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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10.09

Abstract

특별 기획_2010 Biennale Navigation 한국 비엔날레 시즌이 돌아왔다. 매 짝수해 9월이 되면 한국 미술계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바로 4개 주요 비엔날레가 연이어 개막하는 것. 올해는 Gwangju Biennale(9. 3~11. 7) Busan Biennale(9. 11~11. 20) Media City Seoul 2010(9. 7~11. 17) Anyang Public Art Project(9. 5~10. 30)가 차례로 열리며 관람객을 맞는다. art는 9월 개막에 맞춰 올해 각 비엔날레가 발표한 주제, 전시 방향, 참여 작가, 부대 행사 등 세부 내용을 소개한다. 독자들이 비엔날레 관람에 앞서 각 행사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책 속의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다. 먼저 각 비엔날레의 이전 행사 장면과 사람들의 모습을 화보로 살펴보며, 한국 비엔날레의 역사와 그 현장을 만난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광주 부산 서울 안양의 올해 행사 내용과 함께, 특별히 놓치지 말아야 할 부대행사나 컨텐츠를 알려 주는 '관람 포인트'를 따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4개 비엔날레 참여 작가 리스트를 한자리에 소개해, 올해 한국 비엔날레를 빛낼 약 270명의 작가들을 엿본다.

Contents

표지 
수보드 굽타 <굶주린 신>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 가변크기 2006 프랑스 릴 생 마리 마들렌 성당 설치 장면
Courtesy In Situ, Fabienne Leclerc, Photo: Marc Domage

영문초록

에디토리얼  김복기

프리즘
    지원정책의 역효과에 부딪힌 프랑스 예술계  김애령
    지금 여기, ‘예술공론장’이 무너지고 있다!  김준기

아티스트 인 코리아
    바지프 코르툰  김재석

포커스
    아시아 리얼리즘展|현실과 발언 30년展  양은희
    기념비적인 여행展|무릉기행展 이대범
    작가들의 방展|류승환展  심상용

스페셜 아티스트 수보드 굽타
    수보드 굽타에게 보내는 편지  니콜라 부리오

특별 기획  2010 비엔날레 네비게이션
    화보로 보는 한국 비엔날레의 역사
    2010 비엔날레 관람 포인트=만인보+진화 속의 삶+신뢰+새동네
    2010 비엔날레 참여 작가 리스트
   
나의 얼굴
    감수성의 풍경  변시지

암흑물질  서울이 좋아요?
    디자인 그룹 FF의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

이미지링크  서영석 
   
아웃 오브 코리아  김태호  오광수
   
아트 마켓  2010KIAF 프리뷰
    미술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이호숙

뉴비전  신진 평론가 발굴 프로젝트
    파이널리스트 3인 본선 전시리뷰  박경린 김현호 서준호
   
동방의 요괴들
    ‘요괴들’이 작가로 살아남는 법  김정복

전시 리뷰
    조우-제주도립미술관 개관 1주년 기념|지구를 지켜라
    이수경|이일호|유비호|임영선|정정주|최수앙|윤성지
    소녀 배우기|권용주|유승호

에디터스 블로그

Articles

서울이 좋아요?

디자인 그룹 FF는 해치 가면을 쓰고 스티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이 좋아요?

디자인 그룹 FF의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

“시민과의 소통 없는 디자인서울에 반대합니다.” 디자인 그룹 FF가 ‘아이라이크서울(Ilikeseoul)’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트위터에 남긴 첫 메시지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에 의문을 품고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 현재 길거리 청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실천적 디자인’의 힘을 긍정하는 젊은 디자이너 그룹 FF의 활동을 소개한다.

디자인 그룹 FF?

서울대 시각디자인과의 디자인 소모임에서 출발한 FF. 그들에 따르면, ‘FF’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동시에 모든 것이다. FF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며, 하나의 주제를 토대로 다양한 미디어를 가지고 실험한다. 가장 적합한 방법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FF가 되기 때문에 멤버는 항상 가변적. 고로, 당신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거나, 그들과 해치 탈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는데 동행, 칫솔로 길거리를 함께 청소할 수 있다면, 당신도 FF의 멤버인 셈. FF의 각 멤버 관심사는 다를 수 있으나, 각기 맡은 파트를 달리해 최상의 협력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무엇보다 FF는 기본적으로 ‘재미’를 추구한다고.  현재 참여 멤버는 아로마 띵굿 장동건 러브애니투 펭도 등. 당신이 원한다면, 온라인에서 그들과 언제든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 http: //www.ilikeseoul.org, http://twitter.com/ilikeseoul, http://me2day.net/ilikeseoul

서울과 디자인

2010년은 서울시가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이하 ICSID)에서 세계디자인수도로 지정된 해. ‘세계디자인수도’는 도시 발전 과정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ICSID가 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2년마다 선정. 이탈리아의 토리노를 시범 도시로 시작, 서울이 실질적인 세계디자인수도의 첫 도시로 선정됨.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이후 오세훈 시장이 주력을 다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인 사업. 서울시는 ‘디자인서울’을 기치로, 2008년부터 서울디자인총괄본부를 중심으로 서울디자인올림픽 개최,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 서울해치택시 제작, 도시갤러리프로젝트 등의 디자인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 서울시에서 2008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 중 하나인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캐치프레이즈는 다음과 같다. ‘참여해주세요. 당신의 생활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해주세요’(2008),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2009), ‘Design for all’(2010). 그런데 정말 서울 시민은 디자인 덕분에 ‘살맛’날까?

Ilikeseoul

FF의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의 출발점은 서울, 더 정확히는 서울의 디자인 사업. FF의 홈페이지 메인 문구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의 홍보 포스터 카피를 차용한 ‘참여해주세요. 당신의 생활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해주세요’ FF는 서울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계디자인수도-서울’, ‘서울이 좋아요’란 문구가 박힌 포스터에 주목.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서울이 정말 세계디자인수도란 지위에 걸맞은 도시일까’ 그들은 이 의문을 서울 시민과 함께 풀기로 결정. 이렇게 FF의 ‘스티커 프로젝트’가 탄생한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이지별이 빈 말풍선 스티커를 공공장소에 붙여 지나가는 시민이 원하는 글을 적게 한 ‘버블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FF는 트위터와 미투데이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접수, 스티커를 제작하고 거리 곳곳에 붙이기 시작함. 이들의 게릴라 프로젝트는 6.2 지방선거 기간과 맞물려 온라인을 중심으로 언론의 관심을 얻기 시작.

캠페인 문구

FF가 현재까지 접수한 문구는 홈페이지 기준 총 384개.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서울은 원래 좋아요(minch71), 서울의 본모습을 없애고 디자인 자체를 목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외양만 그럴싸하게 바꾸는 건 아무런 매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giringang), 아스팔트 시멘트 말고 풀이 난 땅을 더 많이 보고 싶어요(mo_i_ra), 분수는 이제 좀 그만(pixpix), 나 잡아봐라 ilikeseoul.org(jacopast), 보여주기 위한 매력적 도시가 아니라 사는 사람이 행복한 서울이어야 합니다(로프트쥔장), 서울은 365일 공사중(yoskall), 와! 서울이 서울랜드가 되었어요!(doslove), 이것은 디자인이 아니다(ParkJungHong), 서울만 좋아요(DK), 전시행정 서울 싫어요(free12 m),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존중해 주시죠(n), 서울시장 임기4년 나무자라는데 40년(d00), 청계천 만들어 주신 거 고맙게 생각해요. 관리도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윤선미), 디자인도 좋지만 너무 많은 규제는 사양할 게요(sonamu12), 서울은 좋아질 것 같습니다(hyunjoon_moon) 등

길거리 청소 프로젝트

스터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FF에게 찾아온 첫 난관(아니면, ‘기회’). 이들의 활동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에서 연락이 온 것. 서울시 관계자와의 만남 이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FF는 거리의 바닥을 닦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터널의 먼지를 양말로 닦아내 그래피티를 제작한 무스(Moose)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디자인거리로 지정한 곳에 가서, 가장 더러운 바닥에 문구가 새겨지도록 ‘청소’하는 것. 새기는 문구와 관련 내용 자체는 스티커 프로젝트와 동일. 바닥 청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FF에게 찾아온 두 번째 난관은 서울지방경찰청의 소환. 현재까지 이들이 청소 혹은 새긴 문구는, 종합 쇼핑몰 가든파이브에 ‘디자인은 무죄인가’, 대학로에 ‘서울의 진보 인간성의 퇴보’, 시청 앞에 ‘겉모습이 가장 중요한 도시 서울에 잘 오셨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 ‘시간의 흔적만큼 아름다운 디자인은 없습니다’ 등.

