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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08.09

Abstract

특집 KIAF2008! Shall We Dance? 올해로 7회를 맞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10년도 안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KIAF는 해마다 높은 성장세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거래량이나 규모, 행사의 내용 면에서 아시아 대표 아트페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KIAF는 해외 화랑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어내어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높여 갔다. 특히 KIAF2007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속될 것만 같았던 미술시장의 활황은 작년 하반기 이후 사회 경제적 악재가 겹쳐 올 상반기까지 침체 분위기에 빠졌다. KIAF가 5월에서 9월로 옮기면서 미술시장의 이슈 공백이 길어졌고, 그로인해 경기 하향이 장기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KIAF2008은 국내 미술시장의 운명을 걸고 있다. 본지는 KIAF의 지난 궤적을 되돌아보고, 올 행사의 내용과 전망을 짚어본다.

Contents

표지 김혜련 <잘가세요, 박경리> 캔버스에 유채 160×130cm 2008
 
에디토리얼 아시아프가 남긴 것_김복기
 
특별기고 
    도예가 이종수를 회고하다_최종태
 
프리즘 
    공립미술관 학예실장, ‘1년 목숨’의 현실_김종길
    미디어아트, 세상과 맞서는 작품이 있는가?_신보슬
 
아티스트 아틀리에 아카이브 
    민병헌_이선화
 
포커스 
    반응하는 눈|상상 속에서의 눈속임_조은정
    마크 퀸|아이러니&제스추어_전영백
    조환|박종갑_김백균
    채승우|조습_이대범
 
특별 기획 건국 60년, 한국미술 60장면
    60년의 파노라마, 2007~1988_이선화
 
작가 연구 
    배영환, 미묘한 반역 혹은 실존의 처방_심상용
 
특집 KIAF2008 
    (1) KIAF! Shall We Dance?_호경윤 이성희
    (2) 오늘의 아트페어, 그 실상을 말한다:정종효 KIAF사무국장 인터뷰
 
리포트 인사이드 금강자연비엔날레
    야투, 데르수 우잘라의 후예들_김종길
 
전시리뷰 
    POP N POP|창작해부학|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2008
    이탈리아 현대조각|지각과 충동|강소영|임선이|김인숙
    강경구|김홍희|브릿지프로젝트 2부
 
작가 인터뷰 
    김혜련, 어둠속에 빛나는 재료의 결_장승연
 
아웃 오브 코리아 
    전준_정영목 오귀원
 
에세이 
    복제시대의 판화 미학_김영호
 
포트폴리오 인사이드 
    김진|김현준|하지원|김무준
 
에디터스 블로그

Articles

스페셜아티스트-삐삐밴드 이윤정, 미술가

트렌드를 뛰어 넘는 즐거운 오감 충전!
삐삐밴드의 보컬 이윤정, 미술가 이현준의 색다른 전시회

글·호경윤 수석기자

EE(Mr.E)는 삐삐밴드로 여성 보컬로 유명한 이윤정과 미술작가 이현준이 만든 가상의 아티스트다. EE의 첫 번째 전시가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데일리프로젝트라는 곳에서 열린다. ‘Curiosity Kills’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호기심을 쫓는 인간의 본성과 그 과정 속에 드러나는 중독적 유희를 설치, 음악, 퍼포먼스, 비디오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모든 창작 행위의 근본적 모티프일 것이다. 사실 박물관의 기원도 르네상스 시대 궁전 속에 만들어 놓은 ‘호기심의 방(Wun derkammer: Cabinet of Curiosities)’에서 찾을 수 있었듯 말이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그것을 가지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고 쓰느냐에 따라 이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EE의 말처럼, 호기심은 불안정하기에 그 만큼 매력적이다.
이현준은 선화예고, 노팅햄트렌트대학교, 중앙대를 거쳐 오로지 미술만 파온 작가다. 최근 M.net의 〈이효리 ‘오프 더 레코드’〉라는 프로그램 중 이효리의 얼굴을 실크스크린으로 변형한 작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이윤정은 서울예고에서는 발레를, 뉴욕보컬스쿨에서는 음악을,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는 패션을 공부했다. 우리에게는 90년대 후반 빨간 머리에 찢어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와 “딸기가 좋아”를 외쳤던 가수로 낯이 익지만, 그후 한 동안 잊혀졌던 이윤정은 해외 유학 혹은 유랑을 다닌 후 클래지콰이, 자우림, 세븐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M.net의 인기 프로그램 ‘트렌드 리포트 필 시즌 2’의 고정패널로 출연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윤정은 케이블방송에서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MKMF의 2007년도 행사의 전체 스타일리스트를 맡아 무대 연출에 필요한 의상은 물론 소품까지 시상식 전체의 컨셉트를 잡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지난 해 어느 날 한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왠지 모를 일체감을 느꼈고, EE라는 프로젝트로 의기투합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협업 과정은 비선형의 극치다. 전시회 오픈 직전까지, 혹은 전시 중에도 작품은 즉흥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듯하다.
장르의 경계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문화적 다양성의 한계는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의 ‘미술’ 만큼 열려 있는 장르도 없다는 것이다. 이윤정과 이현준은 그동안 볼 수 없던 자유로운 시도로, ‘트렌드’를 넘어선 ‘문화혁명’을 일으킬 꿈을 꾸고 있다.

EE의 작업실이자 카페, 디스코테크 내부

한국 대표조각가들의 전시-심문섭展 외

심문섭 <현시-한 섬을 향해> 나무, 돌, 물 1400×50×950cm(부분) 2006

한국 조각의 역사와 만나다

황예지 객원기자

원시 조각의 발견으로 단순한 조각을 제작한 브랑쿠시부터 조각에서 재현적 요소를 배제해 가면서 20세기 조각은 추상 조각이 대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조각계의 흐름에 맞춰 추상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김종영은 순수 추상을 개척한 조각가로, 구상 조각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추상적인 조각을 제작했다. 그는 서양적 추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유학적 자기 절제, 무위자연 사상, 선 사상들을 융화하여 본인만의 양식을 만들어냈다.
1950년대 말 본격적으로 추상 조각이 확산되면서 앵포르멜 조각이 등장했다. 앵포르멜 조각의 선두 주자인 박석원은 철 용접 조각에 있어 선두주자 격인 작가이다. 그의 개인전이 지난 1월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전시는 그의 조각 인생 45년을 총망라하는 전시였으며, 어떻게 보면 올해 우리나라 조각계의 거물급 작가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였다고 할 수 있다. 박석원과 함께 용접 조각의 대가로서 엄태정을 들 수 있다. 박석원의 조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격정적 표면을 발견할 수는 없으나, 그의 조각 역시 앵포르멜로 분류되는, 예리하게 확장되고 있는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난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들어와 앵포르멜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 생성된 미니멀리즘이란 사조가 등장했다. 미니멀리즘에 속한 작가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전통적인 조각의 조형 요소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 자체를 하나의 물체로 제시하고자 하면서 오브제적인 작품을 제작한 작가로 조성묵을 들 수 있다. 엄태정과 조성묵의 조각 작품은 소마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조각과 드로잉〉(9. 17~2009. 1. 11)에서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각계는 1970년대 미니멀리즘과 환원적인 경향을 거쳐 1980년대 들어서면서 돌, 나무, 청동 등의 전통적인 재료뿐만 아니라, 철, 합성수지, 기성품을 활용한 조각이 활발하게 발표되었다. 내용과 형식 또한 다원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추상 조각의 대표 작가들

