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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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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2013년 6월호 특집에서는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6.1~11.24) 개막에 맞추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의 주제는 '백과사전식 궁전'. 한국관의 10번째 커미셔너 김승덕은 세계적인 작가 김수자의 작품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미술 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국가관의 뜨거운 경쟁에서 한국미술은 어떤 발자취를 남겨 왔을까. Art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관의 주제와 출품작 양상, 역대 커미셔너 9명과 작가 31명의 약력 등을 연도별로 총정리했다. 또한 전수천 박경미 김홍희 주은지 이용백을 인터뷰, 1995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관 전시와 베니스비엔날레의 변화 양상을 종횡으로 분석한 유재길의 에세이를 싣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윤명로: 정신의 흔적』전을 기해, 10년을 주기로 이루어진 작업적 변화를 정리하고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Contents

COVER

          윤명로 <고원에서 MXⅡ-0103> 마대에 아크릴릭, 훈색 228×333(2) 2012


SPECIAL FEATURE
          Venice Biennale

10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1995~2013
134     Interview
        
한국미술은 무엇을 꿈꾸는가? / 전수천, 박경미, 김홍희, 주은지, 이용백
140     Essay
         글로벌리즘, 비엔날레, 그리고 한국관 / 유재길
148    Preview
         백과사전식 이미지의 궁전을 짓는다 / 김재석


ARTIST

083    SPECIAL ARTIST 
          윤명로: 정신의 흔적
          실존의 벽에서 바람부는 날로, 
          익명의 대지에서 겸재의 땅으로 / 심상용
104    FACE TO FACE
          카트린 미예 《Art Press》편집장: 
          미술잡지, 투쟁의 시대에서 반-권력으로 / 유진상 
158    ART LAB
          이병복: 무대미술 인생 3막3장 / 장승연


CRITIC

058     FOCUS
          김환기 탄생 100주년展:
          글로벌의 해답, ‘전면점화’ / 신승철
          그림일기_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展:
          건축사 연구의 신호탄 / 김종길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퍼포밍 필름展:
          카메라, 기록과 연출 사이 / 김해주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展:
          화이트큐브 안의 가구들 / 김상규 
          모빌리티의 꿈, 아직 모르는 집展:
          현실과 참여, 느슨한 연대 / 함영준 
          미국미술 300년展: 
          미국이라는 ‘신화’의 이면 / 우정아 
          드로잉, 생각의 시작展:
          드로잉의 동시대성은? / 이선영


SERIES

152    On Contemporary Art
          미술관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 임근준 AKA 이정우


ETC.

055    EDITORIAL / 김복기
163    ART FIELD 
178    P.S.
179    SUBSCRIPTION
180    CREDIT

Articles

NYC 1993: Experimental Jet Set, Trash and No Star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Untitled(Couple)> 혼합재료 가변크기 1992~1993

NYC 1993: Experimental Jet Set, Trash and No Star

2013. 2. 13~5. 26 뉴욕 뉴뮤지엄

<NYC 1993: Experimental Jet Set, Trash and No Star>전이 뉴욕 뉴뮤지엄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1993년 전후로 뉴욕에서 제작된 작품이 한자리에 집결되어, 1993년 한 해 동안 뉴욕의 미술, 문화, 정치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회고하는 타임캡슐과 같다. 기획은 제8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맡았으며,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마이크 켈리, 신디 셔먼 등 총 70여 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1990년대는 뉴욕 미술계는 물론 국제 미술계가 문화적 전환점을 맞은 시기다. 인터넷이 발전함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정보 교류가 가능해졌고, 미술계에도 더욱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보의 디지털화로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와 범위 또한 확장되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에이즈, 게이 인권, 총기 규제법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이러한 과도기에 뉴욕의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퇴폐적이다. 작품 대다수가 전쟁, 질병, 테러, 죽음, 섹스 등의 주제를 직설적으로 다뤄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준다. 할렘에서 발견된 300개의 버려진 유모차로 만든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 벌거벗은 가족인형, 뭉그러진 여자 얼굴의 흉부조각상, 상처입은 발등을 확대한 사진 등 기괴하고 섬뜩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예외의 작품은 미술관 4층을 아름답게 장식한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무제(커플)>(1992~1993). 천정에서 바닥까지 드리워진 두 줄의 긴 전구 조명과 2마리의 새가 허공을 가로지르는 잿빛의 벽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와 에이즈로 먼저 죽음을 맞이한 파트너와의 변치 않는 사랑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1990년대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서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담아 낸다.
다소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이번 전시가 1993년도 뉴욕의 모습을 과연 얼마나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묘사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 전시가 결코 역사의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1990년도 뉴욕사회의 여러 가지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확히 20년 전의 뉴욕의 미술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2013년 지금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 이은정 해외특파원

