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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Art in Culture

2012.09

Abstract

2년마다 돌아오는 '한국 비엔날레 시즌'이 드디어 시작됐다! 광주비엔날레(9.7~11.11)를 시작으로, 미디어시티 서울(9.11~11.4), 대구사진비엔날레(9.20~10.28), 부산비엔날레(9.22~11.24), 금강자연비엔날레(9.25~11.30), 여기에 올해부터 격년제 국제미술행사 프로젝트대전(9.19~11.18)이 신설되어 총 6개의 비엔날레가 9월 한 달 간 연이어 오픈한다. art는 축제 시즌에 맞춰 '비엔날레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는다. 국내 미술인은 물론, 비엔날레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인사들을 배려하여 국영문 기사로 꾸몄다. 총 3개 섹션으로 구성된 특집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한국작가 중 주목할 만한 작가 30인을 선정, 주요작 및 참여작 화보와 작가 정보를 싣는다. 김수자, 서도호, 마이클 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번 비엔날레에서 소개할 신작을 지면을 통해 최초 공개한다. (2) 주제 및 전시 구성, 총 참여작가 리스트, 부대행사, 전시감독 인터뷰 등 6개 비엔날레 관람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3) 비엔날레 오픈 시즌인 9월, 최대 성수기를 맞는 한국 미술현장의 전시 소식 이모저모를 전한다. 올 여름 유독 뜨거웠던 열기가 이렇게 초가을 한국미술 현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그 '핫'한 현장에 우리 모두 동참해 보자.

Contents

001    표지  문경원 & 전준호 <세상의 저 편> 2채널 비디오 13분 45초 2012 Courtesy of the Artists

034    영문초록

037    에디토리얼  김복기 

038    프리즘
        독일의 ‘비엔날레 점령’, 행동하는 예술  백기영
        문화정책의 꽃, 지역사회 예술교육  안이영노

042    IMAGE & ISSUE [5]
        21세기 한국을 위한 건축학개론  이영준
    
064    포커스
        광:선 백남준 스펙트럼展|노스텔지어는 피드백의 제곱展  양은희
        천성명展|정문경展  이선영
        아트스펙트럼展  전영백
    
076    비엔날레 특집 Enjoy! Biennales in Korea Six
        [1]Korean Artists 30 in Biennales
        [2]Biennale Guide 06
        [3]Other Events & Exhibitions 45  장승연
    
130    오후의 아틀리에
        개와 늑대의 시간  김성호

132    암흑물질 art in YEOSU
        [1]여수에서 보낸 전시공학자의 하루  김노암
        [2]엑스포의‘위대한 통로’, 샤를 드 모의 3D사운드  프랑크 고트로
        [3]글로벌 vs. 로컬, 절충과 양보의 미학으로  문인희    

140    WHO WE MET  코헤이 나와  김재석

142    해외 리포트 
        [1]룩셈부르크 MUDAM미술관_유럽미술의 새로운 요새  호경윤
        [2]에치고츠마리 트리엔날레_빛나는‘대지의 예술제’  권근영 

164    아트마켓 KIAF2012  
        아시아 미술시장의 부활을 꿈꾸며  김수영

168    전시 리뷰  
        곽훈|이승철|오스카 오이와|유목연|게임×예술_바츠혁명전(戰)
        사유지|당신의 머리 위에, 그들의 발아래|박홍순

176    전시 프리뷰
        Historical Parade|서울에서 살으렵니다|존 케슬러
        노상익|어윈 올라프|하상림

184    뉴비전 신진 평론가 발굴 프로젝트
        파이널리스트 3인 본선 ㅤㅉㅏㄲ 전시 리뷰  강정호 김용진 안소연

190    동방의 요괴들 유럽 아트 투어 리포트
        런던-파리-베를린-카셀, 뜨거운 안녕!  주지오 정지혜 정희선

194    에디터스 블로그 

Articles

런던-파리-베를린-카셀, 뜨거운 안녕!

카셀의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릭치아눔의 외부 전경

런던-파리-베를린-카셀, 뜨거운 안녕!

아이다 애플브룩의 카셀도큐멘타 설치 전경

BERLIN, KASSEL 주지오 2012 동방의 요괴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새내기 작가로서 올해는 특히 생각이 많아졌다. 허공에 떠다니던 모호한 생각을 붙잡아줄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 《아트인컬처》의 ‘유럽아트투어’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무더웠던 한국의 8월과 달리 가을처럼 선선한 유럽의 날씨는 이번 여행이 확실한 전환점이 될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 베를린에 오면 유대인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었다.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작품으로, 날카롭고 과감한 선과 담백한 면으로만 이루어져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건축가가 고안한 장치들이다. 건축물 자체로 상징적 메시지가 충분히 느껴졌다. 특히 2.5m 높이의 홀로코스트탑에 들어서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싸늘한 어둠의 공간 천장의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외부 빛은 감탄을 자아냈다. 머리를 세게 맞은 듯 한참동안 멍했다. 사람의 심리를 흔들어 놓는 장치가 예술의 뿌리 아닐까? 이렇게 정교하고 압도적인 장치를 실제로 보는 경험은 선물과 같았다.
카셀의 도큐멘타는 ‘유럽아트투어’의 정점이었다. 올해는 다양한 분야와 더 거대해진 규모로 축제의 성격이 강화됐다.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 환경 문학 등이 한데 어울려 관람객에게 예술로 세상을 바라보는 포괄적인 시선을 던졌다. 전시장 안내 표시와 각종 설치물은 카셀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전시장을 찾아 이동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곱씹을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주로 실내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관람했다. 전시장을 의미하는 노란색 표지판을 볼 때마다 보물을 찾은 듯 기뻤다. 올해 도큐멘타는 20년 만에 한국 작가가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특별했는데, 실제로 작품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특히 기차역에 설치된 양혜규 작가의 블라인드 작품은 인상 깊었다. 과감하고 엉뚱하면서도 치밀한 작가인 양혜규가 이번에도 독특한 생명체를 만들었다. 군무를 하듯 움직이는 블라인드는 근대화됐거나 아직 그렇지 못한 사회에 대한 메시지라고. 블라인드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흐름은 아찔했다.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아치눔에 있던 아이다 애플브룩의 작품도 인상 깊었다.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일그러진 여자의 드로잉이나, 군인들의 인형 같은 얼굴, 무성영화처럼 이어지는 메마른 드로잉, 성적인 농담이 적힌 팻말, 창고 안에 쌓인 것 같은 상자들은 작가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토대로 한 것 같았다. 올해 카셀에는 나치정권의 희생자인 유대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았다. 도큐멘타의 전시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제를 담은 작품의 솔직한 표현이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전시를 모두 둘러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지만, 작품을 보며 느꼈던 에너지와 감성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또 작품 이외에도 넓게 펼쳐진 공원과 호수, 자유롭게 공중을 떠다닌 노래, 건물과 하늘의 혼란스러울 정도로 멋진 색감은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카셀에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5년 뒤는 또 어떤 거한 만찬이 기다리고 있을까?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는 여행이지만 확실히 나에게는 작업으로나 일상으로나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반환점이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퐁피투센터 상설전 전경

PARIS 정지혜 조선대학교 가구디자인과

나의 오랜 로망이자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열정의 도시, 파리에서의 첫 시작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너무나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영화에서나 보던 로맨틱한 파리의 모습과는 달리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관광객, 특히 모두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든 그 쾌쾌 묵은 냄새를 맡는 순간! 파리에 대한 나의 기대도 무너져 내렸다. 아쉬운 파리의 첫 느낌을 뒤로 한 채 우리는 퐁피두센터로 향했다.
‘이 작품을 보면 무슨 느낌이 들어요?’ ‘유럽아트투어’를 하면서 내가 스스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예전엔 ‘이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전시를 관람했다. 하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하고 의문만 품은 채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그렇게 한두 번, 언제부터인가 내게 작가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작품을 보는 그 순간은 작가의 의도가 아닌 내 느낌과 감정에만 충실했다.
퐁피두센터에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고전을 비롯해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된 작품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나는 일행과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고 즐거워했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같은 작품을 보면서 어쩜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나는 몰랐던 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퐁피두센터 안의 모든 사람의 생각마저 궁금해졌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정신없이 전시를 보다보니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고, 관람을 마친 후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퐁피두센터를 뒤로하고 야간 관람을 위해 파리트리엔날레를 보기 위해 팔레드도쿄로 향하는 길, 실망스러웠던 첫 느낌은 아스라이 사라졌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모인 파리가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열정에 나도 함께 스며들었다.  
똑같은 작품이지만 보는 사람이 처한 상황 환경 관점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받는다. 꼭 작가의 의도와 같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작품은 작가가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일 뿐이지 교과서가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전시건 전시장을 나올 때 자신만의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적인 관람이 아닐까? 요즘도 간혹 주변사람들로부터 ‘미술작품은 어떻게 감상하는 거야? 난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돼’라는 말을 듣곤 한다. ‘유럽아트투어’를 마친 지금! 이제는 의연하게 대답할 수 있다. ‘정답은 없어, 너가 느끼는대로!’

