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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첫 출근 이후부터 현재까지 에디터의 업무를 알아가며

2016.05.04 18:31

실전을 향해 다시 내딛는 한 걸음
첫 출근 이후부터 현재까지 에디터의 업무를 알아가며
 


<미술관이 된 舊벨기에영사관> 전시 중 노상호 작가 섹션 전경 2015 서울시립남서울생활미술관

Art에 입사한 뒤로 조금은 휘청거리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32살의 나이에 기자로서의 새로운 출발은 설렘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매달 책을 내야 하는 잡지의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익히고 진행하면서 어느덧 몇 달이 훌쩍 흘렀다. 첫 출근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받은 명함에는 기자라는 직함과 함께 ‘에디터(Editor)’라는 영문이 나란히 표기되어 있었다. 에디터라는 생소했던 직함이 조금씩 익숙해질 즈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지난 1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테크토닉스>전을 기획한 필립 비즈닉(Filip Visnjic)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질문 하나를 작성할 때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스쳤다. 기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전체적인 성격과 답변자에게서 이끌어 낼 수 있는 태도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뷰 내용이 독자에게 얼마만큼의 정보와 의미를 줄 수 있는지, Art의 성격과는 부합하는지 총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매달 3명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인 <뉴룩> 기사를 작성하는 업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뉴룩은 200자 원고지로 6~7매 정도 되는 짧은 기사지만, 기자 스스로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하면서 최대한 작업을 오해하지 않고 해석하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한 권의 잡지에 실리는 모든 글과 이미지는 물론, 잡지의 구성까지 에디터의 시각과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없다. 3월 중순 아트스페이스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김정헌 작가와 인터뷰했을 때 작가는 ‘시각적 문해력’을 언급했다. 에디터는 작가가 시각예술을 통해 보여 준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어 주어야 한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결국 에디터의 소양인 것이다. 더욱이 작가와 작품, 전시를 잘 읽어 낼 수 있는 필자를 선택하여 좋은 글을 잡지에 싣는 일도 바로 에디터의 임무였다.
 


아트스페이스풀에서 열린 김정헌 개인전 기자간담회. 본인의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김정헌

에디터의 업무는 취재부터 기사 작성, 청탁, 디자인 작업과 인쇄까지 다양하지만, 그중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업무가 있다. 바로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이다. 작가나 기획자, 평론가 등 ‘미술’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Art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는 에디터들과 디자이너 등의 직원들, 인쇄소의 기장님들까지 서로 협력하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에디터의 또 다른 임무다.

잡지사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가장 생소했던 부분은 바로 잡지의 레이아웃을 만드는 일이다. 잡지에 들어가는 이미지의 선택 배열 구성은 중요한 요소인데, 잡지는 작품과 전시공간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무대인 것이다. 어떤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하는 고민 역시 에디터의 몫. 이미지 하나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우들을 직접 확인해 보니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잡지의 페이지를 채워 나가 최종 인쇄하는 순간까지 에디터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그달의 모든 콘텐츠가 완성된 후 에디터들은 인쇄소로 향한다. ‘미술전문지’인 만큼 이미지의 색감을 원본과 최대한 가깝게 인쇄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에디터의 임무다. 인쇄소 기장들과 협력하며 거대한 기계에서 찍혀 나오는 인쇄지의 이미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 또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마침내 깔끔하게 제본된 책을 품에 안는 순간, 뿌듯함과 함께 한 달이 훌쩍 지나간다. 매월 초 회사로 배달되는 타 미술잡지들을 읽고 있으면, 모두가 다른 관점과 방향성을 갖고 한 달을 부단히 달려 온 것을 실감한다. 이 역시 기자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아닐 수 없었다. 한 권의 잡지를 발간하기까지 걸린 물리적인 시간은 비슷했겠지만 각자의 시점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200호 특집을 준비하면서 Art 과월호를 쌓아 두고 찬찬히 살펴 보았다. 이전에 잡지들을 읽어 보았을 때와는 감회가 달랐다. 그 중, 눈에 띄는 한 구절을 발견했다. “날카롭고 깊이 있는 시각을 기반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컨템포러리아트의 담론을 점검, 생산하는 발판이 되겠습니다.” 2016년 1월호에 실린 편집부의 새해 인사말 중 일부다. 지금까지 기자가 경험했던 에디터로서의 업무는 바로 저 문구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에디터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감을 잡았다면, 이제 실전에 돌입할 차례. 기자 스스로를 향한 또 다른 질문을 안고 가야 할 때다. 바로 ‘어떤’ 에디터가 되고 싶은가이다.

Posted by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