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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09.02

Abstract

특집 세상에 던져진 동방의 요괴들 art in culture가 신진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2000년부터 개최했던 New Face를 계승 발전시킨 『동방의 요괴들』. 창간 10주년의 해에 출발하는 의미 있는 행사다. 그 첫 걸음이 아주 힘차고 즐겁다. 응모 대상을 대학 졸업 예정자로 한정시키고 기존의 지명 공모에서 자유 공모로 응모 방식을 바꾸었다. 결과는 대박! 뜨거운 열기 속에 다양하고 신선한 지원자들이 많이 몰렸다. 48개 대학에서 총 241명의 『동방의 요괴들』이 탄생했다. 지원자 중에서 선정작가 22명을 최종 선정했다. 예심과 본심으로 구성,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흥미로운 주제와 형식을 갖춘 잠재력 있는 작가를 뽑았다. 본지는 지난 3개월간 진행된 『동방의 요괴들』공모 결과를 특집으로 꾸몄다. 먼저 선정 작가 22인의 응모 작품과 아트스테이트먼트를 화보로 꾸미고 짧은 인터뷰를 곁들여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의식과 정서를 들여다봤다. 『동방의 요괴들』선정 작가 중 사진 전공 작가를 '스페셜 게스트 포토그래퍼'로 영입, 22명의 동료 요괴들의 촬영을 맡아 주었다. 또한 본심을 맡은 심사위원 5인의 심사평을 싣고, 편집부에서 『동방의 요괴들』의 기획 단계부터 공모전 진행 과정 및 결과, 앞으로 1년 간 지속될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지원자 241명 전원의 출품작을 표로 수록해 이제 막 '세상에 던져진'젊은 작가들의 최근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Contents

표지 FD 슐렘 <29. Nr. 2> 캔버스에 유채 100×100cm 2005
바람의 화원_김복기

에디토리얼 바람의 화원_김복기


프리즘
서울시 창작공간 조성사업의 과제_김윤환

백남준의 후예들,생각하고 행동하라_신보슬


아티스트 아틀리에 아카이브
이강소_이선화


포커스
한국 근대미술 걸작_근대를 묻다_김이순
이머징9|이배경_이선영
박선기|이병호_정현


특별기획
TOP Artist 100_김새미



해외작가
마유카 야마모토, 저 아이의 시선에서 '존재의 근원'을 찾다_선산

 

특집 동방의 요괴들_편집부
(1) 선정작가 22인 화보
(2) 리포트인사이드
(3) 아티스트 리스트 241인 표
 

나의 얼굴 이광호


작가 연구
오형근,감성 시대의 인간 탐구_신수진


아티스트 인터뷰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한 장이 만 가지 이야기로 피어나다_이성희


이미지 링크 방병상



온 사이트 홍순명


전시리뷰
윌리엄 블레이크|호안 미로
터키현대미술|구민자|괴짜들
Sculpture Spoken Here|유혜리
믹스라이스|사진의 북쪽|정헌조


에디터스 블로그

Articles

데이비드 위즈너 인터뷰, 그림 한 장이 만가지 이야기로 피어나다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한 장이 만가지 이야기로 피어나다

글 | 이성희 기자

거대한 피망이 기구로 변해서 사람들은 그것이 날아가지 않게 줄을 잡고 있고, 집채만한 양배추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시장에서,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의 한 장면이다. 그의 작품은 그림책을 위한 삽화지만, 꼼꼼한 스케치, 표현력, 화면 구성, 색감 등에서 한 점의 회화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마그리트, 달리, 키리코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몽환적 풍경과 아카데믹한 사실적 묘사의 만남은 텍스트 없이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위즈너만의 화법이다.

《1999년 6월 29일》(1992)의 삽화

텍스트 없는 그림책의 묘미

그의 작품들을 그림책이 아니라 하나의 회화 작품으로 만나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에 작가에게 그의 어린 시절을 물었다. 위즈너는 “오남매 중 막내였는데, 우리 주변에는 항상 파스텔이나 물감들이 널려 있었고, 형제들과 함께 항상 그림을 그렸죠. 나는 유난히 만화책을 좋아했어요. 그림 한 장보다 여러 장이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방식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화가가 아닌 동화작가가 된 것 같아요. 나의 모든 이야기는 형제,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유년의 기억, 나의 소중한 자녀들, 책과 영화, 사물 등에서 나옵니다”라면서 자신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임을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1988년 작 《자유 낙하》처럼 대부분 글이 없이 그림만으로 전개된다. 그는 “저자가 획일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자신의 목소리,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고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이 한 편 완성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겨야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 낙하》와 《이상한 화요일》 출간 이후 학교 교사, 도서관 직원, 어린이들로부터 편지들을 받기 시작했다.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소감을 읽으면서, 그는 글 없는 그림책의 역할에 믿음을 가졌다. “한 번은 유치원 도서관에 책을 두었는데, 어떤 아이가 그 책을 보고 그림 마다 자신이 상상한 대로 종이에 이야기를 적어 끼워 놓았어요. 그런데 그 글이 너무 창의적이고 재미있었죠.” 웹서핑을 해보니, 한국 독자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출판된 그의 책마다 수많은 독자의 서평이 남겨져 있는데, 정성껏 쓰인 그 글들에서 그의 그림책의 엄청난 파급력에 대해 새삼 감탄했다.
기억에서 출발한 시간 여행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이 읽어준, 오그덴 내쉬(Ogden Nash)의 시의 한 구절을 잊지 못한다.
표류물을 원하니?(Does anybody want any flotsam?)
응, 조금 가졌어.(I’ve gotsam.)
투하물도 얻었니?(Does anybody want any jetsam?)
아니, 그런데 찾을 수 있어.(No, I can getsam).
의미와 음절이 유사한 ‘플롯섬(flotsam)’과 ‘젯섬(jetsam)’은 그의 언어의 일부가 된다. 바다에서 흘러온 표류물을 의미하는, 시간과 공간을 유영하는 이미지 개념인 ‘플롯섬’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끌어올린다. 그는 “플롯섬은 항상 상상력을 돋우는 청량제”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플롯섬 일화를 들려주었다. “8살 때 친구 브라이언과 함께 개천에서 모래를 파서 댐을 만드는 놀이를 즐겨 하곤 했죠. 어느 날 우연히 물밑 진흙에서 뭔가 스멀스멀 솟아나오는 것을 발견했어요. 6인치 정도의 검은 메탈의 물체였는데, 촉수도 있었어요. 우리는 너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답니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생물체였으니까요. 알고보니 소라게라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그걸 간직해 결혼 후에도 가지고 있었죠. 얼마 후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서 모든 물건을 다 잃어버렸어요. 처음엔 없어진 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나의 기억이 담긴 그것이 사라진 걸 알고 한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시간상자(Flotsam)》(2006)로 번역된 그의 그림책은 ‘플롯섬’에 얽힌 아련한 기억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상상력과 감성이 덧입혀진 것이다.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시간상자》는 한 컷 한 컷의 필름을 편집해서 스토리를 만든, 한편의 영화 같은 작품이다.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보던 주인공은 파도에 떠내려 온 수중 카메라를 발견한다. 카메라에 들어 있던 필름을 현상하여 그 사진들을 보면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데, 사진 속의 바다 곳곳의 풍경은 낯설고 생동감 넘치는 광경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바다 속에서 현실로, 또 다시 과거로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하던 주인공이 자신이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기로 찍은 후 카메라를 다시 바다 속으로 던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붉은 바탕에 눈동자 그림이 그려진 표지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그림책 《시간상자》는 눈의 기억, 시간을 담는 카메라, 그리고 영원한 현재를 말하는 사진을 통해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다.
《자유 낙하》(1988), 《1999년 6월 29일》(1992)도 작가의 생경한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뉴저지 시내에 살았던 어린 시절, 근처에 메인 고속도로가 있었고, 그 옆 길가로 대형 창고가 있었어요. 차를 타고 고속고도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30피트 높이의 그 거대한 창고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광경은 마치 걸리버여행기의 한 장면처럼 낯설었죠. 그 이미지가 뇌리에 남아 거대한 사물을 주인공으로 삼게 됐어요.” 《자유 낙하》에서 금발의 소년은 2페이지 화면을 압도할 정도의 거대한 사이즈로 표현되어 있고, 《1999년 6월 29일》에서 채소들은 실물보다 훨씬 크다. 사람과 채소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표현 방식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구름 공항》(1999)의 삽화