서울대미술관에서 전준의 개인전(9. 2~10. 21)이, 학고재에서는 정현의 개인전(9. 3~25)이 열린다. 전준의 이번 전시는 그가 꾸준히 주제로 삼아온 ‘소리’를 가지고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종합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반면 정현의 전시에는 그의 신작들이 대거 등장한다. 철도 침목, 아스팔트, 콘크리트 같은 재료의 속성을 드러내며 인간의 형상을 변형시켜 작업하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최근작들은 폐기된 철근을 사용하여 수직 상승하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준의 조각은 ‘소리’라는 무정형의 요소를 시각화한 작업으로 외관상 매우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반면, 정현의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철근 조각들은 거칠면서도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섬세한 느낌이 가미됐다.
철사를 엮어 망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김세일은 모란 갤러리에서 개인전(9. 24~29)을 연다. 이번 그의 전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 철사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앞에서 언급한 작가들의 물질성이 강조된 작업과는 차이를 보인다. 조각이 공간을 점유한 채 그 실체적 존재감을 간직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에서는 오히려 현대조각에서 보이는 부드러운 혹은 움직이는 조각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안을 텅 비우고, 그 안을 들여다보게끔 유도하는 빛과 투과성, 안과 밖에 실제로는 막혀 있지만, 시각적으로 서로 내통하는 소위 ‘탈경계’의 인식이 반영되면서 그의 조각은 그만의 색을 갖게 된다. 부산 수가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권달술(9. 3~10. 12, 수가화랑)의 조각은 좀 더 견고한 기하학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김세일의 조각과 차이를 보이지만, 드로잉처럼 흐르는 듯한 선들과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육면체가 열려 있는 조각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형식, 다채로운 생각, 조각!

1980년대 들어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각과 방법으로 인본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선화랑에서는 김영원의 전시(9. 24~10. 11)는 그가 꾸준히 작업해 온 인체 조각들을 선보인다. 그의 인체 조각은 요즘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체 조각에 비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고전적인 형식미를 담고 있다. 그의 인체들은 둘로 쪼개져 마주 본 채 서 있거나 인체의 앞면을 모조리 자르고, 뒷면의 일부만 남기기도 하며, 여기에 잘려진 얇은 판 모양의 인체 조각이 접목되는 등 부조와 환조가 공존하는 변형된 인체상이다.
아르코미술관은 〈윤석남 1,025〉(9. 26~11. 9)을 개최한다. 여성과 어머니를 모티브로 한 작업들로 널리 알려진 윤석남의 이번 전시에는 나무로 만든 유기견의 형태에 채색을 한 1,025점의 조각들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유기견, 즉 생명 또는 생태와 연관된 주제의 작업에 매진하면서 선보이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조각계를 이끌어 가는 이들의 전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고재에서는 심문섭의 전시(10. 30~11. 20)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앵포르멜 조각에서 기하학적인 입방체로 변화하는 국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조각가이다.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달의 속도에 발맞추어 미술계에서도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다. 물론 동시대 최첨단 재료들을 사용해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투박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조각의 기초적 작업에 충실한 과거 우리네 조각계의 역사를 따라 회고함과 동시에 많은 시간과 경험의 산물인 그들의 현재 작업까지 살펴 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정현 <Untitled> 철 238×97×83cm 2008

정종효 KIAF 사무국장

런던 프리즈아트페어 행사장 내부 광경 2007

오늘의 아트페어, 그 실상을 말한다
정종효 KIAF 사무국장 인터뷰

최근 아시아를 배려하는 유럽 미술시장

art 현재의 미술계는 ‘아트페어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이래 미술시장의 팽창은 중소 아트페어의 신설을 부추겼다. 같은 지역에서 시기별로 여러 개의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으며, 바젤이나 마이애미 같이 큰 페어가 열리는 지역은 그 행사의 후광을 기대하는 다수의 위성 페어들을 양산하고 있다. 2007년에는 베니스, 바젤, 카셀, 뮌스터로 이어지는 유럽 그랑투어 여정에서 비엔날레급 행사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아트바젤에 대한 찬사가 두드러졌다.
정종효(이하 정) 그렇다. 컬렉터와 미술애호가 층이 늘어나면서 그런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비엔날레의 경우 어느 정도 역량이 검증되고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식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아트페어는 다르다. ‘시장’이기 때문에 언제든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가능하다. 화랑들은 해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작품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에 끌리는 것이 당연하다. 또 비엔날레가 ‘아이 쇼핑’만 가능한 곳이라면, 아트페어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구입할 수 있는 신제품이 가득한 백화점이다. 관람객이나 컬렉터들은 작품을 구입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과 대면한다. 또 아트페어에는 이들이 작품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슨트도 있다. 아트바젤의 경우 참여 화랑이 300여개, 화랑 부스에 상주한 직원이 평균 3명이다. 그러니까 900명의 도슨트가 고객들을 위해 ‘대기 중’인 것이다. 이러한 아트페어의 인기에 한국 컬렉터들도 엄청나게 기여했다. 2007년 아트바젤 개최 후 《아트뉴스페이퍼》는 “신진 컬렉터로 한국 컬렉터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rt 아트바젤은 1970년에 창립돼 올해로 39번째 행사를 개최, 300여개의 화랑과 2천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6만여명의 관람객을 이끌어냈다. 올해 6월의 페어는 개최 한 달여를 앞두고 미술 감독 소피 라비노비츠가 사임해 전망이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마크 슈피글러와 아네트 숀홀처 공동 감독이 새로 선임되며 결과적으로 예년과 다름없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바젤에서 지난 해까지 아시아 미술의 비중은 상당히 미약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일본 작가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앞으로 아시아 쪽으로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해도 될까?
그렇다. 2007년까지만 해도 아트바젤에서 아시아 미술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시아 화랑의 참여 빈도나 출품 작가 면에서 그랬다. 경매시장에서는 중국미술이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아트바젤에선 여전히 거품이 있고 안정되지 않은 ‘부유하는 미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중국미술은 이데올로기 성향만 강하고 소재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치부했다. 그러나 올해 페어에서는 중국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에서부터 장샤오강, 쩡판즈 등의 인기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었다. 또 아트바젤은 그 다음 해에 주력할 작품 군을 미리 선보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 해에 암시적으로 다카시 무라카미의 작품을 선보인 후 올해 대형 작품을 끌어들인 것으로 볼 때 내년에는 수공예적 느낌이 강한 동양풍의 작품이 강세일 것 같다.
art 아트바젤은 최근 다소 주춤한 미술경매 결과와 고유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침체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도 고가의 마스터피스를 구입하는 고급 컬렉터들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아트바젤의 명성은 계속 지속될까.
스위스는 자유로운 금융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등의 국제 미술 행사와의 시기적 연계, 독일과 프랑스와 가까운 지리적 환경, 화랑 선정의 엄격한 기준 등으로 고정 컬렉터, 작가, 화랑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지속되리라 본다. 또 아트바젤의 인기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큰 몫을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 혹은 설치나 실험적 경향이 강한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전은 바젤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기획이다. 이밖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 스테이트먼트> <아트바젤 좌담>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포진돼 있다.
art 유럽에 한국 화랑이 대거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스페인 아르코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렇다면 유럽 미술시장에서 현재 아르코의 위상은 어떠한가.
아르코는 국가의 적극적 지원으로 현재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다. 2003년부터 심사를 보다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자국 화랑을 대거 탈락시키는 한편 중남미권 화랑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아시아권 화랑들도 배려해 ‘신선한 작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 아르코의 디렉터 루데스 페르난데즈(Lourdes Fern뇆 dez)는 한 인터뷰에서 “아르코는 철저한 컨템포러리로 나아가겠다”며 아트페어의 성격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2006년까지만 해도 아르코에서 아시아 화랑들은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국내 화랑 몇 곳도 지속적으로 신청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르코는 2007년 한국 주빈국 참여 이후 중국과 일본미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넘기 힘든 벽