아트클럽2000 <Untitled(Times Square Gap GrungeI)> C-Print 20.32×25.4cm 1992~1993

화이트큐브 안의 가구들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전 디자인 메소즈 섹션의 설치 전경

화이트큐브 안의 가구들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展 5. 3~6. 30 금호미술관

디자인 기관에서 디자인 전시를 할 경우 보통 큐레이팅의 개념은 희박하다. 디자이너를 선정해 ‘칸’을 나눠 배분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술관 전시에서는 작가 명단에 디자이너 몇 명이 포함되기도 하며, 이때 디자이너는 큐레이터와 주요 ‘미술’ 작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된다. 이 또한 대부분 그래픽 디자이너일 때가 많다. 금호미술관의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처럼 미술관에서 가구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지정하고, 현재 활동 중인 디자이너 6팀에게 전관을 할애하는 일은 몹시 드물다. 그렇다고 진작 기획됐어야 할 전시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디자이너에게 이번 전시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미술관 전시, 다른 상상과 태도들

흥미롭게도 미술관에서 만난 6팀의 작업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각 디자이너가 미술관에서 관객과 만나는 일에 관한 상상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광호는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해본 덕분에 자신의 작업을 샘플링해 세련된 형식을 보여 주었다. ‘떠오르는’ 디자이너라고 하기엔 많이 알려진 터라 개인전의 축소판으로 전시를 가볍게 풀어 냈다. 이상혁은 지난해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인생사용법>에서 선보인 작업의 전개과정을 담는 데 집중했다. 재료와 구조를 고민하면서 만든 프로토타입이 소규모 아카이브로 구성됐으니 영화의 프리퀄 버전이라고 할만하다.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 김기현 문석진 이상필)도 이미 유명세를 탄 작업을 도큐멘테이션으로 풀어서 이상혁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 메소즈의 작업에서는 새로운 ‘방법들(methods)’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이므로, 그 과정을 충실히 설명하느라 전시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SWBK(송봉규 이석우)는 가구 전시의 전형적인 공간 구성과 이를 보완하듯 스케치와 영상 기록도 제시했다.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전 이광호 <KNOT-BEYOND THE INEVITABLE> 설치 전경

위의 네 그룹은 이미 기성 작가의 회고전을 보듯, ‘쇼룸’의 컬렉션 전시를 떠올리게해 조금은 상투적이었다. 이에 비하면 장민승과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Eine Kleine Furniture: 이상록 신하루)의 작업이 소개된 지하 전시장은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장민승은 뛰어난 완성도와 분명한 컨셉트로 완고한 자신만의 기념비를 쌓았다. 원재료를 차곡차곡 깔고 그것에서 잉태된 가구가 네 발로 그 위에 버티고 있으니 얼마나 명쾌한가. 아이네 클라이네 퍼니처는 착실한 ‘메이커’답게 공방 모습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실제로 공방에서 사용하는 작업도구가 중심인 디스플레이였다.       
가구를 전시한다는 것과 가구를 다루는 작가의 전시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이번 전시는 가구를 잘 다루는 작가의 포트폴리오 전시에 가까웠다. 그리고 클래식 가구가 한바탕 휩쓸고 간 서울에서 가구를 디자인하는 동시대의 한국 디자이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장과 힘겨루기를 지속해 온 아티스트에게 화이트큐브는 지겨운 틀이자 극복해야 할 제도겠지만, 디자이너에게 화이트큐브는 여전히 까다로운 공간이다. 물론 디자이너가 잘 할 수 있는 방식도 있다. 큐레이터도 그런 해법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디자인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면 굳이 미술관에서 일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미술관이라는 맥락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도 우습지만 전혀 맥락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면 더욱 문제다. 디자인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한 일은 매장에서도 충분하다. 상업 화랑이 아닌 미술관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예컨대 건축가 정기용의 아카이브 전시에서 보여 준 디스플레이 내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전시에서 작업의 원천인 철학적 토대와 지향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디자인 전시가 예술 영역에서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은, 확실히 다른 장르에 관한 무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 김상규

