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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국제아트페어

2017.09.29 17:59

미술시장의 ‘황금기’를 다시 꿈꾼다
2017 한국국제아트페어 9. 20~24
 


파리 보두앙르봉갤러리 부스 전경. 오른쪽 그림은 알랑 끌레망의 페인팅.

한국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17 ART SEOUL, 이하 KIAF)’가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일간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올해 행사는 13개 국가에서 총 167개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약 5만 6,000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관객 수로만 보자면 KIAF가 호황 시절의 화제성을 회복하지는 못한 듯하다. 2011~14년까지 8만 명 이상을 기록하던 관객 수가 2015년 이후 5만 명대로 줄어든 이후, 올해에도 비슷한 숫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트페어의 성공을 단순히 관객 수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는 법. 총 거래액이 약 27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매출 성과를 올린 것이다.
 


VIP 라운지 전경. 2016년 ‘레드닷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위너’를 수상한 보이드플래닝(건축가 강신재, 최희영 소장 운영)이 공간디자인을 맡았다.

올해 초 한국화랑협회 18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화익 대표(이화익갤러리)가 이끄는 새 운영위원회는 KIAF2017에서 굵직한 변화를 시도했다. 첫 번째, 11년 동안 운영해왔던 ‘주빈국’ 제도를 폐지한 것. “그 동안 주빈국 제도를 통해 해외 갤러리 유치 등 양적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KIAF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2006년 처음 시작된 주빈국 제도를 통해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인도 영국 호주 라틴아메리카 독일 동아시아 일본이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대만이 KIAF의 마지막 주빈국이 됐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아트페어의 과제가 ‘국제화’에서 ‘질적 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는 점도 엿볼 수 있겠다. 물론 KIAF가 ‘국제아트페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해외 유명갤러리를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듯 올해는 파리 갤러리페로탕의 서울지점인 페로탕 서울, 싱가포르의 STPI 등 해외 주요갤러리들이 처음 행사에 참여하는 성과를 보였다.

두 번째,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크게 나뉘던 기존 행사구성에 2개의 섹터를 더했다. 본전시 참여갤러리 이외에도 ‘HIGHLIGHT’와 ‘Solo Project’ 섹터를 별도 마련한 것. ‘갤러리’ ‘디스커버리’ ‘인사이트’ 등으로 섹터를 나누는 아트바젤 홍콩을 벤치마킹한 것으로도 추측된다. 각 섹터는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HIGHLIGHT’ 섹터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부스를 최대 3명의 작가로 기획하고, 참여작가의 작품은 모두 제작된 지 3년 이내의 신작이거나 미술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만을 출품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갤러리조선(정정주 김진욱 국동완), 갤러리룩스(사타 구성연 양유연), 갤러리신라(프란시오스 리스트로리, 최명영, 백남준) 등 국내외 갤러리 총 10곳이 해당 섹터의 부스를 채웠다. 한편 ‘Solo Project’ 섹터의 참여갤러리는 신진 혹은 중견작가를 조명하는 작가 1인 개인전을 선보여 그 작품세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갤러리데이트(최병소), 두루아트스페이스(권대훈), 일본 모리유갤러리(야수히로 후지와라), 상업화랑(황혜선) 등 총 11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특히 ‘HIGHLIGHT’ 섹터는 주최측에서 부스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시안을 미리 검토하는 등 구성변화에 힘을 줬지만, 정작 실제 현장에서는 섹터의 특수성이 시각적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컬렉터들이 작품을 접하고 다가갈 수 있는 방향성을 다각화했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시도로 꼽을 수 있다.

