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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터뷰 "내겐 너무 소중한 '독립출판'"

2015.03.23 11:52

* 아래는 아트인컬처 2014년 12월호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언리미티드 에디션(이하 UE)은 한국 독립출판의 오늘을 점검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단 이틀 동안 펼쳐지는 한정적인 책들의 무한정한 폭발! UE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 이로를 만났다. 그는 홍익대 주변에 유어마인드라는 예술서점도 운영 중이다. 행사의 성공 때문인지 아트북 페어를 향한 그의 의지는 어느 해보다 단단해 보였다. 역대 UE의 변천사, 서점과 페어 운영의 즐거움, 한국 독립출판 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제언까지… Art가 묻고, 이로가 답했다. 그가 올해 UE에서 선보인 수많은 독립출판물 중 Art 독자를 위해 추천한 11권의 아이템도 함께 소개한다.
 


이로가 운영하는 유어마인드에 방문하면 세 마리의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안은 누렁이의 이름은 표표 / 제6회 UE의 홍보 이미지. UE의 이미지는 사선 구도를 기본으로 제작된다.

Art 올해 UE도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행사 결과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수치로 살펴보면 이틀 동안 108팀이 참가해 8,000명이 방문하고 18,000권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내외부에서 여러 목소리가 감지됐다. 행사의 정체성이나 특성이 다른 때보다 유독 더 자리를 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부터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페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와 별개로 내부에서는 1~5회까지 극복하지 못했던 결점을 보완하고 처음 체계를 갖춰 진행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여전히 미해결된 부분도 검토 중이다.

Art 2009년부터 현재까지 UE의 변화 양상은 어떤가? 
흥미롭게도 2009년 1회 행사에는 900명이 방문하여 900권을 구매했다.  평균 한 명당 한 권을 구매한, 그러니까 2009년 행사 때만 해도 특정한 책을 사거나 이미 인지하는 제작자를 찾기보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란 호기심을 풀기 위한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2009년의 시장이 ‘동료 작업자 내지는 지인’의 범주에 머물렀다면, 2014년의 시장은 그에 더해 ‘소비자 내지는 대중의 극단적인 일부’까지 확장됐다. 독립출판사의 규모를 개인, 작은 집단으로서의 프레스, 소형 출판사, 이렇게 세 단위로 구분했을 때 올해 ‘프레스’ 단위의 참가가 어느 때보다 많았다. 또한 그 프레스를 구성하는 집단이 임시적이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는 팀이 다수였다는 사실이 좋았다. UE5까지는 20~30대 청년층의 방문이 많았다면 올해는 처음으로 10대, 가족 단위, 장노년층의 방문 비중이 전보다 높아졌다.
 


다이어리 겸 캘린터 《2015》 편집숍 LAMB를 운영하는 허유와 《GQ KOREA》 피처팀 디렉터 장우철이 디자인했다. ‘소년과 계절’을 테마로 촬영한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Art 5회 행사를 마치고 쓴 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용기’와 ‘외로움’이라는 단어의 등장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외로움에서 기인하여 외롭게 만들어지고 외롭게 판매되는 책들은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찾았나?
사실 내게 UE 자체가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보다는 몇가지 힌트가 될 장면을 엿봤다. 첫째, 예년에 비해 텍스트 위주의 작업이 크게 각광 받았다. 노트인비트윈, 도미노, 문학과 죄송사, 라이프보트, 아티초크, 현실탐구단, 영화잡지 《anno.》 등의 참가팀이 유독 좋은 성과를 냈다. 아트북 페어의 성격상 시각 예술에 기초한 작업이 대다수를 이루는데, 그렇다 보니 ‘보는 책’ 사이의 ‘읽는 책’의 반응이 오히려 높아졌고 ‘보는 책’들은 순간적인 경쟁이 심해져 판매의 격차가 커졌다. 행사 내내 시각에 의존해 구매하게 되면서 그 퀄리티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게 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 UE에 맞춰 크지 않더라도 새로운 작업이나 기획을 민첩하게 발표하는 팀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는데 이전 회보다 더 작은 규모라도 더 효과 있게 만드는 팀이 많았다. 이런 장면, 통계, 자료, 감정을 눈앞에서 조망한다는 것 자체로 UE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

Art 주최자의 태도도 변했을 것 같다. 
지금도 행사 전후로 걱정이 많지만, UE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에 최소한의 확신이 생겼다. 1, 2회를 개최할 때는 이 행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UE를 시작할 때의 고충이나 딜레마는 특정 분야에 베테랑이 아닌 사람이 외부로 발표되는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독립출판의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페어를 여는 노하우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도 생겼겠지만, 한 공간에 많은 사람을 모은다는 불안감이 극도에 달했었다.

