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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이헌정展

2018.04.02 18:44

도예의 공간 확장
이헌정展 3. 24~5. 4 소피스갤러리

 

이헌정 개인전 <세 개의 방>이 소피스갤러리에서 열렸다. 도자 아트퍼니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대규모 도자 설치작업을 포함한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도예, 조각, 건축 세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오랫동안 천착해온 공간에 대한 사유를 갤러리 1, 2관과 디렉터 사무실 3개의 방에 풀어낸다. 작가는 갤러리의 ‘공간’을 어떻게 연출했을까? 이 안에서 도예와 조각, 건축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조응하는가? 작가를 만나 전시 주제와 작업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

 


<세 개의 방>전 전경 2018 소피스갤러리

Art 전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Lee 이 전시는 도예를 바탕으로 그동안 탐구해왔던 조형과 공간에 대한 생각을 작품으로 구현한 자리로, 30여 년의 예술 여정을 종합해 보여준다. 3개의 공간으로 나뉜 갤러리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시선의 전복’ ‘사무와 전시의 공존’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각 방을 연출했다.

Art 신작이 20점, 작품의 규모도 매우 크다. 전시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겠다.
Lee 나는 작업을 직관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속도가 빠르다. 이번 전시는 6개월 정도 걸렸다. 실제 작업 시간보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나는 노동에서 삶을 즐겁게 하는 가치들이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작업 자체를 즐긴다. 자꾸 몸을 움직이며 영감을 얻지,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게 아니더라.(웃음)

 


<풍경이 있는 박스> 세라믹 35×55×35cm 2018

Art 캔버스 회화와 도자 피규어가 마주보는 등 작업의 배치가 흥미롭다.
Lee 첫 번째 방은 갤러리라는 공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이에 대한 통념을 전복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도자 피규어는 보통 감상의 대상이다. 나는 피규어가 그림을 보는 것처럼 배치해 감상 대상과 주체의 역할을 바꿔보려 했다. 화면에 묘사된 대상과 그림을 보는 피규어를 동일한 형상으로 제작한 것도 같은 이치다. 이 관계의 전복을 알아챈 관객은 자신이 감상의 주체인지 대상인지를 고찰한다. 만약 도자기에 그렸다면 그림과 피규어의 물성이 비슷했을 테니 전복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도자기와 이질적 매체인 캔버스를 택했다.

 

이헌정 작가 

Art 전시 제목, 출품작 전반에서 공간이라는 개념이 많이 부각됐다. 특히 세 번째 방의 핵심은 ‘공간’ 그 자체인 듯하다.
Lee 세 번째 방의 주제는 ‘상자’다. 외부만큼이나 내부가 중요시되는 상자를 통해 ‘내부 공간’을 조명하고 싶었다. 도예를 할 때부터 나는 ‘비어있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도자기 안에는 항상 빈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이 채워져 있으면 가마에서 터지거나 갈라지기 때문이다. 출품작 중 구멍 뚫린 의자나 안에 풍경을 꾸민 상자 모두 내부의 공간을 강조하는 작업이다.

 


<Wall Chair> 세라믹 230×65×227cm(부분) 2016

Art 전시 대표작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Lee 이 작품은 사무와 전시의 공존을 꾀한 두 번째 방, 디렉터 사무실의 <Wall Chair>를 발전시킨 작업이다. 도자 벽면을 의자 형태로 돌출하는 방식을 더 확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완성한 작품이 도자기로 만든 방인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이다. 그동안 내가 공부해온 공예적 기술, 조형적 특성, 건축적 공간 개념을 집약했다. 작품 제목은 ‘공간’에 대한 내 나름의 정의다. 물리적인 규모를 감안하지 않고 보면, 도예가가 만든 사발 내부의 공간이나 건축가가 설계한 거대한 공간은 사람의 행태를 담는 공간이란 점에서 마찬가지다. 나에게 공간이란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다. 무엇을 담을지는 매번 다르지만.

Posted by 한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