art 아트바젤이 유럽 미술시장의 큰 축이라면 프리즈는 영국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힘이다. 지난 해로 6회를 맞았던 프리즈는 영국 yBa의 활약으로 성장한 가장 ‘핫’한 아트페어다. 2007년에 4일간 4,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매출액을 올렸으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런던 미술시장의 성장률을 385%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국 문화부장관 크리스 스미스의 ‘Cool Britannia’ 정책과 체계적인 작가 발굴과 후원 정책이 한몫했다. 현재 프리즈의 위상은 국가, 화랑, 작가, 탄탄한 컬렉터 층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화랑으로는 PKM갤러리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프리즈에서 아시아권의 화랑이나 작가들의 위상은 어떠한가.
실험적인 작품과 화랑을 선호하는 만큼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의 다른 화랑들도 참여하기 어려운 페어다. 아직 영국 시장은 높은 벽이다.
art 아트페어도 시기별로 변화가 있었다. 1967년 최초의 아트페어인 독일의 아트쾰른, 1974년 프랑스의 피악(FIAC)과 스위스의 아트바젤이 설립되고 1980년대 미국의 아트시카고 등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아트페어의 시대가 열렸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5대 아트페어라고 하면, 아트바젤, 아트시카고, 아트쾰른, 피악, 아트마이애미를 꼽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아트바젤, 아모리쇼, 아트바젤마이애미, 프리즈, 아르코 등으로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아트바젤만이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피악은 이미 명성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최근엔 아트쾰른이나 아트시카고 역시 하향세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악의 경우를 먼저 얘기하면, 과거 프랑스는 자국의 풍부한 작가와 화랑만으로도 활동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자국의 작가와 작품을 위주로 거래하는 폐쇄적인 거래 성향으로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또한 독일은 한때 세계 미술시장의 약 1/4에 해당하는 거래액을 기록할 만큼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독일 전체 미술품 거래량이 위축되면서 아트쾰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베를린에 모여드는 유능한 작가와 신생 갤러리들을 바탕으로 탄생한 베를린아트포럼의 상향세도 그 원인이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와 카셀도큐멘타에 참여한 작가의 절반 가량이 베를린을 무대로 작업하는 이들이었다. 현재 베를린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평론가, 큐레이터들도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11월에 열리던 아트쾰른은 하반기의 열띤 경쟁을 피해 지난 해부터 개최 시기를 4월로 옮겨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디렉터를 새로 영입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니 다시 재기의 기회를 잡을지 기대해 봐야겠다.
art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모리쇼는 건재하지만 아트바젤이 미국에 아트바젤마이애미를 설립하면서 미국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고 들었다.
아트바젤의 성공이 아트바젤마이애미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6월엔 유럽 미술시장을, 12월엔 미국 미술시장을 점령하는 것이다. 이전까진 4월에 열렸던 아트시카고가 사진 쪽이 특히 강한 큰 시장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참가 화랑이 줄어들었다. 몇 차례의 운영자 교체까지 겹쳐, 메이저 화랑과 컬렉터들을 아트바젤마이애미로 빼앗기고 있다. 현재 아트바젤마이애미 개최 시기에 열리는 위성 아트페어가 약 20개에 이른다. 참가 화랑과 출품 작품 수로 환산한다면 규모 상으로 세계 최대의 미술시장이 열리는 곳이 마이애미다. 아트바젤마이애미에는 국내 화랑으로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했고, 아모리쇼에도 국제갤러리와 아라리오갤러리 두 군데만이 참여했을 뿐이다. 미국시장에선 여전히 아시아 시장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art 유럽과 미국의 미술시장 흐름을 살펴보니 여전히 주요 아트페어에선 국내 화랑 참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현대 정도다. 물론 규모와 수준 면에서 다른 화랑들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겠지만,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나.
화랑들이 지나치게 트렌드를 의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다양한 작가 발굴과 각 아트페어의 정확한 성향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art 향후 주목할 만한 아트페어는? 최근 아트두바이가 신설되면서 아랍 재벌 컬렉터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인도나 러시아 미술의 열기는 지속될까.
2007년의 경우 세계 미술시장이 이례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였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트페어의 변동이라면 메이저급 아트페어보다는 스코프, 펄스, 리스테, 나다, 볼타 등 위성 아트페어의 생성과 활동이 눈에 띈다. 이러한 위성 아트페어와 메이저급 아트페어의 관계는 서로의 필요조건을 충족하거나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보완하며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또 인도와 러시아 미술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중국미술과 같이 급물살을 타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중국의 경우 국가지원 정책, 올림픽 개최, 경제성장, 세계 미술시장의 활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일치해서 일어난 극히 특수한 경우다.

작가도 시장도 아시아

art 최근 두드러지는 아트페어의 열기는 특히나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미술의 강세는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다수의 아트페어를 신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중국 외에 아트싱가포르, 아트타이페이, SH컨템포러리, ARTHK 등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홍콩은 예로부터 외국인들이 아시아로 들어오기 위한 관문이었고, 금융의 중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유리한 지점에 놓여 있다. 상하이도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 아트페어는 신생임에도 불구하고 첫 행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
그렇다. 작년에 개최된 SH컨템포러리나 올해 ARTHK08의 경우 신생 아트페어로서는 대단한 성과였다. 중국에서 열리는 기존의 아트페어와 비교해 볼 때 참여 화랑의 퀄리티가 훨씬 높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해 대중들의 관심이 미약했다는 점, 참여 화랑의 수가 적어 화랑 간의 교류 확대 기회가 부족했다는 점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의 중국에서 개최되는 CIGE, 아트베이징, 상하이아트페어와 같은 기존 아트페어는 중국 작가 위주의 행사로 해외 화랑과 작가를 보다 폭넓게 유도하지 못하는 것이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취약점이다.
art 일본에서는 최근 과거 NICAF를 모토로 부활한 도쿄아트페어와 새롭게 생겨난 101도쿄CAF가 동시에 개최되면서 주목을 끌었지만 컨템포러리가 취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쿄아트페어의 경우 참여 화랑의 60%가 고미술, 공예, 근대미술 전문 화랑이다. 일본 미술시장은 컨템포러리 작품의 판매보다 소위 말하는 일본화라고 하는 전통화, 수묵화, 앤틱과 우끼요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트페어에서 위와 같은 장르 분포가 나타난다. 도쿄아트페어의 디렉터인 신미사 씨는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일본다운 미술을 많이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자국 주도적인 경향으로 흘러 국제 아트페어가 가질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잃어버리고 있다. 외국 화랑들이 많이 참여해야 일본 작품들의 구입과 접촉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art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중국, 한국 다음으로 다시 일본미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미술에 어떤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비록 지금 새롭게 출범한 도쿄아트페어가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시아 미술의 잠재적인 가능성으로 일본미술이 재도약하고 있다. 일본미술은 작가 층이 넓고 두텁다. 한국미술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며 많은 작가와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그에 비해 작가 층이 얇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미술의 경우 화랑이든 작가든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으로 접근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화랑들은 국제 아트페어에 출품할 경우 한 작가 당 2~3년의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반응을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한다.