Art UE에 참여한 부스 관계자들의 분위기도 작년과 비교해 달라 보였다.
맞다. 참가팀의 접근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태도의 차이는 아닌 것 같고, 행사가 매년 개최되면서 참가하는 사람들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 단기의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 길을 찾아가게 되고, 부스 설정이나 판매 방식, 홍보와 호소 등에 예년보다 다양한 방향이 드러났다.

Art UE를 계기로 새로운 팀들이 구성되기도 한다. 올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는 누구인가?
올해는 스페셜 부스 중 하나였던 ‘만화 연합’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 웹툰이 만화계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런 중에 자신들의 작업을 종이 매체로 표현하는 세 팀(쾅 매거진, 우주사우나, 살북)이 모였다. 우주사우나 팀은 전자책(아이패드 앱)으로 시작해 종이 만화 잡지로 변모한, 시대 흐름과 역순인 점도 흥미로웠다.

Art 일차적인 판매 이외에 기타 프로그램의 기획 방향은 무엇인가?
1회부터 5회까지는 프로그램이 행사와 느슨한 접점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6회에서는 조금 더 페어 자체와 밀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회까지는 프로그램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과 독립출판의 접점을 새로 만들고자 프로그램을 느슨하게 짰는데, 6회에서 그런 욕심을 포기하고 과감히 음악 공연도 빼면서 조금 더 ‘이곳에 모인 사람을 위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Art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장소는 언제나 최우선으로 고심한다. 인 더 페이퍼 갤러리(1회), 플래툰 쿤스트할레(2,3회), 무대륙(4,5회), NEMO(6회) 등으로 이동해왔다. 섭외가 가능한 곳 중 참가팀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UE의 성격을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주로 찾았다. 상시적으로 페어를 여는 곳도 배제했다. 우리가 사용하면서 그 공간의 본래 성격과 다른 장면을 연출해 내는 걸 지향한다. 1년 내내 조용한 독립출판 씬이 이틀간 폭발할 때 공간 역시 평상시와 다른 기운을 보여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잡지 《anno.》는 이 시대에 맞는 또 다른 《키노》를 꿈꾼다. 매 호 하나의 영화 속 요소를 선정해 해당 주제를 논한다. 3호의 주제는 미쟝센 / 김포포 《마지막 노래와 이름 없는 늪》 작가의 글과 사진이 실려 있는 시집

Art ‘독립출판’이라는 용어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독립출판을 어떻게 정의하나?
유어마인드를 시작하고 1~2년 지났을 때는 ‘독립출판’이라는 단어가 가진 한계나 오해 가능한 부분을 풀기 위해 ‘소규모 출판’이나 ‘자생 출판’ 등의 다른 용어를 무던히 사용했다. 다만 지금은 어떤 단어든 ‘출판’에서 수식하며 폭을 좁힐 때 단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독립출판’이라고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립출판에는 ‘출판’과 ‘미술’과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분야가 서로 강하게 뒤섞여 있다. 다른 문화 산업과 달리 세 분야가 서로 양보하지 않고 힘을 겨루는 양상을 보이는 특수한 장르다. ‘조화’나 ‘복합’의 측면이 아니다. 예를 들면 어떤 작가가 ‘출판’이라는 줄기 하나만으로 독립 출판에 접근할 수도 있다. 혹은 ‘미술’과 ‘디자인’의 조합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세 가지를 완전하게 조율하는 출판사의 폭발력은 각 분야에 몰두한 그것과는 또 다르다. 그때 이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 미술가, 디자이너 중 누구든 독립출판의 제작자로 분할 수 있다. 나는 그 지점에 독립출판이 가진 최대의 매력과 지금의 열기에 대한 열쇠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세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출판을 ‘가능한 활로’로 인식한다는 점 말이다. 예측 불가능한 작업이 종종 발표되고 호명되고 마치 대안처럼 받아들여지는 것도 예술 작품이자 책이자 상품이자 사물인 ‘아트북’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와 리소 인쇄소, 출판사를 운영하는 코우너스 퍼블리싱에서 제작한 단편 소설집. 저작권이 만료된 한국의 중·단편 소설을 연작으로 발표하고 있다.