왼쪽 ? 퐁피두센터 상설전 전경|오른쪽 ? 아네트 메사제 <모션/이모션>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2_라트리엔날레 출품작

LONDON 정희선 그림숲 원장

출국일 아침, 창밖으로 빗줄기가 흘러내렸다. 어김없이 비는 나를 따라 런던으로 갈 모양이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나를 멈추고, 느리게 호흡하며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는 여행을 상상했다. 암스테르담의 석양을 지나 런던에 가까워질 즈음,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빨간벽돌의 장난감 같은 건물과 거리를 보며 런던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차가운 공기와 낯선 풍경의 어색함과 함께 런던의 일정은 시작되었다.
런던의 첫 일정으로 테이트모던을 찾았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거대한 미술관에 대해서는 잡지에서 읽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언젠간 꼭 가보리라 다짐했는데,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와!’라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무엇보다 데미안 허스트의 회고전을 볼 생각에 들떴다. 죽음이라는 철학적이고도 무거운 주제를 직접적이며 그로테스크한 방법으로 연출한 그의 작품을 만나는 순간, 전시장을 들어서자 충격의 연속이었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운 유리 상자에 통째로 담긴 상어와 양, 전기모터로 분해된 모습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가족과 함께 이런 작품을 보는 꼬마들에겐 앞으로 어떤 엄청난 영향을 미칠까? 작품을 미화하지 않고 형이상학적 주제를 시각적으로 센세이션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천재적인 발상이 돋보였다.
약병, 알약, 담배꽁초, 살아있는 나비, 화초, 스핀 페인팅, 소의 머리, 파리 등 그의 작품은 죽음과 탄생의 반복을 연상케 했다. 역겨우면서도 숭고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가벼움과 무거움, 유한함과 무한함에 관한 탐구와 성찰! 죽음 앞에 선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앞으로 그는 또 무엇을 우리에게 제시할까? 이런 상념에 빠져 테이트모던 창 너머를 바라봤다. 미술관 앞 잔디밭에는 자유로이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어둑해진 하늘과 강 건너로 세인트폴성당까지 한눈에 보였다. 화실을 운영하는 내가 보기엔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은 보기 좋았다. 잠시의 휴식을 즐기고, 우리는 사치갤러리를 향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모던하면서도 미니멀한 사치갤러리의 전경에 반했다. 영화나 일러스트에서 보던 건축물이었다. 사치갤러리에서는 <코리안아이>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런던에서 한국의 작품을 보는 기분은 새삼 뿌듯하면서도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다음 날 아침, 전철을 타고 하이드 공원에 도착했다. 숲길을 따라 풀내음을 맡으며 서펜타인갤러리로 향했다. 갤러리 앞에는 아이 웨이웨이와 헤르조그&드뫼론의 2012년 파빌리온 건축물이 있었다. 우리는 코르크 의자에 모여앉아 늦은 아침을 먹었다. 마침 갤러리에는 오노 요코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의 전시를 보기 전 존레논이 먼저 떠오른 건 사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본적이 없어, 낯선 기분으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하얀 전시장에 놓인 그의 무심한 표정, 실물 오브제, 직접 쓴 글, 존 레논과 함께 한 영상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자르기>가 과거 공연과 최근 공연이 동시에 상연되었다. 관객이 한명씩 다가와 오노 요코의 옷을 자르는 모습이 이어졌다. 작가, 관객, 개인과 사회, 자아와 성(性), 개인의 체험, 존재 자체에 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노 요코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고, 상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우며, 작가와 관람자가 작품으로 긴밀한 교감을 나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낯설던 그의 작품에 귀 기울이여 듣고 보면서 느끼고 있었다. 전시장을 나서며 <소망의 나무>에 나의 삶이 더 넓은 세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았다. 8월의 가을 같았던 런던. 다음 기회엔 내가 좋아하는 윌리엄 터너와 휘슬러의 그림을 만나러 올 거라 다짐했다. 낯선 도시와 사람들과 시작된 그림 여행은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나날이었다. 안녕!

테이트모던 앞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Hymm>

왼쪽 ? 테이트모던의 현대미술 상설 전시장 | 오른쪽 ?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 전경

동시대미술의 요새, 룩셈부르크를 가다

나리 와드 〈Geography: Bottle Messenger〉 혼합재료 가변크기 2002_무담미술관 소장품

동시대미술의 요새, 룩셈부르크를 가다

글|호경윤 수석기자

빔 델보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금속 1080×705×480cm 2006 (Photo: Christian Aschman)_무담미술관 소장품

유럽에 가면 그곳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있다. 파리에는 루브르박물관, 로마에는 바티칸미술관, 런던에는 대영박물관이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술관(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중세미술을 거쳐 르네상스 및 바로크의 미술작품이나 유물을 고이 ‘안치’하고 있다. 그러나 룩셈부르크에는 그런 미술관이 없다. 오직 현대미술관만이 있다. 심지어 20세기 초의 ‘모던 아트’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컨템포러리 아트’가 살아 숨쉬고 있다.

브루노 페이나도 〈Good Stuff, The Pleasure Principle〉 23개의 알루미늄 판넬, 페인트 450×600×700cm 2010 (사진: 호경윤)_무담미술관 소장품

룩, 룩, 룩셈부르크?!

사실 기자가 룩셈부르크에 가기 전까지는 이 작은 나라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베네룩스 3국’, 몇 년 전 잠시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제목에서 들어본 게 전부였을 만큼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룩셈부르크와 한국의 인연은 꽤 깊었다. 올해로 양국의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을 맞이했으며, 6.25에 참전하기도 했다. 철강 산업으로 유명한 룩셈부르크에 이미 1970년대부터 고려제강의 산하 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게임회사 넥슨이 유럽본사를 룩셈부르크에 두었다.
룩셈부르크는 국토의 가장 북쪽에서 남쪽까지 자동차로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작은 나라다. 인구도 약 50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1인당 GDP는 1억 4,000만원으로 OECD가입국 중에서 최근 몇 년 간 1위를 지켜온 강소국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사이에 끼어 있는 지정학적 특징으로 룩셈부르크는 오래 전부터 외부의 침공을 자주 받았다. 그래서 15세기에 지은 고리 모양의 성벽이 도시 중심가를 빙 두른 채 아직도 남아 있다. 따라서 군수 물자나 철강 산업은 발전했지만, 인문학이나 문화 분야는 비교적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말까지 진정한 예술이 발현할 수 있는 문화적인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대공국이었다.심지어 의대 외에는 대학교도 없어서, 현재에도 룩셈부르크의 젊은이들은 프랑스나 독일에 유학을 다녀올 수밖에 없다.
룩셈부르크에서 만난 작가, 큐레이터들은 지금의 모습이 지난 수 세기동안 예술적 발전의 가능성이 없는 위압적인 요새였던 룩셈부르크의 수도와 그 역사에 대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 문화로 부흥하고자 선택한 전략이 ‘현대미술’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룩셈부르크의 대표적 미술관 무담(MUDAM)은 ‘모던 아트(Mus?e d'Art Moderne)’의 줄임말이지만, 실제로 열리는 전시나 소장품은 근대미술이 아닌 동시대미술에 가깝다. 기자가 갔을 당시, 무담에는 총 5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산야 이베코비치, 에밀리 배이츠, 필립파 세자르, 시몬 에반스, 스티븐 C.하비, 사라 셰까지 모두 살아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이었다. “근대미술에서 뒤쳐진 것을 뒤쫓아 가려는 노력은 시지프스가 끝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엔리코 룽기(Enrico Lungi) 관장의 말에서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룩셈부르크 정부에서 현대미술관 신설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다. 그리고 무담미술관이 개관한 것은 2006년이다. 17년이 걸린 것이다.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히 오랜 준비 기간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미술관을 들이는 일이라는 점에서 짐짓 이해가 간다. 위치 선정부터 건축 설계 시공 같은 하드웨어부터, 인력 및 예산 같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술관의 아젠다 등까지 하나하나 새롭게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시내 중심가에 과거 요새였던 유적지의 일부를 새롭게 증축하는 형식으로 짓기로 했다. 중국계 건축가 I.M 페이는 중세 건축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유리 피라미드’를 주된 컨셉트로 정해 미술관을 디자인했다.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이 적절하게 혼재하는 가운데, 주변 경관과 함께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면적 4,500㎡의 미술관은 유리 피라미드로 된 중앙홀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작은 방들이 뻗어 나가 있는 구조다. 그래서 대형 전시보다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리적인 수치로는 그리 큰 미술관이 아니지만, 소장품을 보면 확실히 내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설 전시장에는 다니엘 뷔렌, 토마스 쉬테, 온 카와라 등 국제적 미술가들의 작품이 놓여 있었다. 그 밖에 작품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전체 소장품 500여 점으로, 앤디 워홀, 브루스 나우만, 줄리앙 슈나벨, 차이궈창, 그리고 한국의 김수자의 작품까지 동시대미술의 주요 작가를 아우르고 있다. 무담미술관에서 매해 작품을 매입하기 위한 예산은 62만 유로다. 해마다 약 30여 점의 작품을 매입하고 있으며, 가끔 한두 점 매우 비싼 작품을 사들이지만, 대부분은 미술시장의 진화를 일으킬 적절한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무담의 목표는 동시대 가장 훌륭한 국제적 콜렉션을 만드는 것이다.

