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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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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지난 여름 짙은 녹음 속에 촌(村) 미술의 향연이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졌다. 환경과 생태가 인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작금에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미술이 자연으로 성큼 다가서는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블리크악센9', '일본의 세토우치국제예술제' 그리고 한국의 '마을미술프로젝트'까지. 미술관과 갤러리를 뛰쳐나온 미술, 인간, 삶, 자연의 관계항에서 미술의 효용, 미술의 미래를 다시 묻는다.

Contents

COVER
        이주요 〈Two〉 벽과 패널에 드로잉 (부분) 1999~2002/2013

 

SPECIAL FEATURE
        村미술

092    블리크악센9 @ 독일
        도시, 공원과 조각의 하모니
100    세토우치국제예술제 @ 일본 
        섬, 예술로 부활한 ‘지상 낙원’
108    마을미술프로젝트 @ 한국
        마을,‘힐링’과‘행복’의 둥지를 틀다 

        村사람

116    천호균 @ 파주 
        농사는 가장 오래된 예술입니다 / 호경윤
118    양철모 @ 마석, 괴산 
        ‘문화민주주의’, 마을에서 꽃피우다 / 최정윤
120    김용익 @ 양평 
        에코 아나키즘, 문명에 저항하다 / 최정윤
122    이명훈 @ 순천 
        돈키호테는 ‘주변’을 지킨다 / 최정윤
124    강가자 & 윤성재 @ 제주 
        제주의 빛과 맛을 요리하다 / 이주희

 

INTERVIEW

084    진 마이어슨
        회화, 동시대의 ‘공기’를 담다 / 김재석

 

ARTIST

130    제이크 & 디노스 채프먼 
        “우리는 X같지만 웃긴다” / 김재석
        파괴를 위한 교정 / 양효실

 

CRITIC

058    FOCUS
        쿠사마 야요이展: 
        물방울 무늬의 반란 / 박소영
        알렉산더 칼더展: 
        근대로부터의 유쾌한 탈주 / 조수진
        김구림展: ‘상실의 시대’가 남긴 몽타주 / 안소연
        아드 다르마완, 장파展: 
        언어 너머를 향한 충동 / 이선영
        올해의 작가상 2013, 에르메스재단미술상展:
        미술상, 한국사회의 틈을 읽다 / 정연심
        탁월한 협업자들展: 
        협업의 미학적 가능성 / 함영준

152    TEXT
        미래, 기억, 아카이브 / 이용우

 

ABROAD

146    에딘버러국제페스티벌 2013
        한국의 영상과 무용, 에딘버러를 흔들다 / 김주환

 

ETC.

055    EDITORIAL / 호경윤
159    ART FIELD
174    P.S.
175    SUBSCRIPTION
176    CREDIT

Articles

[ART FIELD] 루돌프 스팅겔展

무의식 속으로의 고해성사

/ 노경민 해외특파원

루돌프 스팅겔展 4. 7~12. 31 베니스 팔라쪼그라시


루돌프 스팅겔 <무제(프란츠 웨스트)> 팔라쪼그라시 전경

지난 4월 7일부터 올해 말까지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의 개인전이 베니스 팔라쪼 그라시에서 열린다. 팔라쪼그라시(Palazzo Grassi)는 《아트리뷰(Art Review)》가 2006, 2007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가 2005년 인수해 2006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엘레나 제우나(Elena Geuna)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미술관이 전시에 개입하지 않고 작가와 기획자에게 위임했다. 전시장 전체를 한 작가의 개인전으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돌프 스팅겔은 5,000평방미터의 전시장 전체를 카페트로 에워싼 후, 40여 개의 회화를 설치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제작한 작품 중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그 중에는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도 포함돼 있다. 카페트는 스팅겔의 전시에 시각적인 요소로 여러번 등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의 관습적 인식을 초월하기 위한 수단으로 카페트를 이용한다. 전시장의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에도 붉은 톤의 카페트로 둘러싸인 전시장은 위압감을 불러일으킨다. 카페트의 패턴은 전시장 전체를 물들인 붉은 톤과 더불어 관객에게 일상의 풍경과는 다른 감상을 제공한다. 또한 무규칙적으로 붙어 있는 안내문과 현재 진행 중인 공사로 전시장 이곳저곳은 벌거벗겨져 있는 인상을 준다.