아시아 아트페어의 선두를 향한 KIAF의 전략

art 도쿄아트페어가 가진 한계를 한국의 KIAF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국내 화랑이 전체 참여 화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화랑협회가 주관을 하기 때문에 회원 화랑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츰 해외 화랑의 수를 늘리고 수준 높은 화랑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 화랑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심사를 고려하고 있다. 화랑협회라는 단체는 친목 차원에서 생겨났지만 현재는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이다. 이러한 체제의 특징은 KIAF의 국제화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봤을 때는 정부 산하 단체라는 점이 참여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신용도 면에서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SH컨템포러리나 ARTHK 등은 반드시 이익을 남겨야 운영을 할 수 있는 사기관이라는 점에서 지구력이 떨어지지만, KIAF의 경우 화랑협회가 주관하고 정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rt 이번 KIAF 화랑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어떤 화랑 대표는 KIAF 화랑 선정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회원 화랑인데 왜 탈락되었느냐는 것이 이유다. 아직도 아트페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KIAF는 화랑협회에서 만든 아트페어이기 때문에 협회 회원 화랑들 간의 갈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따르다 보니 회원 화랑들 전부가 아트페어에 참가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지만 아트페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내야 할 문제다.
art 2007년에는 1차 시장, 2차 시장 모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미술품 총 거래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올해는 미술품 가격에 거품이 빠지면서 냉랭하기만 하다. 그래서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KIAF의 향방과 성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사실 작년 KIAF에서 본격적으로 외국 화랑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올해 좀 더 수준 높은 화랑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 국내 미술시장의 여파로 판매 실적이 저조할 경우 해외 화랑들이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국내 미술시장이 침체다, 죽었다는 등 말이 많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해 미술시장은 부동산 정책과 저금리로 투자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투자를 넘어선 ‘투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경매에선 매회 낙찰 최고가를 갱신했고,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금은 단지 그 이상 징후들이 정리되고 거품이 빠지는 과정, 미술시장 정상화를 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 해외 화랑들의 참여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히 작년 KIAF의 판매 성과가 좋아서라기보다는 KIAF의 기획력과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작년의 경우 다수의 외국 화랑들은 판매 면에서는 저조했지만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입하고 작가들과 접촉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따라서 올해도 KIAF는 단순한 작품 판매의 장이 아니라 보다 활발한 국제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art KIAF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혹시 해외 전문 디렉터를 영입할 계획은?
정 중국, 일본,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의 중심 갤러리와 작가의 참가 폭을 확대한 뒤에 시장으로 탄탄한 자리를 굳히고 아시아 미술을 중심으로 한 국제 아트페어의 형태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외부 디렉터를 영입할 계획은 없다. 아직 내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 이성희 기자

KIAF2007 행사장 내부 광경

배영환, 미묘한 반역 혹은 실존의 처방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 와인병, 각종 술병 파편, 철, 알루미늄, 연철, LED조명, 에폭시 223×150cm 2008

미묘한 반역 혹은 실존의 처방 배영환의 세상 읽기, ‘유행가’에서 ‘불면증’까지

글|심상용·미술사학 박사, 미술평론가

‘포스트 민중미술가’라는 약호

배영환의 세계를 대표하는 〈유행가〉나 〈노숙자수첩〉 〈남자의 길〉 같은 표제어들은 부르주아적인 세련된 취향(Great Taste)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다. 단어들만큼이나 질료의 출신 성분도 하위적이고 무산계급적이었다. 그것들은 소모되고 버려진 것들로서 거저 주워 모은 것들이다. 작가 자신이 장 주네의 구절을 빌려 말하듯, 버려진 것은 그 자체로 부르주아의 것들에 싸움을 건다. 정신에 지방이 끼고, 상상력에 먼지가 내려앉은 자들의 거실을 위한 호사스럽고 장식적인 것들의 자리는 여기 없다. 화장실의 깨진 타일이나 빈 술병, 낡은 면도날, 수술용 솜, 흰 알약, 폐목조각 따위들로 된 이 질료적 재난주의(Miserabilism)는 최근의 개인전 〈불면의 밤〉까지 연장된다. 깨진 병조각들, 폐품-레디메이드, 대팻밥, 값싼 철물과 전기장치들, 저해상도 싱글채널…. 이로부터 배영환의 세계를 ‘예술의 하위주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위치시키는 시도들이 정당화되어 왔다.
“배영환의 작품들, 이를테면 가수 김정호의 초상화는 대중문화의 반복을 중단시키고, 소주병 조각과 면도날은 부르주아의 안정에 균열을 내며… 알약과 탈지면과 타일은 대량 생산의 기호 이전에 하위문화적인 표상으로 작동한다. … 우리, 예술의 하위주체들은 걸작과 거장 또는 상품과 스타로 이루어진 과거 예술사를 계승, 반복, 강화하는 데는 더 이상 관심이 없고 오히려 기존의 미적 약호들을 변형, 확장, 초월시키는 데 말할 수 없는 매혹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심지어 그것만이 ‘아트’라고 생각한다.” (백지숙)
한편 서동진은 배영환에게서 ‘고상한 엘리트적 예술가를 고발하고 조롱하는 태도’와 ‘주류 미술가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환멸하기’를 읽어낸다. 하지만 ‘하위문화’나 ‘하위주체적 정체성’을 그의 작업에 대한 비평적 합의로 수용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배영환을 민중미술의 바로 다음 단계, 그것의 정치적 함의가 한층 완화되는 모호한 지점에 위치시킨다. 특히 “배영환의 작업은 민중미술과 그 이후의 진보적인 미술의 간극 바로 그 자리에 놓여있다. 그는 민중미술과 더불어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시대에, 새로운 시대의 진보적인 문화정치학이라 자처하는 것과도 동조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위치를 점유한다”는 말은, 배영환을 포스트 민중미술의 전반적인 변이의 와중에서 드물게 민중미술의 미적 정치학을 승계하는 진정한 포스트 민중 미술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근거로 채택되었다.
“그것은 작가 스스로 부담스러워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꺼이 민중미술의 계보에 속하게 하는 핵심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 배영환의 작업을 민중미술 계보에 속하면서 그것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아야 할 이유도 제법 분명해진다.”(서동진)
반면 배영환은 자신이 동경하는 작가 신윤복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판에 박은 것들에 대한 저항적 태도와 당대의 관습에 대한 ‘미묘한 반역’을 말한다. 탈주범 신창원의 십장생(十長生) 문신에서 그가 가슴 아리게 마주했던 것은 ‘상처받기 쉬운 삶의 순수를 향한 동경과, 사회의 또 다른 요구인 난폭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파생되고 궐기하는 ‘개인적인 틈(Gap)’이었다. 주의를 요하는 사실이 바로 이것이다. ‘미묘한 배반’과 ‘개인적 틈’! 배영환의 호흡은 오윤 판화의 담론이 아니라, 그것을 아크릴로 되살려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추모 방식에 있다. 운동가요 <5월>은 환자 대하듯 한다. 탈지면과 옥도정기로 그 행간에 맺힌 상처를 더듬는다. 가난하고 무력한 최선의 치유다. 흰 알약으로 쓴 <물망초>는 오히려 통증을 부추긴다.
기표와 기의의 상호성은 모호하고 어리숙하다. 의미들이 제각각 미묘하게 상이한 벡터로 일그러지는 바람에 소통의 통념이 공략 당하는 불편함이 예의 동반된다. 배영환의 세계를 민중미술의 에토스를 공유한 포스트 민중미술로 맥락화하는 시도가 그다지 유효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그의 세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은폐하고,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며, 이해시키는 동시에 오해로 몰아간다. 맥락화 자체가 미묘한 배반과 개인적 틈을 누락하는 것에 의해 가능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냉랭한 정의가 도출될 때까지 모든 예외를 정교하게 발라낸 다음, 존재하지 않는 구조에 끼워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맥락화, 약호화는 ‘모든 것을 일치로 귀결시키기, 모든 것을 일관된 묶음 속에 모으기, 아무 것도 설명 밖에 남겨두지 않기, 외부의 모호한 지대를 용인하지 않기’에 다름 아니다.
시인과 화가는 이론가가-그가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더라도- 신명나게 늘어놓는 전문용어와 역사적 조망의 그물에 걸려 질식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시와 회화의 해석자가 해야 할 일은 그것들을 이론과 약호의 음습한 숲에 가두는 대신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론의 그 ‘끊임없이 유능하려는 오만’으로부터 한 개인의 모호하고 불확실한, 그럼으로써 기적적으로 역동하는 결을 구제해 내는 것이다. 모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이며, 비밀을 밝히려는 의지가 아니라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배영환의 작품 세계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투사할 수 있는 이론의 빛은 없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보이기 시작하는 작고 예외적인 것들을 붙잡는 것이다.