산야 이베코비치 〈BIG Eve’s Game〉 2012
(Photo : Eric Chenal)_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응시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엔리코 룽기 관장(왼쪽)과 작가 산야 이베코비치(오른쪽)

최고의 동시대미술 콜렉션

미술관 인적 구성원 역시 작지만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획전시, 콜렉션, 아트&테크놀로지 등 3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각 메인 큐레이터가 있으며, 관장 역시 전시 기획에 참여한다. 특히 현재 열리고 있는 산야 이베코비치의 개인전 <혁명을 기다리며(Waiting for the Revolution)>은 룽기 관장이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는 전시다. 1949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이베코비치는 페미니즘 아티스트로서, 젠더와 정치를 주제로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기념비’의 아이러니를 다루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무담미술관 중앙홀에서 관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룩셈부르크의 레이디 로자>는 엔리코 룽기 관장과 인연이 깊다.
1998년 마니페스타가 열리면서 룩셈부르크에 왔던 이베코비치가 룩셈부르크의 상징적 기념비인 <골든 레이디(Gelle Fra)>에 영감을 받아 3년 뒤에 그 동상과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모습으로, 단지 임신을 한 만삭의 몸으로 바뀐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2001년 이 작품이 세워지자 룩셈부르크의 시민들은 이 작품에 분노했다. 1923년 조각가 클라우스 시토가 제작해, 신성한 여성의 상징이자 룩셈부르크의 자존심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 지면에는 이 작품을 철거하라는 기사로 도배됐고, 이 프로젝트의 조력자였던 룽기 관장은 예술적 타당성을 제시하는 반박기사를 투고하기도 했다. 논란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후에 뉴욕 MoMA 등에서 전시됐고, 그제서야 룩셈부르크 시민들도 이 작품의 중요성과 진정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이 작품은 이번에 무담미술관에 다시 들어와서 룩셈부르크의 관객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TV나 여성잡지에서 보여지는 여성성에 기반한 행동들의 사회적 코드를 수집한 <Gen XX>, 일종의 자화상으로서의 <Personal Cuts>과 <Make Up-Make Down>, 여성 모델이 무장 테러리스트 차림을 하고 패션 화보를 촬영한 <Figure & Ground> 등의 주요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또한 전시장 한쪽 방에서는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바로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한 바 있는 <바리케이드 위에서>로 5.18희생자를 기리며 퍼포머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허밍으로 따라 부르는 작품이다. 해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것도 멀고 먼 룩셈부르크에서 듣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비엔날레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 밖에 다른 전시장에는 현재 국제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역시 룽기 관장이 직접 큐레이팅을 맡은 에밀리 배이트는 1970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작가로, 일본의 토속 음악을 연주하는 할머니와 깊은 숲속을 영상으로 담은 <The Sky is Glowing with the Setting Sun> 등을 전시했다. 또한 1975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필립파 세자르의 사진 작품, 1972년 영국에서 태어난 시몬 에반스의 드로잉 작품 등 지금 막 떠오르는 작가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그에 반해 룩셈부르크 작가들의 개인전은 없었다. 그 이유는 자국 작가의 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미술관 측은 퍼블릭 아트나 관객 교육, 디자인 프로젝트 등에서 룩셈부르크의 젊은 작가들을 활용했다. 그 중 미술관 1층에 휴게 공간으로 운영되는 <센소리엄>은 디자이너 듀오 LES M이 제안한 것이다. 셀린느 메르한드와 아나이 모렐로 구성된 이 팀은 플라스틱, 인조 모피, 비즈 등 낯선 소재를 이용하여 쉼터를 만들고, 후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장치로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 낸다. 그 밖에도 수요일 저녁마다 밴드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거나 푸드아트를 만들어 보는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미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왼쪽 ? 마리아 안반더 〈Not all art will go down in history〉 네온 2012 (Photo: Jessica Theis)_카지노룩셈부르크 레지던스 프로그램|오른쪽 · 카지노룩셈부르크 1층에 위치한 인포랩 (Photo: Jessica Theis)

룩셈부르크 아트씬, 좁지만 내실 있어

룩셈부르크에는 또 다른 현대미술 공간이 있었다. 카지노룩셈부르크 아트센터다. 이곳은 무담과 달리 소장품은 전혀 없이, 전시장과 레지던스만 운영하는 곳이다. 무담이 개관한 2006년 이전까지는 거의 유일한 미술 공간이었던 카지노룩셈부르크는 과거 살롱으로 쓰이던 궁전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작가 웨슬리 모리스와 마리아 안반더의 개인전이 각각 열리고 있었다. 1977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웨슬리 모리스는 수집을 기반으로 규칙에 따라 목록을 만드는 작품 <R-05. Q-IP.0001> 등을 선보였다. 또한 레지던시의 입주 작가인 마리아 안반더는 1980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젊은 작가로, 입주 기간 동안 룩셈부르크 광장에 ‘선물(The Present)’라고 새긴 머릿돌을 옮겨다 놓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밖에 시내 중심가의 몇몇의 화랑을 빼고는 룩셈부르크의 미술은 무담과 카지노룩셈부르크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베니스비엔날레의 룩셈부르크 파빌리온 역시 두 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카지노룩셈부르크에서 데뷔하고, 베니스비엔날레에 나가고, 무담에 작품이 소장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좁은 국토만큼, 미술계 구조도 좁다. 그럼에도 두 기관의 열정이 꺼지지 않는 한, 룩셈부르크의 미술은 점차 그 영토를 넓힐 것이다. 특히 최근 룩셈부르크과 프랑스 국경 지역인 메츠시에 퐁피두센터 분관이 새롭게 문을 열면서, 룩셈부르크와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무담미술관은 국제 교류에 있어서 더욱 공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무담에서 한국작가 이불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으며, 반대로 아트선재센터에서도 내년 상반기에 무담의 소장품 중 엄선해 기획전이 열릴 예정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스펙트럼은?

한경우 〈46인치 모니터 10배 크기의 축구장〉 비디오 반복재생, 모니터 290×200×20cm 2012 (사진: 김현수)

요즘 젊은 작가들의 스펙트럼은?

글 | 전 영 백

김아영 〈PH 익스프레스〉 2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2011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아트스펙트럼〉전이 6년 만에 다시 열렸다. 사진 영상 설치에서 나름의 색깔과 방향을 잡은 8명의 작가들이 선정되었다. 회화 분야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은 특기할 일인데 세태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작가들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약간의 현실적 기반을 갖춘 상태에서 의욕도 넘치는 시기이기에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 전시에서는 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으로 느낀 사회적 경험이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를 통해 현대 도시의 일상적 삶이 일종의 ‘증상(symptom)’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수확’은 사회와 문화를 접하는 작가들의 태도와 시각이 이전과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거리두기’와 ‘유머/풍자’이다. 이들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뒤틀거나 비꼬거나 거리를 두어 객관화시키는 등, 의미상의 층위가 이중적(혹은 가끔 다층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시각문화 전반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8명의 작가 중 ‘토종’은 토종스럽게, 외국물을 먹은(?) 작가는 그 방식대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도 재미있다. 아울러 주제 내용에 대한 튼실한 연구조사도 눈길을 끈다. 작업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옥정호 〈서서 활 자세-단다야마나 다누라사나〉 피그먼트 프린트 127×152cm 2011

실제의 트라우마와 가상의 유머

이제 작가들의 작업을 개별적으로 간략히 훑어보자. 먼저 ‘다큐멘터리적 재현과 영국적 유머’를 제시한 김아영의 영상 작업은 개항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PH 익스프레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남해의 작은 섬, 거문도를 영국해군이 무단 점거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당시 외교문서와 대중매체 자료들을 수집, 분석하여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를 2채널 영상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영국의 전문 배우들을 연출시켜 이를 스크린의 배경과 합성하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까지 갖춘 드라마로 만들어, 역사적 ‘논픽션’을 현실에서 ‘픽션’으로 생생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김아영의 다큐멘터리 픽션은 사실적 묘사를 넘어 블랙코메디의 이중적 층위를 갖는다. 조선의 거문도라는 외딴 섬을 두고 벌어지는 러시아, 영국 등 열강의 패권 다툼과 신경전이 코미디로 전환되고 있다. ‘해밀턴항’이라는 엉뚱한 이름의 거문도 사건에 대한 영국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영국배우들을 동원하여 영국 특유의 비판적 유머로 비꼬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두 번 죽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은의 작업은 ‘도시 스펙터클의 배후, 노동과 소외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 준다. 전시장에서 가장 높은 벽면에 시트지로 부착된 〈어떤 망루〉는 작가가 자신의 거처인 난지스튜디오 근처에서 수집한 나뭇가지와 버려진 물건을 엮어 망루 모형을 만든 것이다. 수직과 높이를 상징하는 망루를 이같이 폐기된 오브제로 만든 것은, 높은 망루를 쌓는 도시 노동자들의 고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편, 〈비계덩어리〉는 고층건물의 한 모퉁이를 가져온 듯한 벽 표면에 어묵꽂이와 빵 포장끈으로 비계(飛階) 모형을 쌓아 올린 구조이다. 건설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임시 구조물인 비계는 건물이 완성되면 철거된다. 이 구조물과 더불어 인간의 노동과 흔적은 건물의 역사에서 사라진다. 이러한 비극적(?) 운명의 비계를 전시장에 기념비적으로 세움으로써 작가는 이름 없이 사라져 간 노동자들의 흔적을 다시 불러온 셈이다. 김지은은 오늘날의 반짝이는 도시의 외장과 그 배후의 실제 구조를,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초고층 건물들의 스펙터클과 비가시적인 인간의 힘겨운 노동을 대비적으로 보여 준다. 관람자가 이를 알아 챌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에 비해 옥정호의 ‘오늘을 사는 까도남의 절실한 헛짓’, 무의미하고 무모한 ‘삽질’, 한심한 ‘헛짓’에 온 전력을 다 하는 현대인의 절박함을 보여 준다. 요가의 기본자세는 태양예배자세(수르야 니마스카)인데, 고대인들의 의식에 근거한 이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태양과 도시를 사는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규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 관계의 내용인 즉, 희망적이라기보다 연민을 부르는 일종의 블랙코미디다. 현대인의 소시민적 삶을 이겨 내고자 갯벌을 뒹굴며 잘 해보겠다고 ‘용쓰는’ 왕따 도시남에 대해 우리는 친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온몸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끼’는 배찬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중 소외와 그 정교한 패러디’를 보여 주는 그의 사진은 영국으로 유학 간 한국남성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동양인으로서 갖는 이질감에 동양의 남성으로 가중된 차별이 주는 혼란과 당황을 우스꽝스럽게 연출한다. 그러나 작업의 희극적 효과는 그의 사진 속 소품 분장 그리고 포즈 등의 놀랍도록 정교한 연출에 의해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영국 문화에 대한 그의 적응력은 빠르다. 스스로의 문화도, 성(性)도 녹여 타인의 문화에 배어 들고 그 의상과 배경에 자신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배찬효의 연극은 완벽하다. 오로지 그가 동양남자라는 태생적 사실 외에는 그의 사진에서 ‘오점’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어두운 현실과 희극적 표현, 실제의 트라우마와 가상의 유머를 균형있게 보이는 점이 배찬효 작업의 유쾌한 특징이라 하겠다. 앞으로 그의 작업이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 궁금하다.

