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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안젤라 블로흐展

2016.11.02 16:33

기하학적 조각이 만들어낸 감각의 향연
안젤라 블로흐展 10. 14~11. 19 홍콩 사이먼리갤러리
 


<L’ALMANNACH 16>전 전경 2016 르콩소르시엄 디종

안젤라 블로흐(Angela Bulloch)의 개인전 <One Way Conversation…>(10. 14~11. 19)이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사이먼리갤러리(Simon Lee Gallery)에서 열리고 있다. 5점의 신작 조각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시장 벽면에 3점의 페인팅을 직접 그려 넣음으로써 전시공간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기하학적 형태의 다면체 표면으로 이루어진 조각들은 이번 전시에 앞서 르콩소르시엄 디종(Le Consortium Dijon)에서 열린 <L’ALMANNACH 16>(2. 20~6. 5)전과 샤르자미술관에서 열린 <Considering Dynamics & The Form of Chaos>(3. 9~5. 31)전에서 선보인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 기자의 말에 작가는 “나의 조각들은 마름모꼴을 기본 형태로 한다. 나는 처음에 이 형태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의 상태에 놓이게 했다. 가상의 상황에서 작품은 중력의 힘을 받지 않고 2차원의 환경 속에 있다. 이를 3차원의 현실로 놓이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상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사물의 표면, 컬러, 그리고 그 사물이 놓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컨텍스트(context)다. 관객이 공간에서 작품과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컨텍스트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결정된다.” 공간에 층층이 쌓여 전시된 마름모꼴의 조각은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고정된 형태와 색채를 탈피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마치 하나의 음악, 리듬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전시 제목 역시 <선샤인(Sunshine)>이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말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 연주자로 활약한 작가의 이력은 음악이 곧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필연적인 요소임을 말해준다.  

마름모꼴의 조각은 그가 수년간 작업해 온 픽셀 박스(pixel box)의 또 다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블로흐의 작업을 대표하는 픽셀 박스는 1990년대 후반 작가가 엔지니어들과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이후 그의 작업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이 네모난 픽셀 형태의 추상 작업은 벽화 또는 DMX모듈 설치 작업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빨강, 파랑, 초록 형광등이 설치된 정육면체의 픽셀 상자는 수백 가지의 색상이 발광하며 2차원의 요소가 3차원적 조각의 형태로 확장되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체험하게 한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DMX모듈이나 픽셀 박스는 정육각형 형태의 ‘픽셀’ 혹은 그림의 요소에 대한 조각적인 표현”이다. 즉 시간에 따라 변하는 설치작업으로 조각적 성격을 띤 픽셀작업은 가시화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 끊임없이 변하는 색채를 경험하게 하는 기묘한 힘을 갖고 있다. 블로흐는 디지털 시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아 매끈하고 결점이 없는 조각을 가공하고, 이를 통해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색채의 향연을 만들어낸 것이다.
 


개인전 <One Way Conversation…> 출품작 앞에 선 작가 안젤라 블로흐 2016 홍콩 사이먼리갤러리

물체, 색, 빛, 움직임, 텍스트, 음악적 요소 등이 공존하는 그간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과 비물질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 또는 불협화음을 이끌어내며 소통이나 소통의 부재를 전제한다. 그의 작업 대부분은 엔지니어 혹은 건축 음악 공연 분야의 예술가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아 작품 제작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관계를 표방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과 그것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둔다는 작가의 말 역시 그의 작업이 곧 사람과 사회의 구조를 바라보는 하나의 은유임을 말해준다. 또한 기하학적으로 구조화된 그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포스트미니멀리즘 작업으로 독해되기도 한다. 

1989년 23살의 나이로 영국의 화이트채플 미술가상을 수상한 블로흐는 영국의 젊은미술가 군단 ‘yBa’의 주요 멤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03년 갤러리현대에서 yBa를 대표하는 작가로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초대된 바 있다. 이제는 작가의 바람대로 yBa라는 꼬리표를 떼고 ‘현재’의 시간 안에서 그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