다시, 디자인

FF는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디자인이 단순한 모양내기가 아니라는 점, 디자인이 결코 산업적 경제적 가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삶의 현장이 ‘디자인사업’의 이름으로 붕괴되고 포장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시민과 공유하고 싶었다. 거리에 스티커를 붙이고 길바닥을 청소하면서 이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중심은 ‘소통’. 서울에 사는 그리고 서울이란 도시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이 바라본 서울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의견을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FF는 디자인이 결국 하나의 실천으로, 디자이너가 사회를 위한 비전과 비평 의식을 갖고, ‘실천적 디자인’을 하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디자인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디자인을 통해 세상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한 번쯤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이자면,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 사이트에는 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디자인은, ‘미래 인간 안전 환경 경제 기능 짜임 아이디어 배려 행복 여성 사랑 소통 희망 과정 형태 철학 역사 세계’이다.

지금 여기의 FF

현재 FF는 ‘아이라이크서울’ 캠페인의 결과물을 두 권의 책으로 엮어 출판할 계획이다. 한 권은 그동안 시민이 제안한 문구를 스티커 형식으로 제작, 나머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남긴 수많은 영상과 사진 자료를 알차게 묶는 것.

‘리얼리즘’을 역사화하는 시각

<아시아 리얼리즘>전 전시작 신두다르소노 수조요노 (인도네시아) <포스터를 읽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109×140cm 1956 위홍진 소장

‘리얼리즘’을 역사화하는 시각

글|양 은 희

2010년 여름, 서울에서 주목할 만한 두 개의 전시가 각각 ‘리얼리티’와 ‘리얼리즘’을 내걸었다. 3년 여에 걸친 준비 끝에 선보이는 <아시아 리얼리즘>전과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현실과 발언>전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미술이 리얼리티를 포착해 온 과정, 그리고 그 환경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자는 ‘아시아’라는 정의 내릴 수 없는 개념을 보편화하면서 ‘리얼리즘’이라는 미술의 역사를 쓰고 있는 반면, 후자는 ‘현실과 발언’이라는 그룹의 10년 역사와 그 이후 20년을 통해 아직도 진행 중인 한국적 리얼리즘을 역사화하고 있다.

왜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봐야 하는가

<아시아 리얼리즘>전은 전시 자체와 도록에서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싱가포르미술관과 함께 공동 기획했다는 점이나, 도록에 각국의 학자, 평론가가 쓴 리얼리즘에 관한 서로 상반되는 글까지 모두 실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시이다. 덕수궁미술관에는 건물의 근대적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역사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감상하는 경험 자체가 남다르다. 특히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들(후안 센손의 <라구나 만과 앙고노 마을 풍경>, 야마시타 기쿠지의 <아케보노 마을 이야기>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시이다.
몇 가지 단점도 보인다. 사진을 배제하고 회화 중심으로만 본 리얼리즘은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 사진의 보급은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리얼리티를 기록하는 가장 신속한 매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쿠르베로 시작되는 유럽의 리얼리즘과 달리 아시아의 리얼리즘은 각 국가마다 처한 환경과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시아 리얼리즘>전에 포함된 수많은 회화 작업들에는 그러한 차이가 잘 드러나는데, 그래서 ‘Realism in Asian Art’라는 이번 전시의 영어 제목에 작품들을 가두기에는 각각의 맥락이 다소 복잡해 보인다. 오히려 이번 전시에서 부각되는 아시아는 한국과 일본 등 고유한 문화적 역사를 토대로 한 지역의 아시아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 걸친 중국의 디아스포라 문화로 형성된 아시아다. 또한 일제시대 일본 건축가가 지었다는 석조전 서관 건물에서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을 아우르는 아시아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리 낭만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석조전 건물 자체가 일본 식민주의의 가시적 결과물인데다 일본의 눈을 통해 수용된 유럽 건축의 변형으로 지어졌기에, 바로 이 전시가 보여 주고자 하는 서양화의 수입 과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궁궐 사이에 위치한 석조전 서관은 석조전 동관과 함께 서양과 일본을 통해 근대를 수용한 우리나라의 리얼리티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 건물은 ‘대동아공영권’을 내걸고 한반도를 거쳐 아시아 각국으로 확대된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망의 결과이며, 당시 일본이 식민지 국가를 향해 외치던 ‘Greater East Asia’는 이 전시가 내걸고 있는 ‘아시아’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최근 ‘아시아’라는 보편적인 속성을 가진 공동체를 지향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접근 태도를 문화 예술 분야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움직임이 자주 보이고 있다. 아시아 미술 축제, 아시아 문화의 전당 설립이 대표적 예이다. 또한 <아시아 큐비즘>부터 <아시아 리얼리즘>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을 들인 ‘아시아’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이때, 과연 이러한 시도들이 무엇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사실 유럽과 미주 대륙의 경제 공동체를 의식하면서 시작된 ‘아시아의 연대’는 유럽과 미국을 지향하며 지내 온 지난 수십 년을 반성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시대에 생존을 위한 경제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또 다른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오늘날 언론에서 말하는 ‘아시아의 세기’는 마치 100여 년 전, ‘Greater East Asia’를 외치던 일본의 흥분한 모습과 유사하다. 그 흥분의 주체는 누구인가? 과거 ‘Greater East Asia’는 일본제국주의의 좌절로 끝이 났다. ‘아시아의 세기’가 추구하는 아시아는 제국주의의 유혹을 떨치고 먹이사슬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평화로운 아시아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중국 몽골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구성하는 각 나라는 다양한 역사와 종교 음식 언어 의복 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수십 개의 부족이 존재할 정도로 각양각색의 문화가 존재하며, 그들의 리얼리즘은 회화로 그려내기에는 너무 다채롭다.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가야트리 스피박의 질문은 흥분한 ‘아시아주의자’들에게 정당한 질문이며, 지금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아시아 미술’ 전시들이 고려해야할 질문이다.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하고 단일한 지역권으로 묶는 것이 왜 필요하며, 그 단일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작용하는 ‘문화 번역 행위’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시아주의자가 처한 환경에서 바라보는 시각에는 주체의 편견, 편집증과 불안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 전시의 경우가 그렇듯이, 아시아를 다루는 전시에는 종종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아시아 여러 지역의 특수한 미술을 한국적 맥락에서만 해석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거기에는 보편성의 이면에 감춰진 노동, 이주, 여성 문제 등 각각의 문화적 사회적 차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이때 차이가 간과되고, 기계적으로 문화를 번역한다면 중요한 리얼리티를 놓칠 수도 있다.