장보윤 〈천년고도〉 디지털프린트, 종이에 과슈 외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2

다양해진 수사(rhetoric)의 스펙트럼

장보윤의 사진 작업은 ‘타자와 공간에 깃든 부재와 상실의 흔적’을 탐구하고 있다. 빛바랜 기억을 추적하고 부재를 증명하는 사물과 인물, 그리고 장소를 기록하고 수집한다. 바르트가 말했듯 사진은 어차피 죽음을 기록하는 매체이지만, 장보윤은 부재를 함유하는 소재를 뽑아 아련한 상실감을 극대화시킨다. 예컨대 〈천년고도〉에서 볼 수 있듯, 작가는 경주라는 대표적 유적지이자 관광지를 선택하여 찬란했던 과거의 존재를 부재와 상실의 시각으로 담아 낸다. 다만, 주제가 새롭지 않을 때는 이를 전달하는 수사의 방식이 좀 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의 다큐멘터리 자료조사는 전소정과도 유사한 면을 보인다. 전소정은 ‘일상의 달인에 깃든 예술성의 극사실적 묘사’를 보이는데, 작가의 개입보다는 세세한 디테일의 관찰이 기반을 이룬다. 이를 테면, 〈어느 미싱사의 일일〉에서는 40년 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기계 자수사 ‘달인’의 삶을 미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상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소우주에서 편집증적으로 몰두하는 진정한 장인정신을 보여 준다. 작가가 강조하려는 부분이 보다 부각되면 작업이 더 액센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기창은 작업에서 ‘우연과 무작위에 의한 운명적 결정’을 다루고 있다. 2채널 영상 작품인 〈아이 콘택트〉에서 긴장어린 시선으로 대면하는 등장인물은 서로 알지 못하고, 〈포춘타이머〉에서 기계적으로 넘어가는 108개의 단어는 무작위로 결합된다. 그의 작업은 우연과 무작위가 반복을 통해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작업의 형식을 보고 의당 어떠하리라는 관람자의 예상을 깨고 작가는 형식과 내용을 분리시킨다. 마주하며 눈싸움을 하는 두 인물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고 동일한 시공간에서 찍은 것도 아니다. 이러한 의미의 탈구(dislocation)가 현대인이 처한 특징적 현상이라 할 때, 사회적 우연과 무작위가 필연과 논리로 스스로를 가장한 채 기만과 헛된 신념으로 몰고 가는지도 모른다. 다만 작가가 이를 의도한 것이라면, 그 주제에 대한 시각적 확인이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끝으로, 한경우가 보여 주는 ‘시각과 시각의 오류에 대한 탐색’은 비디오 등 매체를 활용하여 주체의 시각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작가는 형태의 왜곡, 사물 및 장소의 크기를 소재 삼아 주체의 시각을 실험한다. 그 결과 그의 작업은 무엇이 실제이고 이미지인지 인식하는 우리의 시지각에 혼돈을 가져온다. 또한 주체가 갖고 있는 시각체계나 고정관념이 언제나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관람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은 모두 관람자의 몫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요컨대, 〈아트스펙트럼〉전에 등장한 요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한 마디로 홍대 앞 클럽의 시크한 클러버들, 아님 런던올림픽의 남자 펜싱선수들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어깨에 힘 넣지 않고, 쓸데없이 긴장하지 않으며 자신을 즐길 줄 아는, 그러나 아랫배에 지긋이 힘주는…. 그들의 풍자와 유머에는 아직 미숙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미술이 ‘무엇’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하는 수사(rhetoric)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젊은 미술에 여유와 자신감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KIAF/12 The 11th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2011 전시 전경

KIAF/12 The 11th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아시아 미술시장의 부활을 꿈꾸며
글|김수영 기자

왼쪽 ? 쿠사마 야요이 <Pumpkin>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112cm 2006│오른쪽 ? 팡 리준 <1998.2> 실크스크린 56×76cm(부분) 2010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KIAF2012가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2002년 출범하여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KIAF는 17개국 192개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8만 여 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하며 높아진 국내외 인지도와 위상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무섭게 가속화된 아시아 미술시장의 팽창과도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변함없던 서구 중심의 세계 미술시장의 지형이 바뀌어, 이제는 ‘아시아 시장의 시대’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아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화려한 부상을 거듭해 왔다.

다리오 오르티스 <Little Princess> 캔버스에 유채 200×300cm 2012

아트홍콩과 함께 아시아 대표 아트페어로

전 세계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홍콩아트페어가 아트바젤에 인수되며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행사를 치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만큼 세계 컬렉터들의 관심이 동아시아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출범 5년을 맞은 홍콩아트페어와 비교했을 때 더 긴 연륜과 경험을 자랑하는 KIAF는, 일찍이 국제성을 담보한 현대미술 페어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 왔다. 따라서 세계 컬렉터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현대미술 중심의  컨텐츠와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아 왔다. 따라서 각각 3월과 5월에 개최되는 도쿄아트페어, 아트홍콩과 삼각구도를 이루며 KIAF는 하반기를 대표하는 아시아의 아트페어로 자리잡았다.
KIAF2012는 국내외 20개국 182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진작가부터 대가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500여 작가의 작품 5,000여 점이 출품된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프랑스의 대표 화랑인 페로탕갤러리(Galerie Perrotin)가 참여해 세계 유수 작가의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더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아트페어의 관건인 갤러리 참여 리스트를 살펴보면, 주빈국 라틴아메리카를 제외하고 12개국의 46개 화랑이 참여해 다양한 분포도를 그리고 있다. 그 구성은 미국 4, 스페인 3, 러시아 1, 룩셈부르크 1, 일본 10, 이탈리아 2, 독일 11, 프랑스 2, 영국 5, 중국 2, 캐나다 1, 호주 5곳. 2010년 영국, 2011년 호주를 비롯하여 KIAF는 주빈국 제도를 오랜 기간 시행하여 여러 나라의 대표적 갤러리들의 국내 참여 및 진출을 이끈 바 있으며, 이는 누적된 각국의 갤러리 구성에도 반영되어 있다.

왼쪽 ? 페르난도 보테로 <Woman Walking> 캔버스에 유채 149×99cm 2003|오른쪽 ? 이기봉 <Vanishing Island> 캔버스에 아크릴릭 플렉시글라스 혼합재료 244×183cm 2011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을 만난다!