<뉴웨이브: 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전 설치 전경

무대미술 인생 3막3장

5월 2일 전시 오프닝에서 박명숙 댄스씨어터의 퍼포먼스 <Dawn Chorus>(안무 박명숙, 대본 주용철)가 펼쳐졌다. 오른쪽은 <햄릿>에서 사용됐던 탈로, 전시장에는 실제 연극에서 사용됐던 그의 연극 의상과 소품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하며 설치됐다. 연극 <억척어멈>에서 어미가 짐을 싣고 가는 수레, <햄릿>에서 햄릿 어머니가 독주를 마시고 대신 쓰러져 죽었을 때 입은 옷이 무대가 아닌 전시장에서 재구성됐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에 바보 온달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다리는 모습 또한 새롭게 형상화됐다.

무대미술 인생 3막3장

한지와 삼베로 만든 의상을 입은 햄릿이 무대에 오른다. 종이죽으로 만든 해학적인 표정의 종이탈과 소박한 헝겊 인형이 극의 소도구로 등장하고, 천장에서는 반투명한 무명천이 자연스럽게 흘러 내린다…. ‘무대의상’과 ‘무대미술’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1960년대 중반, 극단 ‘자유’ 설립과 함께 이병복의 40년 연극 인생이 시작됐다. 이제 그는 극단 대표이자 무대연출가로서 뿐만 아니라, 1세대 무대미술가로서 한국 연극사 발전에 중대한 기틀을 일군 연극계의 대모로 불린다.
연극과 함께 한 이병복의 인생은 늘 역동적이었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 반대가 심한 집안 어른들 몰래 연극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피난길에서 만난 남편 권옥연 화백을 따라 떠난 프랑스에서 의상과 조각을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1961년 의상실 ‘네오’를 열었다. 그가 제2의 연극 인생을 펼치게 된 것도 그 즈음으로, 5년 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연출가 김정옥(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의기투합해 극단 ‘자유’를 설립, 연극 기획을 시작했다. 유럽의 살롱 문화를 한국에 꽃피운 것도 그였다. 1969년 권옥연과 함께 만든 ‘카페 떼아뜨르’는 극단 ‘자유’의 전용극장이자 당시 예술인들의 교류마당이었던 것. 한편 손재주가 많던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직접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으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방식들을 주도했다. 또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과감히 종이 의상을 만든 이후 한지와 삼베, 종이탈 같은 한국적 소재들에 애정을 쏟으며 독창적인 예술 방식을 인정받았다. 이 쉼 없는 인생을 거쳐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는 바스락거리는 한지에 풀칠을 하며 지문이 다 닳아서 사라진 그 손을 여전히 쉬지 않고 있다.   
한국 무대미술계의 원로 이병복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 <이병복, 3막 3장>(5. 3~6. 30 아르코미술관)이 열리고 있다. 왜 3막 3장일까?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연극 <피의 결혼>은 3막 2장에서 끝을 맺지만, 이병복의 삶과 예술 활동은 제3의 인생, 그 세 번째 장을 열며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린 듯해도 잘 찢어지지 않는 한지의 강한 생명력처럼, 이 노년의 예술가가 자신의 삶과 밀착된 예술혼을 불사르는 데에는 그 어떤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거칠고 소박하지만 인생의 향기가 물씬 풍겨 오는 이병복의 무대에 오를 차례다. 3막 3장의 페이지가 펼쳐진다. / 장승연 기자

<햄릿> 무대전경 1993. 이병복과 연출가 김정옥이 1966년 설립한 극단 ‘자유’는 <피의 결혼> <무엇이 될고 하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노을을 날아가는 새들> 등 200여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또한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반역사극을 표방하면서 연출가, 작가, 연기자 등 모든 스태프가 기획에 참여하고 함께 연극을 만들어 나가는 집단 창작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병복은 원작이 갖는 토양적, 문화적 배경을 해체하고 철저하게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한국적 연극 미학을 선보였다. 이병복의 무대 예술은 고정된 세트가 없고 전체적으로 텅 빈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소한의 소도구와 조명만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연극의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종이탈과 헝겊 등으로 만들어진 인형 등을 연극의 새로운 표현 매체로 발전시킨 것 또한 무대미술가 이병복이 이룩한 연극적 업적 중 하나이다.

