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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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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비엔날레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과연 2014년 한국의 비엔날레는 한국 아트씬과 국제 미술계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큰 명절처럼 2년마다 반복되는 비엔날레와 그를 둘러싼 무성한 말 잔치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Art는 11월 폐막을 앞둔 광주, 미디어시티서울, 부산비엔날레를 화보와 종합 비평을 통해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엔날레 열풍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비엔날레가 21세기의 가장 각광받는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의 비엔날레 인플레 현상 속에서 독특한 캐릭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아시아 비엔날레의 면모도 함께 살펴본다. 올해 열렸거나, 개막을 앞둔 아시아 비엔날레 중 8곳을 소개한다. 비엔날레의 설립 목적과 비전, 매회 주제와 감독, 전시 내용 등 풀 히스토리를 압축 정리했다.

Contents

COVER
         한스 아르퉁 〈T1962-R8〉 캔버스에 비닐계 안료 162×100cm(부분) 1962년 아르퉁재단 소장 ⓒ Hans Hartung, ADAGP, Paris-SACK, Seoul, 2014, 이응노미술관 제공


SPECIAL FEATURE
         2014 비엔날레 읽기
066    ❶ Korea Biennale Review
         광주-서울-부산 비엔날레 
080    ❷ Critic
         터전을 불태우라! 귀신과 할머니와 간첩은 어떤 세상에 거주해야 하는가?
         / 임근준 AKA 이정우
088    ❸ 2014 Asia Biennale Tour / 채연
         대구사진비엔날레, 금강자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관두비엔날레,
         상하이비엔날레, 후쿠오카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시드니비엔날레, 
         아시아트리엔날레맨체스터


ARTIST
116    최정화의 앞과 뒤 / 김재석


FOCUS
050    심문섭展: 시간의 풍경 / 김복기
         Traditional (Un)Realized展: 지금 여기, ‘전통’을 묻다 / 김해주
         이형구展, 권오상展: 조소과 94학번 황금시대 / 류한승
         박은선展: 뿌리를 내리는 조각 / 가브리엘레 시몬지니(Gabriele Simongini)
         오카무라 아키히코(岡村昭彦)展: 삶과 죽음의 상흔들 / 김계원


COLLECTION
127    아라리오뮤지엄 프로젝트 / 호경윤


THEME SPECIAL
140    아트 아카이브
         ❶ 기록의 확장, 아트 아카이브 / 박상애
         런던 테이트아카이브(Tate Archive), 홍콩 아시아아트아카이브(AAA),
         뉴욕 앤솔로지필름아카이브 (Anthology Film Archive),
         런던 국제시각예술연구소(Iniva), 베이루트 아랍이미지재단(Arab Image Foundation) 
         ❷ 결정적 순간들展: 리빙 아카이브, 공연예술 ‘되기’ / 오세형


ART LAB
136    컨덴세이션展: ‘명품’과 작가의 만남 / 채연


NEW VISION
157    2014뉴비전미술평론상
         비엔날레 작품론
         ❶ 귀신, 간첩, 할머니 ‘들’의 공동체 / 이빛나
         ❷ 불탄 터전에서 소년 A가 마주한 것 / 문정현
         ❸ 느낌표로 시작했지만 줄임표로 끝나 버린 외침 / 이기원


ART ON PAGE
134    9×… of Jungle in Cave / 이현우


ETC.
049    EDITORIAL / 김복기
167    ART FIELD
176    P.S
177    SUBSCRIPTION
178    CREDIT

Articles

[SPECIAL FEATURE ❸] 2014 Asia Biennale Tour

비엔날레 열풍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비엔날레가 21세기의 가장 각광받는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Art는 올해 열렸거나, 개막을 앞둔 아시아 비엔날레 중 8곳을 소개한다. 비엔날레의 설립 목적과 비전, 매회 주제와 감독, 전시 내용 등 풀 히스토리를 압축 정리했다. 전 세계의 비엔날레 인플레 현상 속에서 독특한 캐릭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아시아 비엔날레의 면모를 살펴보자. / 채연 기자

