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EXHIBITION

신여성 도착하다展

2018.01.03 11:46

신여성, 근대를 다시 묻다
신여성 도착하다展 2017. 12. 21~4. 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이유태 <인물일대(人物一對): 탐구(探究)> 종이에 채색 212×153cm 1944

거리를 활보하던 ‘신여성’이 약 100년 만에 미술관에 도착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전이 열린 것. 시각문화의 맥락에서 근대기 신여성을 조명한 국내 첫 미술관 전시다. 신여성은 근대적 지식과 문물, 이념 등을 체현한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 1910년대 일본 유학생들로부터 조선에 전파되어 1920~30년대 대중매체에 빈번하게 사용됐다. 전시를 총괄한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은 “근대화된 도시의 ‘거리에 출몰한 신여성’은 자유와 해방, 욕망과 꿈, 무엇보다도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는 자립적 존재라는 상징적인 은유”라고 설명한다. 전시는 근대 식민지에 생산된 신여성 이미지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남성 중심적 서사에 의문을 제기, 현대의 눈으로 근대를 되돌아본다.
 


정찬영 <공작> 비단에 채색 173.3×250cm(4폭 병풍) 1937

전시에는 총 6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 조각 영화 대중가요 잡지 딱지본 등 500여 점의 다양한 시청각 매체를 동원해 신여성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신여성 언파레-드’는 ‘온 퍼레이드(on parade)’의 1930년대식 표현.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무대 위에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의미한다. 주로 남성예술가의 작업과 대중문화에서 신여성이 재현된 이미지를 전시하고, 당시 신여성을 중심으로 발생한 논의와 갈등 양상을 드러낸다. 2부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 근대의 여성미술가들’은 기생화가부터 동경 여자미술학교 출신 화가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작품창작에 몰두한 여성예술가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특히 국내 미공개작이었던 박래현의 <예술해부괘도(1) 전신골격>(1940)과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근대미술60년>전 이후 45년 만에 공개된 정찬영의 <공작>(1937)이 이목을 끈다. 마지막 3부 ‘그녀가 그들의 운명이다: 5인의 신여성’은 미술 무용 문학 대중음악 사회운동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김명순 나혜석 이난영 주세죽 최승희를 집중 소개한다. 활동 당시의 기록사진, 영상, 문서자료와 함께 현대 여성작가 권혜원 김도희&조영주 김세진 김소영의 오마주 신작이 어우러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신여성 도착하다>전 전경 2017

1918년 나혜석은 도쿄 여자친목회 기관지 《여자계》의 연재소설 <경희>에 이렇게 썼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흐른 2018년, 지금 이곳에서 한국의 여성미술가는 나혜석과 얼마나 다르고 색다른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페미니즘 담론이 국내외로 활발히 논의되는 현시점에서, 전시는 여성, 근대성, 시각문화를 촘촘히 연결해 신여성을 다시 본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 외에도 ‘여성’을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Posted by 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