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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미지에 대한 소회

2017.04.04 13:28

돌아온 4월, 다시 또 실패하지 않는 법
세월호 이미지에 대한 소회

4월이 돌아왔고, 세월호가 돌아왔다. 3년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가 옆으로 누운 채 목포신항으로 향했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었을 때 인터넷 포털 사이트 1위 검색어는 ‘세월호 인양 비용’과 ‘보상비 얼마’였다.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EBS 프로그램 다큐프라임에 나온 세월호 생존자 중 한 명인 장애진씨는 대학생이 되어 세월호 리본 모양의 문신을 팔목에 새겼다. 평생 몸에 남을 문신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새긴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 빨리 ‘합리적인’ 비용으로 지난 비극과 혼란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려고 하지만, 지난 3년간 이어진 ‘참사’의 비용이 과연 ‘정산’될 수 있을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인양 비용과 보상금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문신처럼 새겨진 트라우마에 관한 것이다. 3년간 이 트라우마는 분노와 슬픔, 폭력과 또 다른 죽음으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뭍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혹은 전 대통령이 구속된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짊어진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는 조금씩 다른 흔적으로 계속해서 드러날 것이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되던 날 세월호 리본 구름이 떴다는 사진 한 장이 sns에 등장했다. 어떤 이들은 사진 속 구름 모양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이 사진을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비난했다. 사실 구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합성된 이미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보다 이 사진을 둘러싼 사람들의 집단적 과민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15년 작가 차지량은 사람들의 또 다른 집단적 판타지를 ‘암시’하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진행한 <한국 난민> 연작1)의 마지막 작품인 <멈출 수 있는 미래의 환영: 한국 난민 협상>은 ‘미래’에서 표류하던 난민들이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 돌아와 구조를 요청하고, ‘과거’와 협상을 시도하는 가상 판타지를 다룬 공연이다. 공연에 등장한 난민들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붕괴된 시스템에 체념하여 스스로 난민이 되기를 선택한 이들이다. 오랜 시간 국가의 경계, 시간의 경계를 표류하던 이들은 여전히 무너져있는 균형에 다시 한 번 절망하고 가까운 미래로부터 오리배를 타고 한강을 따라 ‘현재’로 돌아온다. 그들은 현재의 한국 대표자(국회의원)와 미래의 절망과 현재의 체념에 대해 이야기하며 협상을 진행한다. 차지량이 그린 가까운 미래의 시스템은 여전히 개인을 보듬어주지 않는다. 여기서 떠나간 이들은 그곳에서 다시 떠나와야 했다. 체념하고 떠난 과거에서 새로운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기나긴 표류를 끝낼 수 없는 것이다.(실제로 작가는 작품 마지막에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항상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 즉 국가라는 경계 밖, 또는 지금이 아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소망어린 판타지를 가진다. 하지만 현재를 집요하게 바꾸지 않으면 같은 미래는 반복될 것이다. 
소설가 정이현은 《삼풍백화점》에서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는 한동안 공동(空洞)으로 남아있었으나, 2004년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가 완공되기 몇 해 전에 나는 멀리 이사를 했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가슴 한쪽이 뻐근하게 저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문학과지성사, 2006)라고 썼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1995년, 우리는 미래로부터 왔었을 협상단과의 협상에서 실패했다. 이제 우리는 미래와 다시 한 번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기만적 환영으로부터 떠나지 않고 머물러있다면, 협상은 다시 또 실패할 것이다. 우리에게 새겨진 트라우마를 조금씩이라도 극복하려면 단단하고 날 선 준비가 필요하다. 환영을 똑바로 환영으로 쳐다보고 인지하는 것. 이것이 다시 4월을 맞이한 우리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봄을 위해 착수해야 할 일이다. / 이민지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2017년 3월 26일 오후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된 세월호. 사진출처: 한겨레 / 2016년 12월 13일 EBS 다큐프라임 <스무살,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방영된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의 세월호 리본 문신. 사진출처: EBS 다큐프라임 / 차지량 <멈출 수 있는 미래의 환영: 한국 난민 협상>(2014)/ 2017년 3월 26일 sns에 등장한 ‘세월호 리본 구름’ 사진. 사진출처: 이종격투기카페 

Posted by 이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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