관두비엔날레 Kuandu Biennale


2014관두비엔날레 포스터

주제: 인지 체계(Recognition System)
감독: 설원기, 왕황셩, 리융하오, 토요미 호시나 등 10인 공동
큐레이터
장소: 관두미술관
기간: 9. 26~12. 14
주최: 관두미술관
홈페이지: www.kdmofa.tnua.edu.tw
설립연도: 2008


마미 코세무라 〈Drape〉 지클 프린트 가변크기 2013

타이완 국립예술대 소속 관두미술관이 2008년부터 주최한 ‘미술관 비엔날레’. 서구가 주도해 온 현대미술의 조류 속에서 아시아 미술의 개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아카데믹한 플랫폼 역할을 목표로 설립됐다. 타이완 국립예술대 교류 기관 등 여러 네트워크 채널을 활용해 학자, 큐레이터 등이 10명의 작가를 추천하고, 추천을 받은 작가는 자신의 전시를 꾸릴 새로운 큐레이터를 직접 추천하는 독특한 릴레이식 추천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총 10개의 개인전이 모여 하나의 비엔날레를 형성하는 셈이다. 비엔날레의 핵심 네트워크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초대 행사부터 올해까지 빠짐없이 정연두 이광기 부지현 장석준 등 신진과 중견을 넘나드는 작가가 참여했다.



마미 코세무라 〈Frozen〉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2011

제1회는 관두 예술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쉴파 굽타, 팡리준 등 아시아권 작가 10명이 ‘나에겐 꿈이 있어요’를 테마 삼아 영상 설치, 레디메이드 조각, 사진 작업 등을 미술관 안 10개의 부스에 펼쳐 놓았다. 제2회의 주제는 ‘기억 그리고 그 너머’. 개인적 기억, 초현실적 기억, 집단의 기억 등을 해석한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선별됐다. 참여 작가는 송동, 프로펠러 그룹, 좀펫 쿠스위다난토 등이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10명의 큐레이터 중 마미 카타오카, 알리아 스와스티카는 이후 2012년 광주비엔날레의 공동감독 6명 중 2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3회 주제는 ‘아티스트 인 원더랜드’. 동화 속 나라를 직접적으로 형상화한 알록달록한 색감의 작업, 반어적인 의미로 접근한 개념적인 설치 작업이 서로 대비되는 전시였다. 제3회는 2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참여 국가에 호주를 포함시켜 아시아 참여 국가의 영역을 확대했다. 한국에서는 본지 김복기 대표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또한 제3회부터 《아트인컬처》 《아트인아시아》가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발레이 쉔데 〈Dead〉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7

2014년 제4회는 ‘인지 체계’를 주제로 내세웠다. 서구 중심의 예술 시스템 안에서 아시아 작가가 현대미술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이 새롭게 생성한 지식 체계의 구조를 해석했다. 그들이 만든 작품 속에서 태동하는 제3의 예술 시스템을 보여 주고자 했다. 시각 디자인 영역에서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많이 쓰인 ‘인지 체계’라는 개념이 21세기 들어 예술적 언어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예술이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침투한 양상을 조망한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에는 버섯이 증식하는 풍경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회화 옆에 실제 버섯을 쌓아 놓거나, 기계 부품을 엮어 조악하게 만든 로봇에 조명을 비춰 로봇의 그림자를 기록한 영상을 함께 상영하는 식의 매체 혼합형 작업과, 팝스타의 공연 영상이 흘러나오는 방의 한편에 마이크와 악보를 두어 관객이 직접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하거나, 테이블에 가상의 계약서를 놓고 관객이 직접 작성하게 하는 식의 관객 참여형 작품이 눈에 띄었다. 타이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홍콩 한국 등 총 9개국에서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은 작가로 장석준, 큐레이터로 설원기가 참여했다. 비엔날레는 아시아 미술인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 포럼>에서는 아시아 각 지역 대학 소속 미술관의 관계자,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지역 예술 공동체 등이 초대돼 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재 위치와 독립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장석준 〈스크린세이버-타이베이〉 멀티채널 프로젝션, 디지털 컬러 비디오 가변크기 2014