<상사초> 나무에 드로잉 2008

전위, 또는 미학적 좌익?

배영환은 <창작과 불평>이란 의미심장하고 매력적인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나는 대개 한 달에 반은 예술가로 반은 무능력자 아니면 사회에 대한 불평분자로 살아가고 있단다. 밤에 술도 안 먹었으면서, 앞으로 반은 예술가로 반은 무능력자로 살아갈 거룩한 결심을 하는 내가 대견하지 않니?”
이 고백은 그의 미적 노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에게 예술가가 되는 것은 삶에 있어 무능력자요, 불평분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게 예술의 세례를 받는 것과 삶의 수혜자가 되는 일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길이다. 이는 삶과 예술, 일상과 미의 대립과 충돌이라는 거대 서사(Meta Narrative)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담론이다. 이 서사에서 예술의 임무는 삶과 대립하는 영웅적인 것이다. 작가는 소외되고 적빈에 직면하는 것으로 반역의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게 될 것이다. 미학의 외로운 독립투사가, 또는 아버지를 살해한 대가로 사랑하는 여인의 자살과 자신의 눈을 빼야 했던 오이디푸스가 될 것이다. 작가는 거룩한 존재며 무죄한 순교자다. 그가 삶으로부터 보복당하는 것은 그의 영혼의 순결함 때문일 뿐, 어떤 흠이나 티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는 다만 결함투성이인 시대와 부조리한 사회의 모함에 의해 수난 당하는 것이다.
이 서사는 서구의 모더니즘 미학, 전위주의의 강령적 담론 안에서 양육되어 온 것으로, 모순 없이 투명하게 대립하는 두 질서 중 하나에 속할 것을 권고한다. 선과 악, 옮음과 그름, 정의와 부조리의 둘 중 하나에 소속되는 것이다. 배영환의 〈남자의 길〉에서도 이 내러티브 구조가 확인된다. 그것은 인간의 길도, 여자의 길도 아닌 남자의 길이다. 그 길은 공사 현장의 버려진 합판으로 제작한 기타가 거의 유일한 동반인 길이다. 이 길은 ‘권위, 성공, 가족과 직장 대신에, 무능력과 자기연민, 길거리와 배회가 있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 남자는 무능하거나 허황된 것으로 정의될 것이다. 사회는 그를 시민성의 파산이나 극심한 적응 장애 쯤으로 분류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 길은 자유로운 영혼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상징적 순교자의 길이다.
이것은 배영환의 읽기가 도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맥락화로서, 그의 세계를 삶과 예술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비극적 서사 안에 안치시키고, 오이디푸스적인 영웅 신화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소비와 볼거리에 끝까지 저항하는 미학적 좌익의 장렬한 전쟁터로 묘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삶과 예술을 결코 봉합될 수 없는 두 극단 사이의 대립과 갈등으로 설정한 모던적 내러티브 안에서만 강렬한 것이 된다. 그 둘이 상충하는 힘의 범주로서 그토록 서로 급진적인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될 때에만 배영환의 행위가 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삶과 예술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불가능할 때, 전위와 후위가 뒤섞이고 실험과 소비가 공존하는 포스트적인 서사 구조 안에서라면, 이러한 쟁투적 미학은 단번에 김이 새버리고 만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를 통과하면서 서사의 지평에 급진적인 변화가 야기되었다. 삶과 예술은 더 이상 뚜렷이 구분되는 적대적인 두 진영이 아니게 되었다. 예술은 삶과 대립하는 대신 전적으로 그 영역으로 귀속되었다. 이 역전된 패러다임에선 과거의 거의 모든 질서가 훼손되었다. 피아(彼我)의 개념도 바뀌었다. 반미학이 미학이 되고, 충돌과 대립은 타협과 비즈니스로, 싸움은 대화해의 드라마로 전치되었다. 작가는 더 이상 이윤 창출의 논리와 갈등을 빚지 않는다. 대중의 몰취미와 예민하게 대치한다고? 오히려 그들의 취향에 부응하는 것이 탁월한 미학의 반증이다. 예술의 규범들과의 싸움은 예술의 규범 자체가 아예 없어지면서 무효화되었다.(아서 단토)
삶과 예술이 결정적으로 대치 상태를 벗어났을 때, 투쟁의 미학은 투쟁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퇴행적인 것이 되고 만다. 과거의 전사들은 투쟁의 향수를 생산해 내는 인디언 게토의 기념품 생산자처럼 된다. 그들은 기념품으로 소비될 것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스스로를 무기생산자로 정의하는 자기 기만과 위선에 빠질 것이다. 역사는 무기의 효과를 내는 기념품의 키치적 생산으로 메워질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무기생산자를 곤혹스럽게 할 것이지만, 기념품 생산자에게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사람들이 배영환의 세계와 PKM갤러리에서의 전시를, 이 두 지점 간의 줄긋기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PKM갤러리가 의미화되는 지점이 이때까지 그를 괄호로 묶었던 논리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과 전시는 별개의 문제인가? 그렇게 하는 것은 혹 ‘반은 예술가로 반은 무능력자로 사는’ 그의 노력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이 껄끄러운 접합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배영환을 유토피아주의자들의 계보를 잇는 당당한 후계자로 맥락화할수록 더욱 곤혹스러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배영환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때론 그 스스로도 가담해 온 일련의 약호화로부터 도래한 측면이 크다. 어떤 인간도 그토록 단호하게 흔들림 없이 다가올 수 없는 그것을 더구나 작가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만일 그런 작가가 있다면, 그의 창작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상하이 삼방자전거의 생애> 창틀, 자전거 2003

