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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체레프닌展

2018.03.06 18:19

털북숭이 괴물, 미술관을 장악하다
스테판 체레프닌展 1. 27~6. 3 스테델릭미술관

 

<The Mad Masters>전 스테델릭미술관 전경 2018

스테판 체레프닌 개인전 <The Mad Masters>(1. 27~6. 3)가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에서 열렸다. 시각예술가이자 작곡가, 연주자인 체레프닌은 오래 전부터 스테델릭미술관 행사에 사운드 아티스트로 참여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각예술 작업을 보여주는 자리로,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전시는 체레프닌의 작업에 꾸준히 등장하는 털북숭이 괴물 4마리의 모험을 다룬다. 길고 가는 털로 촘촘히 뒤덮인 괴물을 본다면 분명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테다. 이처럼 관람객의 촉각을 일깨우는 그의 작업은 ‘개념적’ 성격을 강요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작가 나름대로 도전하는 방식이라고.

 


<The Mad Masters>전 스테델릭미술관 전경 2018

전시에는 괴물 4마리를 포함한 설치 작품과 영상 6여 점이 출품됐다. 전시장 한쪽 벽에 상영되는 <The Mad Masters>는 괴물의 여정을 상세히 기록한 것. 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동안 암스테르담 곳곳을 누비며 기후 변화를 체험한다. 모험 끝에 괴물은 한겨울의 스테델릭미술관에 도달한다. 전시장 사방에는 막 영상에서 튀어나온 듯한 괴물 4마리가 저마다 다르게 꾸며진 세트에서 익살맞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거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지팡이를 짚고 길 위에 서 있거나, 보도블록 위에 뻗어 누워있다. 천장 가운데에는 광대 얼굴을 한 알록달록한 유리조각이 매달려있다. 체레프닌은 그가 거주하는 코니아일랜드의 스티플체이스 공원(Steeplechase Park)에 있는 광대 조각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품에서 눈여겨볼 점은 광대 형상 위로 어렴풋이 겹쳐 보이는 2개의 이미지. 작가는 기후변화로 해안선이 침식돼 지금과는 모습이 달라져버린 미래의 북미대륙 지도를 얼굴에 새겼다. 동시에 스테델릭미술관 대표 소장품인 카시미르 말레비치의 <2차원의 자화상>(1915) 일부를 광대의 눈, 코, 입 위치에 절묘하게 맞췄다.

 


광대 얼굴을 한 유리조각과 영상 설치 전경

체레프닌의 작업은 시각언어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작가는 촉각, 청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요소를 작업에 활용하고, 이를 위해 동료 작가나 음악가와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영상에 흐르는 음악 역시 작가와 함께 익시스텐셜 블로우피쉬(Existential Blowfish)라는 밴드로 활동하는 월리 블랑카르드(Willy Blanchard)가 작곡했다. 캐릭터 서사 배경 음악 등 영상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는 매끄럽게 서로 조응하며, 언어적 소통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총체적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작가는 전시 개막식에서 직접 밴드 멤버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여 청각적 자극 또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괴물 주위에는 그가 먹고 버린 것으로 짐작되는 탄산음료 캔 등의 쓰레기가 널부러져있다.

스테판 체레프닌(Stefan Tcherepnin) / 1977년 미국 보스톤 출생. 델멘호르스트 시립미술관(2017), 취리히 프란체스카피아갤러리(2016), 로스엔젤레스 프리드먼피츠패트릭갤러리(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 주요 단체전으로는 뉴욕 그린나프탈리갤러리(2017), 뤼네부르크미술관(2016), 브레멘 쿤스트하우스(2016)전. 뉴욕필름아카데미 작곡상(2008) 수상. 보르도 FRAC Aquitaine, 제네바 SYZ컬렉션 등 다수의 시각문화 기반 플랫폼과 협업. 현재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작업 중.

 

이미지 스테델릭미술관 제공, Photo by Gert Jan van Rooij.

Posted by 한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