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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Look] 곽이브

2015.10.26 10:42

평평한 현실, 쌓고 접기
곽이브
 


<배산임수-곧게> 시멘트 가변크기 2010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촉발된 ‘종이접기 붐’은 자본주의적으로 의미 없는, 그래서 하잘것없어 보였던 일에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종이접기에서는 납작한 종이가 입체적 형상으로 구현되면서 새로운 대상이 탄생한다. 여전히 같은 ‘종이’지만 이전과 달라진 형태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평면상태 연구> ‘배산임수-곧게’ 위에 우드락 가변크기 2010

곽이브의 작업은 기존의 익숙한 사물 혹은 장소를 살짝 건드리면서 그것의 의미를 고견해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종이접기’에 비유할 수 있다. 곽이브가 지난 8월 갤러리조선에서 가진 개인전 제목 〈평평한 것은 동시에 생긴다〉가 암시하듯, 그의 이번 전시는 ‘평평한’ 종이에서부터 출발한다. 관객은 각각 A1~A3 규격으로 제작된 파란색 포장지를 접어 부피를 지닌 입체를 자유자재로 만들거나 마음에 드는 자리에 부착해 볼 수 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평면적이었던 전시장은 점점 더 공간감이 두드러진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관객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변형된 종이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몸을 트는 등 태도를 전환하게 된다. 관객의 행동반경에 속하는 순간 비로소 같은 공간을 공유한 그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평평한 것은 동시에 생긴다>전 갤러리 조선 전시 전경 2015

〈배산임수〉 시리즈는 아파트 평면도의 외곽선을 따라 제작한 우드락 틀 안에 시멘트를 부어 아파트 형상의 설치물을 주조한 작품이다. 반복적으로 찍어 내는 행위에 가까운 이 작품은 기성복을 만들듯이 정형적인 모델과 건축 방식으로 건설되는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작가의 아파트는 전통적인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실제 ‘배산임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최적의 택지에 주거하길 바라는 보편적인 염원을 부각한다. 작가는 “주거를 위해 ‘사는 곳’이 경제적 금전 가치로 ‘사는 것’이 된 현상을 비판하다가, 풍족하게 살려는 갈망이 생을 위한 열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아시스 #3> 석고, 시멘트, 플라워 폼 11×23×16cm 2010

꽃꽂이에 쓰이는 플라워 폼 위에 동일한 규격의 석고를 부어 굳힌 〈오아시스#3〉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작가가 지방의 레지던시에서 지내면서 두 지역을 이동하던 중에, 도시의 구축물과 자연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배치돼 있는 상태를 보고 이를 의식해 제작한 작업이다. 원래는 플라워 폼을 조각도로 파내기만 한 형태였는데, 재료의 독특한 촉각성 때문에 호기심 많은 관객들이 꾹꾹 눌러 자국이 남자 그 자리에 석고를 부어 변형된 상태를 기록했다. 작품이 훼손된 일종의 사고로 출발했지만, 작가는 이것을 도시 구축물과 자연 사이에 사람의 행위가 개입되는 현실처럼 ‘당연한 일’로 여겼다.
 


<공간 드로잉> 드로잉북에 밀착 사진 가변크기 2008

직사각형 우드락 틀에 시멘트를 붓고 전시장 입구에 발판으로 사용한 〈발구름판〉과 전시장 계단에 보폭을 짧게 조절해야 하는 새로운 계단을 추가한 〈걸음〉은 관객에게 ‘다른 시각’을 넘어 ‘다른 태도’를 갖도록 유도한다. 밟을수록 갈라지는 발판과 폭이 좁은 계단이 요구하는 신중함은 이제껏 관심 갖지 않았던 존재 혹은 문제를 유심히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곽이브는 시야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대상을 자극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은밀히 드러내면서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곽이브 / 1983년 인천 출생. 서울과학기술대 및 동대학원 조형예술과 졸업. 쿤스트독프로젝트스페이스(2010), 커먼센터(2014), 금호미술관(2014), 갤러리조선(2015), 가변크기(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책상 위의 한 선정은, 결국〉(인사미술공간, 2012), 〈트라이앵글-동방의요괴들〉(스페이스K 광주, 2013), 〈우문현답〉(쿤스트독갤러리, 2014) 등 참여.

Posted by 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