왼쪽·<현실과 발언 30주년전> 전시작. 손장섭 <달동네에서 아파트로> 캔버스에 아크릴릭 91×116cm 2009
오른쪽·민정기 <포옹> 캔버스에 유채 112×145cm 1980

예술을 ‘역사화’할 때 고려할 것들

<아시아 리얼리즘>전의 마지막 섹션 ‘사회 인식과 비판: 새로운 리얼리즘을 향하여’는 아시아 국가에서 전후에 전개된 사회비판적 작품을 전시하면서 일본의 르포르타주 회화, 말레이시아의 민중을 위한 회화, 필리핀의 ‘카이사한’ 그룹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각국에서 진행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여러 미술의 범주에 민중미술 작품(신학철의 <한국근대사 4>)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한국적 리얼리즘의 역사적 맥락이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놀랍게도 바로 민중미술의 시작을 알린 ‘현실과 발언’ 그룹의 30주년 기념 전시가 거의 동시에 인사동에서 열렸다. ‘현실과 발언 3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 전시는 5명의 큐레이터가 5개의 주제를 가지고 ‘현실과 발언’이 주도했던 미술의 과거와 현재의 맥락을 만들면서 이 그룹을 역사화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역사로의 입성인 것일까? “유한층의 속물적인 취향에 아첨하고 있거나 밖으로부터의 예술 공간을 차단하여 고답적인 유희를 고집함으로써 진정한 자기 이웃의 현실을 소외 격리시켜 왔고, 심지어는 고립된 개인의 내면적 진실조차 제대로 발견하지 못해” 온 한국미술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현실과 발언’은, 사실 민중미술이라는 보편적 범주에 넣기에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인사아트센터 전관을 빌려 진행된 이번 전시는 ‘매체’ ‘신구상’ 등의 틀을 사용하면서 그러한 모습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는 앞으로 ‘현실과 발언’이 표방했던 예술을 역사화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첫 번째는 미술로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과 범주들이, 정작 첨예한 시대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저항한 작업의 형식과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지는 않는가이다. 매체와 구상 등은 모두 그러한 틀이며, 사실 다수의 멤버들이 회화라는 매체를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미적 가치를 거부하고 오로지 현실적 내용을 수용하고자 했던 태도가 이 그룹의 가장 큰 특징이었으나, 30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 미적인 작업도 제법 눈에 띈다는 ‘반전’을 과연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자기부정과 자기비판의 태도는 모더니즘 미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로 남는다. 그리고 세 번째는 치열하게 다루었던 그들의 리얼리티에는 여성의 리얼리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 작가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진정한 자기 이웃의 현실’에 여성의 현실은 너무 미미하다는 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

수보드 굽타에게 보내는 편지

왼쪽·<Bullet> 황동, 오토바이, 크롬 2006 Photo: The Artist
오른쪽·<Everything is Inside> 택시 브론즈 276×162×104cm 2004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설치 장면 2010 Photo: RANG

수보드 굽타에게 보내는 편지

글 | 니콜라 부리오·프랑스 미술비평가, 큐레이터

우리가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을 때 당신은 고향인 동인도의 가난한 지방 비하르(Bihar)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하던 젊은 작가였습니다. 일상적이고 흔한 오브제들, 즉 부엌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일상용품을 땅에 늘어 놓거나 공중에 매달아 놓은 설치 작품들을 제작했었죠. 이 철제 오브제는 당신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소재이자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 이 오브제가 갖는 의미는 서구 세계에서 본 관점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지니기도 했죠. 인도에서 이 오브제는 일상 생활의 일부로서 대중 문화를 상징합니다. 반면 ‘서구’라는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는 그 번쩍거림이 사치스러운 세계를 연상하게 합니다.(크롬 소재와 번쩍이는 표면을 통해 욕망과 소비의 세계를 확대해서 보여 주는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처럼 말이죠.) 말하자면, 당신의 작품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소재 자체가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개념적인 함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 풍요의 상징으로 여기는 물품이 인도에서는 일종의 불안정함에 대한 어휘(Lexicon)가 됩니다. 즉 당신의 작품은 물질의 공급이 넉넉한 지역으로부터 부족한 지역으로의 이동을 매개하는 교역자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원형들로 세분화된 미니멀리즘

어떻게 보면 현대미술 자체가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르셀 뒤샹이 가게 선반에서 병을 하나 가져와 미술관에 전시했을 때, 이미 그는 이와 같은 논리에 의존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성을 노동과 생산에 반대되는 지점에서 상업적인 것의 부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현대의 작가는 노동 계층들이 했듯이 이마에 맺힌 자신의 땀으로 무언가를 생산한다기보다는, 여러 물건들을 단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역할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작가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직접적인 노동이 부재하거나 기술자들에게 작업을 위탁하고, 아니면 아예 이러한 방식이 모두 부재하는 상황이 문제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러한 추세야말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상업과 금융 활동에 대해 전통적으로 지속되어 온 부정적인 명성 뒤에 숨겨진 이면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미술은 치환(Disoplacement), 그리고 대상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 생성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현대 경제학은 이러한 예술적인 과정의 혼란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도의 일상 생활용품과 같은 소비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조각가로서의 본능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소재를 가져 와서 그 형태를 상호연결하고 변화시키는 조각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미국 대량 소비사회를 상징하는 사물들, 장 팅겔리의 고철, 요셉 보이스의 에너지 전도체 물질이 그랬듯이 당신은 작업에 있어 주변 환경과의 일체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금 언급한 작가들의 작업 방식은 고유한 형식적 원칙을 정립해 냄으로써 예술적 성과를 이룬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작업에서 보여 주고 있는 이러한 통합의 제스처는 일부 비평가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죠. 그들은 당신의 작업 경향이 이미지 생성 과정을 지나치게 쉽게 만들고, 즉 예술의 ‘제로섬(Zero sum)’을 추구한다고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작품을 현대 인도의 미니멀리즘을 탄생시킨 하나의 분기점이라고 파악합니다. 20세기 미국 미술의 조류나 탄트라 미술의 기하학적 문양과도 거리를 둔 당신의 작업 경향은 다양한 시각적 원형들로 세분화된 미니멀리즘입니다. 당신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해 가감 없이 현실 세계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측면을 표현해 내려고 하기 때문에, 작품의 표면은 결코 매끄럽거나 일관적일 수 없습니다. 힌두교의 우주관에 따르면 그 어떤 것도 단 하나의 원리원칙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형태’란 아무리 기본적인 것일지라도 그 바탕을 이루는 수많은 원천들을 근본적으로 무화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당신의 조각 작품이 보여 주는 기본적인 윤곽은 소재의 기능이나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술계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이슨 로즈나 토머스 허쉬혼의 작품, 그리고 댄 브라운, 자비에 베일런, 제프 쿤스 등과 같은 작가들의 ‘모노블럭(Mo nobloc)’ 조각에서 보이는 ‘전파(Dissemination)’의 개념이 그 중 하나입니다. ‘전파’란 몽타주와 관련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소재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전체가 각 부분보다 더 큰 무언가를 이루는 것입니다. 각 부분들은 어떤 특성을 내재하거나 공유한 채 서로 연결됩니다. 모노블럭 조각은 조각적 형식과 이미지를 결합함으로써 혼성적인 오브제를 창조합니다. 사실 당신의 작품은 이러한 원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다른 한 가지 원칙 즉 다양성과 고유성의 대치되는 가운데 조성되는 긴장감이야말로 바로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당신의 작품은 1960년대 아르망(Arman)이 제시한 ‘집적(Accumulation) 시리즈’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르망의 ‘집적 시리즈’는 유사한 오브제들을 함께 사용하여 서로 다른 조각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대량 소비사회의 기록을 수집하는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Nature Morte> 대리석, 나무 테이블 솜이불 가변크기 2010 서울 아라리오갤러리 설치 장면 2010 Photo: RANG