진정한 혁명이 진행되는 곳

예술은 집단주의적 소요 속으로 사라져버린 한 인간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과 관련될 때만 여전히 숭고한 계획일 수 있다. 온갖 현대적 병증에 의해 공격당해 산산조각 나는 것은 언제나 개체성으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혁명은 인간 자신의 차원이지 더 이상 구조의 차원에 위치하지 않는다. … 어떤 이들은 이것을 이념적 급변이라 말하겠지만, 실상은 새로운 요인-개인적이자 동시에 집단적인-의 발견과 더불어 좀 더 심층적이다. 이것이 모랭(Edgar Morin, 프랑스의 철학자, 사회학자)이 인간 패러다임이란 말로 희미하게 본 것이요, 프리드만(Georges Friedmann, 프랑스의 사회학자)이 지혜에 호소하면서 보다 성공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주브넬(Bertrand de Jouvenel, 프랑스의 철학자, 정치생태학자, 미래학자)이 상냥함이란 말을, 일리히(Ivan Illich,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사회비판가)가 공생이란 말을 리흐타(Radovan Richta, 체코의 철학자)가 창조적 능력이란 말을, 또는 나 자신이 개체성이란 말을 내놓으면서 보다 성공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자크 엘륄)
이 사유의 계보로부터 우리가 획득해야 할 교훈은 한 인간을 그 자신을 넘어서거나 못 미치는 어떤 약호화로부터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붙는 집단적인 표지들을 떼어내는 것이다. 시인과 화가를 실상은 존재하지도 않는 불행한 계층의 대변자로 세우려는 것은 거의 언제나 ‘좌익의 변질’과 관련된 계획이다. 한 작가를 인간이 궁극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어떤 미학적 주의나 노선에 소속시키는 것은 예술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위협 중의 하나다. 여전히 작가와 만나는 일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만남의 장을 존재의 심연으로, 진정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그곳으로 안내하는 것에 의해서다.
배영환의 세계 곳곳에서 어떤 종류의 약호화도 거부하는 시인의 본성적 태도를 목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그가 그 어색하고 무기력한 날개 달린 여행자, 한 때는 그토록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우스꽝스럽고 추해진 〈알바트로스〉를 허름한 나무둥지에 가두었을 때 분명해진다. 이 운명적인 새는 야유 투성이의 땅에 떨어진 채 그 푸석푸석하게 쌓여 있는 제각각의 척도들로 변신해 있다. 보들레르이기도 하고 배영환이기도 한 그것은 활 쏘는 사람들-이론화, 맥락화하는 사람들-을 비웃는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표준이나 참고해야 할 평균치는 없다. 지침도 없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이것은 배영환이 불면의 밤으로부터 전수받은 실존에 대한 처방이다. 〈물망초〉를 쓴 흰 알약에서 노숙자 수첩의 배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언제나 조금씩은 처방적이었다! 분명히 하자. 그가 2008년의 밤들을 불면증으로 지샜다 할 때, 그것은 포스트 민중미술가의 불면증도, 진보적인 미학적 좌익의 불면증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그만의 고유한 불면증이다.
배영환은 그 불면의 출처로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을 언급한다. 하지만 그 불면은 서울의 불면을 주시하는 자, 곧 배영환의 불면이기도 하다. 그가 대면하는 그 불면의 도시는 곧 배영환의 번민하는 심연이기도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의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예민함과 진지함의 내부를 이루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이면의 공간 말이다. 어떻든 최소한 구조와 고백의 융합까지는 언급해야 할 것이다.
배영환의 세계는 그로 인해 정작 핵심을 놓치게 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일관성은 많은 경우 진정성의 반증으로서 그 자체로 의미있는 지표다. 하지만 인간의 일관성은 늘 흔들리는 내포와 외연을 가지며, 결코 변화가 없는 구조는 아니다. 때문에 구조적 일관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정작 작가 자신을 누락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영환의 세계는 조금씩 선회하고 있다. 역사가 발생하는 시간과 공간은 한낮의 웅변적인 광장에서 밤샌 부엉이의 눈처럼 퀭한 밤으로 이동했다. 밤새 길거리에 버려진 술병들은 병리적 사회를 보고하는 이상으로, 존재 내부로부터의 갈망을 토로한다. 자크 엘륄(Jacques Elul)이 《서구의 배반(Trahison de l’Occident)》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인간이 자신의 자유라는 이 덧없는 이미지에 따라 산다고 말하기보다는, 현실적이지만 너무도 잔인한 불확실성에 따라 산다고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남자의 길> 전시 전경