[SPECIAL FEATURE ❷] 광주-서울-부산 비엔날레 크리틱

터전을 불태우라! 귀신과 할머니와 간첩은 어떤 세상에 거주해야 하는가?

/ 임근준 AKA 이정우
 


최원준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3채널 HD비디오, 아카이브 설치 2014_미디어시티서울 출품작. 김일성에 의해 설립된 만수대 창작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수대 해외개발부서는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르, 토고 등에 무상으로 공공건물과 기념비 등을 세워 줬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형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아프리카의 기념비와 건축물을 통해 표상되는 북한을 보여 준다.

비엔날레 평론은 참으로 공허한 일이다. 미술계 관계자와 관객이 뜨겁게 호응하며 전시를 열심히 독해하고 논쟁하던 시절에도 짧은 기간 전시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엔날레는 그 존재 형태의 특성상 그리 효율이 좋은 비평 대상은 아니었다. 2014년 현재, 열정을 품고 비엔날레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상당한 작품 제작비를 지원받은 참여 작가조차 종종 시큰둥한 모습이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는 열정적이었을까? 아무도 열심히 보지 않은(는) 전시를 비평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로 이 글도 정상적 전시 평론은 아니다. 비평적 메모 짜깁기-비평 대상에 조금이나마 화답하는 형식-이다.

샤머니즘과 냉전과 타자성의 키워드
 


최민화 〈효박한 이세상에 불고천명 하단말가 가련한 세상사람 경천순천 하였어라〉 캔버스에 유채 138×290cm 1989_미디어시티서울 출품작. 동학의 천교도 경전에 실린 노래의 가사를 형상화했다.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2014의 총감독 박찬경은 분명히 열정적이었다.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끝내주는 제목을 앞세워 근래에 본 적이 없는 역동적인 전시를 꾸몄다. ‘귀신, 간첩, 할머니’란 아마도 샤머니즘과 냉전과 타자성의 키워드였을 텐데, 그가 자신의 작업에서 꾸준히 다뤄온 주제다. 즉 전문 분야. 어떤 면에서는 마이크 켈리(Mike Kelley)가 제 작업의 대주제인 ‘언캐니’를 키워드 삼아 문제적 전시를 기획했던 옛일을 연상케 했다.

이른바 ‘낙오자 미학’의 개척자로 꼽혔던 LA의 현대미술가 마이크 켈리는 1992년 기념비적 전시였던 <헬터 스켈터: 90년대의 LA 미술(Helter Skelter: LA Art in the ’90s)>(기획 폴 쉼멜, LA MOCA)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1993년 손스빅국제조각전에서 전시에 기생하는 전시인 <언캐니(The Uncanny)>를 기획해 현대미술계를 지배하는 정념-정형의 향방을 바꿨다. 16명의 캘리포니아 남부 작가들이 참여했던 <헬터 스켈터>전은 교외의 고딕 감수성(suburban-gothic sensibility)을 앞세워, 사적 공간의 비천한 정치성을 공적 발언의 수준으로 격상시킨 첫 미술관 기획이었다. 도록엔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스쿨의 젊은 작가들이 쓴 섹스와 폭력을 다룬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렸고, 이러한 신풍조는 1993년의 휘트니비엔날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찬경의 비엔날레는 요즘의 경향과는 달리 작품과 작품을 대치시키고 병치시켜 비평적 풍경을 연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관점의 표출과 시선의 제시로 해석해 각각의 시선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비평적 스펙터클을 도출해 내는 방법은, 하랄트 제만 이래의 것으로, 1990년대에 대유행한 이후 최근엔 모두 피하는 분위기. 그러니까 전시 연출 방법론으로만 치면, 박찬경의 비엔날레는 다소 구식이었다는 말씀이다. 홍콩-할머니-귀신-스펙터클의 전시 연출이, 최소한 2008~9년 이전에 이뤄졌다면 그 비평적 효과는 훨씬 더 드라마틱했겠지만, 어쩌겠나 올해는 2014년인 것을. 하지만 호출된 작업들이 예전에 본 적이 없는 부조화의 조화, 즉 샤머니즘과 냉전과 타자성의 시각성이 빚어 내는 문화적 불협화음으로 신묘한 균제미를 이뤘기에, 전시는 이리 보나 저리 보나 퍽 흥미진진했다.
 


