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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 Culture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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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11월 13일 문을 연다. 미술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인사동 거리와 북촌에 밀집한 갤러리, 경복궁과 창덕궁 같은 문화재까지, 서울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1969년 경복궁에서 초라하게 출발한 미술관은 덕수궁 석조전을 거쳐 1986년 과천으로 몸집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과천관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미술 지형을 따라잡지 못했다. '동물원 옆 미술관'을 찾는 미술인의 발길은 점차 줄어들었다. 모두 도심 속에서 일상과 숨 쉬는 미술관을 원했다. 서울관 개관에 즈음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말한다'. 그것은 곧 미술관이란 무엇이며, 그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다. 지난 44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치, 건축, 예산, 소장품, 전문 인력, 운영 시스템 등에 관한 수많은 논의가 진행돼 왔다. Art는 미술관 개관부터 오늘까지의 역사를 되짚는다.

Contents

COVER

          패브리스 하이버 <Prototype de Paradis>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3_리옹비엔날레 출품작 ⓒ Photo by Blaise Adilon

 

SPECIAL FEATURE
          국립현대미술관을 말하다! 1969~2013

084     Issue & History_서울관 개관 그 발자취
          다시, ‘좋은 미술관’을 묻는다 / 김재석 
099     People_미술관 사람들 21
105     Archive_아카이브 시대의 개막
          망각의 미술사를 복원하다
          분단의 미술사에서 민족미술사로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증언하다 
          미디어 아카이브의 새로운 전범
          기억의 보물창고, 공공건축
          미술연구의 꽃, 아카이브

 

ARTIST

142    바르텔레미 토구오
         Pictorial_‘인간-식물’의 아름다운 고통 
         Critic_문화적 은유의 정치학 / 로랑 헤기
154    ART LAB
         이윤신: 쓸모 있는 아름다움 / 최정윤

 

CRITIC

058    FOCUS
         아시아 코드-공展: ‘아시아’는 없다 / 양효실
         임현락, 김호득展: ‘지금’과 ‘1초’의 미학 / 박소영
         강경구展: 몽골의 지평선 너머 / 박영택
         스토리텔링, 나티 우타릿展: 시간의 회화 / 이선영
         조현아, 심승욱展: 가벼움과 무거움에 관하여 / 정현
         황용진展: 현대문명 속의 자기 성찰 / 하계훈
         근성과 협동, nnncl & mixrice展: 
         ‘정치미술’과 관찰의 거리 / 함영준

 

ABROAD

126    리옹비엔날레
         “내게 이야기를 해줘” / 유진상

 

동방의 요괴들
         트라이앵글 아트 페스티벌

178    DAEGU 
         달구벌에서 펼쳐진 ‘요괴들’의 아트 앙상블
182    GWANGJU 
         무등산 자락을 들썩인 ‘요괴들’의 출몰

 

ETC.

054    EDITORIAL / 김복기
161    ART FIELD
186    SUBSCRIPTION
187    P.S
188    CREDIT

Articles

[ART FIELD] 트리플 투어展: 감금과 해제의 현대미술, 프랑수아 피노 콜렉션

감금과 해제의 현대미술, 프랑수아 피노 콜렉션

/ 서동희 해외특파원

트리플 투어展 2013. 10. 21~2014. 1. 6 파리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


라파엘 리콜 〈Malgre la Difference〉 캔버스에 아크릴릭 97×130cm 2009

파리 콩시에르주리에서 <트리플 투어>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컬렉션이 소개된다. 프랑수아 피노는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기업을 소유한 거부이자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 컬렉터다. 그는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제프 쿤스 등 동시대 가장 비싸고 논쟁적인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총 22명 작가의 작품과 대중에 공개된 적 없는 50여 점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콩시에르주리는 본래 궁전이었지만 14세기 말 루브르로 궁전이 이전한 후에는 감옥이 된 곳이다. 20세기 초반 프랑스 국립역사 기념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고, 현재 건물의 일부는 법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인 장소와 현대미술의 만남이 긴장감을 주는 가운데 선택된 전시의 테마는 ‘감금’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우리 사회를 엄습한 거대한 속박과 그 혼란을 다룬다. 예술가들은 정치 사회적 격변 속에 느끼는 압박과 경제적 위험, 소통의 불능, 내전, 테러리즘 등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감옥의 표상인 철창을 거울에 그려 넣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대형 설치 작품이 관객을 구금하며 전시는 시작된다.