2008 September Special - KIAF! Shall We Dance?

KIAF! Shall We Dance?
출범 7년의 궤적, 키아프2008 프리뷰와 전망

미술시장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나아가 동북아 미술시장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로 생겨난 KIAF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맞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처음 개막했다. 이듬해부터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코엑스와 공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초기에는 부족한 예산과 미술시장의 불황 등으로 성과가 부진한 데다가, 해외 화랑들의 참여도 턱없이 저조해서 기존의 화랑미술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해외 화랑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국제’ 아트페어 본연의 목표를 성취했고, 동시에 판매 실적 및 관람객 수 등도 급증해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제1회 KIAF는 부산 벡스코에서 9월 3일부터 8일까지 개최됐다. 8개국, 100개 화랑이 참여해 총 327명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해외 화랑의 참여는 적었으나, 처음부터 주빈국 제도를 확립시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첫 주빈국은 중국과 일본이 동시에 맡았고, 그래서 특별전으로 한중일의 교류를 의미하는 <동방의 빛: 한중일 작가 45명의 전시>를 마련했다. 그러나 첫 회인 만큼 인지도가 낮았고, 부산에서 열리는 바람에 관람객은 18,000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듬해 서울로 올라온 KIAF는 행사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겨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개최했다. 제2회 KIAF의 관람객 수와 매출액 수는 1회에 비하면 크게 상승했지만 정부와 민간 기업의 지원이 확보된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2004년에는 보다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고 홍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해외 참가 화랑이 1회의 딱 2배인 40개로 늘어났고, 특별전 <Interna tional Digital Art Limited>를 마련했다. 이 해에는 특히 주빈국이었던 일본 화랑과 컬렉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년도 대비 성장률이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2004년 행사부터 동북아의 대표 아트페어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해로 평가받았다. 1회와 2회에 걸쳐 열렸던 <동방의 빛> 특별전과, 3회의 일본 주빈국 행사를 치루면서 KIAF는 장 샤오강, 왕 광이, 위에 민준, 야요이 쿠사마 등의 인기 작가를 필두로 아시아 미술작품 유통시장의 중심에 섰다.
2005년에는 아시아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유럽 미술시장과의 교류 물꼬를 텄다. KIAF가 쾰른아트페어의 아시아 지역 파트너로 선정되었고, 반대로 2005 KIAF의 주빈국으로 독일을 초대했다. 특별전으로 <독일현대미술>전과 <한독 디지털 미디어 아트>전을 마련, 독일미술에 대한 기본적 흐름을 익혔다. 또한 ‘독일 현대미술과 미술시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현장성’과 ‘현실성’에 초점을 맞춰 독일 일간지 《디벨트》의 미술전문 기자 찰스 럼프, 화상 마이클 슐츠, 쾰른아트페어 디렉터 제라드 구드로 등을 발제자로 구성했다. 특히 쾰른아트페어 디렉터의 방한은 한국 화랑들에게 유럽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 교환의 계기가 됐다.
실제로 아트페어 부스에서도 독일 화랑의 판매 실적이 좋았다. 클라우디아드랑크갤러리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마이클슐츠갤러리가 게오르그 바젤리츠, 지그마 폴케, 세오 등을, 갤러리데어모데르네는 콘라드 빈터의 작품을 한국의 국공립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에게 고가에 파는 데 성공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한국 프로모션에 나선 마이클슐츠갤러리는 2006년 말, 청담동에 한국 분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미술시장의 실질적인 국제 교류가 KIAF의 안과 밖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예이다.
한편 2005년에는 정부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 공공기관에 대여해 주는 미술은행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다. 미술은행에서 직접 KIAF에 나와 총 1억원 가량의 작품을 구입해, 결과적으로 KIAF의 총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
예술성, 대중성, 상업성 두루 겸비했던 KIAF2007
제5회 KIAF를 준비하면서 조직위원회는 국내 미술시장의 활기를 예감하고, 인도양홀보다 훨씬 넓은 태평양홀로 전시장을 옮기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참가 화랑이 20% 늘어, 한국의 99개 화랑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등 외국에서 51개 화랑이 참여했다. 관람객 수도 껑충 올라 5만여명에 이르렀고, 거래 실적은 74억원을 육박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맞아, 프랑스현대미술전 <파리-서울>전을 열었다. 재불 큐레이터 김애령과 프랑스 미술평론가 장 루이 쁘와뜨뱅이 공동 커미셔너를 맡아 프랑스 작가 14명과 구정아 김오안 민정연 이슬기 등 재불 한국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참여 화랑 중 프랑스 화랑은 8개뿐이었다. 오히려 지난 해에 주빈국을 맡아 재미를 톡톡히 봤던 독일 화랑이 15개나 참가했다. 그동안 한국 화랑과 독일 화랑 간의 활발한 교류 활동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독일의 신사실주의나 신표현주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었던 사정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A. R 펭크, 지그마 폴케, 줄리앙 슈나벨 등이 잘 팔렸다.
한편 KIAF가 점점 대중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컬렉터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새롭게 신설된 ‘Lunch @ KIAF’ 프로그램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취향을 반영하는 팝아트 작품이 새롭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독일 벤든앤크림작갤러리의 탐 웨셀만, 줄리아나갤러리의 앤디 워홀, 갤러리드리는 로버트 인디애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와 데미언 허스트를 출품해 수익을 냈다. 한국작가 중에서는 전광영 이진용 이환권 등이 눈길을 모았다.
급속하게 달아오른 미술시장의 여세를 몰아 KIAF2007는 행사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을 동시에 쓰면서, 참여 화랑 수도 대폭 증가했다. 한국 116개, 스페인 17개, 독일 28개, 일본 21개 등 총 208개의 화랑이 참여한 것이다. 2007년 행사는 페어 기간 동안 총 175억원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했다. 과거 마니프, 화랑미술제, SIPA 등의 여러 아트페어에서 나누어 작품을 구입하던 미술은행이 2007년에는 마니프를 제외하는 대신 KIAF의 예산을 추가했다. 물론 관객도 64,000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속칭 ‘개미 군단’으로 불리는 새로운 컬렉터들이 위세를 떨쳤다. ‘아트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신흥 컬렉터들은 행사가 열리기 전, 이미 온라인 카페 등에서 출품 작가의 작품 세계 및 가격 동향 등의 분석을 마친 상태였다. 이들은 KIAF 개막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리 눈독 들여놨던 작가의 작품을 사려고 분주했다. 심지어 중학생도 용돈을 모아 작품을 사러 온 에피소드까지 알려져, 작품 구매의 대중화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주말에는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려 두 개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워낙 장소가 넓고 볼 작품도 많아서 피로에 지친 관객들은 휴식처가 부족한 탓에 전시장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줄줄이 앉아버렸다. 어떤 화랑에서는 ‘KIAF 특별가’라는 문안을 부스에 붙여 놓기도 했고, 팔지는 않지만 손님몰이용으로 인기 작품을 걸어놓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장터’다운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개막 당일부터 42개의 빨간 딱지가 붙어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수동부터, 이영배 육심원 송현숙 강익중 강요배 윤병락 김동철 등이 ‘솔드 아웃’의 행진에 가세했다. 또한 석철주 권부문 이이남 최수앙 등은 2007년 KIAF에서 새롭게 시장성을 입증 받았다. 특히 노화랑이 이수동 작가만 단독으로 내세웠던 것처럼, 대부분의 화랑이 적게는 한 명, 많아도 너댓 명을 넘지 않아 해외 아트페어처럼 주요 작가만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주빈국은 스페인이었다. 같은 해 3월 스페인의 아트페어 아르코(ARCO)에서 한국이 주빈국을 맡았기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돈독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별전 <스페인의 새로운 현대미술: 제안>에서는 스페인의 큐레이터 토니 베리니가 기획을 맡아 14명의 젊은 스페인 작가들을 소개했다. 또 다른 특별전 <Mr.C가 가질 수 없는 것>은 평소 미술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소위 ‘비엔날레 작가’로 불리는 이주요 임민욱 양혜규 정서영 김성환 노재운 김범 등의 실험적 작품들을 모아 마치 아트바젤의 <아트 언리미티드>와 비슷한 맥락의 기획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시장 강연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현대미술의 현황’(이건수), ‘그림값 어떻게 매겨지나’(정준모)가 청중의 인기를 끌었다. 그 밖에 작가 최정화와 룸스케이프가 만든 VIP라운지,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 ‘KIAF Finds Hidden Treasure’, ‘좋겠다 프로젝트’의 게릴라성 퍼포먼스 등은 기존의 아트페어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시도로 평가 받았다.