아르코미술관 전시에 소개된 영상 <요기>(2013). 신진작가그룹 무진형제가 제작한 것으로 전시를 위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이병복의 모습을 담았다. 무대미술 활동을 마무리한 지금도, 그는 서울 장충동과 남양주 무의자 작업실을 오가며 예술가로서 끊임없이 작품을 제작한다. 평생 손으로 작업한 탓에 이젠 지문도 남아 있질 않다. 그러나 그 덕에 여든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빠른 손바느질 솜씨를 자랑한다. 영상 작업의 제목  ‘요기’는, 한지가 내는 소리의 소름끼치면서도 요상한 매력을 일컬어 “요기가 있다”고 자주 표현하는 이병복의 말에서 따 온 것이다.

<이병복, 3막 3장> 전경. 제1전시장 ‘아카이브: 기억의 잔상’의 공간 구성은 건축가 오영욱이  ‘잔상’을 테마로 디자인했다. 입구에 카페 떼아뜨르의 출입문을, 내부에는 무대를 재현했고, 이병복이 즐겨 사용하던 삼베를 이용해 그의 연극에 대한 기억의 잔상을 상징화했다. 또한 신문, 대본, 포스터와 리플렛, 보도자료, 에스키스, 해외활동 자료 등 1960년대~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 및 작업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들이 공개됐다. 제2전시실 ‘3막 3장: 삶은 연극보다 더 진한 연극이다’는 이병복의 무대미술 소품과 의상부터 그가 최근 제작해 온 예술 작업들을 설치하고, 한 켠에 아틀리에 일부를 재현했다. 극단의 대표이자 무대미술가, 그리고 창작을 멈추지 않는 예술가 이병복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尹明老: 정신의 흔적

윤명로 <자 9-M-73> 이쿼틴트 29.3×28.5cm 1973

尹明老: 정신의 흔적

한국 화단의 대표 원로작가 윤명로의 5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전시가 열렸다. <윤명로: 정신의 흔적>전(3. 26~6. 23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의 각 시대별 대표 작품을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대형 신작 등 총 60여 점을 소개한다. 혼란스러운 사회에 대한 실존주의적 고뇌를 격렬한 마티에르로 표출한 젊은 시절부터, 자연과의 깊은 교감과 사유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최근 추상회화에 이르기까지, 그가 한국 현대미술사에 남긴 족적을 되짚는 의미 있는 자리다. Art는 크게 10년을 주기로 이루어진 윤명로의 작업적 변화들을 정리하고 당시 평론가들의 비평문을 압축적으로 발췌해,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본다. 또한 전반 작업 세계를 다룬 에세이를 통해, 독자적인 추상 회화의 세계를 완성한 윤명로의 작가 정신을 재조명한다.

윤명로 <익명의 땅 980120> 면에 유채, 아크릴릭 162×132cm 1998

윤명로 <익명의 땅 91420> 면에 유채, 아크릴릭 218×518cm

익명의 땅 원초적 자연의 메타포

윤명로는 <익명의 땅> <익명의 산하> <익명의 바다>란 명제를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미답의 땅과 바다, 여기엔 약간 신비주의적인 색채와 아울러 원초적인 자연, 원시적 정감에 대한 메타포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한다. 왜 다시 자연주의인가. 현실도피를 위한 또 하나의 유토피아의 상정인가. 여기엔 분명히 먼 기억의 뒤안길에서 문득 다가온 원초적인 몸짓으로서의 얼레짓과, 애틋한 정감 속에 환기되었던 어머니나 누나의 머리빗이 원형에로의 환원을 기도한 것과 같은 원형으로서의 이상주의, 또 하나의 정신적 항상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규격을 벗어나는 일격(逸格)의 파묵산수화 같은, 단숨에 그어지는 운필과 임리(淋    )한 묵적(墨積)의 선열한 파열을 연상시키는 안료의 비말(飛沫)은 숨가쁜 감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 <얼레짓>에서 <얼레짓 이후>로의 전개가 이지적 화면 경영에서 점차 정감적 화면에로의 경도를 보이는가 하면 <익명의 땅>은 폭발적인 정감의 분출이 화면을 온통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한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맑고 그윽한 침잠에서 이토록 솟구치는 열기로 몰아간 것일까. 거친 붓자국과 비말처럼 흩어지는 안료의 잔흔들은 어느 일정한 공간 속에 자리잡는다기보다 부단히 화폭을 비집고 넘쳐나고 있다. 호방한 붓질과 강한 대비로 스케일을 결정지운 조선조 화가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를 보는 느낌이다. / 오광수

