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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A 연례 학술대회 2. 15~18 뉴욕 미드타운 힐튼호텔

2017.04.04 13:26

아카데미의 권위를 벗어나려는 학술대회의 ‘변화’ 
CAA 연례 학술대회 2. 15~18 뉴욕 미드타운 힐튼호텔

CAA(College Art Association)의 로고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있는 시각예술협회 ‛College Art Association(CAA)’의 연례 학술대회가 2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동안 뉴욕 미드타운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CAA는 1911년 미국의 미술대학 교육자들을 위한 협회로 설립되어, 현재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미술사가, 평론가, 작가, 큐레이터, 연구자, 교육자 및 대학원생 등 약 1만 3천명의 회원이 가입되어있다. 《Art Bulletin》과 《Art Journal》과 같은 학술지를 출판하고, 대학이나 미술기관의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연구와 교육을 중심으로 시각예술계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개최된 CAA 연례 학술대회(CAA Annual Conference)는 CAA의 100년 역사를 다룬 책 《The Eye, the Hand, the Mind》(2011)에서 줄리아 시엔키에비치(Julia A. Sienkewicz 듀케인대학 미술사학 조교수)가 협회의 ‘심장’으로 표현할 만큼 CAA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매년 2월 LA 시카고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대도시에서 열리며, 해마다 4~6천 명에 이르는 회원 및 비회원들이 참가한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에는 수백 개의 연구 발표뿐만 아니라 연계 단체들이 진행하는 발표, 회의, 세미나, 전시 이벤트, 커리어 멘토링 서비스, 취업 면접과 동창회 등을 포함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빡빡하게 진행된다. 주요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북페어에서는 신간을 구경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고 미술잡지, 학술지 등을 구독할 수도 있다. CAA 회원 가입비나 학술대회 등록비가 저가는 아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와 혜택, 그리고 경험이 다양하기에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제 세분화, 발제시간 단축, 발제문 1,000여 개 달해
올해는 CAA의 새로운 회장 수잔 블리에(Suzanne Preston Blier,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및 아프리카/아메리칸학과 교수)와 책임 디렉터 헌터 오하니안(Hunter O’Hanian(레즐리-로만 게이 앤 레즈비언 아트 뮤지엄[Leslie-Lohman Museum of Gay and Lesbian Art] 전 관장) 아래 학술대회 구성과 진행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주어 개최한 첫 학술대회였다. 지난해까진 사전 준비기간에 세션 주제와 세션 장들(chairs)을 선발하여 각자 담당하는 세션별로 오픈콜로 논문 초록을 받아 발제자를 선정했던 반면, 올해는 미리 정해진 세션 주제 없이 논문 초록들을 신청 받은 후 CAA 위원회가 선발하여 주제 별로 묶은 ‘Composed Session(편성된 세션)’과 4~5명의 회원이 하나의 완전한 세션을 구성한 후에 발제 신청을 하는 ‘Complete Session(완성된 세션)’이라는 두 가지 신청 옵션이 추가됐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각 150분 동안 진행됐던 세션 시간을 90분으로 대폭 줄이면서 세션과 발제자의 수를 약 40%나 늘린 것이다. 
신임 회장과 디렉터는 프로그램 환영사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거의 모든 주제, 장르, 매체”를 다루고, “거의 모든 관점들을 제공”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전 학술대회가 학구적인 연구논문 발표 위주로 구성됐다면 이번에는 많은 작가, 학생들을 발제자로 선정하여 서구 전통 미술사학계에서 부차적으로 다뤄졌던 주제인 ‘미술관’ ‘디자인’ ‘개입으로서의 미술사’ 같은 세션과 발제가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기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됐던 학회 내 아카데미즘과 체계를 흐트러뜨리려는 신임 주최측의 의도가 드러났다. 그리고 이들의 다양성과 수용을 위한 노력은 그들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 및 관심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진행방식 변화로 인한 학술대회 자체의 새로운 변화
이전까지 필자는 CAA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나열된 세션과 발제 제목들을 훑어보면서 현재 시각예술학계 연구와 담론의 트랜드를 가늠하곤 했다. 예를 들어 2010년에는 중국미술에 초점을 둔 세션이 이례적으로 4~5개나 있었고 2014년에는 패션 관련 발제가 눈에 띄게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주제들은 학계가 전시나 시장의 흐름에 비해 굉장히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루는 주제가 양적, 질적으로 크게 다양해지면서 확연히 튀는 ‘대세’ 주제나 분야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유산’ ‘21세기 공예’ ‘고대 조각’ ‘대지예술 속 사진, 필름, 텔레비전’ ‘19세기 인종과 재현의 문제’ ‘영국의 시점에서 보는 현대미술과 민속 박물관’ ‘디자인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1929~1949’ ‘1980년대 유럽’ ‘건축의 대가(cost)’ ‘MFA 학위의 가치’ ‘퍼블릭아트 큐레이팅하기’ ‘디지털시대 저널 편집하기’ ‘디자인사로서의 동아시아 미술사’ ‘온라인 사진 아카이브’ ‘글로벌 퀴어아트’ ‘전후 일본미술 속 젠더 정치성’ 등, 세션 제목만 훑어 봐도 이전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서의 시각예술 관련 이슈들을 다각화하여 포함하고 있다. 
약 1천 개에 이르는 발제의 홍수 속에, 필자는 개인 관심사에 따라 미술관, 디자인, 실험미술을 키워드로 하는 세션을 8~9개 골라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필자에게는 흥미로운 시각과 주장을 제안하면서 관객의 기대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 것 같은 패널은 단 하나에 그쳤다. 발제 기회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생긴 현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CAA 학술대회의 새로운 변화가 학술대회 참여자와 분위기에 어떠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가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도, 논할만한 쟁점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토록 권위있는 학술대회의 변화된 진행방식이 학계와 미술계에 어떠한 변화 또는 영향을 가져오는가일 것이다. 이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다. / 이수진(홍익대학교 조교수)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