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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양 미술사》 《창작의 힘》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2015.05.04 19:24

입맛 대로 골라 읽는 서양미술사
신간 《서양 미술사》 《창작의 힘》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창작의 힘》

해가 길어져 독서하기 더욱 좋아진 이 봄, 서양회화사의 명작을 담은 신간들이 눈에 띈다. 먼저 《서양 미술사: 르네상스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회화의 역사를 보다》(A.N. 호지 지음, 서영희 옮김, 미진사). 14세기에서 21세기 초까지 서구 근현대 미술 중에서도 회화의 흐름을 여덟 가지 테마로 정리해 기술한 ‘교과서’ 같은 책이다. 각 테마마다 각 시대 및 사회의 변화 내용을 근거로 대표 작가를 선별했다. E. H. 곰브리치가 언급한 ‘미술가 중심의 미술사’ 기술 방식을 채택해, 각 화가의 작품이 어떤 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출현하고 어떤 양식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어떻게 평가받는지 살핀다. 예를 들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보여 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이상화된 고전주의 양식이 300여 년 후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에서는 냉엄한 역사적 현실을 다루는 리얼리즘의 고전주의로 전환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식이다. 핵심만을 짚어 간단명료하게 서술하고 있어 회화사의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미술사학자이자 영국 정부 미술 컬렉션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필자는 자신의 감식안으로 작품을 골랐지만, 각각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검증됐거나 개연성이 높은 해석을 달아 객관성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기존 미술사 책과 비교해 여성 작가를 다수 소개하며, 전통 미술사 범주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던 생존 작가에 대한 비평적 언급까지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미술사 공부를 막 시작하는 학생, 미술을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일반인에게 이상적인 책이다.
 


《서양미술사》

《서양 미술사》가 개인의 연구 취향이나 주제에 대한 선별보다 미술사의 전체 지형도에 입각해 양식사적인 접근법을 택했다면, 다음으로 소개할 두 책은 고유한 테마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주관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창작의 힘》(유경희 지음, 마음산책)은 미술평론가 유경희가 1년 동안 ‘예술가의 취향’이라는 제목으로 매체에 연재했던 24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에드바르드 뭉크, 조지아 오키프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주요 미술가 24인의 성격과 취향을 기술하며, 그들이 무엇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예술가의 삶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잘 알려진, 그래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유명 작품들에서 숨겨진 의미를 좀 더 풍성하게 발견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뭉크의 <절규>, 프리다 칼로와 에곤 실레의 자화상, 앙리 루소의 <꿈> 등 여러 작품들의 창작과 연계된 구체적인 일화는 물론 작가의 평소 성품이나 사생활까지도 전한다. 해당 작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자신이 선호했던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듯. 미술을 잘 모르는 독자더라도 그들의 삶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한편,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이정아 지음, 팜파스)에서는 미술보다 삶이 한발 앞선다. 도시, 감정, 취향, 그리움 총 4개의 테마로 된 에세이 28편으로 구성, 필자와 주변인들의 일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각각 묘사했다. 비오는 날에는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19세기 파리 풍경화를 보고, 눈 내리는 날에는 알프레드 시슬레의 풍경화를 떠올리며, 햇살이 좋은 날에는 모네의 정원을 연상하는 식이다. 과거의 그림에서 현재의 삶 속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 일간지 기자, 웹진 편집장을 거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필자는 개인적인 일화를 쉬운 문체로 맛깔나게 기술한다. 저자는 당부한다. 우리 모두에겐 그림 같은 일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도시에서 하루를 버티고, 마음까지 건조해진 채 귀가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그림편지’다. 회화사의 명작뿐만 아니라 소소한 그림까지도 시공간을 초월해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알베르트 안케 〈요람에 누운 아기를 돌보며 뜨개질하는 소녀〉 캔버스에 유채 70×54cm 1885_《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수록 도판

Posted by 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