전시장은 우리가 전통적인 성당에서 기대하는 고해성사를 위한 장소이기보다 일시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항이나 호텔 로비처럼 보인다. 종교 시설에서 느낄 수 있는 영적이고 안정적인 느낌보다는, 마크 오제(Marc Auge)가 말한 비인간적인 ‘비(非)장소(Non-lieux)’로 전락한 느낌을 받는다. 종교 시설도, 미술작품의 관람을 위한 공간도 아닌 그곳에서 관객은 위압감을 느낀다. 그 안에서 작가의 거대한 은빛 추상화와 흑백의 초상화, 종교적 이미지를 차용해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낸 회화를 마주하게 된다. 이질적이고 환상적인 전시 공간에서 극사실적인 작품을 보는 경험은 관객의 의식을 현재의 공간이 아닌 곳으로 확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전시장 근처에 있는 살루테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유사하다. 스팅겔의 전시에서 회화는 평면적 한계를 벗어나 곧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매체가 된다.

[ARTIST] 제이크 & 디노스 채프먼

“우리는 X같지만 웃긴다”

/ 김재석 기자

채프먼 형제의 한국 첫 개인전 <이성의 잠(The Sleep of Reason)>(8. 23~12. 7 송은아트스페이스)이 열렸다. ‘yBa’의 대표작가로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이들의 작품은 잔혹하고 충격적인 비주얼로 신성 모독, 소아 성애, 반달리즘 등의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그들이 펼쳐 온 작품 세계를 살필 수 있는 회화, 조각, 설치, 에칭 등 4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바보천치’를 자처하며 인간의 이성과 도덕 관념의 한계를 질문하는 이들의 작품이 과연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전시를 위해 내한한 두 형제를 만났다.


왼쪽부터 · <One Day You Will No Longer Be Loved XIII(that it should come to this…)> 캔버스에 유채 76×64cm 2013  | <One Day You Will No Longer Be Loved X(that it should come to this…)> 캔버스에 유채 99×79.5cm 2013 | <One Day You Will No Longer Be Loved XII(that it should come to this…)> 캔버스에 유채 76×64cm 2013

Art 한국에서 채프먼 형제는 ‘yBa’ 작가로 잘 알려졌다. 지금 시점에서 ‘yBa’의 국제적 성공을 회고해 본다면….
채프먼 찰스 사치가 미술계에 등장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yBa’가 탄생한 1980년대 말은 영국에서 본격적인 매체의 태동기였다. 영국에는 방송사나 신문, 일간지도 각각 3~4개 정도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막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지금처럼 핸드폰도 보급화되지 않았다. 그 이전의 세상은 너무나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또 사람들의 관심사도 지엽적이고 국지적이었던 시대였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상황에서 열린 일련의 ‘yBa’ 전시에 자연스럽게 많은 시선이 몰릴 수 있었다.


〈Minderwertigkinder〉 연작과 회화 작품을 선보인 송은아트스페이스 전경

Art 당신들의 작품을 포함한 ‘yBa’의 작품은 사회적 금기를 넘어선 충격적 볼거리로 논란과 화제를 모았다. 별 의미 없는 ‘충격을 위한 충격’이란 비판도 있었다.
채프먼 작품을 제작하면서 특별한 사회적 금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기존의 틀을 파괴하거나 어긋나거나 빗나가는 것 자체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예술에 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싶었다. 예술은 반드시 심미적일 필요도 없고, 심오한 의미도 담을 필요가 없다. 또한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시각만을 담아낼 필요도 없다. 우리는 특정한 문화적 코드나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예술이 어떤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에 저항한다. 너무 뚜렷한 명시적인 이유를 가지고 예술을 한다는 생각은 정치적이며, 예술을 ‘사기’로 만든다. 예술은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주관적이고 열린 실험의 장소다.