선 유안 & 펭 유 〈Old Persons Home〉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7

빌 비올라의 <Hall of Whisper>(1995)는 감은 두 눈과 가려진 입, 웅얼거리는 소리로 소통 불능의 상태를 드러내는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어두운 검은 방 속에 비춰지는 영상은 관객을 숙고의 상태로 이끌며 신비로운 각성을 증폭시킨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두려움과 직면한 개인의 문제에 집중한다. 많은 작가가 질병이나 노화에 대한 불안, 공포, 광기, 고독 등을 다룬다. 의학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실제 약국에 있을 법한 철제 선반과 그 안에 빼곡히 진열된 약상자로 병과 노쇠에 대한 공포를 투사한다. 선 유안 & 펭 유의 작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실제와 똑같은 퇴역 군인의 인체 조각이 휠체어에 올려져 전시장 안을 맴돈다. 크리스티앙 버포드(Kristian Burford)는 연출된 호텔방에 하이퍼리얼리즘 방식으로 제작된 나체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는 내밀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 상황을 연출해 관객의 죄의식을 끌어낸다. 개인적 사회적 조건 속의 구속은 종종 예술작업의 원천이 된다. 그들은 예술을 통해 내부적인 압박이나 급변하는 사회의 속박을 고발한다. 예술가의 외부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은 세상의 모든 감금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으로 읽혀진다. 

[ARTIST] 바르텔레미 토구오: 문화적 은유의 정치학

'인간-식물'의 아름다운 고통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카메룬 출신의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개인전 <지구에서의 공존(Coexistence on Earth)>(9. 27~11. 16)이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렸다. 그는 평소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과 판화를 중심으로 총 40여 점의 작품을 한국의 관객에게 선보인다. 미국 유럽 등 ‘주류’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3세계 출신의 ‘흑인-남성’ 작가 토구오. 그의 작품은 종종 후기식민주의 시각에서 아프리카인이 경험한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작가 자신은 그러한 민족지학적(ethnographic) 관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글로벌한 맥락에 위치시키고, ‘문화적 은유(cultural metaphors)’를 유머러스하게 펼친다. 필자가 말하는 ‘다름(otherness)’에서 비롯된 그의 독자적인 특성은 무엇인지, 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러티브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문화적 은유의 정치학

/ 로랑 헤기


바르텔레미 토구오 〈THE SMELL OF LIFE Ⅻ〉 종이에 수채 107.5×90cm 2013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작품은 지나치리만큼 감각적이고 표현주의적 특성이 강하다. 극도로 강렬하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환각적이다. 또한 교훈적인 메시지와 서사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도상을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회학적 이슈, 예를 들어 아프리카인으로서 그가 겪은 후기식민주의 경험과 그것과 연관된 쟁점들을 여러 레이어로 쌓는다. 다양한 분쟁으로 점철된 역사의 한복판으로 침투해 들어가 열정적으로 개입한다. 또한 그는 자신이 프로페셔널 예술가로서 직접 경험한 서구 주류 미술현장을 구체화한다. 현재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국제 컨템포러리 아트 현장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과 그것의 배경이 되는 맥락을 짚는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전문적이고 제도화된 동시대 미술 현장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


바르텔레미 토구오 〈RECOLTE DES FLEURS〉 종이에 수채 106×88cm 2011


바르텔레미 토구오 〈UN VOYAGE SENTIMENTAL〉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3_우손갤러리 설치 전경

그는 자신의 예술 작품, 사회적 지위 등을 통해 자기 자신을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하지 않는다. 특히 민족지학적 호기심을 상징하는 듯 보이는 허구의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작품을 통해 동시대 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하며, 철저한 작가주의와 함께 윤리적 정치적 책임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결코 무정부주의 혹은 노스탤지어에 심취한 가짜 ‘민속-이야기꾼(pseudo ethno-storyteller)’, 혹은 ‘이국성’에 매료돼 현재의 책임감을 계속해서 미루는 순진무구한 민속(folk) 작가의 역할과는 다른 것이다. 이를테면 시각적 유희성을 강조하는 컬러풀하고 신비로운 장식장 같은 작품을 거부한다. 대신 대중의 선입견을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발언을 꾸준히 해 왔다. 그의 문화적 ‘다름’은 근본적으로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것은 태생적으로 결정된 그의 정체성이며, 작품에 담긴 윤리적 발언은 동시대 미술계 시스템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건넨다. [이하 생략]