세속성과 신성함의 교차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규정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서 개념적인 연결성을 토대로 구성되는 것을 말합니다. 페터 슐로터딕은 그의 삼부작 《영역들(Spheres)》에서 현대성이 ‘세상 속의 실재’로서의 인류에게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알려면 가정의 일상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1) 그는 20세기란 ‘특정한 장소에 머문다’는 의미이자, 다시 말하면 ‘공간 생산에 관한 현대적 문법’을 생산해 냄으로써 우리의 거주 공간을 명확히 정의했다고 규정합니다. 당신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은 바로 부엌입니다. 당신은 부엌이라는 공간에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부엌을 마치 사원처럼 신성함이 가득한 공간으로 이해했다.” 이 지점에서 세속성과 신성함이 함께 공존하며, 일상의 동작들은 현학적 의미나 종교적인 방편으로 그 의미의 영역을 확장합니다. 음식과 성스러움 간의 교차점이 생성되는 지점은 매우 무궁무진합니다. 부엌이라는 공간과 음식 문화는 물질성과 정신적인 것이 서로 만나는 지점입니다. ‘음식의 공유’를 작품의 주된 소재로 활용하는 또 한 명의 작가로 태국의 리크리트 티라바니야가 있습니다. 그는 불교 사상을 미니멀리즘과 개념적 예술 어휘와 연결하여 노마디즘과 덧없음, 또 음식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설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생각을 벗어나는 남다른 방식은 현대 문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신의 작업은 인도의 시각적인 문화가 담긴 점에서 팝아트와 연결되는데, 사실 티라바니야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문화적인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동일성을 따르는 이 시대에, 예술이 각 지역의 언어와 세계관 사이의 차이를 규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불일치(Divergence)’야말로 창조의 근원입니다. ‘차이’란 단지 민속적인 것이나 특정 맥락 속에서의 특수성을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시각에서 비롯될 뿐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탈식민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동의어라 볼 수 없습니다. 포스트모던적인 입장에서 보는 ‘차이’의 개념이란 경제적 신식민주의를 내재한 트로이의 목마입니다. 문화를 향한 새로운 시각을 탐구하는 작업들은 창조적인 잠재력을 생산해 내는 ‘차이’의 기본 원칙을 고찰하게 마련입니다. 힌두이즘으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힌두이즘이 현대적인 형상과 혼합될 때, 즉 낯선 사고 또는 행동 방식과 섞일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요? <믿음의 도약(Giant Leap of faith)>(2006)은 콘스탄틴 브랑쿠지의 조각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힌두교의 특정 이미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형상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당신은 의미나 텍스트의 편린을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해 내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사실 이 ‘번역’ 행위야말로 핵심적인 것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러한 행위는 오늘날 사회에서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는 현대성, 그리고 변동과 내재적 저항에 기반한 현대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제스처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보편성(Universalism)은 서구의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포장한 껍질에 불과한 것으로,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나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하에 우리는 상대주의와 친숙해졌지만, 보편주의란 경제적인 힘의 흐름을 조용히, 그러나 공격적으로 매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는 세계 속에서 ‘차이’로 인식되는 각각의 문화는 소비의 대상으로, ‘소수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은 즉 소비자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Very Hungry God>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 스테인리스 스틸 식기 360×280×330cm 2006 Courtesy In Situ, Fabienne Leclerc, Photo: Marc Domage

파편으로 구성된 전체

토머스 맥이빌리는 《예술과 타자성(Art and Otherness)》에서 다음과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돌아 보면, 그 어떤 고유한 문화적 형태도 보편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대신 다문화의 문화, 다양한 역사의 역사, 재구성을 전제하지 않는 다양한 파편들로 이루어진 전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2)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들을 공유하면서 상호간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보편성의 문제란 바로 이것입니다. 표면의 일관성이 그 형상의 바탕을 이루는 다양한 소재들의 근본적인 특질을 감추지 못하는 조각 작품에서와 같이 말입니다. <미터(Miter)>(2007)는 이러한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해 보여 줍니다. 다양한 일상용품들이 소재의 공통성을 바탕으로 한데 어우러져 벽에 걸려 있는 이 작품은 하나의 전체(심장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또는 총합(각 구성 요소가 명확히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장의 왜곡된 형상은 정면에서만 보입니다. 옆에서 보면 그것은 원형으로 보이죠.   
마지막으로 당신의 작품 세계에는 일관된 테마가 없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일견 소박한 소재뿐만 아니라, 그것을 집적하는 방식 자체에서 이미 의미가 생깁니다. 각각의 재료를 꿰어 연결하고 있는 바늘땀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각 부품들은 언제라도 원래 있었던 자리인 부엌이라는 신화적 공간으로 흩어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형상을 그 근본 틀로 환원시킴으로써 불안정성과 연약성, 그리고 잠재적인 취약성을 표현했습니다. 반면 당신은 형상을 부풀려 오브제로 채우고 있지만, 거기서 창출되는 효과는 결국 자코메티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바니타스(Vanitas)’, 이 근원적인 주제가 최근 현대미술 속에서 재부상하고 있죠. 제 생각엔 이 주제가 세계화로 인한 문화권 간의 충돌을 상징하기 때문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굶주린 신(Very Hungry God)>(2006)은 거대한 해골입니다. 몇몇 현대미술 작품에서 떠올리게 되는 사치스러움과 화려한 장식성의 맥락 속에서,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수많은 이들의 어려운 생활을 생각한다면 ‘덧없음’이란 다시 고찰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신은 굶주렸고 이 세상은 죽음이 지배합니다. 비록 조각 작품에 불과할지라도, 뉴욕 뒷골목의 재활용품을 모아서 작품을 만든 나리 워드, 피오트르 우클란스키가 제작한 프랑소와 피노의 엑스레이 촬영 사진, 그리고 데이비드 하몬스의 솜씨 좋은 오브제 작업이야말로 바로 불안정한 세상의 도상(Iconography)입니다. 
이러한 ‘불안정함’은 문화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기호와 오브제의 진화 속에서 이 위태로운 상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오브제에 천착하는 당신의 작품 경향은 때론 무언가를 붙들고 있으려는 시도, 즉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행이나 스타일에 지배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작업은 이런 불안정함을 수용하며 순간 정치적인 맥락과 맞물리기도 하고, 창조의 영역에서 과연 윤리적으로 불안정한 것은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미술시장은 다시 살아 날 수 있는가?

왼쪽·2008KIAF가 열린 코엑스 태평양관 입구
오른쪽·2009KIAF 행사 전경

미술시장은 다시 살아 날 수 있는가?

올해로 9회를 맞이한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가 오는 9월 8일 개막식부터 12일까지 코엑스 1층 A, B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국을 주빈국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193개의 참가화랑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든 이후 세계 미술시장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 지금, 한국 미술시장에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2010KIAF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각오로 행사에 임하고 있다.       글|이호숙·아트애널리스트

바야흐로 아트페어의 시대다. 아트페어의 진정한  ‘힘’은 판매자 구매자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등 미술계의 모든 인적 요소(창작-중개-수용)를 한 자리에 모은다는 데 있다. 아트페어의 현장은 작품에 관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화랑 시스템, 한 작품을 두고 경쟁적으로 팻말을 올리는 경매시장과는 다른, 생생하고 활기 넘치는 다이내믹한 네트워크의 공간이다. 아트페어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트페어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주요 이슈를 교류함으로써 미술계 내부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장이다. 둘째, 시장의 입장에서는 여러 화랑 간의 소통 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작가와 화랑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작품 가격의 변동 추이나, 소위 ‘블루칩’ 작가로 불리는 새로운 인기작가군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셋째, 미술 수용의 측면이다. 바쁜 일상에서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컬렉터와 미술애호가에게 한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작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올해로 9회를 맞는 한국국제아트페어(이하 KIAF)는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라는 대중들의 인식과 더불어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 중 새로운 브랜드로 정착되고 있다. 요컨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은 그와 관련된 컨텐츠가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KIAF에 참가할 정도의 화랑이라면 신뢰할 만하다든가, KIAF에 참가할 정도로 인정받는 화랑에서 내세우는 작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든가, 이들 화랑과 오랫동안 거래해 온 고객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식의 ‘아우라’를 만들어 준다.
‘검증’이라는 가치는 현대미술이라는 특별한 구조 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술사적 미학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서 ‘검증’은 곧 ‘안전 시스템’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작가에 부여하는 명칭에 ‘New’라는 단어보다는 ‘Emerging’을 쓰는 이유도, 미술계의 전문적인 안목으로 검증하여 ‘선택’된 작가임을 확인시켜 주는 장치이다.
이번 KIAF는 우리 미술시장이 겪고 있는 호황 이후의 ‘상대적 불황’을 극복하고 다시 호황으로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지 여부에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기 전환 국면이 ‘헛된 꿈’이 아니라, 실제로 미술시장 현장에서 긍정적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메이-모제스 지수가 작년 3분기부터 상승선을 보이는데다가, 올 봄에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1197억원으로 미술품 최고 경매가를 경신하면서 세계 미술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시아권의 경매회사뿐만 아니라, 5월에 열린 홍콩아트페어나 8월에 열린 아트타이페이의 판매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올해 KIAF의 참가 화랑 수에서도 한국 미술시장의 청신호가 켜졌음을 알 수 있다. 작년에 비해 25개가 늘어난 193개의 화랑이 참여하고, 그 중에서 해외 화랑이 73개나 차지한다. 지난 3월 뉴욕에서 한국화랑협회와 KIAF가 <코리안아트쇼>를 개최하는 등 불황을 돌파하려는 KIAF 운영진의 적극적인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KIAF는 경제 한파로 인한 미술시장의 위축과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플루 유행에다 양도소득세 시행설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운영 상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에는 미래에셋증권에서 메인스폰서로 전폭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더욱 튼튼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왼쪽·2009KIAF 중 더컬럼스갤러리에서 출품한 전광영의 <Aggregation 06-MY020>
오른쪽·2009KIAF 중 서미갤러리 부스에서는 작가 김종구의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2010KIAF 관전 포인트