일상에서 찾은 신기한 모험

《자유 낙하》는 한 소년이 꿈속으로 날아간 지도를 따라 신나는 모험을 하는 내용으로, 이 책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두루마리 그림이다. 첫 장을 넘기면 하얀 테두리 안에 한 소년이 책을 가슴에 품고 잠이 들어 있는데, 다음 장에선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소년의 책이 찢겨져 들판 위로 날아간다. 소년이 베고 있던 베게는 하얀 구름으로 녹아들고, 네모 무늬 이불은 장기판으로 변하고, 장기말이 하나 씩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변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 스토리는 소년의 모험이 끝나면서 꿈도 끝을 맺는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의 위트가 돋보이는 부분은 다음이다. 잠에서 깨어난 소년의 머리맡에 공룡 인형, 후추병, 서양장기 세트와 콘플레이크 등이 놓여 있는데, 결국 소년의 꿈에 등장했던 것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주변에 늘 있던 것이라는 얘기다.  
《1999년 6월 29일》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꿈속이 아니라 우주로 뻗어나가 채소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특히 초현실적인 그림이 압권이다. 일상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그 크기가 전복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하나의 점처럼 작게, 대신 실제로 주먹만 한 피망은 하늘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게 묘사되어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사물의 생경한 크기가 그의 작품을 초현실적인 세계로 이끄는 비결이다. 작가는 엉뚱한 상상력에서 채집한 아이디어로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데, 이러한 과정에서 실제로 모델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실제 브로콜리를 가져다 놓고, 종이로 작은 집도 만들어 놓고 스케치를 하고, 또 그 드로잉에서 영감을 얻어 다음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렇듯 위즈너는 작품을 위해 자신의 기억, 추억, 일상 등 모든 것을 간직해 두었다가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조각을 맞추듯 이어 나간다. 그의 스케치북은 주위의 그림과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그림들, 그때그때 떠오른 말이나 메모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하다가 반대로 가기도 하고, 아예 일관된 전개나 연관이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만화경을 돌리듯 계속 새로운 패턴이 창조되고, 수많은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위즈너에게 현재 가장 큰 창작의 원동력은 그의 자녀들이다.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한국계 미국인 아내와 16세, 12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그 사이 작업을 하고, 아이들이 돌아온 후에는 항상 같이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그가 부엌의 채소들에게 눈을 놀리게 된 것도 이러한 그의 생활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사물에 눈과 귀를 열게 하며, 거기서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스토리를 건져 올려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TOP Artist 100

쩡 판즈 <가면시리즈 1996 넘버 6> 1996

TOP Artist 100

글 | 김새미 art in ASIA 기자

아트프라이스가 FIAC(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과 함께 72개국 2900개 옥션사의 경매 결과를 토대로 <2007/2008 애뉴얼 리포트>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2007년 7월 1일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다. 아트프라이스의 모든 조사는 1945년 이후에 출생한 작가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아트프라이스는 리포트의 첫장에서부터 “경제 한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 미술시장의 경매 결과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하여 21세기가 태평양 시대가 되리라는 전망이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의 중심축이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이동하리라는 주장은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유럽과 일본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지만 2025년까지 중국과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의 GDP를 합한 것보다 커지면서 앞으로 20년 후에는 세계 중심의 축이 완전히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러한 문제는 단골 주제가 된지 오래다. 2007년의 다보스 포럼에서 논의된 권력의 이동,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내용으로 국내에서 《다보스 리포트, 힘의 이동》이라는 책이 출판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4박5일간 열릴 올해 다보스포럼 애뉴얼 미팅의 주제 또한 <탈(脫) 위기 후 세계 질서의 재편>으로 정해졌다.

우고 론디노네 <월출, 동쪽> 2005

새로운 세계 질서를 향한 구조적 변화

2007/2008 경매 결과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미술시장이 뚜렷한 확장세를 드러냈고, 더 이상 미국의 주도권이 유지될 수 없음을 전망한다.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까지 국가별 현대미술품 경매 총 거래액을 살펴 보면, 미국이 3억4800만유로, 영국이 2억6200만유로로 1, 2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2억4900만유로를 달성하여 급격히 3위로 올라섰다. 더욱이 프랑스가 1500만유로, 이탈리아가 1000만유로, 독일이 600만유로에 그친데 반해 대만이 1400만유로, 싱가포르가 1300만유로를 기록하여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조사 기간 동안 전 세계의 현대미술품 총 거래액은 9억8000만유로로 전년도 대비 50% 상승했다. 1991년 7월 1일부터 2008년 7월 1일까지 17년간 현대 미술시장은 가격 지표에서 132%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다른 고전, 19세기, 근대, 전후(戰後) 시대의 미술시장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경매에 작품이 출품된 1만3900명의 작가들 중에서 1760명의 작가들이 낙찰 최고가를 세웠으나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28점에 그쳤다.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실시된 경매에서 총 거래량이 높은 순으로 작가(1945년 이후에 출생) 500명을 집계한 결과, 제프 쿤스가 작년에 1위를 차지했던 바스키아를 누르고 1위에 올랐고 데미안 허스트와 리차드 프린스가 3, 4위를 차지했다.
2008년 6월 하워드&신드라코프스키컬렉션 특별 경매에 출품된 제프 쿤스의 <풍선 꽃(마젠타)>이 2300만달러에 낙찰되었는데, 하워드&신드라코프스키컬렉션은 이 작품을 2001년에 110만달러에 구입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에 비교하여 제프 쿤스의 작품가는 2배에서 4배, 많게는 20배까지 올랐다. 데미안 허스트의 경우 12개월 간 가격 지표가 270% 정도 추측되는데, 최근 소더비에서 허스트 단독 경매가 1억2725만6306달러인 것을 고려해 보면 가격대 상승률이 이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가 기록을 매번 갱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보통의 컬렉터들을 위해 낮은 가격대의 작품도 제작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7년 그의 작품의 3분의 2는 1만유로 이하에 낙찰되었다.
국가별로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한 작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제프 쿤스(8130만유로), 영국: 데미안 허스트(5340만유로), 중국: 장 샤오강(3850만유로), 일본: 다카시 무라카미(1850만유로), 인도: 아니쉬 카푸어(800만유로), 이탈리아: 루돌프 스팅겔(770만유로), 독일: 안드레아스 거스키(580만유로), 스페인: 미구엘 바르셀로 (400만유로), 이란: 파하드 모시리(160만유로), 스위스: 우고 론디고네(150만유로), 프랑스: 로베르 콩파스(130만유로), 벨기에: 뤽 틸만스(110만유로).
2008년의 특징 중 하나로는 조각 분야의 성장을 들 수 있다. 2007년에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된 조각 작품이 14개에 그친데 반해 2008년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18개의 작품이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되었다. 이 분야의 절대강자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다카시 무라카미의 뒤를 이어 떠오르고 있는 작가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로버트 고버, 그리고 아니쉬 카푸어다. 위에 열거한 6명 중 네명이 모국의 ‘대표 선수들’이다.
아트프라이스는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아 미술시장이 급격하게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으로 인해 유류 가격은 폭등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GDP마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술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에 2008년 7월까지도 대다수의 미술 투자자들은 미술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대표적 예로,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2008년 9월 15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금색 송아지>가 런던 소더비에서 1866만1796달러(약 230억원)에 낙찰되었다. 이틀 간 진행된 데미안 허스트 특별 경매에서 총 2억75만2179달러어치의 작품이 팔렸고, 4개의 작품이 5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계 미술시장은 경제 한파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9월 이후로 2008년 후반기에는 미술품 가격이 대체적으로 하락했고 전년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추락하고 있다.
소더비의 2008년 순수미술품과 장식품 경매 매출은 40억8200만달러로 2007년보다 11% 하락했으며 크리스티 역시 20% 하락해 약 40억달러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10월 8일 종결된 홍콩 소더비의 가을 경매에서 근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의 낙찰률은 59.6%, 20세기 중국미술은 35.4%라는 최악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크리스티 또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1월 가을 경매에서 아시아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의 낙찰률은 56%, 20세기 중국미술 이브닝 세일의 낙찰률은 46%로 5월 봄 경매의 아시아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낙찰률 94%, 20세기 중국미술 이브닝 세일 낙찰률 73%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캡션없음