〈CFC74378524〉 브론즈 125×48×45cm 2002

Art 하지만 ‘피의 사제’를 자처하며 벌인 작가들의 도발적인 실험도 하나의 브랜드로 굳혀 졌다.
채프먼 예술은 언제나 상업화와 물질화의 대상이었다. 작가가 무가치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면 이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그동안 예술이 겪어 왔던 과정이다. 예술과 상업성이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사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면 매춘이나 마약 판매에 가담하는 게 낫다. 우리가 순수예술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심미적인 아름다움, 숭고함, 지고함의 가치가 아주 멋있는 상품을 바라볼 때 느끼는 환상적인 기쁨과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우리는 별 쓸모가 없는 상품을 단지 그 시각적 현란함에 눈이 멀어 구입한다. 예술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심미적인 즐거움과 상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각적인 경험은 본질적으로 같은 차원에 속해 있다. 예술작품은 모든 생산 시스템의 일부에서 시작한다. 누군가 그림을 그리려면 붓이나 안료 등의 재료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이미 생산 시스템의 일부다. 예술 역시 본질적으로는 공리성(utility)에서 출발한다.


〈죽은 자들에게 가해진 위대한 행위〉 혼합재료 24.5×34.5cm 2003_고야의 판화 연작 〈전쟁의 참상〉을 구매해 재제작한 작품


〈여인이여 울지마요〉 섬유유리, 플라스틱, 혼합재료 215×127.5×127.5cm(부분) 2009
[이하 생략]

[SPECIAL FEATURE] 村미술+村사람

SPEACIAL FEATURE 村미술

지난 여름 짙은 녹음 속에 ‘촌(村) 미술’의 향연이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졌다. 환경과 생태가 인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작금에,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미술이 자연으로 성큼 다가서는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블리크악센9’, 일본의 ‘세토우치국제예술제’ 그리고 한국의 ‘마을미술프로젝트’까지, 미술관과 갤러리를 뛰쳐나온 미술. 인간, 삶, 자연의 관계항에서 미술의 효용, 미술의 미래를 다시 묻는다.

블리크악센9 @ 독일: 도시, 공원과 조각의 하모니 


션 헨리(Sean Henry) <Walking Woman> 청동에 채색 217×76×125cm 2008_검은 옷을 입은 동양 여성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해, 마치 실제로 공원을 산책하는 행인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라인강이 굽이 흐르는 헤센(Hessen)주 전역에 조각 작품들이 자리를 잡았다. 프랑크푸르트, 다름슈타트, 라임스 등의 소도시가 모여 있는 헤센주는 과거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을 만큼 금융과 산업이 발달했지만, 그럼에도 곳곳에 숲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바트홈부르크 지역의 쿠어파크(Kurpark)는 희귀한 나무와 들꽃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세계 각국에서 여가와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치유의 공간’으로 꼽힌다. 이 거대한 숲이 아르망, 한스 아르프, 안토니 곰리 등 현대 조각의 거장들의 작품을 품었다.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심문섭이 참여했다. 저마다 유명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기에도 바쁜 콧대 높은 작가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예술의 기치를 내세우기보다 자연과 조응하며 ‘쉼’과 ‘느림’을 노래한다. 관객은 공원 곳곳을 산책하며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경험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과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블리크악센9(Blickachsen 9, 5. 26~10. 6)은 1997년 갤러리스트 크리스티앙 셰펠(Christian Scheffel)이 설립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이했다. 특히 이번에는 우수한 현대 및 동시대 조각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마그재단(Fondation Marguerite et Aimee Maeght)의 올리비에 캐플랭(Olivier Kaeppelin) 관장과 공동 기획하여, 작가 37명의 작품 90여 점을 선보였다.


피터 랜달 페이지(Peter Randall-Page) <Phyllotaxus> 석회암 256×88×188cm 2013_3개의 덩어리에 각기 다른 신체(Corpus), 열매 과실(Fructus), 잎의 형태(Phyllotaxus) 등 자연과학을 암시하는 이름을 붙였다. 나뭇잎과 나무 속 열매를 통해 나선형 배열, 자연물의 성장 패턴을 연구한다.


마태어스 토마(Matthaus Thoma) <Elvira> 나무 500×1500×1500cm 2013_복합적 원목 구조물을 구축해 공간을 장악하는 대형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심문섭 <Opening Up> 철 270×25×100cm 2011_심문섭은 주로 철, 돌, 나무 등의 재료를 사용한다. 그는 작품 자체의 덩어리뿐만 아니라 작품이 놓인 공간의 안과 밖, 관객의 시점(Perspective)까지도 작품의 구성요소로 끌어들인다.