전수천 〈시간여행〉 혼합재료 200×400×180cm 2014_부산비엔날레 특별전 〈Voyage to Biennale-한국 현대미술비엔날레 진출사 50년〉 출품작

이렇게 밀도 높은 전시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감독 선임이 1년 반 전에 이뤄져 과거의 경우와 달리 비교적 숙고할 시간이 충분했던 덕이기도 했겠지만, 역시 과감하게 현대미술가를 총감독으로 뽑은 덕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전에 비해 신작 제작이 많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17개국 42명(팀)이 참가했는데, 12개 팀의 신작이 제작됐고, 또 전시에 참여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초청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예전의 미디어시티서울에선 ‘근년에 큰 전시에서 호평됐던 구작’을 영상 파일이나 DVD로 받아 틀어 놓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작가를 홀대했던 셈.

하지만 이 전시를 보고 난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다들 같은 소감을 피력했다. “박찬경 개인전이야!” 즉, 개별 작업은 기억에 남지 않고 귀신, 간첩, 할머니를 소환해 낸 주술사 박찬경의 모습만 뇌리에 사무쳤던 것. 역대 국내 비엔날레 가운데 감독의 개성이 이토록 강하게 드러난 에디션이 있던가? 없다. 미술의 주술적 힘을 되살려 내려고 하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아무래도 주술적 작업들은 예나 지금이나 양식미를 결여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명력이 긴 쪽은 양식미를 추구한 쪽. 전시를 두 번이나 봤지만 애써 기억해 둘 만한 작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두고두고 생각난 작업이 있다면, 딱 한 점, 정서영의 <일시적으로 모은 오래된 문제들>. 역시 그는, 귀신 조각 전문가.

이번 비엔날레에도 이른바 ‘무빙 이미지’ 작업들이 많았는데, 현대미술로서의 영상 작업은 개봉관용 컨벤션 영화와 달리 문법이 제각각이므로, 작품을 감상한 뒤 그 이미지-흐름을 뇌 안에서 재생해 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기억에 남는 것은 흐릿한 인상과 컨셉트뿐. 절대 다수의 영상 작업은 비엔날레와 기획전 투어가 끝나면 상영되지 않고 해당 작가의 회고전에서나 다시 빛을 볼 테다. 현대미술계에서 영상은 의외로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창작-감상의 채널이다.
 


성능경 〈특정인과 관련 없음〉 젤라틴, 실버프린트, 실크스크린 각 25.3×20.3cm 1977_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작가는 신문에서 200점의 초상사진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재가공하면서 미디어의 역할에 질문을 던졌다.