아시아와 중동이 제2의 중심지

이러한 불황에도 중국 현대미술의 열풍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중국 현대미술 경매시장의 규모는 약 1억500만유로였으나 2007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의 규모는 약 1억7800만유로로 이는 1년 전보다 69.5% 성장한 규모다. 같은 기간 동안 런던은 직전의 12개월 이전보다 73.6% 확장되어 가장 활발한 경매 활동을 보였지만 미국의 성장세는 전년 대비 26%에 그쳤고, 프랑스는 전년 대비 16% 축소하여 런던을 제외한 서유럽의 경매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음을 드러냈다. 2003/4년에 100명의 중국작가 작품 총 거래액은 100만유로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1년간 같은 100명 작가 작품의 총 거래액은 3억1500만유로로 특히 쩡 판즈, 장 샤오강, 위에 민준의 작품 거래액이 각각 3000만유로를 넘겼다.
이는 중국 아방가르드 작품의 가격 지표가 전년 대비 25.4%, 10년 전과 비교해서는 1050%나 높아졌다는 것을 대변하는 예다. 중국 아방가르드 분야의 작품 판매율은 2005년의 6.9%에서 2008년 상반기에는 30.5%로 높아졌다. 이는 2003년이나 2004년에는 옥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 작품들이 베이징 상하이 타이페이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아트페어에서 자주 노출됨에 따라 컬렉터들의 선호도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2개월간 가장 거래 규모가 컸던 세계 옥션 Top 10 중에서 6개가 중국 경매회사였다. 아트프라이스는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가장 잘 팔리는’ 아시아 작가들은 서양 작가들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서양에서 ‘비싼’ 작가로 인식되는 작가들의 대다수는 3차원의 입체 조형물, 그중에서도 공공조형물이나 대형 조각을 제작한 경험이 많은데 반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Top 10 중에서 7명이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중국 작가들은 대부분 평면 작품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분야는 인도 현대미술이다. 특히 아니쉬 카푸어, 수보드 굽타 작품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2008년 7월의 인도 현대미술시장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3230%나 성장했다. 중동 현대미술의 발전 또한 주목할 만하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의 미술시장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2006년 두바이에서 첫 경매를 실시한 크리스티는 53명의 근현대 중동작가 작품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파하드 모시리, 타르비즈 타나볼리, 쉬린 네샷 등의 중견작가를 비롯하여 197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작가군인 골나즈 화티, 로크니 해리자드, 시린 알랴바디, 샤디 다디리안 등의 이란, 파키스탄 작가들이 새로운 미술시장의 플랫폼으로 기대되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매 결과를 토대로 선정된 아트프라이스의 아시아 작가 100명 중 낙찰 총액 대비 낙찰 작품수를 살펴보면 평균 작품가가 가장 높은 작가는 인도의 라퀴브 쇼(93만6148.50유로)이고, 아시아 작가 중에서 최고 낙찰가는 기록한 작품은 다카시 무라카미의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1998)로 2008년 5월 소더비 뉴욕에서 870만6150유로에 거래되었다. 세계작가 Top 500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상승한 작가는 이 요안 마스리아디로 전년보다 418계단 오르며 올해 세계 랭킹 41위, 아시아 랭킹 23위에 올랐다. 아시아 Top 100 중에서는 68명이 중국작가로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일본 9명, 이란 8명, 인도네시아 작가는 5명이 포함되어 있다. Top 10은 다카시 무라카미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작가다.

경매 결과와는 무관하게 작가들의 국제적 ‘활동’ 순위를 집계하는 곳 중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곳은 Artfacts.Net™이다. 2003년부터 매일 업데이트되는 이들의 아티스트 랭킹은 무엇보다도 전시 경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특히 지난 5년간 작가들이 참여했던 국제 전시의 수준과 횟수가 순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집계 방식은 기본적으로는 독일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프랑크의 ‘주목의 경제학’ 논리에 의거하고 있다. 프랑크는 문화 분야에서의 집중도는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메커니즘과 같은 구조로 형성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미술관 디렉터나 화랑주 등 큐레이터군의 활동이 경제 분야에서의 재무 투자자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본다. 자본가와 재력가는 자신들의 풍부한 재산을 빌려줌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수익을 창출한다. 미술 분야에서의 투자자라 할 수 있는 큐레이터는 그들의 전시 공간과 명성을 작가들에게 대여하여 작가들에게 되돌아가게 될 명성, 인지도 등 ‘주목이라는 형태의 이익 효과’를 창출하고, 이는 곧 또 다른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 욕구를 상승시킨다는 것이 프랑크의 논리다. 아트팩츠는 자신들의 리스트가 명성과 자본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분석하려는 목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 집계 방식의 논리를 살펴 보면 랭킹에 오른 작가들의 리스트는 거시적 관점에서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투자대상 작가 리스트라고 이해해도 좋다.
랭킹은 3개 이상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미술관 컬렉션 또는 화랑과의 계약 관계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작가만을 대상으로 산출된다. 이들 랭킹의 뼈대를 이루는 세가지 관계들은 첫째가 작가와 화랑 또는 미술관(컬렉션)과의 장기적 연관성이다. 사립미술관이나 공공기관과 작가와의 관계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의 문제이다. 두번째는 화랑이나 미술관과 작가와의 단기적 연관성이다. 전시 형태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작가의 전시 참여 횟수가 중요해진다. 마지막은 기관의 지리적 위치다. 기관의 명성과 영향력이 작가의 국제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전시 공간이 밀집되어 있는 뉴욕이나 파리에 위치한 기관에서의 전시 점수가 가장 높다. 또한 더 좋은 컬렉션을 가지고 있고 더 유명한 작가들을 선보이는 기관들의 중요성이 높게 책정되며, 활동성과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전시일수록 단체전의 가치가 높아진다. 즉 화랑보다는 공공기관에서의 전시 점수가 더 높고, 이보다는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의 점수가 더 높다. 전시 개최 텀이 길수록 작가에게 집중된 주목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카셀도큐멘타가 베니스비엔날레보다 중요한 전시로 평가된다. 경매 프리뷰 전시는 0점으로 책정한다.

신디 셔먼

전문가가 뽑은 세계 최고의 작가들

아트팩츠 랭킹에서 1998년부터 오늘날까지 1위를 놓치지 않는 작가는 앤디 워홀이다. 10년간 212회의 개인전, 815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여 총 참여 전시 횟수가 1027로 1년간 약 100여개의 전시에 참여한셈이니 1위의 자리를 10년 동안 지키고 있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같은 기간에 10년간 2위를 차지한 작가가 피카소인 점을 고려하면 앤디 워홀이 현대미술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2003년부터의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1963년작 <녹색 자동차 사고>이며 뉴욕 크리스티에서 2007년 5월 7172만달러에 낙찰되었다. 2008년의 낙찰 결과는 2007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2007년에 총 1,068점의 작품이 낙찰되어 총 낙찰금액 4억4721만2628달러로 평균 작품가가 41만8738달러였음에 반해, 2008년에는 총 732점의 작품이 2억1721만2163달러어치 낙찰되어 평균 작품가가 29만6737달러로 작년에 비해 절반 정도 낮아졌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 작품 낙찰률은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생존작가 1위의 브루스 나우만은 지난 10년간 개인전 42회를 가졌고 단체전에는 450회 참여했는데 2008년에는 개인전 3개를 열고 51개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고작가 포함 세계 랭킹에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3위 또는 4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생존작가 2위의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8개의 비엔날레 또는 트리엔날레에, 133개의 화랑 전시에, 325개의 공공기관 전시에 참여했다. 10년간 개인전 79회를 열었으며, 단체전 387회에 참여했다. 작고작가 포함 2000년부터 현재까지 3위 혹은 4위를 기록했다. 올해 예정된 개인전만 벌써 5개가 넘는다.
생존작가 3위의 신디 셔먼은 1998년 4위에서 매년 한 계단씩 순위가 낮아져 2007년에는 8위, 2008년에는 9위에 머물렀는데, 2008년에 37번 단체전에 참여하고 개인전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에드 루샤는 2008년 개인전 6회, 단체전 46회에 참여하고 12계단 상승하여 전체 11위, 생존작가 4위에 올랐다. 2003년부터 10위권 내에서 순위를 유지하면서, 생존작가 8위의 올라퍼 엘리아손은 현재 가장 핫한 작가다. 2003년 런던 테이트모던에 설치한 태양과 안개를 재현한 작품 <날씨 프로젝트>에 2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스타덤에 오른 올라퍼 엘리아손은 같은 해 덴마크를 대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다. 특히 그는 2008년 6월에서 10월에 걸쳐 뉴욕시에 제작한 4개의 거대한 인공 폭포로 주목을 끌었다. 국내에는 PKM갤러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생존작가 중에서 가장 대폭으로 순위가 상승한 작가는 오스트리아의 아놀프 라이너로 작년보다 24위 상승하여 세계작가 98위, 생존작가 63위에 올랐다. 요코 오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조나단 몽크가 모두 18위씩 상승했다. 반면 순위가 가장 떨어진 작가는 척 클로즈와 게리 힐로 각각 20위, 22위 하락했다. 생존작가 Top 100의 평균 나이는 60세이며 가장 젊은 30대 작가로는 35세의 앙리 살라, 30세의 피슐리와 바이스가 있다.

