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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미술인보수 지급제도 마련을 위해

2015.02.09 17:26

전시 출품작에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라!
합리적인 미술인보수 지급제도 마련을 위해

/ 김준기(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포스터 워크숍(Poster Workshop) 〈Freeze Rents, Not Wages〉 포스터_파리의 ‘아텔리에 포플레르(Atelier Populaire)’에 영감을 받아 1968년 여름에 설립돼 1971년까지 활동했던 런던의 ‘포스터 워크숍’은 68혁명 당시 선동적인 포스터를 제작했다. 학생운동에서 시작된 68혁명은 정당한 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 운동이자 모든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됐다.

가수가 공연장에서 출연료를 받듯이 미술가가 미술관에서 출품료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 노동의 가치를 화폐 가치로 표현하는 최적의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공미술관들은 예산 부족, 관련 규정 운운하며 출품료 지급을 제대로 안/못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예술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미술인보수(아티스트피) 지급제도 도입방안 연구’가 그것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미술관이나 지자체 행사 등에 출품한 작가에게 예술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제도가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제작 지원비 명목으로 부분적인 현금 지원이 있긴 했지만, 예술 노동의 대가로 비용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근자의 일이다. 작가에게 출품의 대가를 지급하는 문제는 미술 생태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다. 지난 1월 21일 이 연구 프로젝트의 자문회의에 참가했던 필자는 논의의 진전을 위해 예술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나 비용 산출의 준거 문제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한국의 공공미술관들은 2000년 초반부터 작품 제작비 지급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미술관 봄 나들이〉전(서울시립미술관, 2004)은 자문위원회를 열어 출품료 겸 제작 지원비를 지급했고, 〈돌아와요 부산항에〉전 (부산시립미술관, 2008), 〈프로젝트대전2012: 에네르기〉전(대전시립미술관, 2012) 등은 관장 결재로 제작 지원비와 참여작가 보상금을 지급했다. 2013년 말부터 4개 도시에서 열린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벌〉전은 참여작가 전원에게 출품료를 지급한 전례를 남겼다. 부산과 대전의 경우 최근 신작뿐만 아니라 구작에도, 또 작고 작가 작품에도 비용 내지 대여료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상술한 미술관들조차도 출품료를 지급하는 일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시에 참여시켜 주는 게 어딘데 돈까지 주느냐’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참담한 일이다.

모든 노동은 가치를 창출한다. 예술 노동도 마찬가지다. 예술 노동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치환해 화폐와 교환하는 것은 예술 노동의 지속성을 담보한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예술 노동의 존재 방식을 해명하는 데 있다. 우선 예술 노동의 결과물이 재화인지 아니면 용역인지에 따라 그 가치를 책정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공연과 전시라는 두 종류의 문화 콘텐츠의 구성은 용역과 재화의 성격에 따라 그 보상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이나 유물 등을 관람하는 전시와 연극, 음악, 춤 등을 감상하는 공연은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에서 다소간 차이가 있다. 공연은 시간예술로서 신체나 미디어가 매개하는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정보 형식의 용역’에 대하여 비용을 책정한다. 전시는 공간예술로서 ‘물질 형식으로 존재하는 작품이라는 재화’에 대하여 비용을 책정한다. 전자는 ‘시간’ 기반의 용역 총량에, 후자는 ‘물질’ 기반의 재화 총량에 책정의 준거를 둔다.

결국 공연 출연자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고, 전시 출품자는 재화의 가치를 대여하는 것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공연 참가자에게 출연료를 지불하고, 전시 출품자에게는 출품료를 지불한다. 전시회의 원천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 비용을 지칭하는 데 ‘참가비’ ‘제작 지원비’ ‘참여작가 보상금’ ‘출품료’ ‘대여료’ 등 여러 용어를 적용하곤 하는데, 자문회의에서 캐슬린 김 변호사가 언급한 ‘저작물 사용료’는 필자가 말하는 비용 산출의 준거 문제와 부합한다. ‘저작물 사용료’라는 개념은 예술 노동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예술작품이라는 용역이나 재화의 시간 및 수량 단위로 구체화함으로써 예술 노동의 가치를 교환가치로 전환하는 데 표준을 제공한다. 예술작품의 저작권 가운데 일부분인 저작사용권을 빌려서 공연이나 전시 콘텐츠로 사용하는 경우 비용을 지급한다는 원리다. 배우의 출연 시간이나 가수의 공연 곡 수에 비례해 출연료를 책정하는 공연계의 관행에 비춰 볼 때, 출품작의 작품 수량에 비례해 저작물 사용료를 책정한다면 최소한의 기준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일은 예술 노동의 과정과 결과를 재화나 용역으로 규정하고, 그 가치를 준거로 비용을 책정해 작품 대여료 혹은 저작물 사용료로 지불하는 일이다. 전시 콘텐츠 제공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 그 준거를 작가의 연령이나 활동 경력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출품작의 재화 가치에 둔다면 보다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전시라는 공공 서비스를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중 운송료, 보험료, 설치비, 홍보비 등에 앞서, 전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출품작 대여료를 지불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만약 참여작가가 퍼포먼스를 한다면 그것을 용역 가치로 보아 출연료를 지급하면 될 것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시 출품 작가 또는 작품 소장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때 출품작의 재화 가치를 기준으로 그 수량을 화폐로 치환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 또한 명명백백하지 않은가!

Posted by Art In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