개막 당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한 <귀신 간첩 할머니>와, 개막 이후 한산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난 <귀신 간첩 할머니>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개막일엔 해외 미술지의 기자들이나 부산과 광주비엔날레에 초청된 작가도 여럿 나타났고, 또 국제 미술계의 명사들도 목에 힘을 주고 전시장을 누볐다. 삼성미술관 리움 10주년과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국제 행사에 초청된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에, 미디어시티서울은 마치 출범 14년 만에 국제적 지명도라도 획득한 것 같았다. [이하 생략]

[SPECIAL FEATURE ❶] Korea Biennale Review

비엔날레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과연 2014년 한국의 비엔날레는 한국 아트씬과 국제 미술계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Art는 11월 폐막을 앞둔 광주, 미디어시티서울, 부산비엔날레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공식 출범한 이후, 한국 아트씬은 비엔날레와 함께 성장했다. 비엔날레는 한국과 국제 미술계가 교류하는 데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매회 수십억 원의 예산과 국내외 수많은 인력이 투입됐다. 언제나 성공과 실패가 공존했다. 지방자치제 도입과 함께 시작된 비엔날레는 각 지역 시민의 문화예술 향수권 증진과 지역 경제 살리기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방편으로도 인식됐다. 전국 곳곳에 비엔날레가 설립됐고, 서로 다른 이유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다른 국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비엔날레가 생겼다 사라지고 있다. 큰 명절처럼 2~3년마다 반복되는 비엔날레와 그를 둘러싼 무성한 말잔치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더 새로운 비엔날레를 위해 오늘을 다시 들여다 볼 순간이다.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세실리아 벵골레아 & 프랑수아 세뇨 <실피데스> 퍼포먼스 2009, 댄 플레빈 <매복으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기념비 4(내게 죽음을 상기시켜 준 P.K.에게)> 붉은 형광등 1966_세실리아 벵골레아 & 프랑수아 세뇨는 2014광주비엔날레 ‘눈(Noon)예술상’의 신진작가상을 각각 수상했다.

미디어시티서울 <귀신 간첩 할머니>

정서영 <달에서 달까지> 잉크젯 프린트 200×300cm 2014_무대처럼 보이는 육각형 시멘트 덩어리, 풀밭에 놓인 오브제와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담긴 사진, 긴 막대, 달 모양의 오브제, 무릎에 올려 놓은 흙탑 사진 등 다양한 미디어로 구성된 작품으로, 관객이 기이한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유도했다.

부산비엔날레 <세상 속에 거주하기>

필라 알바라신 <당나귀> 책더미, 박제 동물 가변크기 2010_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로 은유된 무덤에 서서 책을 읽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현실주의적 작품. 작가는 작품이 전시되는 각 지역에서 수집한 책을 쌓아 놓는다. ‘동물과의 대화’ 섹션 출품작. 

 

 

[FOCUS] 이형구展, 권오상展

조소과 94학번 황금세대

/ 류 한 승

이형구展 9. 2~10. 19 갤러리스케이프
권오상展 9. 12~11. 8 페리지갤러리



권오상 <Massmobile-페리지> 혼합재료 300×200×300cm 2014_구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표면은 추상적인 이미지로 채워진 <Masspatterns>의 덩어리들이 균형을 이루는 거대한 모빌로 제작되어 천정에 샹들리에처럼 걸려 있다.

권오상과 이형구가 각각 개인전을 개최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권오상과 이형구는 홍익대 조소과 94학번 동기이다. 비록 나이 차가 조금 있지만 그들은 때론 친한 동료로서 때론 선의의 경쟁자로서 오랫동안 미술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사실 조소과 94학번은 ‘황금세대’라고 칭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권오상과 이형구를 비롯해 구동희, 백현진이 다 94학번이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이에 대해 권오상은 “93학번과 94학번이 매우 달랐다”고 회고한다. 1994년부터 학생을 가르쳤던 교수진이 대거 바뀌었고 학생운동의 분위기도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이전만 하더라도 사회 현실과 유리된 추상조각과 사회 현실을 강하게 반영한 구상조각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청동, 철, 나무, 돌 등 전통적인 재료가 주로 사용됐고, 기법 또한 색다를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1994년이면 학교 앞에 세련된 카페와 근사한 클럽이 늘어나고, 서태지와 듀스의 음악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미대생들의 거리미술전이 열리는 등 홍익대 특유의 문화가 싹트던 시기가 아닌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각계의 변화도 절실히 요구되던 시점이었다. 그때 새로운 감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가 나타난다. 그들이 바로 94학번이다.