바르텔레미 토구오 / 1967년 카메룬 출생.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와 프랑스 그르노블 미술학교, 코트디부아르 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1994년 프랑스 그르노블의 생마르틴데레를 시작으로, 런던 디자인박물관, 파리 팔레드도쿄, 생테티엔현대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외에도 2012년 파리트리엔날레 <Intense Proximity>, 2008년 광저우트리엔날레 <Farewell to Post-Colonialism>, 2006년 스페인 세비야비엔날레, 2002년 부산비엔날레, 1998년 세네갈 다카르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또한 모리미술관 관장 데이비드 엘리엇과 아프리카 현대미술 전문 큐레이터 시몬 자미(Simon Njami)가 공동 기획해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파리 퐁피두센터, 도쿄 모리미술관 등을 순회한 <Africa Remix>(2005~6)전에도 참여했다.

[SPECIAL FEATURE] 서울관 개관, 그 발자취

서울관 개관, 그 발자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11월 13일 문을 연다. 미술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인사동 거리와 북촌에 밀집한 갤러리, 경복궁과 창덕궁 같은 문화재까지, 서울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1969년 경복궁에서 초라하게 출발한 미술관은 덕수궁 석조전을 거쳐 1986년 과천으로 몸집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과천관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변화한 미술 지형을 따라잡지 못했다. ‘동물원 옆 미술관’을 찾는 미술인의 발길은 점차 줄어들었다. 모두 도심 속에서 일상과 숨 쉬는 미술관을 원했다. 서울관 개관에 즈음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말한다’. 그것은 곧 미술관이란 무엇이며, 그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다. 지난 44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치, 건축, 예산, 소장품, 전문 인력, 운영 시스템 등에 관한 수많은 논의가 진행돼 왔다. Art는 미술관 개관부터 오늘까지의 역사를 되짚는다. 미술관의 어제를 살펴야만 내일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전시, 소장품, 인물, 사건의 발자취는 물론 향후 미술관이 풀어야 할 이슈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다시, ‘좋은 미술관’을 묻는다

/ 김재석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부 전경

지난 10월 22일, 서울관 개관 20여 일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서울관 투어를 포함해 관장과 기획운영단장, 각 팀장이 한자리에 모여 서울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2012년 1월 첫 여성 관장으로 부임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짜느라 분주했던 정형민 관장은 향후 미술관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한국 근현대미술을 수집, 전시,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미술을 세계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둘째, 세계미술과 한국미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미술을 통해 글로벌 문화와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다.”

11월 13일 서울관이 공식 개관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덕수궁을 포함해 ‘3관 체제’를 갖추게 된다. 미술관은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줄곧 사용하던 ‘컨템포러리’라는 영문 명칭을 ‘모던과 컨템포러리’로 변경했다. 서울관은 ‘컨템포러리’한 국내외 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된다. 다양한 매체가 융합된 전시, 커미션 프로젝트 등을 선보이는 역동적인 복합문화센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덕수궁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을 전담한다. 과천 본관은 20세기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또한 과천 본관은 원로작가 회고전, 청년작가 지원전을 개최하고, 건축 사진 디자인 공예 등 부문별 소장품 상설전시실을 운영한다. 최근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아카이브 자료를 분류 및 공개하는 미술연구센터도 문을 열었다.  2015년 완공될 청주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369억 원의 예산)까지 가세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가 완성된다. 작품 수집 연구 보존 전시 교육 등 미술관의 기본 역할과 기능을 가동하기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이 마침내 구축되는 것이다.