KIAF2012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라틴아메리카를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올해 한국-라틴아메리카 수교 50주년을 맞아 강력한 문화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생명력, 독창성과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주력한다. 주빈국 라틴아메리카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도미니카 우루과이 및 베네수엘라에서 15개의 갤러리가 참여하여 독특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 학생 또는 애호가를 위한 강연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라틴아메리카는 멕시코부터 칠레의 최남단에 이르기까지 33개국에 4억 5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광대한 지역으로 우리가 ‘중남미’라고 부르는 곳이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를 제외하고도 20여 개국과 다양한 인종, 혼혈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혼성문화에서 발현되는 그들만의 특질은 현대미술의 폭발하는 생명력과 강한 열정에서도 드러난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아르코아트페어는 2006년 멕시코에 이어 브라질을 2008년 주빈국으로 초대했고, 앞으로도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마이애미아트페어에서는 라틴아메리카 미술만 전문으로 하는 ‘아트 아메리카’가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개최되는 국제 아트페어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ArteBA, 베네수엘라의 FIA, 콜롬비아의 ArteBO, 멕시코의 MACO, 푸에르토리코의 CI RCA 그리고 브라질의 SP ARTE가 있고, 이외에도 많은 아트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국제 경매를 보면 최근 20년 간 라틴아메리카 아트마켓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루피노 타마요 등 멕시코 거장들과 칠레의 로베르토 마타, 콜롬비아의 페르난도 보테로 등 거장들의 작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헤수스 소토,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 등 1960~70년대의 키네틱아트, 기하학적 추상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장세를 보면 1985년 소더비 경매 750만 달러, 크리스티 경매 290만 달러의 판매액에서 2005년 소더비 2,830만 달러, 크리스티 1,990만 달러로 판매액이 대폭 증가했다.
최근 들어 젊은 구매자들에 의해 근대 및 컨템포러리아트 쪽으로 새로운 투자 개념의 구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라틴아메리카 작품들이 국제적 인지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많은 작품의 가격이 약 25% 더 상승해야 적당할 것이라는 설이 구매욕을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라파엘 소토의 작품이 26만 2,400달러에 낙찰되고 275점의 라틴아메리카 미술 작품이 판매된 바 있다. 특히 키네틱아트와 기하학 추상은 유럽, 특히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컬렉터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최측은 라틴아메리카가 아시아에 이은 세계시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 그간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던 중남미에 대한 관심을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남미 미술을 살펴보면 지리적 경제적 혹은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개방된 나라’와 ‘폐쇄성이 강한 나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해안을 낀 지역으로 유럽과 교역이 활발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브라질 베네수엘라가 속하며, 이들은 일찍부터 무역 중심지이자, 사회 시스템이 대부분 백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비해 폐쇄적인 나라들은 내륙 지역 페루 과테말라 볼리비아 멕시코 에콰도르 등으로 유럽과 경제 교역이나 문화적으로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점차 인디헤니즘(Indigenism)이 발전하면서 유럽 문화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렇듯 복잡한 맥락에 놓여 있는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있어 그들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첫째 ‘인디헤니즘’, 둘째 ‘아프리카 혼재 문화’, 셋째 카리브 연안 특유의 ‘나이브 미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요소는 사회 고발성이 강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과 환상으로의 도피성이 강한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사조로 이어졌다. 이번 KIAF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굴곡을 지닌 라틴아메리카 미술만의 독창성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부대 행사 마련

KIAF2012는 BMW프로젝트와 같은 기업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가 또 하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제프 쿤스의 아트카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KIAF는 BMW Korea의 후원으로 VIP차량을 지원받았다. 또한  독일 프리미엄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기획한 전시가 행사장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사진 애호가들의 각별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이번 행사의 주목할 만한 점은 작년에 이어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부대전시 〈Art Flash〉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기존 아트페어에 출품되는 작품들이 회화나 조각 등 고전적인 장르에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마련됐다. 주최측은 〈Art Flash〉전을 향후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 주고, 우리 미술에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미디어 작가를 선정한 이번 행사는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서진석이 기획했다. 참여작가는 김진희 하태범 송지원 이창원 추미림 장종완 조범석 유영진 김영은 한경우 방자영&이윤주 총 11명(팀)이며,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키네틱아트를 아우른다. 이 전시는 경제적 불균형과 그에 따른 사회적 위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문화 주체성을 가지고 자란 젊은 세대의 한국작가들에 주목, 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21세기의 모습을 구현한다. ‘슈퍼 소시얼’ ‘익스트림 인디비쥬얼러티’ ‘독립적인 문화 환경 아래서 한국 현대미술의 주체적 정체성 발현’이라는 3가지 소주제로 진행된다.
부대행사로는 특강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현주소’가 9월 15일 반디트라소 대표 안진옥의 강의로 개최된다. 국내외 관객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며, KIAF를 찾는 해외 인파를 위해 준비되는 VIP프로그램도 새롭게 꾸민다. ‘Museum Collaboration’은 미술관과의 연계프로그램을 통하여 국내의 미술관과 전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올해는 플라토와 협력한다. KIAF를 방문하는 국내외 컬렉터 및 미술 관계자들을 위한 파티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파티 ‘Director’s Night’은 9월 13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다이아몬드 홀과, 9월 14일 국제갤러리 와인 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_라운드테이블 Round Table

취토 델라트? 〈The Tower a Songspiel〉

광주비엔날레_라운드테이블 Round Table

전시감독 | 김선정, 마미 카타오카, 캐롤 잉화 루, 낸시 아다자냐, 와싼 알-쿠다이리, 알리아 스와스티카
장소 |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무각사, 광주극장, 대인시장, 서구문화센터, 광주시립미술관, 중외공원, 용봉생태습지(용봉제) 등
기간 | 2012. 9. 7~11. 11
주최 | 재단법인광주비엔날레, 광주광역시
 
제9회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6명의 여성 공동감독 체제로 열린다. 김선정(한국), 마미 카타오카(일본), 캐롤 잉화 루(중국), 낸시 아다자냐(인도), 와싼 알-쿠다이리(카타르), 알리아 스와스티카(인도네시아)가 그 주인공. 주제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은 6명 공동감독이라는 시스템을 적극 반영한 의제이자, 전 세계의 정치 경제 국가 그리고 상이한 문화 현상을 비엔날레의 주제로 포섭하기 위한 장치이다. 공동감독은 “라운드테이블은 글로벌리즘의 동질화를 거부하는 자주적 슬로건이며, 의식의 민주화를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라운드테이블〉에는 40개국 출신의 92명의 작가(팀)이 참가하며, 51개의 신작 프로젝트와 15개의 레지던시를 포함하여 과정 중심의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 작업이 진행된다. 전체 출품작 수는 모두 300여 점에 이를 전망으로, 그 중 신작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다. 한국 작가 17명(팀) 중 포트폴리오 공모 및 리뷰 전시를 통해 선정된 광주, 전남 지역 작가 7명(팀)이 대거 참여했다.
공동감독은 서로 다른 견해를 한데 끌어보아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다. 본 전시는 6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감독들은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전 지구적 문화생산을 위한 수평적 획기적 참여의 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낸시 아다자냐)’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개인과 집단 사이의 연대성을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하는 노순택, 앨런 세큘라 & 노엘 버치, 크리스 마커 등의 작품을, ‘역사의 재고찰(와싼 알-쿠다이리)’은 역사적 사건과 일상이 맺는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소피아 알-마리아, 말락 헬미, 엑스어반 콜렉티브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일시적 만남들(마미 카타오카)’에서는 현대사회의 일시적인 만남과 상호연결성을 다룬 아이 웨이웨이, 볼프강 라이프, 앨런 캐프로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김선정)’에서는 광주라는 도시 자체가 주제이다. 안규철 김범 서도호 비빔밥 문경원 & 전준호 등을 비롯한 한국작가와 제니 홀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시징맨 등의 작가가 광주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광주특정적’이라 할 만한 작품을 선보인다.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캐롤 잉화 루)’에서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변혁적 힘과 개인의 정신이 지닌 가치를 고민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안리 살라, 조현택, 페드로 레예스 등의 작가가 참여했다.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알리아 스와스티카)’에서는 유동성 공간성 시간성에 대한 상이한 관념과 해석을 보여주는 앤디 호프 1930, 라시드 아라인, 제임스 캐힐, 보리스 그로이스 등의 작품으로 주제를 구성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외에도 광주 곳곳의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가 열려, 광주 시내 전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광주극장과 사택에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 광주극장의 역사와 광주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녹여 낸 작품이 전시된다. 마그누스 뱃토스는 작가의 작고한 친구 스벤손의 삶을 무성영화로 만들고 변사의 해설을 더해 광주극장에서 상영하는 광경을 비디오로 담은 〈스벤손 일대기 생중계〉를, 포트폴리오 공모로 비엔날레에 처음 데뷔하는 조현택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세친구〉 등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을 전시한다. 조각가 겸 문학가로 활동하는 멕시코 출신의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는 1930년대 지어진 광주극장의 사택에서 3주간 거주하며 〈자동건축 작업실: 비효율적인 땜질 워크숍: 극장 뒤 무료 상담〉이라는 작업을 진행한다.
대인시장에는 광주지역의 다양한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소개된다.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인 틴틴 울리아는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광주 대인시장의 사람들을 만나 개인의 역사를 조사했다. 길초실은 광주에서 발견한 이미지로 콜라주 페인팅 조각 사운드 등으로 구성된 〈공동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무각사에서는 절에서 재배한 쌀 더미와 자신이 직접 모은 헤이즐넛 꽃가루로 작품을 구성한 볼프강 라이프의 〈끝없는 바다〉와 무각사 내에 있는 여덟 개의 작은 명상의 방을 하나로 이어 구성한 우순옥의 〈아주 작은 집-무각사(색의 방)〉을 만날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구문화센터 맞은편 전광판에는 제니 홀저 작품 〈광주를 위하여〉가 실린다. 본 전시장 및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민속박물관이 문화벨트를 이루는 중외공원 및 용봉제 생태습지에도 들레인 르 바, 비빔밥, 황지해 등의 장소특정적 작품이 전시된다. 토비아스 레베르거는 비엔날레 전시장 1층 로비에 작은 아트숍 공간을 구성한다.
2012광주비엔날레는 역대 여느 비엔날레보다 풍성한 시민 참여 및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레지던시 및 뉴프로덕션’은 대부분 비엔날레가 일회적 전시로 단기간에 작품을 임대해주는 비엔날레 문화의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시도이다. 15명(팀)의 작가가 광주에 장기 체류하면서 광주 시민의 참여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가 대화와 토론을 벌이는 국제심포지엄 ‘워크스테이션’도 열린다. 2012년 2월, 광주와 서울에서 열린 〈워크스테이션 1: ‘윤리로서의 자기 조직화’〉에 이어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제2회 워크스테이션이 열릴 예정이다. 비엔날레 전시의 전체적인 개념과 관계된 주제를 다룬 전시 주제와 동명의 전자 저널 ‘라운드테이블’도 발행된다.