미술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진 조각’으로 데뷔한 권오상이기에 그가 과연 얼마나 전통조각과 연결될 수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조각사의 주요 개념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먼저 권오상은 <Deodorant Type> 연작에서 평면/입체, 조각/사진, 실재/가상의 경계를 탐구했다. 동시에 조각사에 있어 낮은 조각대를 처음 도입한 로댕을 떠올린 작가는 조각의 포즈와 조각대의 높이를 달리하며 설치 시 조각 높이에 강약을 주었다. 더불어 그는 <Sculpture> 시리즈에서 오토바이의 몸통을 토르소의 개념으로 다루었고(현대적 토르소의 개념도 로댕이 세웠다), <The Flat> 연작에선 스스로 설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조각을 제시했으며,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조각적 뉘앙스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최근 그는 사진조각에 무언가를 덧붙이면서 ‘소조’의 근원적 의미를 되새겼고, 머리카락, 수염, 빛 등 비정형적인 것의 조각적 표현을 재고했다. 이와 같이 그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조각의 담론을 작품에 십분 활용하는데, 이번 전시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 조각, 그 이후

전시장 1층 로비에는 <Masspatterns> 시리즈가 자리한다. 작년 싱가포르 개인전에 발표된 연작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었다. 근래 그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소조와 덩어리가 작품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권오상은 우선 압축 스티로폼으로 사물과 동물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펼쳐 놓고 서로 어울리는 덩어리들을 붙여서 조각을 만들었다(이때 일상사물이 첨가되기도 한다). 그 결과 이질적인 물건과 동물이 조합되면서 또 다른 덩어리가 되었고, 각 사물과 동물이 지닌 의미가 서로 접속되었다. 아마도 미술이 아니었으면 결코 접속될 일이 없었을 것들이다. 이어서 <Masspatterns>은 <Massmobile>로 변형되었다. <Masspatterns>에선 덩어리들이 소조처럼 모두 붙어 있다면, <Massmobile>에선 그 덩어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덩어리를 떼어서 공중에 매달다 보니 작가는 자연스럽게 ‘모빌’을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Massmobile>은 천체 모양을 띠고 있으며, 각 조형물을 고정해 주는 타원 구조물은 고딕 성당의 샹들리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모빌에 대한 아이디어는 알렉산더 칼더로 이어졌고, 칼더이기에 다시 ‘스태빌(stabile)’로 이어졌다. 그 스태빌이 전시된 곳이 지하 전시장이며 권오상은 그것을 <New Structure>라 불렀다. 오래 전부터 <The Flat>의 작은 조각을 화면에서 끄집어 낼 계획이 있었던 그는 작년 초 <The Flat>의 얇은 조각을 지점토로 만들어 맨메이드 우영미 전시에서 보여 주었고, 이번에 두 번째 변주를 시행한 것이다(작가는 첫 번째 변주를 <Sculpture> 시리즈로 간주). 이 신작은 당연히 칼더에 대한 오마주이다. 그는 칼더의 스태빌에 있는 구조(structure)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예를 들어 <New Structure 1 Lamp & Stairs>를 보면, 두 개의 형태가 합쳐져 하나의 덩어리가 되고, 그 옆에 또 하나의 덩어리가 붙고, 그 뒤에 다리 3개가 붙는다. 작가가 참고한 칼더의 원작 <La Grande Vitesse>도 같은 원리이다. 즉 형태가 붙는 지점이 같은 것이며, 이는 뼈가 같은 것이다. 뼈가 같기 때문에 이것이 설 수 있다. 요즘엔 다소 주춤하지만 칼더 이후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 루이스 네벨슨(Louise Nevelson) 등 여러 조각가들이 스태빌을 발전시킨 바 있다. 권오상은 <The Flat>에서 사용한 이미지를 알루미늄 구조물에 부착시켰다. 이렇게 구조에 신경을 썼기에 당연히 전시제목은 ‘Structure’가 되었다.