1969년 8월 23일 대통령령 제4030호로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정(정원 8명). 미술관 명칭 '근대'와 '현대'를 두고 논쟁

서울관의 가장 큰 매력은 과천 본관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입지 조건이다. 서울관은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광장, 인사동 거리로 연결되는 소격동(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6) 옛 기무사 및 서울지구병원 부지에 건립됐다. 주변에는 경복궁, 창덕궁, 비원 등 주요 문화재 시설이 인접해 있고, 미술관 내에는 종친부(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9호)와 기무사 본관 건물(등록문화재 375호)이 속해 있다. 이른바 ‘문화 벨트’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미술관 측은 서울관이 “현재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접목하는 종합미술관”으로, “전통과 미래, 일상과 예술이 교차하는 동시대 미술의 허브이자, 건축물이 갖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 활용한 서울 도심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로댕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설립되면서 ‘도심 미술관’ 시대가 열린 후, 이제 서울은 제2의 미술관 부흥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서울관 개관 이후, 강북 갤러리 지형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984년 3월 29일 착공. 1985년 11월 상량식 개최. 상량문에 "우리미술 발전에 길이 빛날 전당" 문구 새김

서울관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 세계에 우후죽순 들어선 ‘랜드마크’로서의 미술관과는 거리가 멀다. 과하지 않은 절제미가 돋보인다. 고도제한과 문화재 건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전시장을 지하로 내렸다. 총사업비 2,460억 원(공사비 1,276, 용지매입비 1,038, 설계비 90, 감리비 53, 부대비 3억 원)을 투입해 부지 2만 7264㎡, 총면적 5만 2125㎡, 지하 3층, 지상 3층(높이 12m)의 규모로 완성됐다. 건물을 설계한 민현준은 미술관 건축의 특징으로 ‘무형의 미술관’ ‘군도형 미술관’ ‘일상 속의 미술관’ ‘친환경 미술관’ 등을 꼽았다. “미술관의 내부는 바젤과 같은 중부 북유럽이나 남부 독일 쪽의 미술관을 참고했고,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이 적절히 섞여 있도록 설계했다.” 전시실 대부분이 지하에 있지만, 그의 말대로 자연채광을 충분히 살려 지하 같은 기분이 들지 않도록 했다.

서울관의 건축과 전시 공간에 맞게 기획된 개관전 프로그램은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문화재인 종친부와 기무사 건물을 중심으로 각 건물이 다양한 규모로 배치돼 있으며, 미술관이 표방한 ‘개방형’ 구조에 걸맞게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관객을 위해 정해진 별도의 동선은 없으며, 10개의 출입문으로 미술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8개의 전시실은 6개의 외부 마당을 두고 군도형으로 분포해 있다. 그 중심에는 천정고가 17m로 전시실 중 가장 높은 전면 유리 전시장 ‘서울박스’가 있다. 개관 전시로 서도호 작가의 장소특정적 대형 작품 <집 속의 집 집 속의 집 집 속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서울박스’ 천장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종친부 지붕과 서도호 작가의 작품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향후 국제적인 작가를 초청해 ‘서울박스’에 어울리는 새 작품을 의뢰, 설치할 계획이다.


11월 13일 개관을 앞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외부 전경. 종친부에서 바라본 모습. 

상설전시장인 1,2전시실에서는 정영목 서울대 교수가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 50여 명의 100여 점으로 기획한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전이 열린다. 3,4,5전시실에서는 국제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협력 큐레이터 기획전 <연결-전개>가 선보인다. 미술관 학예실장 최은주를 비롯해 테이트모던(이숙경), 뉴뮤지엄(리차드 플러드), 도쿄현대미술관(유코 하세가와), KHOJ(푸자 수드), ZKM미디어미술관(베르나르트 제렉세) 등 주요 미술관의 대표 큐레이터 7명이 각각 작가 한 명을 선정했다. 양민하, 타시타 딘, 킴 존스, 키시오 스가, 아마르 칸와르, 마크 리, 리 밍웨이가 참여한다. 서울관 개관을 국제 미술계에 알리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기획한 전시다. ‘서울박스’처럼 천장이 높은 5전시실 앞에는 최우람의 대형 작품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가 전시된다.

이밖에 서울관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장르 간 융합 전시로 7전시실, 미디어랩, 멀티프로젝트홀, 영화관 등에서 <알레프 프로젝트>, 서울관 건립과 함께 5년간 진행된 사진, 영상 기록프로젝트 특별전 <미술관의 탄생-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기록전> 등의 전시가 열린다. [이하 생략]