Art 독립출판 씬의 일원으로 봤을 때, 독립출판이 가진 큰 매력은 무엇인가?
‘독립’ 출판이어서 기존의 맥락과 다르게 펼쳐지면서 동시에 독립 ‘출판’이어서 그 사각의 틀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파괴적인 작업은 나오기 어려운 점이 재밌다. ‘책 속의 다른 책’이라는 점이 지니는 매력적인 면이 많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출판, 미술, 디자인이 서로 충돌하는 매체다 보니 그것을 완전한 비율로 조율한 책이 얼마나 (지금의 방식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목격하기도 한다. 프로들에 의해 분업된 산업과 세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성의 출판에는 접근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튼튼하고 존경스러운 작업이 많다. 저기 프로에 의해 분할된 세계가 있을 수 있다면 여기 아마추어에 의해 혼합된 세계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 못하는 것, 믿지 않는 것, 포기한 것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완성하는 세계가 아닌가. ‘한계가 곧 가능성이다’ 식의 표현을 보통 배척하는 편이지만, 내겐 독립출판의 큰 단점이 강한 매력이다. 종이 낭비가 더 심해지고 에고의 자위가 격해질 때 그 속에서 어떤 곳의 누구도 하지 못한 대단한 작업이 탄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Art 독립출판물 서점의 운영자와 페어의 운영자라는 역할이 상호 충돌하진 않나?
 두 역할이 충돌하진 않는다. 페어 기획자로서 가진 역할을 수행할 때 여러 관점이나 기준이 확장되는데, 그런 확장이 서점에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어서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UE보다는 여러 방향이나 운영 면에서 폐쇄적이게 된다. 유어마인드를 363일 운영하면서 보이는 현장성을 2일간의 아트북 페어에 넓게 쏟아부으려 한다.

Art 독립출판 그 자체와 아트북 페어의 매력은 다를 것 같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아트북 페어가 팽창하고 있다. 
 음악 씬에 록 페스티벌이 있고 영화 씬에 국제영화제가 있고 출판 씬에 도서전이 있는 것처럼 독립출판 분야에도 아트북 페어가 수요의 정도를 넘어선 수준으로 개최될 거라 예상한다. 그것은 앞서 말한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힘이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거나 점점 고립돼 가는 문화가 한 순간 전체의 힘으로 폭발하는 때를 경험하면 그것이 정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제작자가 ‘명절’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나는 그 명절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의미가 현재 아트북 페어가 많아지는 계기와 이어져 있다고 본다. 명절은 서로 관련된 사람들이 특정한 시기를 핑계로 모여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다. 아트북 페어 역시 그러한 기능을 하고, 독립출판이 평소 결집 내지는 마케팅, 적극적인 태도와 거리가 있다 보니 그런 정점에서의 순간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 같다.

Art 한국의 독립출판은 서구와 달리 2000년대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구심점의 역할이 주요했다. 적절한 노력을 들였을 때 전체 양상이 눈에 보여야 그 판을 판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은가. 구심점으로서의 서점이나 행사, 아카이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던한 노력을 들인 사람 눈에만 보이는 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가린, 더북스, 더북소사이어티를 비롯해 내가 운영하는 유어마인드 등의 서점이 등장하고 몇몇 이벤트가 개별적인 출판물보다 ‘한 번 전체를 보자’는 식으로 치러진 2008년과 2009년부터 인식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 파악하고 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프린티드 매터가 1976년 출발했으니 그 인식의 시차가 30여년 차이날 수밖에 없다.
 


배수아 외 《번역과 말 - 번역가들이 말하는 번역》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을 옮긴 번역가들의 번역에 대해 남긴 말을 추려 엮은 책. / 홍구김 《펠리체 바우어의 꿈》 워크룸 문학 총서 ‘제한들’ 1권인 동명의 책에서 카프카가 그와 비운의 연인 사이였던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를 울리포적 변환했다. 가상의 편지이자, 카프카에 대한 팬진이기도 하다.