제프 쿤스 <풍선 꽃(마젠타)>

‘완전’ 떠오르는 중동작가들

2009년 1월 13일 집계 결과를 보면 아트팩츠의 분석에 따른 아시아 작가 100명의 평균 나이 또한 46세였다. 작고작가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은 작가는 80세의 야요이 쿠사마이며 가장 젊은 작가로는 31세의 차오 페이, 32세의 슈 젠, 히라키 사와, 테렌스 고, 안드로 웨쿠아 등이 있다. 국가별 비중은 중국작가가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일본작가가 23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이스라엘 11명, 한국 9명, 터키작가가 8명 포함되었다. Top 10 중에서는 일본작가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작가가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시아랭킹 1위를 차지한 백남준은 2007년에는 43개, 2008년에는 24개의 전시에 참여했고 2년 동안 백남준 개인전이 8회 열렸다. 특히 1999년 세계랭킹 14위에 올랐다가 점차적으로 순위가 낮아져 2005년에는 70위까지 떨어졌으나, 2006년 타계 후 52위로 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다양한 국제 전시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작년 한국에서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하여 2008년에 세계랭킹 55위, 아시아 랭킹 1위에 올랐다. 아시아랭킹 2위는 세계랭킹 69위를 차지한 일본의 오노 요코. 그는 2008년에 4개의 비엔날레 또는 트리엔날레에 4회, 화랑 전시 4회, 공공기관 전시에 28회 참여했다. 지난해에만 독일 폴란드 중국 영국 등 4곳에서 개인전을 열어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었다.  
가장 비약적으로 순위가 상승한 작가는 793위 상승한 이스라엘의 기 벤 네르이며, 이스라엘의 케렌 시테르도 586위 상승하여 순위가 급격히 올랐다. 비디오작가 기 벤 네르는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면서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하여 200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그럴 수 있다면 나도 주고 싶지만 나도 빌린 거야>라는 자전거 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300위 이상 상승한 다른 작가로는 482위 상승한 한국의 이우환, 447위 상승한 중국의 장 샤오강, 394위 상승한 중국 출생 테렌스 고, 374위 상승한 이스라엘의 타미 벤 토르, 370위 상승한 대만의 첸치에 젠, 338위 상승한 한국의 양혜규, 336위 상승한 그루지야의 안드로 웨쿠아, 300위 상승한 이스라엘의 오머 페스트 등이 있다. 2008년에는 이스라엘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아트프라이스와 아트팩츠가 경매 결과와 전시 경력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세계 작가의 순위를 집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30위 중에서 두 리스트 모두에 랭크된 작가가 5명이나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 신디 셔먼, 안드레아스 거스키, 안젤름 키퍼, 길버트와 조지는 시장과 평단에서 동시에 선호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다. 이 두 회사의 집계 방식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작가들의 순위를 매기는 곳은 독일의 경제전문지 《캐피탈》이다. 《캐피탈》은 1970년부터 매년 100명의 작가들을 선정하는 쿤스트콤파스를 기획해 왔다.
특히 이번에 《캐피탈》지는 최초로 아트팩츠와의 협업을 통해 이전까지의 집계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랭킹을 산출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관과 매체의 노출 빈도를 중시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올해에는 옥션에 참여하지 않는 작가들을 위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미술시장에서 작가-구매자, 화랑-구매자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1, 2차 시장의 비중도 상당한데 3차 시장인 경매의 결과만으로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아트팩츠의 의견에 《캐피탈》지도 동의했다. 따라서 이번 쿤스트콤파스 리스트는 회화와 조각뿐만 아니라 사진,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가 포진돼 있다.
1위는 오는 5월 모마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인 네덜란드 비디오 작가 에르노 믹이 차지했다. 그는 5곳의 갤러리와 관계를 맺고 있고, 9개의 공공 컬렉션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데 총 7개의 국가에서 소개되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2000년 네널란드 반아베미술관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네덜란드관 대표로 참가하며 급부상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영국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등 4개국에서 무려 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위는 불가리아 작가 네드코 솔라코프로 상파울로비엔날레와 로테르담마니페스타, 베니스비엔날레 등에 출품하면서 국제적으로 떠올랐으며, 독일 본미술관에서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개인전을 열었다.
3위를 차지한 모니카 본비치니는 드로잉 설치 비디오 사진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인간의 사회적 성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가로, 1999년 48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활동을 넓혔다. 2008년 우크라이나 핀척아트센터에서 열린 독일 젊은 컬렉터 줄리아 스토섹(Julia Stoschek)의 소장품전에 중심적으로 소개됐다. 4위에 오른 알로라와 칼자딜라는 푸에르토리코 작가 그룹으로 군대와 전쟁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한다. 영화와 조각은 3만에서 6만유로 정도로 거래되며, 퍼포먼스와 음악 연주도 함께 한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부서진 비행기, 바위덩어리를 형상화한 대형 석고 조형물의 구멍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는 <침전물, 감정(연설의 형태들)>을 소개했다.
쿤스트콤파스에 포함된 아시아 작가로는 15위의 피오나 탄, 17위의 옐 바르타나, 25위의 이불, 26위의 폴 첸, 38위의 나타샤 사르 하기기아, 59위의 수메이 체, 92위의 양혜규가 있다.
피오나 탄은 사회적 다큐멘터리로서의 인물 사진을 통해 시간과 인간의 역사적 관계를 탐구하면서 폴란드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 P.S.1에서 미국 첫 개인전을 개최한 옐 바르타나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문화적 특수 상황과 서양 문화와의 관계를 다루는 비디오 작품으로 2007년 12회 카셀도큐멘타에 참여했고 이후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폴 첸은 작품을 정치적 행동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실천하는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73년 출생의 젊은 작가 폴 첸의 작품 가격은 1만에서 1만5000유로에 거래되고 있는데, 작년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전시 이후 작품가가 상승하고 있다. 나타샤 사르 하기기아는 비디오 영화 웹아트 사진 설치 음악 이벤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룩셈부르크 대표 작가로 참여하여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은 수메이 체는 중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와 호주인 피아니스트 어머니에서 태어나 첼리스트로도 활동하는데, 작품에서도 음악적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내에서보다 유럽에서 더욱 활발히 작업 활동을 펼치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양혜규가 92위에 올랐다.
이번 쿤스트콤파스 랭킹에 대해 아트팩츠의 디렉터인 마렉 크라센(Marek Claassen)은 “이번 랭킹에 올라온 작가들은 가격을 매기기 쉽지 않는 작가들이고 단순히 가격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이들의 작품은 미술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가공이 어렵고 시대 비판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파 위에 걸 수 있는 장식적인 작품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쿤스트콤파스가 옥션에 참여하지 않는 작가들을 위주로 했다는 것은 최근 침체된 미술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옥션, 아트페어의 열기가 식고, 새로운 구도로 비엔날레가 등극할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을 상기시킨다. 또한 현대미술에서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통합이 더욱 본격화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멀티플 다이얼로그∞ | 역사 속의 종이 부인 | 삼각형 드라마 코드 | 멀티스케이프

강익중 <멀티플 다이얼로그>

멀티플 다이얼로그∞展
2. 6~2010. 2. 7 국립현대미술관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은 흥미로운 전시 제목 못지 않게 그 의미의 층 역시 다양하다. 우선,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강익중의 4반세기에 걸친 ‘3인치’ 작품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일종의 회고전인 동시에, 작고 3주기 즈음하여 자신의 예술적 조언자였던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일종의 오마주이자, 지난 1994년 휘트니미술관 챔피언 분관에서 백남준과의 2인전 형식으로 열렸던 <멀티플 다이얼로그>의 후속 전시이기도 하다.
<다다익선>을 감싸고 올라가는 램프코어의 나선형 벽면에 <삼라만상>이라는 제목으로 강익중의 작품 6만여점이 오브제, 영상, 음향, 관객 참여를 위한 미디어 설치 작업 등과 함께 선보인다. 1984년 유학 시절부터 뉴욕 지하철을 화실 삼아 제작했던 캔버스 작업에서부터 문자 그림 등을 거쳐 최근작 <달항아리> 연작까지 강익중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작품들이 선별되어 재조합된다. <다다익선> 역시 백남준의 대표적 영상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비망록과 같은 작품임을 고려하면, 이번 전시는 세대와 매체, 심지어 생사의 간격을 넘어서 이어지는 두 작가의 인간적 교감과 미학적 대화를 집대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2)2188-6114
 