데니스 페저 <수직적 착란> 비디오 4분 2010

미디어시티 서울_너에게 주문을 건다 Spell on You

전시감독 | 유진상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상암 DMC 홍보관
기간 | 2012. 9. 11~11. 4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서울시립미술관
www.mediacityseoul.kr
 
2000년 ‘미디어시티’라는 명칭으로 개막하여 2년마다 열려온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과학 인문학 동시대 테크놀로지의 교류와 통섭을 기반으로 제작된 뉴미디어아트의 가장 탁월한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12년 간 전 세계 1,000명 이상의 미디어아트 작가가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올해 전시감독을 맡은 유진상을 중심으로 일본의 미디어아트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유키코 시카타, ‘네덜란드 미디어아트 인스티튜트’의 디렉터 올로프 반 빈든, 그리고 미국 ‘제로원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최두은 전 아트센터 나비 큐레이터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이하 미디어시티 서울 2012)는 ‘너에게 주문을 건다(Spell on You)’라는 주제로 20개국, 49작가(팀)을 초청하여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너에게 주문을 건다’는 미국의 블루스 가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가 1956년에 발표한 노래 〈I Put a Spell on You〉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초월적 힘을 빌려 자신의 바람을 실현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을 ‘Spell(주문)’이라는 단어를 통해 함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Spell on You(너에게 주문을 건다)’가 함축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예술적 차원에서 탁월하게 풀어 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소통의 기술적 변형이 몰고 온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의 고통과 희망에 대한 비평적 담론과 인문학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미디어아트가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풍부하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감독 유진상은 “전시의 구성력을 높이고, 관객과 좀 더 밀접한 상호 소통”하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 각 층과, 상암 DMC 홍보관에 소주제를 부여했다.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의 소주제는 ‘미디어극장 : 모두 다 잘 될거야’. 미디어 극장은 우리를 둘러싼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 내는 잠재적 서사의 공간을 의미한다. 1990년대에 르완다에서 일어난 처참한 인종분쟁을 다룬 아델 압데세메드 〈기억〉이 미디어시티 서울 2012를 찾는 관객을 맞는 첫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의 소통 및 기록 기술을 적절히 뒤섞으며 시간적 간격을 오가는 아크람 자타리의 〈내일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도 주목된다. 시립미술관 본관 2층의 ‘천개의 주문들 : 알려지지 않은 친구들의 윤회에 대하여’에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기술로 변화하는 세계를 살핀다. 2011년 3.11 이후 일본의 삶을 필름에 담아낸 니나 피셔와 마로안 엘 사니의 〈눈을 감는 영혼들〉은 미디어가 집중하는 자연재해의 압도적 스펙터클과 남아 있는 사람의 일상의 작은 균열과 심리적 동요를 세 개의 화면으로 섬세하게 병치한다.
시립미술관 본관 3층의 ‘혼선 : 보이지 않지만 ‘안녕’’에서는 기술의 비-가시성 때문에 깊은 불안과 소외에 둘러싸인 우리의 삶을 탐색한다. 이 섹션에서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품은 모리스 베나윤의 〈세계로 통하는 터널〉이다. 이 작품은 지구상의 여러 지점을 연결하는 데이터 터널을 상상하면서 실제 물리적인 형태로 가시화했다. 서울 상암 DMC 홍보관에 자리 잡은 네 번째 섹션 ‘구름의 무늬들 : 세계 감정에의 접근’은 데이터 헤게모니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장치에 대해 언급한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은 산업 및 군사기술로부터 출발하여 개인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감정적 교류의 영역까지 그 적용범위를 확대시킨다. we feelfine.net이나 facetofacebook.com은 데이터 분류와 해킹을 통해 특정 서버에 집중되는 정보의 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것을 다소 엉뚱하고 유머스런 방식으로 해킹하거나 전용할 가능성을 대해 연구한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디렉터 출신인 아론 코블린은 불특정 다수가 협력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참여형 제작툴의 결과물 〈양 시장〉을 출품한다. 이밖에 한빛 미디어보드 및 서울 스퀘어에서도 작품이 소개되며, 서울시 금천예술공장과 연계하여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시 기간 중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된다. 9월 12일, 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 미디어아티스트 6인과 미디어아트 이론가 6인의 공개 워크숍이 열린다. 9월 13일, 상암 DMC에서 미디어시티 서울 2012와의 협력 프로그램이, 9월 14일 ‘재난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3.11 재난과 그 이후의 환경 및 원자력에 관한 논의를 예술과 미디어 그리고 기술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9월 16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는 ‘소리의 주변을 걷다’라는 주제로 YMCA 워크숍(야마구치 미디어아트 센터)과 미국 산호세에서 열리는 제로원비엔날레(ZERO1 Biennial)와 협력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된다.

세노코즘 〈아쿠스마플로레〉 인터랙티브 설치 350×350cm 2009

프로젝트 대전_에네르기 Ener氣

전시기획 |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팀
장소 | 시립미술관, 한밭수목원, 엑스포공원, 대흥동 원도심
기간 | 2012. 9. 19~11. 18
주최 | 대전시립미술관
dmma.daejeon.go.kr
 
신생 비엔날레인 프로젝트대전은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정체성을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인류사적인 보편의 문제를 설정하고 더불어 과학도시 대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는 격년제 국제미술행사이다. 프로젝트대전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지향하며, 객관적 진리탐구의 영역인 과학과 상대적 가치경쟁의 영역인 예술의 영역간 교류와 협업을 주요 의제로 삼는다.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숲과 강, 그리고 원도심 등 도시 전체를 잇는 전방위적인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과학과 기술, 자연과 도시, 나아가 인간 존재의 이해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또한 예술적 소통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합의도출을 위한 공공영역임을 직시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합의도출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팀은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시민과의 예술적 소통을 통하여 문화적 정체성으로 확장한다.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언론, 기업 등의 협업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프로젝트대전은 연구원과 대학, 기업 등과 미술관의 협업을 통하여 실질적인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실천할 것이다. 주최 측은 프로젝트대전의 개최가 “과학도시 대전을 문화도시 대전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문제이며, 동시에 과학적 진리와 예술적 가치가 상호보완하며 공존하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과학과 예술이 소통하며 한 도시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로젝트대전이 택한 첫 의제는 ‘에너지’. 에너지라는 키워드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전 영역을 관통하며 우리 시대 최전선의 의제이다. 생명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자연 이해의 지름길이며, 인간 개체와 군집을 넘나드는 사회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의 지평을 넓힌다. 기술과 연관한 에너지 의제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대안에너지 등의 문제를 떠올린다. 특히 후쿠시마의 대재앙 이후 자연의 재난 못지않게 인공적인 재난으로 떠오른 핵에너지의 문제는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와 인류 전체의 공동의 미래에 관해 성찰적의 의제를 제시한다. 주제어 ‘에네르기(Ener氣)’는 동서양의 에너지 의제를 합친 말이다. 로마자 표기 ‘energy’ 가운데 마지막 음절인 ‘-gy’를 한자어 ‘氣’로 표기함으로써 동서양의 에너지 개념을 함께 성찰해보자는 뜻을 담았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공존하는 탈근대적 통합의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주제기획전이 열리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인 에너지(Energy)에 집중하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생명에너지와 지구에너지, 핵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박영균 박찬경 신학철 장지아 천경우 강현욱 & 박용선 등 6명(팀)의 한국작가를 비롯, 로랑 그라소, 루양, 마르코스 노박, 모토히코 오다니, 세노코즘, 세이코 미카미 & 소타 이치가와, 아이 웨이웨이, 에두아르도 캐츠, 줄리아나 쿠네아스 등 16명(팀)의 해외작가가 참여했다. YCAM의 지원으로 제작된 세이코 미카미 & 소타 이치가와 〈그라비셀스〉는 관람객이 작품에 들어가는 순간 중력을 감지하여 중력의 저항을 시각화 청각화한 작품이다. 프랑스의 듀오 아티스트 세노코즘의 〈아쿠스마플로레〉는 관람자가 식물과 접촉했을 때의 에너지를 감지하여 소리로 반응하는 작품이다. 또한 〈빛의 접촉〉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전기에 반응하여 빛으로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이라크전쟁에서 쓰인 허머 자동차를 석탄으로 만들어서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폭력과 갈등을 은유하는 펑흥치의 〈Hummer Made of Coal〉도 만날 수 있다.
한밭수목원(동관, 서관) 및 갑천 일대에서 열리는 현장미술전에서는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참가한 작가들이 한국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매개로 자연, 생태, 환경 등의 문제를 주제로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 설치한다. 대나무를 사용한 작품으로 4개의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원초적이고 조용하며 경건한 춤으로 어머니의 대지를 연상케 하는 미레이유 훌피우스의 〈Work〉가 설치된다.
엑스포 공원 내 한빛탑에서 전시되는 아티스트(ArtiST) 프로젝트는 ‘Art in Science & 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과학기술과 결합한 예술적 실험을 뜻하는 과학과 예술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참여작가는 과학자와의 협업을 통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4명(팀)의 작가는 과학예술 레지던시를 거쳐서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결합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학예술 레지던시는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단기 레지던시로서, 예술가와 과학자의 1:1 매칭워크샵, 대덕연구단지 연구실 탐방, 과학예술융합세미나 등의 공동워크샵 등을 진행하여 실질적인 과학예술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승영, 김형기, 머머링 프로젝트, 모하프로젝트, 안광준, 양아치, 유알아트, 임동열, 전지윤, HY-doubt 프로젝트, L프로젝트가 참여한다. 이밖에도 대전시의 생성 과정과 도시 개발에 따른 현재의 딜레마를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로 접근하여 밝혀내고 향후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대전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원도심 프로젝트’도 열린다. 대전 대흥동 일대의 카페 화랑 식당 골목길 등에서 열리며, 예술이 도시를 재생하는 에너지로 실제 생활 속으로 전환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테크놀로지와 예술 등 다분야의 전문가와 참여 작가가 모여 과학과 예술,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국제 학술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세바스티안 브레머〈At Nature’s Bosoms〉 2010

대구사진비엔날레_사진다움! Photographic!