자움 플렌자(Jaume Plensa) <Poets in Frankfurt> 폴리에스테르 레진, 유리섬유, 스테인리스 스틸, LED 800×153×131cm 2011_고행자와 같이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모습의 시인 3명의 조각상이 6m 높이의 기둥 위에 설치됐다.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 <GRIB 4> 철, 왁스 250×398×3.5cm 2011_작가는 직선과 기하학적인 원, 불규칙한 나선 형태와 선을 구성적으로 엮어내는 조각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숲속에 캔버스를 펼쳐 그 위에 드로잉을 한 듯한 부조 작품을 선보였다.


SPEACIAL FEATURE ➋村사람

‘촌(村)스럽다’는 말이 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귀농 귀향을 외치며 ‘촌’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한 예술인들이 늘고 있다. 왜, 그들은 도시를 떠나갔을까? 앞마당에 텃밭을 일구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그들은 전원에서의 낭만적 삶을 넘어 진정한 ‘문화 이주(cultural migration)’를 꿈꾼다. 삶의 방식을 다시 디자인하고,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또 하나의 ‘예술 실천’인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안적 사례들을 창안해 내기도 한다. Art는 촌스러운 삶을 자처한 ‘촌 사람’ 천호균(파주), 김용익(양평), 양철모(마석, 괴산), 강가자&윤성재(제주), 이명훈(순천)을 만났다.

양철모 @ 마석, 괴산: 문화민주주의’, 마을에서 꽃피우다  

/ 최정윤 기자


양철모 1977년 출생. 백제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성공회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현재 그룹 믹스라이스(Mixrice) 멤버로 작품 활동과 문화기획을 함께 하고 있으며, 아트스페이스풀 이사, 예술과마을 네크워크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하자센터 직업체험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했고,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사진교육프로그램 <함께 쏟아지는 빛>을 진행한 바 있다.

양철모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의 마석에서 <마석이야기>, 마석동네페스티벌 등을 진행했다. 한편 최근에는 충청북도 괴산으로 가서 ‘탑골만화방’ 오픈을 준비 중이다. 예술가와 노동자, 지역 주민 모두가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즐기는 진정한 ‘문화민주주의’를 꿈꾼다. 

서교동의 지하 작업실에서 수수한 차림의 양철모를 만났다. 작업실에는 연극에서 사용할 법한 소품들과 커다란 조명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 10월 충북 괴산에 ‘탑골만화방’ 오픈과, 9월 7일 개최할 마석동네페스티벌(MDF) 때문인지 몹시 분주해 보였다. 탑골만화방은 시골 폐가 한 채를 리모델링해서 만화를 좋아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모아 만든 다목적 공간이다. 그들은 공간 수리 과정을 일종의 ‘놀이’로 여겼다고. 더 나아가 양철모는 만화방을 시작으로, 괴석에서 소규모 자립자족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양철모와 몇몇 작가들이 함께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 ‘공공미술삼거리’ 멤버들과 함께 진행했다. 공공미술삼거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사람과 협업하고, 그 성과를 함께 공유한다. 또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작가들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선하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한다. 예를 들면 함께 일해 번 돈은 공동의 적립금으로 만들어 생계를 위한 긴급자금으로 멤버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다.


#1 공공미술삼거리 고승욱 도현주 이제 양철모 조지은이 참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2006년 문화관광부의 아트인시티(Art in City 2006) 지원을 받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 마석가구단지 내 녹촌분교를 중심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 <마석이야기>를 기획했다. 참여작가는 신하정 김상돈 김목인 우선혜 엄중선 강재구 김아람 허정연 임흥순 강동형 주희란 등.