정종미의 작품

역사 속의 종이 부인展
2. 6~3. 1 금호미술관

전통 채색화의 표현 방식과 한지의 물성 등 전통 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탐구해 온 정종미의 개인전. 작가는 전통 회화에서 현대 산수화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몽유도원도>와 같은 추상 풍경 시리즈를 비롯하여, 한지의 물성과 한국적 콜라주 기법을 드러낸 <종이 부인> 시리즈를 통해 우리 고유의 채색화의 방법을 재현해 내고 그것을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해 왔다.
이번 전시는 <종이 부인> 시리즈 중에서도 우리 역사 속의 여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허난설헌 논개 명성왕후 신사임당 유관순 유화부인 허황후 선덕여왕 등 우리 역사 속의 여성 11인을 중심으로 미인도 등의 ‘종이 부인’들이 등장한다. 화면의 바탕이 되는 색면은 천연 안료나 염료와 같은 색료와 한지, 비단 모시와 같은 바탕재, 그리고 들기름이나 콩즙과 같은 재래식 재료를 사용했고, 화면 위에 미묘한 색들이 깊고 투명하게 겹치고 떠오르게 하면서 독특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정교한 수작업으로서 오랜 역사 속의 한국 여성을 한지의 물성에 비추어 표현한 ‘종이 부인’들이 등장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오랜 실험과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한 해석들이 만나는 <종이 부인> 시리즈 60여점으로 구성된다. 02)720-5114
 

설총식 <자리> FRP우레탄에 페인팅 2002

삼각형 드라마 코드展
현실과 이상의 간극 2. 1~19 롯데아트갤러리
2. 11~28 문화일보갤러리

이 전시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개념에 주안점을 둔다. 전시는 기획자의 컨셉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상상으로 이동하고 그것은 관객의 참여로 인해 또 다른 제시로 이어진다. 작품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과 더불어 공감을 유도하는 이 전시는 관객에게 그들의 인생관을 조우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소유하고 그 욕망은 자신만의 고뇌와 고통 속에 다른 희망으로 발전한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적인 간극과 혼란스러운 충돌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을 ‘삼각형 드라마 코드’라고 제시한 것은 전시 개념의 구조가 삼각형의 꼭지점과 양 끝점의 세 가지 상황성에 있음을 지정하고, 구분해 본 세 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각각의 작가 군을 나누어 개념을 분류했기 때문이다. 도식화된 삼각형 구도 속의 세 가지 설정은 모두 현실 상황에서의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삼각형의 도식화된 구도는 단지 개념상의 구도이며, 꼭지점과 밑변으로 구성된다. 꼭지점은 현실 속에서의 ‘이상+이상’으로 구분하고, 밑변의 양 끝점은 다시 현실 속에서의 ‘현실+현실’그룹과 ‘현실+이상’그룹으로 나누었다. 김한기 이소영 이기수 등 13명이 참여한다.
02)726-4428, 02)3701-5755
 

김종구 <풍경> 람다프린트 2007

멀티스케이프: 읽기. 쓰기. 기억하기展
2. 12~4. 14 3·15아트센터

‘풍경’이란 주제로 19명(장 가브리엘 로페즈, 김세진, 김종구 외)의 사진, 영상 작가들의 작품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전시. 비디오와 사진을 주요 매체로 다룬 이번 전시는 ‘카메라’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표현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작품군을 소개하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형도를 제안한다.
사진 영상 이미지가 각종 멀티미디어를 통해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현대 사회에서 비디오와 사진이 현대미술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고 진보적이다. 영상 매체와 대중과의 관계가 밀접해진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사진과 비디오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이며, 그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등의 질문을 갖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눈을 통해 현대 사회의 내면적인 풍경을 제시하는 동시에 미디어아트를 통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현대미술 속에서 영상과 사진 예술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크게 세 개의 전시 공간에 각각 <읽기, 쓰기, 기억하기> <쓰기, 기억하기, 읽기> <기억하기, 읽기, 쓰기>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세상의 풍경을 읽고, 쓰고, 기억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055)220-6670

오형근, 감성시대의 인간 탐구

사진가 오형근

감성시대의 인간 탐구

신수진 | 사진심리학, 연세대 연구교수

오형근은 인물을 다루는 작가이다. 사진으로 인물을 다룬다는 것은 시작부터 불리한 면이 없지 않다.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찍혀진 대상의 이름을 찾게 만드는 힘이 강하고, 인물은 아무리 적은 비중으로 찍혔다 하더라고 강력한 화면 장악력을 지닌다. 따라서 소재로서 인물 다루기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나 감흥을 전달하고자 할 때, 특히 오형근과 같이 섬세하게 조율된 일정한 톤으로 말을 건네고자 할 때 지극히 까다로운 과제가 된다. 사진 속의 인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서로 다른 얼굴로부터 추출되는 서로 다른 이름을 넘어선 다음에야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때로 작품을 매개로 작가와 대화한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작가가 무엇에 관심을 갖느냐는 세상의 사람만큼 많은 선택지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기억, 경험, 정서, 취향과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자신의 생각을 마름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이 지닌 동일한 자원들과 만나 효과를 발휘한다. 같은 때 같은 곳에서도 다른 생각을 품는 개개인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작품을 매개로 공감되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승화되는 경험은 예술의 가장 신비한 기전이다. 오형근의 작품을 통한 작가와의 대화는 그가 작품을 통해서 다루는 인물들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들을 담는 방법으로서 사진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오형근이 선택한 소재와 표현 방법은 어떤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작업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녀들의 화장법> 시리즈, <권난희. 18세. 2008년 5월 2일>(왼쪽), <강다원. 19세. 2007년 8월 13일>

현대인의 표정에 나타난 본연의 갈등 요소들

오형근의 작업은 〈미국인 그들(American them)〉(1989~1991)로 시작되었다. 작가 스스로도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는 〈이태원이야기〉(1993~ㅈ 1994), 〈광주이야기〉(1996), 〈아줌마〉(1999), 〈소녀연기〉(2004), 〈소녀들의 화장법〉(2007~2008) 등 거의 모든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계기였다고 평가하는 출발점이다. 그는 유학시절 공부를 마치고 두 번에 걸쳐 미국을 종단하는 여행을 하면서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미시시피와 같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지역에서 만난 미국인의 모습을 담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내면을 들여다보았다기보다는 카메라를 든 오형근의 눈에 띈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주인공들이 사진 속에 있다. 그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면서 동시에 매우 개성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개성적이라는 것은 대개 익숙하지 않은 특별함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오형근의 눈에 잡힌 그들은 완전히 낯설지 않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TV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차림이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들이 그들과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귀국 후에 발표한 〈이태원이야기〉는 그에게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이태원은 서울 도심에 가까운 곳이면서도 변방 혹은 이종교배(異種交配)의 속성이 강한 지역이다. 그곳에서 오형근은 잊혀진 배우나 가수, 유흥업 종사자, 게이들을 찍었다. 무기력하고 불안정하게 다른 사람의 옷을 입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혼란과 좌절감을 전해 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형근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의 작품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찍히는 사람이 특별해서일까? 아니면 그가 구사하는 사진적 어법이 그들을 유난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것일까? 해답은 이후에 그가 발표한 일련의 인물군을 촬영한 사진들에서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아줌마나 여고생을 소재로 한 작업은 그의 사진이 유별난 삶을 살아온 개개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지닌 본연의 갈등 요소들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있어서 캐스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도 그들을 찾아낼 수 있어요. 그들은 한 순간에 나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미국인 그들〉을 작업할 때 카메라 앞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카메라 없이 무심코 길을 가다가도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저의 눈을 끌어당기는 걸 느낍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왜곡이 있습니다. 상처나 흉터 같은 것이죠.” 그가 말하는 왜곡이 외상(外傷)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처 혹은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그가 잘 찾아낸다는 것인데, 알듯 모를 듯하다.