한편 올해 행사장은 공간의 규모가 예년에 비해 유독 웅장해졌다는 인상을 줬다. 3m의 부스 가벽 높이를 3.6m 높이로 올린 결과다. 하지만 거대해진 가벽의 규모에 비교하자면, 출품작 면면에서 특별한 변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권영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가들의 작품부터 백남준, 오치균, 이이남, 줄리안 오피 등 미술시장의 익숙한 스타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물론 최근 한국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연 토마스 사라세노와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인 자비에 베이앙 등 ‘비엔날레 형’ 해외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되어 다양성을 더했다. 그밖에도 2개의 특별전이 함께 마련됐다. 아트페어에서 주목하기 쉽지 않은 아카이브와 미디어작품을 전시형식으로 보강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이 기획, 한국 행위예술 50주년을 조망한 아카이브 전시 <실험과 도전의 전사들(Explores of Experiment and Challenge)>은 이번 KIAF 전시를 거쳐 2018년 1월 대구미술관에서 대대적인 기획전으로 확장,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아트스페이스 휴의 디렉터 김노암은 미디어작품을 중심으로 특별전 <너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Ineffable Things)>을 기획했다. 참여작가는 강홍구 나현 박지혜 안성석 양아치 정연두 등 총 19명. 무엇보다도 KIAF2017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강연 및 대담’ 세션이 한층 보강됐다는 점이다. 21일부터 24일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4일 동안 총 10개의 프로그램이 연이어 열린 것. 운영위원회에서 마련한 5개의 대담 프로그램이 각각 21일과 22일에 개최된 데 이어,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5개의 대담 프로그램 ‘K-ART 컨버세이션’이 23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코엑스 B홀 앞 컨버세이션 홀에서 개최됐다. ‘퍼포먼스의 가능성’ ‘상하이, 현대미술의 허브로 급부상’ ‘개인 컬렉션에서 공공 컬렉션으로’ ‘갤러리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아시아 미술시장의 미래’ ‘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 등 전체 프로그램 제목만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주와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추상회화 등 여러 장르를 수평수직으로 아우르려 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패널 또한 울리 지그를 비롯한 수퍼컬렉터부터 김선정(광주비엔날레 대표), 김홍희(전 시립미술관장), 이용우(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 관장), 박서보(원로작가), 클라라 킴(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에이미 셜록(런던 《프리즈》 부편집장), 데이비드 조슬릿(뉴욕시립대학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애들라인 우이(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등 미술시장은 물론 미술관 및 미술비평과 학계의 전문가를 포함한 화려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공식스폰서 한성자동차와 작가 한경우의 협업작업 <Cold Moderation>. 사진은 한경우 작가(왼쪽)와 한성자동차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오른쪽)

기자는 행사 마지막날인 24일에 진행된 ‘아시아 추상미술 깊게 읽기’에 참석, 우정아(포스텍 부교수), 데이비드 조슬릿, 쇼이치 히라이(국립교토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에머슨 왕(미술평론가)의 강의 및 대담 일부를 들었다. 각 패널들이 한국의 단색화, 일본의 구타이(具体), 대만의 오월화회(五月畵會) 운동을 소개하며, 비슷한 시기 등장했던 아시아의 추상미술 경향에 대한 비평을 나눈 자리였다. 특히 조슬릿은 이우환의 1960~70년대 ‘점과 선’ 시리즈를 당시의 다니엘 뷔렌과 헬리오 오이티시카의 작업, 백남준의 1963년작 <TV를 위한 선>과 나란히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이우환의 작품을 서로 상이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글로벌과 로컬 경향 간의 비교분석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 것. 미술시장의 붐을 통해 재조명된 한국의 단색화를 해외의 미술사적 맥락과 비교하며, 이론적 재평가를 시도하려는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반가운 자리였다. 실제 강연 및 대담 프로그램에는 울리 지그 등 컬렉터부터 국내 미술사학자나 평론가들이 자리한 것이 눈에 띄어, 미술계의 큰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KIAF가 추구한 ‘질적 성장’은 사실 갤러리 부스에 소개된 출품작 면면보다 전체적인 행사틀과 콘텐츠를 보강한 지점에서 더 두드러졌다고 본다. 이제 아트페어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장을 넘어 거대한 ‘문화행사’이자 ‘국제전시’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지금, KIAF 역시 차근차근 그 보폭을 맞춰가고 있는 듯하다.

Posted by 장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