Art 독립출판 씬의 시차 이외에 특별히 한국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진(Zine)의 약세’와 ‘북아트를 접목시킨 책의 열세’가 아닐까 싶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쇄 비용을 주된 이유다. 덧붙여 ‘책의 형태를 조금 벗어난 책을 책으로 용납’하는 정도가 조금 낮다. 그것은 안타깝다기보다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외 제작자들 역시 같은 자본으로 훨씬 더 탄탄한 책을 만들 수 있는 한국의 환경을 부러워하곤 했다. 다만 얇고 가벼운 출판물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낸 뒤 소형의 책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일종의 단계처럼 생각해본다면 그러한 단계 없이 바로 크고 고품질의 인쇄도 뛰어들 수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두꺼운 망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간의 특성에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Art 해외 아트북 페어와는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나?
3년 전부터 도쿄 아트북 페어를 주최하는 진스 메이트(Zine’s Mate)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 각자의 페어에 부스로 참여하면서 나와 히가시 나오코가 동시에 토크를 교환 진행하기도 했다. 2년 전 처음 시작된 싱가포르 아트북 페어와도 조금씩 노선과 방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국가의 북페어에 참여해 보면 예상보다 각 씬이 유사하지 않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Art 아트북 페어의 표면적인 ‘성공’ 기준으로 규모의 확장으로 얘기한다. UE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이제 코엑스나 미술관에서 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전체 규모가 커질 때 우리의 큰 숙제는 “국내 최대의 소규모 출판 페어” 같은 수식어 자체가 가진 모순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가다. 소형의 작업이 모여 규모가 점점 커진다면 그 행사가 가진 ‘소형의 힘’을 잃기 쉽다. 그래서 일정한 한계치를 설정하고, 그 이상이 됐을 때 생길 부작용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면서 한계치에 근접해 가는 것이 내가 구상하는 확장의 계획이자 폭이다. 그렇기에 행사용 초대형 공간은 아주 자연스럽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Art 정작 독립출판물 자체의 개성이나 완성도 등에 대한 평가는 감소하고 있다. 
감소라기보다 내부에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비평, 차분한 감상 등이 대두된 적이 전혀 없지 않나 싶다. 자연스레 판매나 인지도로 그것이 증명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업으로서의 출판’과 다를 바 없어서 여러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UE가 그렇듯 전체가 보여 주는 양상이나 기운이 강한 씬이어서 개별 출판물에 관한 실질적인 목소리를 이끌어 내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다.

Art 박해천 선생께서 2009년에 UE가 출발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페어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 맥락을 언급했다.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면 무엇일까?
나 역시도 사회 경제적인 요건이 충분히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기성의 문화 예술 체제가 예전과 다른 면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하락하는 시장에서 상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작업 방식이 이렇게 드러난 것이니까. 스스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시장이 개장되면 이후의 판단이나 해석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부여 가능하다. 

Art 세대론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독립출판이 사회적인 변화, 그리고 예술 시장의 변모에 따른 하나의 방식으로서 출판이라면 그런 세대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일종의 책임감을 가진 작가나 집단도 있고, 더 나타날 수도 있다. 앞선 세대가 일정 부분 ‘스스로 완성된 후 발표한다’라는 방식이라면, 지금 세대는 ‘발표함으로써 완성한다’는 맥락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차이는 사명감이나 태도, 무게의 차이이기 이전에 전체 시장의 경제적인 크기와 큰 관계가 있다. 자신의 세계가 완성된 후 발표한다는 방식은 그 효과가 앞선 시간과 노력을 보상해주던 때 더 유의미했을 거라 본다. 지금 대부분의 분야가 그런 파괴력을 잃어가고 있다. 독립출판은 그런 시대에 자신의 작업을 가능한 선에서 발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작가, 제작자의 작품을 보면서 ‘이럴 필요가 있는가’가 아니라 ‘과연 완성되고 있는가’를 활발히 판단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글 레터링 자료집 1950~1985》 프로파간다에서 옛 신문, 잡지, 인쇄물, 간판, 포스터 등을 장식했던 레터링을 수집한 자료집 / 엄유정 《White Mountain》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마을 산을 그렸다. / 《FRANCISCO》 동명의 태풍으로 일본 니가타 해변에 떠밀려 온 사물을 모아 촬영한 사진집 

Art 현 시점에서 한국의 독립출판 씬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독립출판이 조금 더 들썩이는 판이 되려면 폐쇄적인 채로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교류는 제작자끼리의 것이 아니라 다른 씬이나 기성의 출판과의 교류를 말한다. 흔히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유명 작가나 미술가가 50부 한정본을 발간하거나, 독립출판물이 해외에 번역돼 소개되거나, 이 씬의 작가가 대형 출판사와 작업을 하는 등의 일 말이다. 선천적으로 택한 외로움을 타개하거나 극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가끔 창문을 열어서 새로운 바람으로 채워야 그 주인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Art 향후 UE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게 2015년은 굉장히 중요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시기였고 2014년이 체계와 주요함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기였는데, 여러 자료가 내게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 관점에서 2015년에 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할 일들이 머릿속에 있다. 그것을 UE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큰 과제다. 두 가지 큰 단어는 ‘흥’과 ‘축’이다. 판매와 프로그램으로 이분된 행사가 아니라 축제다운 요소를 채우고 부스에서도 프로그램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며, 해외팀의 참가를 늘리려고 한다. 행사 자체의 ‘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참가팀이 자발적으로 행사의 흥을 만들어줬는데 이제는 설정이나 프로그램으로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2015년의  UE는 처음으로 ‘축’을 만들고 설정된 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될 것이다.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