<소녀연기(小女演技)> 시리즈, <윤진선, 18세> 2003

오형근 식 기형(畸形), 중간인이자 경계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일생을 통해 경험하는 난관에 경중의 차가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좌절이나 고통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남겨진 상처는 누구에게나 흠결을 남긴다. 그렇다면 오형근이 말하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왜곡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동질적인 고통을 품고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동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만일 내가, 또는 오형근이 아닌 누군가가 사진에 담긴 주인공들을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그들이 특별하다거나 기이하다고 느끼기는 힘들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의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 특히 〈아줌마〉 이후의 작업에서 얼굴을 보여준 사람들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의 사진에서처럼 누구의 눈에나 기형적으로 보일 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아버스와 유사하게 타인의 ‘결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그의 사진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주체적 권위를 부여하거나 그것을 통해서 전환적 시대의 불안정한 정신을 이야기하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오형근 식의 기형은 따로 있다. 그들은 중간인이며 경계인이다. 명백하게 소외된 그래서 아무런 해석이나 변형이 덧입혀질 필요가 없는 인물들은 그의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도 양로원의 노인이나 소록도의 나환자, 고아원의 아이들처럼 이미 소외자로 낙인된 대상은 작업적 관심 밖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들은 평소엔 자신의 상처를 잘 끌어안고 살아가지만 그 이면에는 치유되기 어려워 누군가의 눈에 잘 띄고 마는 흉터를 지닌 사람들이다. 오형근의 초기 사진에서 그들은 자의식이 매우 강하거나 실제로 정신적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근작으로 올수록 그들은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동시에 언제나 위태로울 수 있는 존재들이 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그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아줌마〉 〈소녀연기〉 〈소녀들의 화장법〉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한국 여성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령은 점점 낮아져 왔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존재 자체로 남성보다 더 많은 흉을 안고 살아가는 것인가?
작가는 “꼭 여성을 찍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회 생활을 하는 한국 남성들은 자신을 완전히 가리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자신의 얼굴에 드러나는 왜곡을 지우는 법을 배운 거지요. 그에 비하면 아줌마나 10대 여성들에게선 내밀한 갈등이 드러나도록 내미는 얼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남자라서 더 잘 보는 건지도 모르지요”라고 말한다. 이는 오형근이 바라본 여성들은 한국인, 여성, 아줌마 혹은 소녀 등의 집단 혹은 인물군으로 이름 붙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주목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그중 한 사람의 모델이 대중매체에서 유포하는 미적 기준에 심취하여 특정 여배우의 차림새와 자태를 따르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상처를 온전히 사회적인 문제로 돌릴 만한 근거가 오형근의 작품에는 없다. 그들은 오형근에 의해서 선택되었고 그런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드러내도록 유도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특정한 감정을 연기하도록 슬그머니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감성적인 측면을 표출시키기 위해서 작가가 적극적으로 연출한 사진을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둔 작업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1999년 〈아줌마〉 연작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파장은 일면 예술 외적 해프닝이었다. 작가와 그 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사회적 이슈에 별 관심이 없는데, 가부장적 권력에 익숙하고 그래서 그 권력을 전복하려는 시도에 민감한 언론은 그 작업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며 열광했다. 〈아줌마〉에 과도하게 부여되었던 사회적 의미는 여고생을 소재로 한 〈소녀연기〉에서 다소 거품이 걷혔다. 동시에 그의 작업에 내재된 진정한 사회 문화적 함의도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아줌마> 전시 전경, 1999

객관적 시각언어로 전환된 주관적 정서

〈소녀연기〉가 완성되기까지 오형근은 〈여고생〉 〈연예연기학원〉이라는 제목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작가노트1) 에 그들을 ‘불안정한(Ambivalent)’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여고생들이 보여주는 불안정성 혹은 양성성의 근원을 ‘소녀와 여자 사이’의 경험으로 규정하고, 그 모호한 시기의 정서적 흔들림을 가능한 한 세분화하여 다루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줄곧 그의 관심을 끌어온 ‘중간인(혹은 경계인)’을 중간인답게 하는 특성이 ‘정서’에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계층이나 낙인 혹은 분류와 같은 이슈는, 비록 그것이 작가의 예술적 관심사로 작품에 반영되는 경우라도, 개개인의 정서적 경험에까지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진 못해 왔다. 오형근은 관심의 초점을 사회적 이슈가 아닌 개인의 심리적 경험에 둠으로써 감성에 기초한 사회적 유형 탐구의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그는 일정한 작업의 규칙들을 좀더 엄격하게 적용하게 된다.
그것은 일련의 기법들과 같은 사진적 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몇 가지 기본이 되는 방법들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서로 다른 인물의 이름을 뛰어 넘는 정서적 공통지대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피사체’, 즉 주인공이 되는 인물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한다. 주피사체의 비중은 매우 커서 배경의 다른 요소들이 주인공을 설명하는 힘은 최소화되었다. 여고생 이후에는 배경이 단순화되기까지 하는데, 그 결과 설명적인 요소들은 더 줄어들고 배경의 의미는 ‘밝기’의 문제로만 남게 되었다. 카메라의 위치를 낮추어서 약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시각은 현실적인 원근 단서들을 배제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배경에 찍힌 하늘은 구름과 한강변이라는 참조적 구성 요소들과 관계없이 섬세하게 조절된 중간 농도의 회색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여전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카메라로 다가서거나 물러나 도망가지 못하고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붙들려 있다.
조사거리가 짧은 정면광, 즉 제한된 광량의 정면광은 이전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을 배경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단순한 배경에서 인물을 떼어내기 위한 정면광은 훨씬 교묘하게 효과를 감추고 있다. 실제 주인공인 여고생과 배경이 된 하늘의 밝기차는 모든 작품에서 일정하게 ‘0.5 단계stop’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아줌마〉에서 쓰였던 전경과 배경의 엄청난 밝기 차의 조명비가 만들어낸 시각적 경계는 여고생을 다루면서 원형 프레임으로 대체되었다. 작가는 주인공에 대한 집중도를 유지하면서 여고생들의 정서적 특징을 대변하는 새로운 지대를 표현하는 방법을 그와 같이 찾은 것이다. 오형근이 구사하는 테크닉은 강박에 가깝다. 자신만이 발견해낸 결함 있는 자들의 마음을 모든 사람이 발견토록 하기 위해서 그는 사진을 통해 주관적 정서를 객관적 시각언어로 전환하려 드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감성은 서사를 압도한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우리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다.2)

<아줌마> 시리즈, <꽃무늬 스카프를 한 아줌마. 1997년 3월 27일>(왼쪽), <호랑이 무늬 옷을 입은 아줌마. 1997년 3월 27일>

불안한 내면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전면성(前面性)

감정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므로,3) 그의 사진은 불안정하고 이중적인 감성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서는 대개 얼굴을 통해서 표현되며 이는 타인과 나를 연결시키는 강력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이다. 오형근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굴에 정면으로 비춰지는 조명을 반사해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정서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신호는 모호하다. 정서는 아주 순식간에 시작되며,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감정 신호를 완전히 읽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녀들의 화장법〉에서 이 문제는 얼굴 표정 이외에도 의상이나 꾸밈새로 확장된다. 소녀들에게 옷차림이나 화장술은 주어진 것과 선택된 것 사이에 있다. 그들은 자신이 옷가지와 화장품을 고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능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 그들은 유행의 주변에서 어설프게 다른 사람의 취향을 흉내내는 자들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오형근은 이러한 모호함을 그 자체로 단호하게 드러내는 방법으로 ‘전면성(前面性)’을 채용해 왔다. 모호한 그들의 정서적 정체성을 인물들의 전면을 통해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진은 모델의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카메라를 향해 내미는 전면만을 볼 수 있다.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그 뒤에 서서 이런저런 사항들을 지시하던 작가와 정면으로 맞서는 소녀들의 모습은 놀랍다. 사진 속 그들에겐 범접하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는 듯이 보인다. 허술한 써클렌즈를 낀 눈, 유치한 만화가 그려진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을 신은 발, 조금이라도 더 여자처럼 보이고 싶은 입술, 이 모든 것이 광채를 발한다. 하지만 그 마법은 그들이 잘 마름된 배경 앞에서 대형 카메라로 찍혀서 대형 프린트된 사진 속에 있을 때만 유지되는 것이다. 그들이 사진 밖으로 나가는 순간 황금마차는 호박으로 변한다. 오형근은 그들의 전면에 부여한 마법의 힘을 극대화함으로써 불안한 내면의 허술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 소녀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정서적 유형을 찾고자 한 것이다.
사진은 과연 정서를 유형화하는 도구로서 얼마나 적합한가? 일정한 방법과 정확한 재현을 통해서 특정 대상들이 느끼는 정서를 탐구함으로써 관심 대상을 규정하는 시각적 규범을 추출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감성에 대한 시각적 유형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4) 지금까지 오형근의 작품들은 일면 이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모델에 대한 작가의 장악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형지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작업에서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모델과 작가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이때 작가는 모델이 표현하는 바에 반응하거나 반대로 모델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게 되는데, 오형근의 작업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모델에 대한 작가의 장악력이 모델의 자의적 표현성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소녀연기〉와 〈소녀들의 화장법〉에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심한 듯 슬픈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며 작가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다. 실제로 눈매나 입매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는 없었겠지만 작가는 그들에게서 부정적 정서 반응(Nega-tive feeling)을 유도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정교한 연출과 그에 대한 모델의 반응이 교차하는 지점을 주목해 볼 때, 엄밀히 말하면 오형근의 작업은 감성의 유형학적 접근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낸 감성의 유형에 대한 사진적 재현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오형근의 작업은 경계인들이 느끼는 감성에 대한 탐구였다. 그리고 이것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그가 지닌 동지애적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그의 작업은 틀 잡힌 형식미 속에서 미묘하게 작용하는 정서들을 세분화시켜 왔다는 면에서 독특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각적 의사소통이 감성적 도구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도구로 하는 감성 탐구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오형근의 작업이 지니는 사회 문화적 의미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비언어적인 것을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는 일이야 말로 예술의 영역 밖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접근이기 때문이다.

