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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오윤 30주기展

2016.07.04 17:19

민족의 울분을 달래 준 ‘도깨비’
오윤 30주기展 6. 24~7. 31 가나아트센터
 


<범놀이> 광목, 고무판 29.8×39.7cm 연도미상

목판에 새겨진 흥겨운 풍물 가락에 맞춰 어깨를 덩실거리는 농부들과 탈춤꾼의 춤사위가 전시장에 펼쳐졌다. 민족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한 오윤의 30주기 회고전이 개최된 것이다. 오윤을 대표하는 판화 작업부터 유화와 조각, 미공개 드로잉까지 가나아트센터 전관에 걸쳐 총 240여 작품을 선보인 대규모 전시다. 판화의 경우 작가가 생전에 직접 제작한 작품만으로 구성됐으며, 유족과 개인 소장자가 보관해 온 초기작 등 기존에 보기 드문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 전시는 오윤과 함께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던 윤범모 교수가 기획했다.
 


<칼노래> 광목에 목판화, 채색 47×31.6cm 연도미상

오윤의 판화는 그가 생전에 제작했던 판화와 사후 원판을 이용해 대량 제작한 판화로 구분되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전 판화 중 작가의 서명이 없는 작품은 유족의 철인을 찍어 구분 기준에 정확성을 더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그의 판화에서 눈에 띄는 작업 중 하나는 1985년에 제작한 <도깨비>다. 북과 꽹과리를 치며 한바탕 신명나게 춤판을 벌이거나 씨름을 하고 있는 도깨비 이미지에서 민족의 애환과 한을 유쾌하게 풀어 내면서도 이를 치유하고자 한 샤머니즘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칼로 날렵하게 조각된 형태와 강렬한 원색의 조화는 마치 전통 무속화나 불교의 탱화에서 볼 법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윤의 판화에 새겨진 도깨비나 망나니, 농부 등 인물의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동작들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찰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윤범모는 “한국 전통춤을 연구한 전문가라면 오윤 작품에 등장하는 춤 동작이 어떤 동작인지 알 수 있다”고 언급하며 오윤의 집요한 탐구심과 섬세함을 강조했다. 크레파스 색연필 붓 등을 사용한 드로잉부터 흙 작업과 테라코타 유화 목판화까지, 작가는 여러가지 매체를 활용한 형식 실험을 이어 왔다. 다양한 소재와 재료, 색과 형태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면서 더욱 강렬한 역동성을 표현한다.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작가 오윤

1946년 소설가 오영수의 장남으로 태어난 오윤은 1969년부터 미술단체 ‘현실동인’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전통문화와 민족예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토속적 주제들이 단지 옛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 재창조하면서 우리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했다. 입체주의와 멕시코미술을 접하면서 작품의 조형성과 독창성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해 나갔으며, 당시 미술계의 주류를 형성하던 모더니즘 미술에 귀속되지 않고 노동자의 삶을 작품에 담아 냈다. 또한 잡지의 표지나 삽화 포스터 걸개그림 등을 그리면서 예술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1980년대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부터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데 힘썼다. 1985년에는 높이 약 3.5m의 대형 걸개그림인 <통일대원도>를 제작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나, 이듬해 지병인 간경화가 악화되어 요절했다.
 


<오윤 30주기>전 전경 2016 가나아트센터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는 7월 4일 ‘오윤 30주기 기일 공개 좌담회’와 7월 9일 ‘유홍준 미술평론가의 특강’이 마련된다. 이번 전시와 행사를 통해 작고 30주년을 맞은 오윤의 작업세계를 재점검하고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Posted by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