말의 움직임을 좇는 조각


이형구 <Chapter> 청동, 대리석 9.5×40.5×14.5cm, 4.8×43×21cm 2014

권오상이 조각의 담론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이형구는 어떤 이슈와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전통 조각가의 면모를 보여 준다. 역사적으로 미켈란젤로, 기베르티 등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는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에 비견될 만큼 지식인이었다. 고전문학, 신학, 고고학, 해부학 등에 조예가 깊었던 그들은 단지 입체물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그 입체물에 생기를 불어 넣는(animatus) 학자에 가까웠다. 이형구는 마치 명품을 제작하듯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데, 그러기 위해 우직한 학자처럼 제반 분야의 지식을 꼼꼼히 조사, 연구한다. 그러다 보니 그는 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변신한다. 그는 <The Objectuals> 연작에선 과학자가 되었고, <Animatus> 연작에선 고고학자가 되었다. 또 <Face Tracer> 시리즈에선 관상학자가 되었고, 이번 전시에서는 말 조련사 혹은 스스로 말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이, 생성하는 이형구야말로 질 들뢰즈가 말하는 ‘내재성의 평면’이 아닐까. 이처럼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은 연구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전시장에 놓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프로세스이며, 어찌 보면 연구와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는 그의 작업실이 단지 결과물을 보여 주는 전시장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흥미진진할 수 있다.



이형구 <M 90> 면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액자 78.8×54.5cm 2014

이번 개인전의 소재는 ‘말’이다. <Eye Tracer> 연작에서 물고기, 곤충의 시각과 행동을 탐색했던 이형구는 <Through Small Windows>에서 바로 정면을 못 보는 말의 시각을 다루었고, 곧이어 말의 행동, 근육, 뼈를 연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마장마술(馬場馬術)에 관심을 가졌다. 마장마술에서 말은 평보(平步), 속보(速步), 구보(驅步), 피루엣(pirouette, 旋回) 등 다채로운 동작을 보여 주는데, 사실 속보만 하더라도 수축속보, 중간속보, 신장속보(伸張速步)로 세분될 만큼 마장마술은 말 걸음걸이의 ‘종합선물세트’이다. 말의 움직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박자와 리듬이다. 그래서 이형구는 이번 전시 제목을 ‘율(律)’과 ‘리듬’을 뜻하는 ‘Measure’로 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플라토에서 열렸던 <스펙트럼 스펙트럼>전에 출품한 영상의 제목도 <Measure>인데, 이 두 전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이 작업의 결과물이라면, 개인전에 출품된 드로잉, 기구, 장치, 납판 등은 작업의 과정이다.



이형구 <M 81> 면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액자 78.8×54.5cm 2014 

이형구는 말의 동작을 분석하여 <Instrument>라는 독특한 보조 기구를 고안했고, 마장마술을 바탕으로 드로잉을 그렸다. 또한 편자 샌들의 제목은 <MΩ90>과 <MΩ140>으로 여기서 M은 ‘Measure’에서 나왔지만 메트로놈을 암시하기도 한다. M90은 1분에 90번이라는 것. 작가는 <Instrument>를 둘러메고 드로잉이 일러주는 대로 말처럼 걷고 뛰어다닌다. 이번 작업에서 퍼포먼스가 연주라면 말은 악기이고 드로잉은 악보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입구에는 청동으로 된 말의 뒷다리가 대리석 조각대 위에 있다. 제목은 <Chapter>이다. 몸통에서 잘려나간 말의 뒷다리. 그 뒷다리를 대신해 걷고 뛰는 작가. 전시장에 퍼포먼스 영상이 없더라도 충분히 그 모습과 소리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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