1) 《도감전시진집》 푸른세상, 2003.
2) 감성 연구는 근대 이성에의 회의로 인해 대안을 찾는 하나의 방법으로 20세기 후반에 대두되었으며, 인간에 대한 다면적인 해석을 완성시키기 위한 관점들이 일반적이다. 근자에는 감성의 원리와 효과에 대한 관심이 철학, 인지과학, 심리학의 영역뿐 아니라 정치, 경영,  마케팅의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3)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인 폴 에크먼(Paul Ekman)이 그의 명저 《얼굴의 심리학》(2003)을 시작하는 명제이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삶의 질을 좌우하는 지표가 되는 정서를 얼굴 표정을 통해서 연구해 왔다.
4) 지금까지 대부분의 감성 연구자들은 인간의 감성을 유형화하기 위하여 언어적 도구, 즉 형용사 어휘를 이용하는 연구 방법론을 개발, 활용해 왔다. (2009년 2월호)

<이태원이야기> <김불이, 배우, 이태원 선녀암 골목에서> 1993(왼쪽), <오경희, 댄서, 이태원 여보 여보 클럽 앞에서> 1993

2009 February Special - 세상에 던져진 동방의 요괴들

2009동방의 요괴들 선정작가(사진:박관규)

“제 작품 접수 잘 됐나요?”
동방의 요괴들, 기획에서 홍보 접수 심사 향후 교육프로그램까지

글 | 편 집 부

“계속하다보면 진짜 무언가 될까요? 많은 것은 무엇이고 적은 것은 무얼까요? 기준이 있을까요? 왜 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거죠?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은 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미술이랑 디자인이 뭐가 다른 거죠? 큰 게 좋은 건가요? 작은 게 좋을 수는 없나요? 색은 뭐죠? 크기는 뭐구요? 많고 적은 것은 뭐고, 나쁜 것과 좋은 것은 뭔가요? 완성이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요? 살아있다는 것은 어떻게 느끼는 거죠? 세상의 구분을 내가 맞춰야 하나요? 그리고 도대체 미술이 뭔가요? 난 꼭 청개구리 같아요. 힘들어요. 나 혼자만 외치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힘들어요. 내가 청개구리라서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아요. 대답해 줘요. 내가 지금 이렇게 묻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이번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한 박유진의 신청서에 쓰인 글 중 일부다. 아마 미술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싱숭생숭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대학원이나 유학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말 그대로 ‘세상에 던져진’ 기분, 바로 그것이다.

박재영 <이십 사 개의 별> 나무, 종이에 드로잉, 모래 100×100×80cm 2008

New Face의 업그레이드 버전

art는 창간 당시 ‘젊은 미술, 젊은 잡지’를 외치며, 뉴밀레니엄이 밝은 2000년 벽두에 New Face를 처음 시작, 그 후로 2년마다 개최했다. 총 4회의 지명 공모전을 개최했고, 2회의 기념 전시를 열었다. 젊은 작가들에게는 물론이고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젊은 작가 붐’의 확산과 더불어 수많은 공모전(혹은 공모 형태의 페스티벌, 아트페어, 기획전)이 생겨났고, 그런 기류에서 New Face도 점차 차별성과 효용성을 잃은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추천위원의 지명 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사실상 1차 심사를 진행하는 효과를 가지는 장점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만큼 선정 작가의 신선도는 떨어졌다. “작품성에는 이의가 없지만, 너무 뻔한 작가들이다”며 ‘발굴’보다는 ‘재평가’행사라는 평가를 들었다. 게다가 지원자들의 지역 불균형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졌다.
art는 2006년 New Face를 마지막으로 개최하고 난 다음, 2008년 행사를 진행하는 대신 잠시 한 템포를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 봤다. 현재의 한국미술 상황에서 신진작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행사는 무엇인가? 그리고 거기서 저널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또한 젊은 작가 중심으로 재편된 한국 미술계의 양지와 음지도 살펴봤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작가의 연령이 20대까지 내려 왔고, 해외 옥션의 최고가 경신도 젊은 작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첫 개인전을 무료로 열어주는 대안공간이나 갤러리도 늘어났고, 미술관에서조차 이런저런 신진작가 기획전으로 손짓을 하며 젊은 작가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상황들이 모든 젊은 작가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대를  졸업하고 난 직후, 이제는 더 이상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는 아직 좀 어색한 ‘예비 작가’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론 신진작가의 등용문인 여러 공모전이 있다. 그러나 공모전은 이제 단순히 ‘작가 발굴’의 기능뿐만 아니라 ‘작가 육성’의 책임을 맡아야 할 시기다. art는 ‘공공’ 매체인 저널로서 사회적 교육적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을 인식하고, 발굴 및 육성에 주력하는 대안적 공모전 <동방의 요괴들>을 새롭게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미술을 아시아와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나갈 ‘요사스러운 귀신(작가)’을 뽑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방의 요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종전의 New Face나 유수의 공모전과 차별화된다. 무엇보다 공모 대상의 연령층을 대폭 낮춰, 대학 졸업 예정자에게만 한정시켰다. New Face의 지명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작가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즉 ‘발굴’의 의미를 강화시킨 것이다. 또한 선정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약 1년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 ‘작가 트레이닝’을 시켜 미술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근본 목표다.
‘동방의 요괴들’을 찾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내부 기획과 준비 과정을 거친 후, 지난 2008년 11월호 <‘동방의 요괴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처음으로 이 행사의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이어서 12월호에는 공모 요강을 알리는 사고(社告)를 냈고, 전국 미술대학 캠퍼스와 인사동 및 홍대 일대에 공모 포스터를 붙였다. 물론 주요 미술 웹사이트에 공지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 행사라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각 학교 과사무실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고, 졸업 전시를 한 학생들에게 홍보 이메일을 보냈다. 공모의 시작부터 선정까지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공모 대상 및 일정
공모 대상은 2009년 2월이나 8월에 졸업을 앞둔 미대생, 즉 지난 해에 졸업 전시를 치룬 사람으로 한정했다. 공모 부문은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사진 등 미술 전 장르로 폭을 넓혔다. 2008년 12월 15일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27일을 마감일로 정했지만 2009년 1월 5일로 연장했다. 크리스마스 및 연말 일정으로 인해 접수와 문의 전화가 마감 일짜에 임박해서 몰린 데다, 본사 사무실 이전으로 주소가 변경되면서 응모와 접수에 따르는 혼선이나 착오를 없애고자 했다.
(2)응모 방식
응모는 신청서와 함께 1인 당 7점 이상, 10점 이하의 작품을 이메일로 접수했다. 영상 작업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우편 접수도 받았다.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임을 감안한다면 7점 이상의 출품작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일반 공모전의 경우, 한두 점만 출품하지만 <동방의 요괴들>은 응모의 문턱 자체가 높다. 평소 작업을 열심히 해왔던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동방의 요괴들>은 형식적으로 ‘자유 공모전’이지만, 실제 내용으로는 ‘지명 공모전’에 가깝다. 응모자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행사로 차별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 전국 단위로 열리는 자유 공모전인 만큼 행사 진행 비용을 위해 응모료 50,000원을 받았다.
(3)응모자 분포
총 48개 대학의 학생 241명이 공모에 지원했다. 서울 지역 지원자가 134명(56%), 경인 46명(19%), 충청 21명(9%), 영남 32명(13%), 호남 6명(2%)이었다. 미국과 프랑스에 유학 중에 학생도 2명(1%)이었다. 강원, 제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골고루 지원한 편이었다.
전공별로 보면, 회화과 65명, 동양화과 27명, 서양화과 61명, 판화과 4명으로 평면 전공자가 총 157명(65%)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조형예술과(미술학과, 현대미술학과 포함)가 45명(19%)이 지원했고, 조소과(환경조각과 포함) 16명(7%), 사진과 11명(4%), 도예과 2명(1%), 매체과 2명(1%)이 지원했다. 그 밖에 디자인과(시각, 공업, 출판 등) 6명(2%), 애니메이션과 1명, 종교미술학과 1명으로 비 순수미술 분야에서도 지원했다. 여성이 157명(65%), 남성이 84명(35%)이었다.
(4)심사 과정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가 몰려 예심과 본심으로 나누어, 심사를 엄정하게 진행했다. 곽남신(화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 김섭(화가, 울산대 미술대학장), 김용식(화가, 성신여대 교수), 유진상(미술평론가, 계원예대 교수), 윤진섭(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호남대 교수), 이수홍(조각가, 홍익대 교수) 등 <동방의 요괴들>의 운영위원들이 예심에 참여했다. 예심에서는 241명 중 118명이 통과했다.
본심에는 젊은 작가 공모임을 감안해 미술 현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심사위원을 위촉했다. 류한승(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임근준(전 art in culture 편집장, 미술평론가), 정재호(갤러리2 대표), 호경윤(art in culture 수석기자)이 심사를 맡았다. 예심에서 통과한 118명을 대상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합의 아래 최종 선정 작가 22명을 뽑았다.
(5) 심사 결과
<동방의 요괴들> 최종 선정 작가 역시 전체 응모자의 비율과 비례하듯 지역, 전공, 성별이 다양하게 분포됐다. 선정 작가 22명은 다음과 같다.
권선(고려대 서양화과), 김등용(동아대 조각학과), 김명진(동덕여대 회화과), 김석준(서울예대 사진과), 김윤재(경원대 조소과), 김진아(울산대 서양화과), 김혜령(이화여대 한국화과), 나양미(추계예대 서양화과), 박관규(계원예대 사진과), 박유진(충북대 조소과), 박재영(서울산업대 공업디자인/조형예술과), 유현경(서울대 서양화과), 이상현(경원대 회화과), 이정형(홍익대 도예유리학과), 이주리(한예종 조형예술과), 이준복(한예종 조형예술과), 이지은(성신여대 서양화과), 장종완(홍익대 회화과), 전채강(이화여대 서양화과), 최용석(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최은주(덕성여대 동양화과), 최은하(계원예대 매체과)