KIAF2008, 이렇게 달라졌어요

2007년 KIAF의 관객수, 판매고 등 수치상의 기록은 주빈국 프로그램, 작가발굴 프로그램 및 학술 프로그램 등 풍성한 내용적 측면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행사 이후에도 컬렉터, 일반인들과 미술인들이 함께 교류하는 새로운 축제의 장을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KIAF는 올해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지난해의 열기와 성과를 재현하려 한다.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개최될 KIAF2008은 국내외 20개국에서 218개의 화랑(국내 116개, 해외 102개)이 참여하여 1,500여명 작가의 총 6,000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KIAF는 개최 시기 변경이 가장 큰 이슈다. 5월에서 9월로 개최 시기를 옮겨 부산비엔날레와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비엔날레뿐만 아니라 상하이아트페어, 아트타이페이와 연계하여 아시아 아트페어의 힘을 모으기로 했다. 개최 시기 변경의 또 다른 이유는 수준 높은 해외 화랑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해외 유명 화랑들은 주로 상반기에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메이저 경매 준비에 주력하기 때문에 아시아 아트페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KIAF는 개최 시기를 가을로 옮기면서 해외 화랑의 참여 수가 지난 해 92개에서 102개로 10곳이 늘어났고 수준도 월등히 높아졌다. 특히 스위스 주빈국 행사에 참여하는 화랑 대부분은 아트바젤에 참가하는 수준급 화랑들이다. 아시아의 유명 화랑의 참가도 증가했고, 내년 주빈국인 인도 화랑도 처음으로 참여한다.
주목할 만한 화랑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일본의 토미요코야마갤러리(Tomio Koyama Gallery), 스카이도쿄(SCAI Tokyo), 오스트리아 갤러리에른스트힐거(Galerie Ernst Hilger), 스위스 갤러리마크뮐러(Galerie Mark M웞ler), 마이36갤러리(Mai 36 Galerie), 갤러리봅반오르소(Gallerie Bob van Orsouw), 갤러리피터킬히만(Galerie Peter Kilch mann), 갤러리르네지글러(Galerie Ren럆 Ziegler), 인도의 갤러리사무카(Gallery Sumukha) 등이다.
이번 KIAF에 신청한 화랑은 총 400개, 약 2:1의 경쟁률을 뚫어야 참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시의 기획력, 작가의 성격, 해외 아트페어 참가 실적과 성과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 화랑의 경우 KIAF 참가 자격은 화랑협회 회원만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국내 참여 화랑은 대다수가 화랑협회 회원사이지만 점차 비회원 화랑의 참가수를 확대하는 추세다. 기획력을 갖추고 비중있는 작가의 작품을 들고 나오는 비회원 화랑, 신생 화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회원 화랑의 수는 10여개였지만, 올해는 20여개로 증가했다. 또 서울 지역 화랑에 편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랑을 골고루 참여시켰다.
올해 KIAF는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들을 내놓아 특히 주목을 끈다. 일반적으로 아트페어의 성과는 고급 컬렉터들의 리스트가 좌우한다. KIAF는 고급 컬렉터 유치를 위해 우선 단계별로 전략을 짜기로 했다. 올해는 상하이아트페어와 아트타이페이와 공동으로 각국의 VIP 각 100명(총300명)을 선정해 VIP 카드를 제작 발급한다. 카드 소지자의 경우 세 아트페어 및 국내 협력 미술관, 부산비엔날레 무료입장, 별도의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해외 컬렉터 유치에 힘쓸 계획이다.
또 KIAF가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하는 발판에는 미술품 ‘무관세’ 지역이라는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홍콩뿐이다. 단 사진작품은 프린트 상품으로 간주하여 국내 반입시 10%의 통관세가 부가된다. 그러나 최근 사진의 인기가 올라 해외의 사진 전문갤러리들이 많이 참여하는 추세다. KIAF 측은 해외에서 국내로 사진작품을 반입할 때도 무관세 해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세구역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의 주빈국은 스위스. 일반인에게 스위스는 알프스와 치즈로 유명하지만 미술인에게는 바젤아트페어로 더 유명한 곳이다. 스위스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하는 지역적 특성과, 자유로운 금융 환경 등으로 미술품 유통이 활발한 곳이다. 아트페어에 관한 한 ‘한 수 위’인 나라를 초대하는터라 행사 진행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KIAF 2008에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스위스 주요 화랑들의 참여는 물론, 스위스 화랑협회(AGS)가 주관하는 스위스 현대미술전 및 다양한 주빈국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KIAF2008의 다채로운 프로그램
특별전으로는 스위스 신진 작가전과 한국 중견 작가전이 마련돼 있다. 스위스 신진 작가전 <What you get is What You Want>는 스위스 화랑협회에서 선정한 큐레이터 지오바니 카르미네가 기획한 특별전으로 마크 바우어, 에릭 슈타인브레허, 피터 레글리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건수 월간미술 편집장이 기획한 한국 중견 작가전 <달의 정원>은 한국미술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견 작가 10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과 그 색채를 대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작가군을 소개한다. 참여 작가는 구본창 권대섭 민병헌 오수환 이강소 이기봉 이상남 이영배 이영학 전광영. <달의 정원>은 달의 그림자처럼 이성과 감성의 모든 특성들이 섞이면서 와해되는 우리 미술의 전통적 특성을 드러내는 전시로, 국내외 관람객에게 완성도 높은 국내 중견 작가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이밖에도 풍성한 학술 프로그램 및 큐레이터 토크가 마련돼 있다. 특히 이번 학술 프로그램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서성록)가 기획을 맡았다. KIAF는 미술시장 활성화의 역할을 넘어 한국 미술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롭게 확장되는 미술의 화두와 담론을 이끌어내는 공론의 장을 맡기 위해 전문 협회에 아웃소싱을 하게 되었다. 강연은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브랜드화에 대한 방안과 전략’(윤진섭), ‘복제시대의 판화미학’(김영호), ‘건국 60년의 한국 현대미술’(서성록), ‘컴퓨터그래픽과 변형 왜곡의 미’(신항섭) 등으로 4회에 걸쳐 진행된다. 더불어 스위스 주빈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위스 문화예술전문가 4인을 초청하여 ‘스위스 공공 및 민간기구의 국내외 미술지원 방식’을 살펴본다. 또한 KIAF 특별전을 기획한 두 큐레이터의 특별전 토크, 부산비엔날레 김원방 감독의 토크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 PT 프로그램, 베를린 레지던시 후원 프로그램인 ‘서울-베를린’, 사진작가가 KIAF 이모저모를 촬영하는 ‘Shooting Hidden Spot’, 퍼포먼스 등의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은 KIAF만의 독창적 프로그램이다. 작가 PT 프로그램 ‘KIAF Finds Hidden Treasure’는 참신한 젊은 작가들이 관람객, 국내외 화랑 디렉터 및 미술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하는 행사다. 지난해 전 장르에 걸쳐 9명이 참여해 큰 관심을 받았으며 몇몇 작가들은 해외로 소개되는 기회도 가졌다. 올해 참여 작가는 구본아,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진호, 심소라, 오승민, 이정민, 록사나 마노체리 등이다.

변웅필 <한 인간으로서의 자화상-인형> 캔버스에 유채 120×100cm 2007

올해 KIAF 실적을 예측하면

‘서울-베를린’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독일 오르코그룹과 베를린화랑협회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베를린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다. KIAF2008 참가 화랑협회 갤러리 소속 작가 5인(강강훈 강유진 육종석 임자혁 정직성)이 선정되어 9월부터 두 달간 독일 베를린에 체류하며 작업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작업한 작품은 아트포럼베를린 기간에 특별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도 보도자료식의 형식적인 사진에서 탈피하여 아트페어 곳곳을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촬영해 홍보 자료로 활용하는 ‘Shooting Hidden Spot’에는 손현국과 틸만 크리그 두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또 미술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퍼포먼스 장르에 대한 인식 전환과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올해 2회를 맞이한 KIAF2008 퍼포먼스 행사에는 박건희가 선발돼 인도양홀 스윙스페이스에서 3회에 걸쳐 선보인다.
올해 KIAF는 과연 어떤 실적을 내놓을까. 무엇보다 지난 해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과연 이어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조정 국면에 있는 국내 미술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거래량이 작년에 못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KIAF ‘필패론(必敗論)’을 펴기도 한다. 작년에 일어난 과열 경기의 부작용이 너무나 커 많은 컬렉터와 애호가들이 미술시장에 등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런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KIAF는 한국의 중요한 미술 인프라다. 상업 논리 못지않게 미술의 생산(창작)과 소비(향유), 국제 교류 등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큰 행사다. KIAF가 ‘시장’으로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성공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 펭 <Red No. 8> C-프린트 84×300cm 2008

KIAF2007 ‘좋겠다 프로젝트’의 퍼포먼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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