[FOCUS] 조현아展, 심승욱展: 가벼움과 무거움에 관하여

가벼움과 무거움에 관하여

/ 정 현

조현아展 8. 19~9. 25 신한갤러리
심승욱展 8. 21~9. 30 갤러리압생트


조현아 〈Ferns〉 플라스틱 오브제 가변크기 2013_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파편적인 삶의 흔적에 대해 탐구해 온 조현아는 〈In the Golden Red Light〉전에서 드로잉,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물과 빛, 식물과 동물 등을 재료로 사용한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가벼움과 무거움,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두움 등을 비교하면서 이 대립적인 두 명제가 개인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끈질기게 추적한다. 만약 가벼움이 실제적 무게를 없앤 영혼, 공기, 빛을 지시한다면 그것은 현실로부터 멀어진 것일까? 반대로 만약 무거움이 중력을 받으며 땅을 딛고 서있는 형상과 같다면 무거움은 가벼움보다 현실적인 무게일까? 실재와 허구, 현실과 비현실은 삶의 한계이자 가능성을 가리키는 두 극이며 우리의 삶은 이 둘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소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본다는 것은 두 극을 통해 경계가 지어진다. 즉, 눈부신 빛과 절대적 어두움이 그것이다.” 곧이어, “극단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으로 이 경계를 넘어설 때 삶은 끝장이 난다. 극단에 대한 열정은 예술에서나 정치에서나 은폐된 죽음의 동경이다.” 미술의 역사에서 쿤데라가 생각하는 ‘가벼움’에 대한 의지는 반어적으로 무거움을 필요로 했다. 그 이유는 성상, 기념비, 신화화된 재현의 서사는 언제나 무형의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정신으로서의 가벼움은 보이지 않기에 더욱 신비로웠지만 반대로 보이지 않음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무거움이었을 터이다. 신화는 늘 높거나 거대하게 나타난다. 가벼움과 무거움, 빛과 어두움은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현대로 이동하면서 무거움은 점점 소외되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 런던을 대표하던 수정궁은 근대적 사상의 변화가 어떻게 건축적 양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 준다. 파리의 에펠탑도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측면으로 가벼움을 대표하는 기념비이다. 그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무너졌다기보다 기술 문명의 발달에 따라 물질은 견고함을 유지하되 대신 가벼움이 드디어 구현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상주의 회화부터 고정되지 않은 브랑쿠시의 두상들, 칼더의 모빌, 자코메티의 실존적 조각이나 낙서 같은 선의 반복으로 완성된 그의 자화상 드로잉까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는 의미를 재현하는 형식이 아닌 의미를 몸으로 체현하면서 형식의 무게를 줄이기 시작했다. 팝아트의 등장은 표면 그 자체만을 바라보는 시대적 상황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오늘날 무거움의 개념은 폐기되어 버린 것인가? 반대로 무거움이 사라진 가벼움이 존재하는 것일까? 조현아의 <In the Golden Red Light>전과 심승욱의 <Construction & De-Construction>전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것은 그들 작업의 핵심적 주제라기보다 예술세계를 지탱하는 환경에 가깝다.

가벼움의 두께

조현아에게 작업은 우연한 만남, 혹은 운명적인 조우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드로잉,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질료를 다루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부터 경험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만남을 물질과 비물질 그리고 이미지를 조합해 전시공간에 미스터리한 상황으로 풀어낸다. 모종의 단서들로 이루어진 전시 상황은 매체의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워진 상태에 가깝다. 비워짐 사이에 잠시 머물다 보면 자연스레 연약하지만 명징하게 존재하는 드로잉과 사진, 바닥이 균질하지 않은 백색 공간 안에 자리 잡은 오브제, 구석에 일렁이는 희미한 빛무리 그리고 출렁이는 수면과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미지가 페이지를 넘기듯 하나씩 등장하고 사라진다. 한가을 태양의 빛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풍경의 끝자락에 봉긋 솟은 보름달을 연상해 보자. <In the Golden Red Light>는 불완전한 상태, 운명적인 불일치, 간발의 차이와 같은 아쉬운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Floor>(2013)의 설치는 연극적이다. 구석이 살짝 들린 상태의 순백 바닥은 하나의 무대이자 전제된 상황이다. 구석이 들린 상태는 책의 한 페이지를 연상시킨다. 살짝 들린 오른쪽 귀퉁이는 다음 장으로 넘겨지기 직전이다. 페이지 위에 놓여 있는 오브제는 단어나 문장과 같은 관념이 아닌 ‘실재’로 그 장소를 점유하고 있다. 오브제들은 전시 기간 중 수시로 변형되어 설치된다. 인공조명을 받은 반투명거울지가 균질하지 않은 일렁거림을 선사하는 <Murmuring>(2013)은 또 다른 페이지이다.