전시감독 | 샬롯 코튼(주제전), 카렌 어바인, 나탈리 허쉬, 스미토모 후미히코, 이영준, 손영실(특별전)
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구 KT&G), 봉산문화회관 등
기간 | 2012. 9. 20~10. 28
주최 | 대구광역시 주관|(사)대구사진비엔날레조직위원회
www.daeguphoto.com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구 사진예술의 전통과 역사 등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대구를 아시아의 사진 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대구광역시가 2006년 개최했다. ‘아시아+사진’ ‘내일의 기억’이라는 1,2회의 주제전은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사진예술을 통시적 공시적으로 조명했다. 3회 ‘우리를 부르는 풍경 : tru(E)motion’에서는 현대사진의 가장 중요한 사진집단으로 꼽히는 ‘헬싱키 스쿨’과 유럽의 유명 사진가들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4회를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는 ‘사진다움!’이다. 주최측은 ‘사진다움!’이 “사진이란 매체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예술가들의 실험적 정신”이라 설명한다. 사진의 본질과 고유성을 재고하고 시각언어로서 사진이 지닌 다원성을 조망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또한 19세기 사진의 발명이 기술적 한계를 넘는 것에서 시작했다면, 21세기 사진의 화두는 현대사진에 대한 개념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새롭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예술로서의 사진, 사진으로 보는 예술’의 경계를 문제 삼으면서, 사진의 순수한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사진적인 것(Photographic)’에 눈을 돌린 것.
2012대구사진비엔날레는 동시대 사진의 스펙트럼을 살피기 위해 주제전, 특별전(I, II), 부대전시 등을 포함해 총 10개가 넘는 풍성한 전시를 준비했다. 또한 국제사진예술의 흐름에 초점을 맞춰 주제전 감독과 특별전에 해외 기획자를 초청했다. 각 전시는 현대사진의 동향을 살피고,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며 사진이 갖는 매체의 변화와 그 가능성에 주목한다.
주제전 〈사진은 마술이다!〉(샬롯 코튼)은 사진을 조각이나 설치미술과 접목한 실험적이면서 유희적 속성이 두드러진 작품을 집중 소개한다. 여기서 ‘마술’은 사진의 창작과 효과, 즉 신비한 힘(alchemy), 뛰어난 손재주, 우연성과 변형 등을 통해 드러나는 사진의 본질적인 존재감을 의미한다. 포토몽타주나 다중노출을 사용해 사진의 아날로그적 속성과 물리적 개념을 극대화한 29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구글로 찾은 수백장의 사진을 평면에 오려 붙이거나 콜라주를 반복해 마치 입체적인 조각품을 연상케 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다니엘 고든, 주로 20세기 중반에 출간된 잡지와 책의 이미지를 오려 붙이고, 연극적인 조명효과를 이용한 설치로 제시하는 맷 립스, 사진 표면에 회화적 장치를 입혀 사적이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개인적 기억들을 끄집어 내는 세바스티안 브레머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별전(I, II)은 총 7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특별전 I의 다섯 전시는 21세기 미디어화 된 세상에서 새롭게 부여된 현대 사진의 문화적 속성을 다각도로 다룬다. 〈재조정된 사생활〉(카렌 어바인)은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킹, 폰카메라 등 정보가 범람하는 미디어사회에서 일상에 침투한 사진의 기능과 역할을 살핀다. 〈젊음의 코드!〉(나탈리 허쉬)는 10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하나의 독립적 사진장르이자 새로운 형식의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소개한다. 청소년기의 집단화와 일탈을 사진에 담는 라이언 맥긴리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경계선상의 춤〉(스미토모 후미히코)은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논쟁적인 경계 지점을 다룬 전시로 미디어아트까지 포함한다. 〈사진의 과학〉(이영준)은 ‘지식으로서 보는 사진’이라는 개념으로 사진을 바라본다. 관람객은 사진에 등장하는 도표나 주제어, 상징체계를 통해 ‘작품을 본다’기 보다는 ‘지식을 읽는’ 전시를 경험할 것이다. 〈도시의 비밀〉(손영실)에서는 비엔날레가 열리는 대구라는 도시를 해체, 분석하고 재구성한 사진 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별전 II〉는 2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장롱 속 사진이야기〉는 결혼식, 돌/백일, 사진관 기념사진 등 일반인의 기억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대구 지역 주민의 사진과 독일의 한인 광부, 간호사 및 일본 중국 등의 교포의 삶을 보여 주는 과거의 사진을 수집해 전시한다. 〈대구현대사진의 여명〉전은 대구에서 192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적인 예술사진 스타일인 살롱사진과 리얼리즘사진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이 시도하는 아방가르드적인 사진 혹은 현대영상사진이 혼재되어 나타는 시기인 1960, 70년대에 두드러진 활동을 한 차용부 노익배 신현국 남해경 김일창 등의 작품을 조망한다.
주제전, 특별전 이외에도 2010포트폴리오 우수 선정작가전, 2012 국제 젊은 사진가전, 얀 샤우덱, 마크 리부 회고전, 대구 지역의 갤러리가 준비한 갤러리 한마당(화랑기획전)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이밖에도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하도록 기획된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 〈Encounter〉와 ‘포스트-포토그래피 시대의 사진예술과 미래’라는 주제로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해외작가 및 평론가 출판기획자 큐레이터가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스마트폰과 SNS 시대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이 눈으로만 보는 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마추어 사진가, 학생 등을 대상으로 대구의 아름다운 경관, 역사적 명소, 도시경관, 일상생활 등 이웃과 주변의 모습을 담은 진솔한 사진을 공개모집하여 대구사진비엔날레 기간 중 전시하는 〈우리가 여기에〉, 2012대구사진비엔날레 관람과 함께 진행되는 촬영 투어, 국내 유명인사의 인생의 한 페이지 추억을 간직한 한 장의 사진에 대해 강연하는 〈나의 사진 한 장〉, 행사장내 스마트 사진관을 운영하여 가족, 연인 개인 등 촬영한 후 SNS, 페이스북으로 사진을 전송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스마트 사진관〉, 사진이론, 디지털 사진, 포토샵에 관한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앨런 세큘라 〈70 in 7〉 23장의 시바크롬 프린트, 4개의 젤라틴실버텍스트패널 1993~94 Courtesy of the artist and Christopher Grimes Gallery

부산비엔날레_배움의 정원 Garden of Learning

전시감독 | 로저 M. 브뤼겔
장소 |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부산진역사, 광안리 미월드 등
기간 | 2012. 9. 22~11. 24
주최 | 부산광역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www.busanbiennale.org
 