1)주빈국 영국을 통해 영국 현대미술을 보다
2010 KIAF의 주빈국은 영국이다. 영국은 1990년대에 등장한 yBa의 작품들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미술시장 트랜드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KIAF에서는 영국에서 온 14개의 화랑이 참가하여 영국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선보인다. KIAF에 참가하는 영국 화랑들은 40년 전통을 가진 갤러리에서부터 새롭게 떠오르는 신생 갤러리까지 다양하다.
또한 KIAF 측에서는 학술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미술 및 세계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고찰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모색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의 영국 현대미술’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이 행사는 동아시아문화학회 회장 송미숙이 조직했다. 서펜타인갤러리의 공동 디렉터이자 국제 미술프로그램 디렉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테이트모던 학예실장인 프란시스 모리스(Francis Morris),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이자 스톡홀름현대미술관장 다니엘 번바움(Daniel Birnbaum) 등 현대미술의 주요 인사들이 강연과 대담을 펼친다. 국내의 제임스 리와 김희영 김성원이 질의자로 참여해 영국 미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관계를 다룰 예정이다.
2)<Shooting Hidden Spot> <KIAF Discovery>
올해 KIAF에서는 기존작가 프리젠테이션 및 작품 전시와 KIAF 자체를 사진작가의 작업 대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작가 프리젠테이션은 진취적이고 참신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젊은 작가와 국내외 화랑간의 교두보 역할을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Shooting Hidden Spot>은 특정 사진작가에게 KIAF 행사장 곳곳을 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촬영해, KIAF 행사를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작업의 결과물은 다음 해 KIAF의 각종 홍보물 및 웹사이트 등의 디자인 기반 작업으로 선보인다.
<KIAF Discovery>는 뛰어난 감각과 상상력, 열정으로 작업하는 신진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화랑들이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지난 3회의 프로그램을 거쳐 간 25인의 참여 작가는 갤러리스트, 미술전문 저널리스트 및 미술애호가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으며, 그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올해에는 김도경 남지 안진우 이보람 최나리 등이 선정됐다. 국내외 200여 개의 화랑이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자 하는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릴 수 있는 자리이며, 화랑에게는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도슨트 프로그램 및 Kids in KIAF
한국의 잠재적인 젊은 컬렉터를 대상으로 KIAF 관람의 이해와 현대미술의 흐름 파악을 돕기 위해 진행되는 안내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다양한 관람객의 수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컨텐츠로 구성했다. KIAF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미술에 관심이 있으나 아트페어가 낯선 관람객들에게 미술시장 및 갤러리 소개와 더불어 효과적으로 아트페어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를 설명해 준다. 또한 VIP 도슨트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 실제 작품 구매에 관심 있는 컬렉터 및 각 기업체의 VIP들이 편안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아트페어를 관람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성인 관람객 위주의 전시에서 소외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해서 교육업체 짐보리가 <Kids in KIAF>를 준비했다. 어린이들은 도형, 질감, 패턴 구성 및 균형 등 미술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직접 체험해 보며 아트페어와 미술을 좀 더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4)미디어아트 특별전
미디어아트라면 자연스럽게 영상 작업을 떠올리겠지만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는 모든 작업은 ‘미디어아트’라는 명칭으로 묶을 수 있다. 영상 작업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의 영역을 넘나드는 동시대 미술은 모두 이 영역 안에 포함될 수 있다. 해외 아트페어의 경우, 이미 몇 해 전부터 미디어아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아트가 회화나 조각, 사진처럼 거래가 가능하다는 미술시장의 새 흐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아트가 미술의 한 분야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KIAF는 <Crea tive Present : Korea Media Art>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아트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 전시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과 박현기를 위시해, 21세기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보여 주는 한국 대표작가 전준호 문경원 김범 최우람 박준범 오용석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에서 시작해 최첨단 테크놀로지아트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아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확립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 영상 작품의 소장 방법과 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오히려 미디어에 익숙해 있는 컬렉터와 일반인에게는 회화나 조각 작품보다 친숙하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어 미디어아트의 거래 비중과 활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아시아 아트페어 공동 VIP 프로그램
매년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아시아 미술시장은 아트페어의 열기로 가득하다. 8월 말 타이완의 아트타이페이를 시작으로 9월 중순 상하이아트페어, 그리고 서울의 KIAF가 열기를 이어간다. 2008년부터 아트타이페이, 상하이아트페어와 함께 아시아 컬렉터 유치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만든 <3 for VIP 프로그램>이 2010년에는 <Art Premium>으로 새롭게 단장해 선보인다.
보다 업그레이드되고 차별화된 VIP 서비스 및 혜택으로 한국 중국 타이완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KIAF는 아트타이페이와 상하이아트페어와 함께 각국의 VIP 각 100명을 선정해 공공 제작한 별도의 VIP 카드를 발급한다. 이 VIP 카드 소지자에게 세 아트페어 무료입장을 포함한 다양한 편의와 미술관 무료입장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으로서의 아트페어

명칭 자체가 브랜드인 아트바젤이나 프리즈, 아모리 등은 아트페어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아트페어의 위상은 단기간의 마케팅보다는 오랜 시간 꾸준히 발전하면서 서서히 자리잡아 가는 것처럼 ‘무서운 힘’은 없다. 오랜 시간 다져진 유명 아트페어의 독자적인 성격은 미술시장은 물론 현대미술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매년 이들 아트페어가 개최될 때마다 전세계 미술 관계자 및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장의 지표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50여 개에 불과했던 아트페어가 2008년 이후 200개 이상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주요 컬렉터들은 유독 몇몇 브랜드화된 아트페어를 고집한다. 그 이유는 바로 오랜 기간 동안 미술시장에서의 역할과 이미지, 축적된 컨텐츠, 딜러와 컬렉터 간의 신뢰 관계 등의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아시아 권에서 경쟁력 있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온 KIAF가 아시아 권역에서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와 홍콩과 함께 세계 미술시장의 허브로서 주목받고 있다.
KIAF는 작가 딜러 화랑 컬렉터 애호가를 상호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이다. 또한 풍부한 학술 포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논란이 되는 이슈 등 문화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아트페어이다. KIAF는 예술을 사랑하는 대중에게 시각적인 만족감과 더불어 지적 충족감을 선물할 수 있는 문화 이벤트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판매와 구매, 작가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나누는 포럼 등은 미술시장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라는 문화를 다루는 곳임을 상기시킨다.
KIAF는 시기적으로는 봄과 겨울에 집중되어 있는 주요 아트페어의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9월에 행사를 열어 1년 내내 미술 축제의 장을 펼칠 수 있도록 ‘아트 플랫폼’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경매회사는 매년 상반기 2번, 하반기 2번, 총 4회의 메이저 세일을 개최한다. 올해는 하반기 첫 경매와 KIAF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아트페어의 판매 실적과 경매의 낙찰 실적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미술시장에 강력한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특히 올해 9월 한국 미술계는 세계적인 이목을 끌 정도로 분주하고 풍성하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등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이 매머드 행사와 협력하여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같은 시기에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과 협력해 전시 내용을 공유하고 홍보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KIAF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미술 애호가들은 이 기간 동안 문화적 향수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토탈 패키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호황에서 불황으로, 다시 호황으로

