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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디자인 없는 디자인展

2016.07.04 17:18

일상에서 피어나는 ‘오픈 디자인’
디자인 없는 디자인展 5. 3~6. 26 토탈미술관
 


<디자인 없는 디자인>전 전경 2016 토탈미술관

쫄깃한 파스타를 볶는 향이 코끝을 스친다. 요리만이 아니다. 드론이나 가구를 조립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꼭 맞는 구두를 만들기도 한다. 만들다 지치면 나무판으로 만든 1평짜리 집에서 잠을 청해도 좋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 다름 아닌 미술관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토탈미술관이 전시에 또 다른 개념을 불어 넣은 것. 실험적인 전시와 과감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아 온 토탈미술관은 40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여전히 예술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을 그치지 않고 있다. 5월 3일부터 6월 26일까지 진행된 <디자인 없는 디자인(design without Design)> 프로젝트는 미술관과 전시, 예술을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다. 대문자 ‘Design’이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에서 제작한 완성된 디자인이라면 소문자 ‘design’은 과정으로서의 디자인, 즉 ‘오픈 소스 디자인’을 의미한다.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과정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꾸리기 위한 준비부터 결과까지 모든 것을 웹상에 ‘오픈’함으로써 전시의 맥락과 의미를 확장한다.
 


스페인 작가 에바 알머슨의 ‘토마토 콜드 스프’ 레시피

기자는 작가들이 직접 제공한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주는 ‘오픈 레시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도균 작가의 레시피로 요리한 ‘까나리 액젓 파스타’로 든든히 한 끼를 채운 후 받은 영수증 역시 심상치 않았다. 영수증의 세부 판매 항목에는 음식 재료의 원가와 레시피 및 노동의 가치 등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포함된 모든 ‘가치’가 금액으로 환산돼 적혀 있다. 가격을 책정하는 것 또한 소비자의 몫이다. 2016년 시도된 ‘과정으로서의 디자인’ 아이디어의 원천은 토탈미술관 설립자 문신규 회장이 《꾸밈》(토탈북스)이라는 디자인 잡지를 창간한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프로젝트 제목인 <디자인 없는 디자인>은 1981년 《꾸밈》 제30호 발간 기념으로 제작된, 디자인에 관한 글을 모은 앤솔로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토탈미술관은 36년 전 토탈북스에서 출간한 책의 제목을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로 확장하여 오늘날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디자인 없는 디자인’은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독점하지 않는 디자인,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들고 그 기술을 함께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오픈 디자인’이다. ‘먹고 놀고 만들고 자는’ 일상의 평범한 행동 안에 숨어 있던 디자인, 그리고 삶에서 벌어지는 소박한 창조에서 시작되는 예술. 바로 우리 모두가 우리 삶의 디자이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Posted by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