조현아는 일종의 책의 세계를 공간화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작가는 물의 흐름과 빛에 의한 반영을 몇 해 전부터 탐구하는 중이다.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회화를 예로 들어 표면의 두께를 이야기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대상을 입체로 인식하는 것은 그 두께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표면 그 자체가 곧 두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즉 예술가의 눈은 비가시적인 두께를 표면에서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다른 말로 가벼움으로부터 무거움을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False As Water>(2012)는 바람, 빛, 선박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한강의 물(결) 사진과 드로잉 묶음이다. 의도적으로 필름 카메라의 오류를 유발해 한 사진에 다른 두 개의 시간이 겹치게 만들기도 하고 물결 사진 안에 구멍을 뚫어 다른 물결 이미지를 삽입시켜 겉과 속 사이의 변증적 관계를 묻는다. 조현아의 작업은 버려지거나 언어로 환원하기 어려운 대상, 사회적 무게를 갖지 않은 존재를 특정한 상황으로 제시하면서 이들이 세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보이지 않는 겹, 가벼움 속에 숨겨진 두께(무게)에 관해 묻고 있다.

위장된 무거움


심승욱 〈Construction & De-Construction〉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3_심승욱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거쳐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작가는 삶이 ‘구성’과 ‘해체’를 반복하며 어떤 지점에서는 그 과정의 의미가 전복되거나 무의미하게 되는 것임을 경험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지금 부수고 있는 거야? 만들고 있는 거야?”

검정색 우레탄페인트로 채색된 모호한 구조물은 좌초한 선박의 잔해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로크 회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심승욱의 조각은 유광의 검정색이 주는 강인함과 어두움 때문인지 단단함과 무게감이 두드러진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자 이러한 강인함의 요소들이 온전한 게 없는 파편들의 조합임을 알게 된다. 액자의 일부, 찢긴 포장 상자, 쓰임새와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부품은 모두 작가가 뉴욕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운반해 온 작업과 관련된 이삿짐 일부이다. 이삿짐의 내용물은 유학 당시 길거리에 버려진 물건을 수집한 것과 작품을 포장한 재료가 대부분이다. 그는 이전에도 파편을 이용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식적인 구조물을 제작했다. 전작에서는 현재보다 장식성이 강조됐다. 특히 작품 <검은 중력>(2008)은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할 법한 허공에 매달린 검은색의 변종을 연상시켰다. <검은 중력>은 비가시적인 중력을 검은색 구조물로 비유하고 있는데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모호함은 그의 작업 전반을 지배하는 역설적인 세계처럼 보인다.

조각은 오랜 세월 동안 반시간적 태도로 일관했다. 조각이 그 견고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각이 양감과 무게를 버린다는 것은 말레비치가 이콘을 거부하고 <검정 사각형>(1913)을 그리면서 드러낸 혁명적 태도, 즉 과거 전체를 거부하겠다는 예술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낸다. 현대조각사의 관점으로 볼 때, 조각이 양감을 버리고 평면적 구성으로의 전환, 부드러운 조각, 중력에 반응하는 가변적 조각에 대한 실험의 과정 또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심승욱이 시도하는 조각의 흥미로운 점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혼재에 있다. 그의 작업은 설치와 조각이 뒤섞이며 주제나 중심 대신 장식, 파편, 부산물 등의 질료를 조합해 초현실주의적 낯선 세계로 펼쳐진다. 검은색이 가진 무거움, 진지함, 어두움과 반대로 조각의 질료는 장식물이거나 주변적인 사물이다. 여기서 검은색은 주류 바깥, 점점 형식화되어 가는 동시대미술 흐름 바깥의 모티프를 은폐하는 기제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검은색은 가벼움/무거움, 장식/조각, 연약함/단단함, 부수기/만들기, 익숙함/낯섦이란 이질적 관계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그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열쇠다. 미술평론가 보리스 그로이스는 최근 《이플럭스(e-flux)》에 게재한 말레비치에 관한 글에서 그의 <검정 사각형>을 정치적 혁명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설명했다. 말레비치가 선택한 재현의 거절, 검은색의 사용은 정치적 혁명과 다른 당시 러시아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중세미술에 갇힌 미술과 미술계가 가지고 있던 새로워지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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