양철모가 ‘마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2006년, 경기도 마석에서 진행한 <마석이야기>는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아트인시티’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그룹 믹스라이스로 활동하던 중, 명동성당 농성장에 모여 있던 이주노동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마석가구단지를 처음 접했다. 이주노동자 운동의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었음을 알게 됐다. 또한 마석 녹촌분교가 이주노동자의 안식처가 된 역사적 배경과 현재 주민들과의 대립도 자초지종을 전해 들었다. 이에 지역적 갈등을 타개하는 ‘관계개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처음 개최한 마석동네페스티벌은 방글라데시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 알룸이 락페스티벌을 제안해서 실현한 것. 경기문화재단의 문화바우처 사업단으로부터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기금을 후원 받았다. 양철모는 제도화된 문화로부터 소외된 이주노동자를 위해, 그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문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문화의 민주화’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것을 지향한다. 문화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양철모. 오늘도 그는 이주노동자,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에서 그들만의 즐거운 축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 믹스라이스(Mixrice) 양철모와 조지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미술 그룹. 2002년 결성해, 지금까지 ‘이주’라는 사회 현상과 그에 따른 ‘기억’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그룹명 믹스라이스는 단어 그대로 ‘비빔밥’이라는 뜻. 이주를 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물리적 정신적 혼성 상황을 상징한다. 2012년 기획한 마석동네페스티벌(MDF)은 ‘더 아웅다웅스’ 가 음악기획, 이수성이 무대디자인을 맡았다. 올해 2회째 행사가 9월 7일 오후 7시에 열린다. 참여 뮤지션은 오브라더스 파블로프 야마가타트윅스터 술탄오브더디스코 등.


#3 <마석이야기> 마석에서 진행한 공공미술프로젝트. 지역주민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특히 도현주, 조지은은 마석 단지 내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생활 정보를 교환하는 여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취미 활동을 지속하는 동아리 형태로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4 녹촌분교 <마석이야기>의 주무대가 된 마석가구단지 내의 유일한 문화 체육 시설. 마석은 1960년대에는 한센인이 살았던 폐쇄적인 마을이었고, 지금은 가구공장과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축구 경기를 하며 이곳에서 친목을 도모했으며, 그 외에도 녹촌분교 어린이 프로그램, 녹촌분교 운동장 개보수를 진행했다.



#5 탑골만화방 공공미술삼거리(양철모, 강동형, 권용주 등)가 충북 괴산군 웅각면 탑골마을에 만든 다목적 공간. 2010년부터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최근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총 2000여 권의 만화책과 300권의 사회인문학 서적이 구비되어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공식 까페(cafe.naver.com/magada)에 접속하면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탑골만화방에서는 첫번째 만화 워크숍(8. 15~17)이 열렸다. 
[이하 생략]

[FOCUS] 탁월한 협업자들展: 협업의 미학적 가능성

협업의 미학적 가능성 

/ 함 영 준

탁월한 협업자들展 6. 28~8. 25
일민미술관

장영규 <음악작업 아카이브>_1992년부터 현재까지 장영규가 작곡한 음악 중 80곡을 선별해 띠 형식으로 설치했다. 관객은 원하는 음악을 직접 헤드폰을 꽂아 감상할 수 있다.
장영규 <음악작업 아카이브>_1992년부터 현재까지 장영규가 작곡한 음악 중 80곡을 선별해 띠 형식으로 설치했다. 관객은 원하는 음악을 직접 헤드폰을 꽂아 감상할 수 있다.

올해에는 유독 ‘미술하는 방법’에 대한 전시가 자주 눈에 띈다. 당장 떠오르는 전시만 해도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렸던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Artist’s Portfolio)>전, 그리고 아르코미술관의 <2의 공화국>전이 있다. ‘이래서 만들었다’가 아닌 ‘이렇게 만들었다’에 집중하는 전시랄까? 물론 작가가 작품에 아이디어를 투영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방법은 작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시되는 주제어가 다르게 비춰지니 당연하다. 특히 이제는 작업 과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드러내거나, 아예 작업 과정 자체를 결과물로 제시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아무튼 업계 유행의 최전선과 수익 창출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비영리 미술관을 중심으로, 마치 미술계에서 그간 진행됐던 현상을 취합해서 보고하듯 이러한 종류의 전시가 종종 열리고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탁월한 협업자들>전 역시 ‘미술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 ‘협업’을 키워드로 엮은 그룹전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 협업자로 익숙하게 참여해 온 권병준, 데이빗 마이클 디그레고리오, 장영규, 정영두, 최춘웅이라는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달고 완성한 작품뿐 아니라 이제껏 해 온 협업의 결과물을 함께 선보였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 이 전시는 다섯 작가만의 그룹전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그들과 협업했던 김성환 김소라 김지현 박찬욱 서도호 안은미 윤사비 이주요 임민욱 등의 많은 작가를 포함하는 대규모 그룹전으로도 볼 수 있다. 다섯 명의 주연급 작가들은 개인으로서는 물론이고 협업자로서도 매우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촘촘한 관람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들여다봐야 하는 전시가 되었다.