우리는 몇년 전 미술시장의 대호황을 경험했다. 현재는 불황을 겪고 있지만 화랑 관계자들은 이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떤 신호에 반응해야 하는지,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훈련된 상황에서라면, 다시 돌아올 미술시장의 도약은 이전처럼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불안’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한발 앞서 뛰는 아트딜러들은 이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열기가 이전처럼 황급히 뛰어오르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독거리면서 급격한 가격 상승을 견제하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호황과 불황을 겪던 와중에 아트딜러뿐만 아니라 컬렉터들 역시 성장하고 훈련되었다는 점이다. ‘급 상승’하면 또 ‘급 하강’이 있고, 급격히 떠오르면 급격히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한 컬렉터들은 미술시장의 웬만한 긍정의 신호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문가의 식견에 이전보다 더 귀 기울이고, 단순히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철학적 개념적인 컬렉션의 바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컬렉터들의 안목에 들어오는 작가군은 이전과 다를 것이며, 이들의 눈과 귀, 뇌를 충족시켜 줄 만큼 높은 퀄리티의 작가군이라면, 안정적인 가격 상승세와 더불어 컬렉션의 즐거움과 경제적인 만족을 동시에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10KIAF는 훈련된 ‘눈’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 컬렉터에게 최고의 작품을 보여 줘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미술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하는 중추적인 역할도 맡고 있다. 아트바젤이나 프리즈처럼 KIAF가 아시아 미술의 선두에서 아트마켓의 재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2010 September Special

스탄 반 데르 빅 <Found Forms> DVD로 변환한 16mm 필름 투명 프로젝션 35mm 슬라이드 1969, 2010

제8회 광주비엔날레는 시인 고은의 동명 연작 시집 《만인보》를 주제로 내세워, 이미지들로 얽힌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 작업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고은의 《만인보》는 그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갇혀 독방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만났던 모든 사람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한 후 총 30권 분량으로 완성된 연작 시집이다. 그의 시는 역사 속 인물은 물론 문학 속 가공의 인물도 포함하고 있다. 이 시집은 고은의 대표작이자, “인류애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주제의 모티프가 된 작품 《만인보》처럼 광주비엔날레는 특별히 인물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영역의 미디어 작품을 망라함으로써 사람 이미지에 대한 현대미술의 과도한 집착을 보여 준다. 그 집착의 대상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대체물과 모형, 아바타,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사물들도 포함한다. 전시는 인간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인간으로 상호 결속된 각자의 관계에 대해 폭넓게 탐구하면서, 현대미술 작품과 다양한 문화적 산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종의 ‘임시 박물관’과 같은 형태로 구성한다.
현재 뉴욕 뉴뮤지엄 특별전 디렉터와 니콜라 트루사르디재단 예술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시감독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올해 전시를 “초상화 갤러리 혹은 역기능적인 가족 앨범”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지오니 감독은 “예술의 역사는 대부분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것이거나, 신체를 응시하는 시선, 또는 우리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창조된 대상이나 인물들에 관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아이콘 숭배의 병이 지속되는 상태, 이미지에 대한 광적인 탐닉 등을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탐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장 포트리에, 앤디 워홀, 브루스 나우먼, 듀안 핸슨, 제프 쿤스, 조나단 보로프스키, 이승택, 마우리치오 카텔란, 오윤, 최병수 등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역사와 세대를 넘나 드는 31개국 134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는 각 시대 속에서 동시대적 현대성을 포착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다. 한국의 작가 집단 안경점과 야쿠프 지올코브스키, 아르투르 즈미예브스키 등의 작품처럼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신작들도 포함된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들을 보다 넓은 문화적 맥락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이미지의 다양한 존재를 실증하는 다양한 문화 창작품과 발굴 사진도 소개된다. 퐁피두센터 바젤미술관 테이트모던 앤디워홀미술관 워커아트센터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과 유명 컬렉터의 주요 소장품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과 동시대 문화적 산물들을 함께 배치하여 문서 역사유적 예술작품 그리고 이미지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계에 의해 창조되는가, 이미지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제시하는가, 우리 눈 속에서 어떻게 이미지가 구성되는가, 기억의 공간과 기념 및 생존으로서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가는 방법과 기억과 역사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전시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전시 공간은 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민속박물관으로, 세 전시관은 공간 연출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을 구사하면서도 각 전시관 별 소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비엔날레전시관은 5개의 독립된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시관 별 소주제와 작품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전시실은 이미지를 통한 자아의 성찰을 다루는 작품이 전시된다. 산야 이베코비치, 안드레 데 디에네스, 마이크 디스파머, 셰리 레빈, 우 원광, 남한사진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전시실은 시각적 환상과 초과학적인 시각의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토바 아우어바흐, 호앙 마리아 구스마오&페드로 파이바, 폴 샤리츠, 양혜규, 세스 프라이스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2전시관과 3전시관을 연결하는 통로에는 강성호 김용진 박성완 정다운으로 구성된 잉여인간프로젝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영웅과 순교자를 묘사한 작품을 모아 전시한다. 크메르 루즈 정권 당시 처형된 교도수 수감자들의 초상 사진을 체계적으로 찍어 놓은 캄보디아 뚜얼 슬렝 수용소 사진과 중국 문화혁명의 토대가 된 이미지들 중의 하나인 렌트 콜렉션 코트야드를 감상할 수 있다. 4전시실은 종교적 인물이나 우상 및 인형을 만나볼 수 있다. 이데사 헨델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와 김옥랑 꼭두인형 컬렉션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5전시실에는 극장과 텔레비전의 구조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지닌, 다소 불안전한 형태의 전시물을 모아 놓았다. 광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영화 포스터 화가인 박태규의 작품과 저우샤오후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테칭 쉬에, 톰 퍽키, 디터 로스, 신디 셔먼, 앤디 워홀의 작품처럼 자화상 및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 스스로를 묘사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전시한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은 이미지와 기억의 상호 작용을 다루는 케렌 시테르와 헨릭 올젠, 안드로 베쿠아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양동시장 프로젝트를 운영해, 비엔날레를 찾는 사람들이 메인 전시관 이외의 장소에서 광주의 도시 문화 또는 삶의 현장을 느낄 수 있도록 직접적인 소통을 꾀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에는 참여 작가와 관람객이 전시에 대한 느낌을 다양한 언어로 벽면에 표현하는 <벽 프로젝트>와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상점의 특성을 입체 목형(1300개)에 아이콘으로 표현하는 <이모티콘 아트 맵> 프로그램, 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시장의 변천사를 기록하는 <양동시장 아카이브 전>으로 구성된다.