최용석 <V.A.J.P-across the universe> 공연, 퍼포먼스 2008

새롭지 않은 새로움

응모작들은 회화가 주를 이루었다. 눈에 띄게 실험적이거나 참신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 아이디어나 문제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의 경우 시각화 방식이나 완성도 면에서 수준이 떨어졌다. 출신학교의 성향이나 지도교수의 화풍을 잇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줄어든 편이었다. 오히려 특정 기성작가의 작품을 떠올리는 모방성 강한 작품이 많았다. 잡지, 온라인, 비엔날레 등으로 국제 미술정보를 습득하기 쉬운 작금의 상황에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미대생의 작품마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새로운 경향이라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공 구분 없이 탈장르, 탈경계를 추구하는 작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본래의 전공을 살리며 ‘올드 스쿨’로 돌아가는 기미가 보였다. 오히려 디자인 등 순수미술을 전공하지 않거나 복수 전공을 한 학생들이 유동적인 작업을 보여줬다. 또한 과거 유행하던 글로벌리즘, 탈식민주의, 다문화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개념적 미술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원서의 작품 설명문에는 ‘대중성’과 ‘소통’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 대중주의와 상업주의가 얼마나 미술 분야에 깊숙이 침투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상의 담론, 매체의 형식적 실험, 모방과 패러디 등은 응모작품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평면 회화 작업이 압도적으로 강세를 이루는 가운데, 특히 실제 풍경들을 초현실적으로 재구성하는 그림이나 표현주의적인 그림이 눈에 자주 띄었다. 색채나 화면 구성에서 세련된 감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많았지만, 마치 동시대에 통용되는 미감이 존재하는 듯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혼자서 끄적이는 ‘일기형 드로잉’ 작업들도 많았다.
사진 분야에서도 역시 순수 사진으로 돌아가는 추세였다. 과거 비사진 전공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기록하는 매체로 사진을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사진보다는 영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 사진이 독자적인 분야로 예술성을 획득하면서 미술시장에서  환대를 받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조각 분야에서는 몇 년 전까지 신진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설치미술이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업이 거의 종적을 감췄다. 오히려 일상적인 오브제나 팝적인 소재를 쓰는 소형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몇몇 기성 작가들이 선보인 바 있는 스컬피는 최근 조소 전공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재료로 급부상했다.
전체적으로 아직 미술 현장 경험이 적은 편이어서 공모전 같은 곳에 지원서를 잘 쓰지 못하는 지원자가 많았다. 본인의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좀 나은 지원자들은 이미 작년 여름에 개최했던 <아시아프> 같은 그룹전 등 전시 경험이 있는 경우나 기성 작가들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는 경우였다. 미대생이 작가가 되기 위해 정말 필요로 하는 지식은 강의실 밖에서 ‘각개전투’로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미술대학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절감했다.

나양미 <아현동 풍경 놀이 2> 스티로폼, 종이 104×194×10.6cm 2008

1년 내내 쭈우~욱!

선정 작가 22명 외에 219명의 지원 작가는 결코 탈락자가 아니다. art는 선정작가 22명을 위한 프로그램도 짰지만, 241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방의 요괴들>의 연간 프로그램에서는 오늘의 미술 환경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갤러리(혹은 미술시장)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옳은지, 내 작품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지 등 상아탑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한다.

(1) 선정 작가 프로그램
① 11월 5일부터 12월 3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그룹전 개최: 작품 제작비 지원
② 전시 도록 및 각종 홍보물 발간
③ 평론가, 큐레이터 팀-매칭 클래스 시행
④ 그랑프리 작가 1인 선정 및 개인전 개최, 상금 지급(작품 매입비)
⑤ 3월 8일 도쿄 빅사이트 GEISAI Art Festival(무라카미 다카시 기획) 부스 참가

(2) 지원 작가 프로그램
① 지역 순회 전시: 3월 인천 경인갤러리부터 시작 전국 6회 개최
② 지역 순회 강연: 선배 작가와의 대화, 국제 미술 동향 파악하기, 포트폴리오 작성법 및 자기 프로모션 전략, 신진작가의 미술시장 입문 외
③ <동방의 요괴들> 작가 전시 광고 혜택 및 프리뷰 기사 게재: 개인전 50%, 그룹전 30% 할인
④ <동방의 요괴들> 정기구독 신청 및 (주)에이엠아트 발행 출판물 50% 할인 판매
⑤ 지원 작가 전원 작품 수록 자료집 및 연감 출간
⑥ 백해영갤러리 홈스테이-레지던스 프로그램 시행(4월, 10월)
⑦ 서머 아트 투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미술관, 청담동 네이처포엠 갤러리, 서울옥션, 주요 대학교 미술실기실, 홍대 지역 대안공간, 문래동예술단지, 창동창작스튜디오 등 견학
⑧ 프리마켓 및 PT-PARTY 등 각종 이벤트 참가

김등용 <Cockroach Episode 2> 혼합재료 50×1×25cm 2008

일반 공모전은 작가를 뽑고 나면 ‘행사 종료’지만, <동방의 요괴들>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art는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동방의 요괴들>을 멤버십제로 운영 및 관리할 것이다. 저널 인프라를 십분 활용,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고의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서 ‘요괴들’과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고, 미술 현장 곳곳에서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는 art in culture. 요괴들과 함께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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