Dynamic History

김수자 <호흡: 보따리> 혼합재료 설치 2013 Photo by Kimsooja_김수자는 2013년 한국관에서 비가시성이 강조된 명상적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관을 보따리로 싸듯 반투명 필름으로 덮어, 필름을 통과한 자연광이 무지개색의 스펙트럼을 만든다. 또한 전시장을 절대 어둠의 공간으로 전환해 관객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Dynamic History,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1995~2013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6.1~11.24)가 개막했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의 주제는 ‘백과사전식 궁전’. 한국관의 10번째 커미셔너 김승덕은 세계적인 작가 김수자의 작품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전 세계 미술인의 이목이 베니스에 집중된 지금, Art는 한국관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1995년 우여곡절 끝에 26번째로 국가관을 개관한 한국은 개관과 동시에 3회 연속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화제를 모았다. ‘미술 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국가관의 뜨거운 경쟁에서 한국미술은 어떤 발자취를 남겨 왔을까. Art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관의 주제와 출품작 양상, 역대 커미셔너 9명과 작가 31명의 약력 등을 연도별로 총정리했다. 또한 전수천 박경미 김홍희 주은지 이용백을 인터뷰해 한국관 회고와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았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관 전시와 베니스비엔날레의 변화 양상을 종횡으로 분석한 유재길의 에세이는 서구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 미술계의 지형도 속에서 한국미술의 위치를 재점검하는 기회다. 마지막으로 올해 베니스의 본전시와 각 국가관 및 그 외의 다채로운 전시를 한자리에 묶어 소개한다.

<플라스틱 피쉬> 캔버스에 아크릴릭 230×360cm 2011(좌), <피에타: 자기 죽음> FRP 400×340×320cm 2011(우)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

윤재갑은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곧 아물겠지요’라는 제목 아래 미디어 작가 이용백의 작품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윤재갑은 한국을 넘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독립큐레이터로, 이용백의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 현대사와 문화사의 성장과정에서 드러난 아픔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루는 전시를 기획했다. 이용백은 1990년대부터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예술을 선보여 왔으며, 현시대 특유의 정치 문화적 쟁점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비디오, 사진, 조각 회화를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의 대표작 14점을 선보여 한국관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꽃무늬로 뒤덮인 군복을 테마로 한 비디오 퍼포먼스 <엔젤 솔져(Angel Soldier)>는 천사와 전사라는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우리 시대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한국관 외부 지붕 위 빨래를 널어놓은 것처럼 설치한 꽃무늬 군복은 휴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하며 베니스를 찾은 관객의 발길을 끌었다. 한국관 전면의 둥근 유리 쇼윈도 공간에 설치한 <피에타: 자기 죽음>은 조각 거푸집으로 이루어진 성모 마리아와 그 속에서 나온 예수 조각이 한 쌍을 이룬다. 이 둘은 격투기 선수처럼 처참하게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거울과 평면 TV로 구성된 영상 작품 <거울>은 관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사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로 거울이 깨져버리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개막식에는 한국관 스태프들이 꽃무늬 군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용백 <엔젤 솔져> C-프린트 225×180cm 2011

윤재갑 / 1968년 출생. 홍익대 예술학과, 중국 중앙미술학원과 인도 타고르대 인도미술사 석사과정 수료.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및 아트사이드갤러리 큐레이터를 거쳐,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2005~10)를 지냈다. <유희적 저항>(2012 학고재갤러리), <플라스틱 정원>(2010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중국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이용백 / 1966년 김포 출생. 홍익대 서양화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 회화과 및 연구심화과정 조각과 졸업. 성곡미술관, 타이페이 콴두미술관, 대안공간루프, 아라리오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플라스틱가든>(2010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 <신호탄>(200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판타지 스튜디오 프로젝트>(2008 리버풀 블레이드팩토리) 등 국내외 기획전에 초대됐으며, 난징트리엔날레(2008), 부산비엔날레(2008), 광주비엔날레(2002),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2000)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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