코노이케 토모토 <Earth Baby> 혼합매체 가변설치 2009 Photo: 사토시 나가레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부산비엔날레는 ‘진화 속의 삶(Living in Evolution)’을 주제로 9월 1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수영요트경기장 광안리해수욕장 등지에서 개최된다. 이제까지 현대미술제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 등 각 파트를 맡는 3명의 감독이 존재하던 전시기획의 분권 체제를 없애고, 처음으로 단일 감독제를 도입했다. 또한 최초로 외국인 전시감독(아주마야 타카시)을 선임한 것이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큰 변화다. 이러한 단일 감독의 통합 기획을 통해 과거부터 항상 지적되어 왔던 각 전시간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전시 기획의 집중력을 높이면서 주제 전달에 한층 힘을 실을 예정이다. 기존 세 전시의 명맥은 유지되지만 ‘진화 속의 삶’이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융합되도록, 한 작가의 작품을 공간적 맥락을 달리 해서 보여 주는 등의 변주도 시도된다. 아주마야 타카시 전시감독은 지난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게스트 큐레이터와 미디어시티서울2002의 커미셔너를 역임한 바 있다. 전시감독을 돕는 큐레이토리얼 어드바이저는 박만우, 빙후이 후앙푸, 피터 도로센코, 프리드리히 메쉐데, 제임스 퍼트넘이며, 그 밖에 부산 지역 전시감독으로 김응기가, 게스트 큐레이터로 김성연이 참여한다.
지난 2008년 행사의 주제는 ‘낭비’였다. 이번 행사 주제로 결정된‘진화 속의 삶(Living in Evolu tion)’은 역사 속 진화라는 개념과 구체적인 개인의 삶 사이의 접점에 주목하며, 이 두 개의 축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방향에 대한 사유를 예술로서 제안하고자 한다. 이 기획은 우리가 살아가는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회적 삶’을 이루는 두 개의 시간 축 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다단하며 모순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개인의 발명과 제안에 의해 공고하던 집단적 삶이 변하기도 하며 집단의 규율로 인해 개인의 삶은 한없이 억압당하기도 하듯, 이 두 시간의 축은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하고 있음을 주시했다. 거시적 혹은 미시적 관점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 축에 대입해 봄으로써 예술과 사회 세계 역사 그리고 미래 사이의 관계를 통찰해 보고자 한다.
본 전시 출품 작가는 23개국 72명이며 총 161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주 전시장인 부산시립미술관에는 54명의 작품 129점, 수영요트경기장 계측실에는 9명의 작품 9점, 광안리해수욕장에는 13명의 작품 20점이 설치된다. 조각공원에서는 기존 전시 방식 대신, 부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영구설치작품 3점이 설치될 계획이다.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의 대표적인 참여 작가로 꼽히는 아르눌프 라이너는 인물 사진 위에 오일크레용으로 덧칠한 대표작 7점을 출품한다. 한국 작가 차기율은 ‘생명’이나 ‘순환’ 등 자연과 문명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의 존재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자연에서 채취한 소재를 통해 구현한다. 딘 큐 레는 자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치료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3채널 비디오와 함께 농부들이 제작한 허름한 헬리콥터를 선보인다. 베트남 전쟁이 남긴 헬리콥터에 대한 이미지와 전후 세대들이 농업용으로 제작한 헬리콥터를 대비시켜 보여 줌으로써, 전쟁과 같은 암울한 역사를 넘어 근대화된 베트남의 현재를 표현한다. 이샤이 가르바스는 그의 어머니의 잃어버린 영혼을 카메라를 통해 다시 모으는 작업을 보여 준다. 어머니가 나치에 의해 수감되었던 여러 수용소를 차례로 방문하여 어머니의 행보를 추적한 기록 사진을 통해 개인사와 역사적인 의미의 교차점을 찾아 간다.
본 전시장 외 부산 천혜의 환경인 바다와 백사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온 부산비엔날레는 이번에도 바다를 무대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높이가 6m가량 되는 타위싹 씨텅디의 대형 조각 작품은 사람 형상을 한 인형이 흰색 페인트 통에 다소곳이 앉아서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을 응시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인류 진화의 근원인 바다를 바라 보도록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치우 안시옹은 최근 많이 제작하고 있는 조각 작품을 출품한다. 그의 <명상의 장>은 지름이 6m가량 되는 그릇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의 지역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대 아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반영할 특별전 <아시아는 지금>전이 동시에 개최된다. 한 중 일 3국의 젊고 실험적인 190명의 작가가 그들의 최근 작업 경향을 보여 줄 대표 작품 1점씩을 출품하여 동시대 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전시다. 부산문화회관 전시실, 부산시청 전시실 그리고 금련산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전은 본 전시와 같은 주제전이 아닌 다수의 젊은 작가 작품을 나열할 예정이다. 이는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이자, 관객이 주제 등을 의식하지 않고 부담 없이 작품을 즐기기를 바라는 취지로 마련됐다.
아울러 2008년 처음 시도되었던 연계 전시를 다시 개최하여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 및 지역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 내 상업화랑 26개가 참여하는 갤러리 페스티발에서는 화랑의 자체 기획을 통해 부산비엔날레 출품작가 또는 부산 지역의 작가들을 소개한다. 또 지역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전위적 미술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지역 대안공간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실험적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오픈스페이스배와 아트팩토리인다대포, 날라리 낙타 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단순한 작품 전시의 형태를 벗어나 시장을 생활공간으로 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시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10주년을 기념해 초빙된 과거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현대미술에 대한 주제 강연을 펼치며 교사와 중학생을 타겟으로 한 워크북을 제작 배포한다. 이처럼 조직위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비엔날레의 잠재적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Primitive: 분미삼촌에게 보내는 편지> 스틸컷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국제비엔날레 ‘미디어 시티 서울’. 이 행사의 설립 취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의 양상을 세계 각국의 미디어아트를 통해 제시하는 것, 둘째는 IT 강국이자 첨단 미디어 문화 도시로서 서울시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시티 서울은 지금까지 5회에 이르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감 없는 전시 주제와 ‘미디어아트’라는 형식에만 치중한 듯 날카롭지 못한 작품 선정 등으로 안일한 기획을 보여 줬다. 따라서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도 미술계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행사 전반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한 현 시점에서, 이번 제6회 행사의 전시감독을 맡은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은 3명의 큐레이터 클라라 킴(미국 L.A 레드캣갤러리 관장 겸 큐레이터), 니콜라우스 샤프하우젠(네덜란드 로테르담 비트드비드현대미술센터 관장), 후미히코 수미토모(전 도쿄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와 협력하여 국내 및 해외 주요 작가 확보 및 전시 기획은 물론, 여러 가지 컨텐츠 개선에 총력을 가한 듯하다.
우선 몇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띈다. 첫 번째로 명칭과 로고를 재정비하여 새로운 변화를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아닌, 1회 행사에서 사용한 명칭 ‘미디어 시티 서울’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의 공식 명칭인 ‘미디어_시티 서울(media_city seoul)’을 ‘미디어 시티 서울(Media City Seoul)’로 변경했다. 이는 ‘미디어’ ‘도시’ ‘서울’을 개별적으로 분리시키고 동등한 위치에 재배치함으로써 그들의 역학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상징적인 시도다. 로고 역시 서울시 지도를 기초로 하여 RGB 채널의 기본색인 빨강 녹색 파랑을 지난 행사 수만큼 반복한 이미지로 새로 디자인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만 진행됐던 이전 행사와 달리, 전시 장소를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및 경희궁 분관, 서울역사박물관, 심슨기념관으로 확장한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미디어 시티 서울2010의 주제는 ‘신뢰(Trust)’다. 사실 이 주제가 발표됐을 때, 보편적이고 다소 광범위한 느낌의 주제에 대해 의아한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미디어가 대중을 상대로 활용되었다면 최근의 미디어는 개인적인 접촉과 개인의 심리, 정신 상태, 윤리적 측면을 중시한다. 미디어의 영향은 일상 속으로 침투하여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상태이다”라는 김선정 전시감독의 언급과 함께, 주최측은 이번 전시 주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뢰’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깊이 개입하고 있는 ‘미디어’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그리고 사회와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반영하고자 한다. 미디어의 확장으로 정보는 왜곡되고 메시지는 불투명해진 오늘날, 역사와 진실은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까? 미디어의 매체가 다양해지고 대중화되면서, 미디어는 권력과 지배의 또 다른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면서, 기술이 곧 발전과 희망이라는 미사여구 대신에, 현대인의 일상 생활이 되어버린 미디어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즉, 기본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되돌아가 매체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고, ‘미디어’ 자체와 그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과 환경을 여러 작품을 통해 반추해 볼 수 있는 충실한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총 21개국 45작가(팀)의 작품 60점이 소개되는 가운데, 최근 칸느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아츠 먼디 프라이즈 상’을 수상한 야엘 바르타나와 같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부상하고 있는 작가들과, 더글러스 고든, 사라 모리스, 앨런 세큘라 등의 해외 작가가 소개된다. 한국 작가로는 김범 김순기 김성환 박찬경 임민욱 조덕현 양아치 이주요 등이 참여한다.