협업의 양상과 반전


데이빗 마이클 디그레고리오, 김성환 <One From in the Room> CD에 녹음된 라디오 방송 43분 41초 2010_Bayerischer Rundfunk의 라디오 방송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2010년 바이에른에서 앨범 형식으로 출시됐다.

이 전시에 선택된 협업자들은 우선 비전문인이 쉽사리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적 완성도를 전제하는 ‘특기’를 보유하고 있다. 권병준, 데이빗 마이클 디그레고리오, 장영규는 음악(소리)를 다뤄왔고, 최춘웅은 건축가이며, 정영두는 안무가이자 무용가다. 익히 알다시피, 음악은 신체를 이용해서 악기를 연주하는 기예와 악곡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문법을 익혀야만 창작할 수 있다. 무용은 끊임없이 단련해 자극에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신체가 우선 전제되어야 하는 분야다. 공학적 가치와 미적 가치를 적절히 혼합해야 하는 건축 역시, 비전문인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공식과 시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의 제어, 거기에 미적 감각 등 익혀야 할 기본적 조건이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미술이 그림을 벽에 걸고 조각을 바닥에 세우는 일로부터 탈주한 이상, 음악, 무용, 건축은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비디오 작품은 음악 혹은 소리와 짝을 이뤄야 한다. 퍼포먼스는 일정 수준의 몸동작을 보장하기 위해 역시 전문 공연자를 고용하는 편이 유리한데다가, 그러한 작품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맥락에 맞춘 효율적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이 두뇌의 작용으로 성립 가능한 것이라면, 주인공 격의 다섯 작가의 역할은 두뇌에 봉사하는 기관에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가 기술의 성취를 대신 이뤄 준 도구적 결과만을 보여 준다고 할 수는 없다.


권병준 <Hypermetropia> 드로잉 형태의 악보 설치 가변크기 2007~_피에조 카메라라는 기계로 직접 새로운 도구를 만든 후 그로부터 작동된 결과들을 보여 주는 작품. 전시장에는 그 결과로 남겨진 물감 드로잉과 기계의 원리와 실행을 보여 주는 영상이 소개됐다.

협업이라는 미적 계약 관계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단지 기술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작가의 역량이 한 작품에 섞이며 생성된 화학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영두는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실제로 출연해서 작가의 꿈을 대신 실현해주지만, 그 기술의 시연 역시 또 하나의 창작 과정이 된다. 김소라나 서도호의 비디오-퍼포먼스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드러내면서 연출을 받는 행위자의 입장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의 비언어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권병준의 작품은 사운드 아트-설치 작가로서의 면면을 이용한 협업뿐 아니라 남기웅, 임민욱 등 비디오 친화적 작가에 의해 선택된 ‘등장인물’로서 음악 이외의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다. 장영규는 <사다리니 · 향화게>라는 신작에서 주로 조력자로 함께 작업했던 임민욱을 촬영자로 ‘고용’하며, 갑과 을의 위치를 조심스럽게 전복시키기도 한다. 최춘웅은 김범과의 협업으로 농장형 테마파크의 디자인을 진행했다. 그 안에는 최춘웅의 건축적 지식뿐 아니라 그가 단독작업에서 꾸준히 천착했던 주제어가 고르게 녹아 있다. 그러므로 결과만으로 감상되는 미술 작품뿐 아니라 그 설계도를 직접 드러내면서, 협업의 과정이 갖는 미학적 가능성과 비평적 의미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전시는 참여한 작가 사이의 유기적인 공통점을 도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협업’이 지칭할 법한 현대미술의 조건이나 형식적 특징은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품 사이의 맥락 속에 숨겨져 있다. 즉, 이력 전부를 최대한 보여 주고 그 속에서 작가 개인의 작업 세계와 협업의 과정에 대해 귀납적인 추리를 유도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이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많은 양의 아카이브가 전시의 7할을 차지하면서 의도했던 협업이라는 키워드를 가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 개개인이 가진 ‘특기’가 자연스럽게 강조된다. 정영두는 단독으로 작업한 거의 모든 작품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 안에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 온 작품의 논리와 계획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설명된 무보(무용 악보)부터, 아이디어 메모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 자료를 공연 실황 비디오와 함께 비교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해 놓았다. 권병준의 경우는 또 다르다. 그는 그동안 진행했던 단독 작업들로 일종의 놀이동산을 꾸몄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순서대로 감상하게끔 구성된 그의 포트폴리오는 각종 자극을 소리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개인적 주제의 비평적 반성적 시선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카이브, 혹은 포트폴리오적 특성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시각적으로 보여 줄 거리가 없는 장영규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동안 그가 쌓아 올린 소리더미를 세심한 기준으로 자잘하게 나눠서 전시장의 한 코너를 주크박스(혹은 도서관)로 꾸며서, 관객이 그의 작품을 열람하듯 감상하도록 했다.