지난 2010부산비엔날레는 그간 고수해 오던 현대미술제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 등을 각기 다른 감독이 진행하는 관행을 없애고 단일 총감독 체제를 최초로 도입, 외국인 큐레이터 타카시 아주마야를 선임하여 ‘진화속의 삶’을 주제로 선보인 바 있다. 지난 비엔날레가 광주비엔날레에 이은 국내의 대표적 국제 비엔날레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에 힘입어, 올해 제7회는 2007카셀도큐멘타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로저 M. 뷔르겔을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비엔날레의 테마 역시 실험적 전시 방법론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기획인 ‘배움의 정원’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배움의 정원’은 수평적이고 위계 없는 배움의 과정을 예술 창작과 비엔날레의 방법론에 접목한다는 의미로,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즉 2012부산비엔날레는 예술 교육의 본래적 의미를 다시 고찰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전시감독 로저 M. 뷔르겔은 2007년 카셀도큐멘타를 지휘한 바 있는 독일 출신 큐레이터로, 미술의 서구 중심적 패러다임을 깨는 전시 기획을 세계 각지에서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감독 선임 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예술의 제도적 훈육적 정의를 버리고, 관객의 개념을 재정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미술의 수용자가 예술적 창작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사적인 애착과 개인적 전문지식을 갖는 과정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2012부산비엔날레가 실현하고자 하는 ‘민주적 배움’이다. 배움의 과정은 대중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는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2012부산비엔날레는 특정 주제가 아닌 하나의 창작 방법 자체를 비엔날레를 통해 실험한다는 발상으로 개최 전부터 여러 화제를 모았다. 특정 주제 아래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가 지니는 지루함을 깨고 새로운 전시 형태를 제안하겠다는 것. 이같은 주제의식을 실현하기 위한 비엔날레의 핵심 구성 요소는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움위원회’이다. ‘배움 위원회’는 전시 공식 개막에 훨씬 앞선 시기인 올해 2월 발족됐으며, 부산비엔날레의 활동을 보여 주는 소규모 실험실 역할을 담당해 왔다. 부산비엔날레의 ‘기본 제작 단위’이기도 한 이 ‘배움위원회’를 통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소모임을 결성하고 이번 비엔날레의 의제를 논의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배움위원회는 예술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는 일반 관객과 부산의 도시적 역사적 정신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개별 작가들을 이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맡았다. 부산비엔날레 측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엔날레가 시민과 지역사회에 보다 밀접하게 안착된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대부분 피상적 차원에 머무르는 지역과 예술의 연계에 한층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배움의 정원〉에는 국내 12명, 해외 30명으로 총 4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크게 부산의 다층적인 역사적 기억, 부산의 발전 또는 미래 비전, 예술 존재론 등을 주제를 가지고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배움위원회’와 협업을 진행했다. 영국작가 메리 앨랜 케롤은 〈부산과 건축〉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배움위원회에게 집과 관련한 경험을 물어봄으로써 작품의 주제에 접근했다. 크로아티아 출신 작가 티나 제베로빅은 그간 자신이 작업해 온 지역적 문화적 경계에 대한 탐구를 담은 프로젝트를 부산에서 진행하며, 배움위원들이 보내 온 ‘경계’에 대한 다채로운 이미지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영국작가 벤 카인은 부산의 신발 산업의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배움 위원들의 노동과 관련된 신체 행위를 도자타일 위에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호주작가 로이스 응은 〈Micro-Nation〉 프로젝트에서 각각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미래를 좌우하는 ‘성장’ ‘부채’라는 개념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아시아 경제적 디아스포라의 미래 주민들을 위한 개념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새로운 마이크로 국가의 출범을 기념하는 공연 퍼포먼스를 배움위원회와 함께 준비했다. 독일 작가 비어5는 ‘다이내믹 부산’이라는 도시의 모토에 주목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지향하는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시,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탐색하는 이들에게 제3자와의 협업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본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별전 〈Outside of the Garden〉은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에게 참여 기회와 학습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로, 실험적이고 참신한 기획과 작품을 선보인다. 나현 애나한 오재우 여다함 등 국내 작가 50명, 프랑소아 모렐레, 알렉산드르 쉬슈킨, 시가릿 란다우 등 해외 15명 등 총 6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미술이론 광고 인문학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9명의 신예 전시 기획자(김아람 이훈석 최지영 김용민 김정은 백아영 송지민 허나영 함선재)가 각기 다른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으며, 부산진역사 부산문화회관 광안리미월드에서 부산비엔날레와 동일기간 열린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부산지역의 19개 대표화랑이 참여한 갤러리페스티벌(9. 22~10. 6)도 개최된다. 지역 작가 지원과 미술시장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는 갤러리페스티벌은 비엔날레의 주제인 ‘배움의 정원’의 컨셉을 전시에 반영한 실질적인 연계행사로 준비됐다. 한편 비엔날레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돕는 대중 친화적 참여프로그램인 ‘비엔날레 얼반스퀘어’도 부산시립미술관 및 광안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세부 행사 ‘Talk on Biennale’는 패널 디스커션, 아티스트 온 토크, 큐레이터 토크, 아시아 비엔날레 포럼, 아트에듀케이터 토크, 토크 콘서트로 구성되며 주로 강연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의 창을 여는 행사다. ‘Play with Biennale’는 본격적인 관람객 참여 축제로 국내외 아티스트의 전시 및 공연, 워크숍 등으로 꾸며진다.

타티아나 파라이안 〈Chimes of Orpheus〉 혼합재료 250×250cm 포코니 아틸라 〈Leaf carpet〉 나뭇잎 150×50cm 2011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_자연과 인간 그리고 소리

전시감독 | 윤진섭
장소 | 충남 공주시 금강희망의 숲, 연미산자연미술공원, 금강자연미술센터
기간 | 2012. 9. 25~12. 15(9. 1~24)
주최 | 충청남도, 공주시   주관|(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
www.natureartbiennale.org
 
5회를 맞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자연의 품에 몸을 던지자(野投)”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2004년 출범했다.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野投)는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연미술가 그룹이다. 1981년 창립 이래 ‘자연미술’이라는 독특한 예술관으로 자연과 인간간의 조화롭고 창조적인 관계에 대해 함께 소통해 왔다. 30년 넘게 이어 온 이들의 활동은 그 취지와 작업 내용에 있어 많은 국내외 예술가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야투는 국내 미술계보다 국제 교류를 통해서 활동 범위를 넓혀 왔다. 1989년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열린 전시가 계기가 되어 1991년 공주에서 금강 국제자연미술전이 개최되었으며, 1992년에는 독일 슈베르그에서, 1994년에는 일본의 사무가와에서 자연미술전시회가 연속적으로 열렸다. 특히 1995년 공주에서 열린 금강 국제자연미술전은 23개국에서 온 128명의 작가가 모여 28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작업한, 유래 없는 대규모 자연미술 프로젝트로 기록되고 있다. 야투는 자연미술 국제교류전의 기획과 진행을 통해 쌓아 온 현장 경험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엔날레를 출범했다. ‘자연미술’은 황폐해져 가는 지구환경을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미술로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총감독을 맡은 윤진섭은 “자연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그 누구보다 일찍 깨닫고 실천해 온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야말로 세계가 주목해야 할 문화적 사건”이라고 평한다.
2012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자연미술운동의 지속과 확산, 그리고 지구촌의 모든 사람에게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날 자연과 예술은 인류의 행복한 생활과 희망찬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긴요한 이슈로 규정되고 있다. 비엔날레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자연과 인간의 화해와 공존’이라는 화두는 많은 공감을 얻을 전망이다.
올해 주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소리(Nature, Human being & Sound).’ 이는 종래의 전시와 다름없이 자연을 대상화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고 상호의존하는 수평적 관계로서의 인간관을 전제로 한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자연이 품은 소리를 반영하는 예술적 발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 감독은 “이번 전시 주제에서 소리란 자연의 소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소리이기도 하다. 자연이 발신하는 소리에 반응하는 인간의 소리, 즉 자연의 이법(理法)에 귀를 기울이는 인간의 반응 양태에 주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전시인 야외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소리〉에는 로저 리고스, 리앙 하오, 마리아 둔다코바, 포코니 아틸라, 코터 빌모스, 허버트 파커, 테네울 티에리 등 17명(팀)의 외국작가와, 심경보 한호 고현희 강전충 고승현 김창환 이응우 문병탁 등 14명의 한국작가가 참여한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이들은 9월 1일부터 22일까지 금강 희망의 숲,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정안천생태공원, 금강둔치공원 등에 작품을 직접 설치한다. 이번 비엔날레에 초대된 작가들은 물리적인 소리뿐만 아니라 조형적 상징과 개념적 표현을 아우르는 다양한 자연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야외전에 소개되는 자연이 전해 주는 생명의 소리를 담은 작품은 황폐화된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회복을 모색하고 평화롭고 균형 잡힌 인간과 자연의 창조적 만남을 안내할 것이다.
개막과 함께 10월 18일까지 공주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내 금강자연미술센터에서 열리는 실내전 〈대지적 사유〉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반영하는 동시에 야외전과는 달리 실내전의 특성을 적극 활용한다. 살아있는 자연물을 활용한 작품, 자연 속에서 순간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작품 제작 과정 자체가 중요한 작품 등이 회화 입체 설치 영상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 소개된다. 야투가 그동안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일구어 냈던 자연과 미술의 투명한 겹침과 공존의 방법론을 전시장 안으로까지 확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자연과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만남의 방식을 추구해 온 국내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만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권승찬 권남희 김병호 김영헌 홍순환 안치인 김석환 오세인 채진숙 송은성 Klega 이명환 두눈 김영섭 심수구 고영택 등 15명(팀)이 참가한다.   
이밖에도 특별전으로 공주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내 금강자연미술센터에서 〈이란자연미술가초대전 : 페르시아의 눈〉(9. 25~10. 18)이 열린다. 우리와는 문화적 지리적 환경이 다른 이란에서 꽃피운 자연미술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아흐마드 나달리안을 비롯한 이란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작가들의 내부에 충만한 에너지를 자연현장에서 어떻게 표출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20여 명의 이란작가가 참여한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개막 전, 국내외 참여작가를 대상으로 한 〈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자연미술 워크샵〉(9. 12~13)이 개최된다. 1981년 야투 창립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야투사계절 연구회’는 한국 자연미술운동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야투사계절 연구회’에 근간을 두고 비엔날레 기간 중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워크숍은 그동안 야투가 추구해 왔던 방법론을 토대로 국내외 초대작가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야투 회원들이 함께 자연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비엔날레가 미술인만의 잔치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시민과 소통하고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자연미술과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높이기 위한 미술 강좌와 시민과 어린이가 참가하는 체험학습프로그램 ‘어린이자연미술전’을 개최한다. 전시 이외의 다양한 부대행사 프로그램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자연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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