전시 작품 역시 몇가지 특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뉴미디어와 같은 신기술뿐만 아니라 올드 미디어, 즉 인쇄 뉴스 인터넷 사진 비디오 다큐멘터리 및 픽션 형식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즉 전시 주제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범위를 기본적이고 거시적으로 보기를 권유한다. 또한 작품의 지배적 서사에 의해 관객의 경험을 일반화시키기보다는 지구촌의 공동체와 재현의 의미, 그리고 지각 체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동시대에 관한 생생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나 논픽션 형식의 작업도 다수 소개된다. 또한 지아드 안타르, 나스린 타바타바이&바박 아프라시아비, 왈리드 라드와 같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동 지역 작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9월 6일 펼쳐질 개막식 행사에는 레바논 출신의 사운드 퍼포머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타렉 아투이가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 기간 중에는 2가지 아웃도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관객 참여의 역할 놀이를 진행할 블라스트 씨어리의 <율리케와 아이몬의 순응> (9. 4~12), MP3에 다운로드한 소리를 토대로 원래의 풍경을 다르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던컨 스피크먼의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전시 기간 중 1~2회, 추후 공지)이 시립미술관 본관 야외에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무료 입장과 맞물려 미디어 시티 서울2010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스톤앤워터 <2010석수아트프로젝트> 석수시장에서 벌어진 입주작가 집들이 장면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2010)는 안양시가 ‘예술도시 안양’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부합하기 위해 2005년부터 야심차게 시행해 온 프로젝트다. 공공시설 및 공공장소에 예술의 싹을 틔워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시민들이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여 안양을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만드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제1회(전시감독: 이영철)에는 안양유원지라는 쇠락한 도시 공간을 활용하여, 알바로 시자, MVRDV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의 건축물 및 조형물 54개를 설치, 안양예술공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2년 뒤에 개최된 제2회(전시감독: 김성원)에는 평촌이라는 1990년대 초 만들어진 신도시의 지정학적 맥락을 재발견하고, 현대 예술을 통해 도시의 일상성을 새롭게 고안하고자 34개의 예술 작품을 영구 설치했다.
APAP는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대규모의 국제전임에도 불구하고‘공공예술’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비엔날레와 차별성이 크다. 특히 이번 APAP2010의 경우는 예술가들이 만든 조형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대전제로 한 커뮤니티아트 혹은 도시 생태학에 기반을 둔 컨셉트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앞서 열렸던 1, 2회의 행사와도 성격이 다르다. 이는 작가의 일방적인 ‘예술적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참여와 동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동참을 유도하고 연구하며, 과정 자체를 예술의 본질로 삼는 ‘공공 문화론’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전시감독 박경이 오래 전부터 공공과 도시에 대해 견고하게 쌓은 예술관으로부터 시작된 것. 현재 샌디애고 캘리포니아대학 시각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 감독은 1997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는 1982년부터 1998년까지 뉴욕에서 ‘예술과 건축을 위한 스토어프론트’라는 장기간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도쿄를 거쳐 이스탄불까지 이어진 도시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전 <박경, 뉴 실크로드>를 스페인 리옹카스틸라현대미술관에서 개최했다. 그 밖에도 미국 디트로이트의 국제도시생태센터, 독일 베를린의 <가라앉는 도시> 프로젝트, <로테르담 미래도시 건설> 등 ‘도시’와 ‘생태’라는 일관된 이슈 아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라는 주제로 열리는 APAP2010은 도시의 변화를 주목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 개입하는 새로운 공공예술에 대한 실험을 통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도시 생활 안에서 새로운 지역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60만 명이 넘는 안양시는 현재 29개의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 개선사업 선정지구와 1개의 뉴타운 개발지구가 결정된 상태. 재개발 대상 지역의 거주 인구는 160,499명에 달하며,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주민 중 80%가 이주를 하게 된다. 박 감독은 이러한 대대적인 재개발로 인해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도시 환경을 이번 전시의 주요 조건으로 받아들여, 도시와 지역 사회의 파편성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도시의 역사는 계속되지 않고 한시적인 부품으로 나뉘어 기간이 만료되면 지워져 버린 뒤, 완전히 새로운 역사로 대체되는 운명인가? 그렇다면 한국에서 역사의 연속성을 맞물리게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가? 지역 사회와 도시를 파괴하고 다시 건설에 이르는 공격적인 전이가 한국 문화의 형이상학을 대변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이득 아래 자본의 움직임과 생산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힘을 대변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APAP2010은 ‘도시는 자연 생태의 반영이며, 공공예술은 결과보다 예술적 실천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협력 속에 행해져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그래서 APAP2010은 전시 형식에서도 기존의 것과 다르다. 작가 개개인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보다는 팀 단위의 협업 프로젝트가 주를 이룬다. 또한 행사의 시작과 끝도 분명하지 않다. 이미 7월 24일부터 <열린 프로그램>은 시작되었으며 <열린 도시>는 9월 4일부터, <열린 전시>는 10월 2일부터다. APAP2010의 전체 구조는 안양시 내 학의천변 학운공원 서쪽에 조성되는 <새 동네>를 중심으로, 주요 프로젝트들이 안양2동 안양5동 안양10동 만안지역 석수시장 등 안양 전 지역에서 <열린 도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진행되며, 각 지역을 잇는 <유목>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우선 <새 동네>는 APAP2010의 정보를 한 자리에 모으는 물리적 중심지로 설정, 롯텍의 오픈 스쿨, 매스스터디스의 오픈 파빌리온, 라움라보어가 설계한 오픈 하우스가 들어선다. 또한 ‘오픈 프로그램’ ‘일시적인 도시와 유목사회’라는 주제로 국내외 12개 대학 학생과 시민이 참여하는 임시국제대학인 ‘열린 대학’이 진행된다.
<열린 도시>는 ‘같이(Collective)’ ‘만들기(Crea tive)’ ‘변화를 위해(Changing)’라는 세 가지 개념 틀을 중심으로 15개 팀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작가들은 각 지역에 침투해 지난 3월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참여를 유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작가 박찬경은 도시 및 사회적 의식에 관한 자료 수집 및 영상 작품을, 스톤앤워터 팀에서는 석수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주요 구조물과 지역 발굴 및 투어 프로그램을, 오동 팀은 재개발 지역의 방치된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저비용 계획을 각각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작가 김월식은 고물상 인근 소외 계층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지원 활동, 수잔 레이시는 중년 여성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프로젝트, 락스미디어콜렉티브는 전환기 지역 사회에 대한 이동식 오디오 설치물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유목> 섹션은 앞서 언급한 <새 동네>와 <열린 도시>를 잇는 모바일 프로젝트로, 최대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기주입식 맞춤제작 트럭으로 구성된 이동식 프로젝트다. 벤치 테이블 평상 등 정적인 가구를 동적인 자전거와 결합시킴으로써 임시적인 공공 장소를 창조해 내며, 안양시민으로 구성된 ‘노마드 오케스트라 안양 스카이스크래퍼’가 지역과 지역, 작가와 주민 등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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