하는 시간 언어는 일종의 모국어와도 같다. 그런 면에서 시간에 기반한 매체에 매력을 느끼며, 그중에서도 영상과 퍼포먼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간을 계획하고, 조직하고, 재생하고, 또 그 과정에서 안정과 불안의 감각을 실험하는 것을 즐긴다.
③ 다음 작업의 아이디어는 주로 지금 진행 중인 작업에서 얻는다. 현재의 질문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다른 질문들이 가지를 치며 증식한다.
④ 나는 반복의 힘을 믿는 동시에 명확한 이유가 없는 똑같은 반복을 힘들어한다. 관성에 의존하지 않고 직면한 질문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작업 과정들을 살펴보면 분명 공통점은 있다. 생각을 머릿속에 오래 담지 않고 빠르게 – 말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행동이든, 소리든 – ‘보이는 것’으로 변환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눈으로 보고’, 다시 생각한 후, 또다시 보이는 것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을 지난하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긴 나선형 계단의 잠정적 끝에 다다른다. 최근, ‘생각하는 것’ ‘보이게 하는 것’ ‘보는 것’ 이 세 가지가, 태생적으로는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⑤ 정지해 있는 것을 싫어해서인지, 지속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많지 않다. 다만, 단기간 자주 찾는 곳이 생기곤 하는데, 최근 작곡가 줄리아 울프(Julia Wolfe)의 웹사이트에 거의 매일 접속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핸드폰으로 듣고 있던 울프의 음악을 끄고, 그의 웹사이트를 열어 다시 음악을 재생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오민 <소나타> 영상 설치, 3채널 필름, 6채널 오디오 7분 9초 2016 사운드 홍초선 협업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