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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제1회 VH AWARD 시상식 개최

2016.02.01 18:36

한국 뉴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인큐베이터
현대차그룹, 제1회 VH AWARD 시상식 개최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

뉴미디어아트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디어아티스트 성장 지원 프로젝트 ‘VH AWARD'를 제정한 것이다. 국내 기업이 미디어아트 제작을 지원하고 시상하는 최초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VH’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 있는 아시아 최대 스펙의 초대형 미디어갤러리 ‘비전홀’의 약자다. 이는 가로 24m, 세로 3.6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현대차그룹의 미디어아트 아카이브다.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장르의 미술을 ‘통 크게’ 지원함으로써 진취적인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와 예술적 감성이 결합한 21세기 기업 모형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4일부터 6월 21일까지 비전홀에 상영될 작품을 공모했다. 이후 6개월간 진행된 VH AWARD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프로젝트 응모 대상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975년 이후 출생자다. 비디오아트, 실사 영상, 모션 그래픽, 컴퓨터 애니메이션, 조각 및 회화 등 영상물로 표현될 수 있는 뉴미디어 창작 작품을 응모 장르로 국한했다. 최종 선정된 3인(팀)에게는 신작을 제작할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원금을 받아 제작된 3편의 작품을 심사하여 최종 대상 1인(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전홀 어워드 시상식 장면

60명이 넘는 작가가 공모에 지원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최종 후보자가 선정됐다. 1차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작가는 박제성 이성재 장석준. 3명의 작가는 각각 지원금 3천만 원을 받아 8월 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지원금으로 제작한 신작을 출품했다. 지난 1월 21일 비전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은 그랑프리 후보작을 공개하고 3인의 작가 가운데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후보자 3인 중에서 최종 그랑프리는 3D 애니메이션 〈여정(A Journey)〉을 출품한 박제성 작가로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은 대상을 수상한 박제성 작가에게 상금 5천만 원을 수여하고, 최종 후보자 3명의 작품을 올해 1년간 비전홀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심사위원 구성도 눈에 띈다. 오스트리아 아르스엘렉트로니카센터(Ars Electronica Center) 큐레이터 마틴 혼직(Martin Honzik), 미국 뉴뮤지엄(New Museum) 큐레이터 로렌 코넬(Lauren Cornell),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뉴미디어 큐레이터 최흥철이다. 유럽과 미국, 한국의 뉴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의 심사 결과가 한국 미술계뿐 아니라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전략이 엿보인다.
 


마북캠퍼스 포럼관에서 큐레이터 토크를 진행 중인 마틴 혼직

시상식 당일에는 VH AWARD의 그랑프리 시상에 앞서 심사위원의 큐레이터 토크가 진행됐다. 마틴 혼직은 ‘유럽 미디어아트 트렌드와 한국 미디어아트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아트와 기술, 사회의 연관성과 인과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인텔에서 진행, 제작한 드론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며, 최근 뉴미디어아트 경향을 소개했다. 이어서 최흥철은 ‘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랩의 설립 배경과 전시 현황’을 주제로 국내 미디어아트의 계보를 추적하고, 〈2015 한-호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2015. 9. 22~1. 24) 등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근 개최된 미디어아트 전시를 소개했다. 특히 두 강연자 모두 뉴미디어아트의 본질은 ‘휴머니즘’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상식 행사 이후 3명의 후보작이 연이어 상영됐다. 작품 간 서로 다른 콘셉트와 제작 방식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성재의 〈대답되지 않은 질문(Avyakrta)〉은 카메라의 고속촬영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의 몸과 영혼이 변화하는 과정, 개인과 집단의 지속적이고 영원한 관계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장석준은 드론을 사용해 〈평평한 도시(Flatcity)〉를 제작했다. 온라인 지도 속에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가상의 움직임을 재현했다. 대상 수상자인 박제성의 〈여정(A Journey)〉은 RPG 게임의 가상현실 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관객이 영상에 배치된 상징적인 요소와 상황을 여행자의 관점에서 경험하게 한다. 작가는 가상세계에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게임의 방식에 흥미를 느꼈다. 개인은 게임 속에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만, 결국 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작가가 기존 작업에서 끊임없이 다뤄 왔던 문제의식, 즉 삶의 ‘주체’에 대한 질문과 직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석탑이나 물고기, 코끼리 등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 속 상징물은 ‘불교철학’에 기반을 둔 작가의 오랜 고민과 생각을 시각화한 것이다. 작가는 거대한 가상의 공간을 여행 장소로 상정하고, 더 나아가 감상자의 내면을 향해 떠나는 명상의 공간으로 확장되길 희망했다.
 


박제성 〈여정〉 3D RPG 애니메이션 27분 29초 2015

VH AWARD는 대기업이 ‘후원자’가 아니라 ‘주최자’가 되어 젊은 작가의 뉴미디어 작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행사다. 현대차그룹이 주창한 ‘아트 인큐베이터’로서의 성과는 앞으로 이어질 기업의 꾸준한 행보와 더불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창작 의지에 따라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출품작들의 퀄리티가 매우 높아서 하나의 작품을 선정하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소감이 앞으로도 꾸준히 유효한 명제가 되길 기대한다. 백남준의 예술적 혈맥을 이어가는 후예로서 ‘뉴미디어’ 예술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의 ‘비전’이 실현되는 ‘비전홀’이 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