협업 예술의 근미래는?


최춘웅 <상하농장 미니 축사> 기획 김범, 설계 최춘웅, 주관 매일유업 2013_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있는 상하농장에서 짓기로 계획된 초기 건물 가운데 하나인 미니 축사는 전원적인 풍경 위에 놓인 복잡한 디자인의 조립식 장난감이란 아이디어로 착상됐다. 김범은 예측 가능하고 친숙한 형태를 요구했고, 건축가는 교체 가능한 조립식 단순 목재 구조물을 제안했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작가들의 ‘특기’를 고려해 보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각자가 임하는 분야의 특성으로, 이 전시는 그간 ‘다원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전시의 형태를 고스란히 전유한다. 비디오로 기록된 퍼포먼스나 음악을 상영하고, 저마다 공연이나 강연, 워크숍 등의 행사를 준비해서 사운드 작품이나 무용이 전시라는 형식에서 놓칠 수 있는 현장성을 보완한다. 한편, 이런 전시 방식은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는 관객에게 직관적인 이해의 계기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정리하자면, 이 전시는 ‘타 예술가의 협업자로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동시에 개인 작업도 왕성한 아티스트’라는 수식을 맥거핀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다원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임의 규정되어 온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데이빗 마이클 디그레고리오의 <Room is an Album>이나 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최춘웅의 <기둥서점>은 조금 이질적인 자세를 취한다. 마치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듯 6개의 노래를 한 묶음으로 만든 뒤에 특정한 요일에 각각의 곡을 매치해서 재생시키는 형태의 <Room is an Album>이나 빌딩 로비를 서점으로 전유한 <기둥서점>은 이 전시에서 유일하게 현재 진행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시작은 협업이라는 키워드와 무관한 작가 개인의 이력서와 그 작업 과정까지 공개했다. 작가들의 아카이브는 협업자로서 참여한 작품이 그려내는 궤적에 관한 힌트를 넘어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나이의 전업 예술가로서 총체적인 중간 점검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유사-회고전인 셈이다.

여기에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마칠까 한다. 회고전이 보통 작가로서의 생애 주기에서 생물학적 사회학적 마지막을 암시하게 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전시가 점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의 마지막을 암시하게 될까? 아마도 그것은 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수입되어 다원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흥하다가 최근 융복합 예술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현대미술적 행위의 짧은 역사가 아니었을까? 전통적인 미술이 아닌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태도나 ‘저자성’의 본질에 관한 미술 현상의 인식 변화를 의도했음에도, 결국 새 시대 새 미술에 어울리는 것처럼 여겨지던 다원예술이라는 구호. 그 예술 방식이 나아가게 될 방향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전시는 ‘과연 우리는 어디부터 작품의 어떤 부분을 협업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혹은 ‘이 모든 협업의 성과는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를 돌출시키는 대신에, 협업자로 인기리에 소환되는 작가들의 특성을 살펴보며 ‘융복합 예술’의 근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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